종편 모니터_
[종편 뭐하니?] ‘아동학대 사건’ 자극적 소재 말고 본질을 보라
등록 2020.06.16 15:45
조회 478

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6월 12일 종편에서는 길원옥 선생이 2017년 당시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한 것을 놓고 근거 없는 음모론을 펴는 발언이 등장했어요. 아동학대 사건을 다루며 케케묵은 ‘핏줄’ 얘기를 꺼내거나, 학대가 일어난 집의 전경 사진을 보며 자극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어요.

 

1. 음모론에도 지켜야 할 도리는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여성인권운동가 길원옥 선생은 2017년 11월 25일 당시 정의기억재단이 주최한 ‘100만 시민이 함께하는 여성인권상 시상식’에서 여성인권상을 수상하고, 상금의 절반인 5천만 원을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했어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월 12일)에서는 길원옥 선생의 상금 기부를 두고 음모론이 등장했어요. 출연자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할머니가 받은 돈을 또 왜 정의연에 5000만 원을 다시 기부를 해야 했는가”, “무언의 압력은 없었던 것인가”라고 말했어요. 길 선생의 상금 기부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정의기억연대 강요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인데 근거는 전혀 없었죠. 김민전 씨는 정의연과 관련해 “여러 가지 돈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런 생각조차도 하게 된다”며 주장을 합리화하려 했지만, 어떤 주장이든 근거는 있어야 해요.

 

길원옥 선생이 받은 여성인권상은 평화·여성인권 운동가로서 살아온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상으로 김복동, 송신도 선생도 함께 수상했어요. 정의기억재단에 따르면 길원옥 선생은 ‘길원옥 여성평화기금’에, 김복동 선생은 ‘김복동 평화기금’에 각각 5000만 원을 기부했고, 송신도 선생은 상금 1억 원 전액을 ‘송신도 희망씨앗기금’에 후원했어요. 세 분은 ‘여성인권이 보장되고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뜻’으로 상금을 기부했다고 해요.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정의연 논란을 다루면서 ‘위안부’ 피해자를 존중하는 마음은 변함없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는데요. ‘위안부’ 피해자 뜻을 제대로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런 근거 없는 음모론은 제기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요?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월 12일) https://muz.so/abSg

 

2. 아동학대는 ‘핏줄’과 상관없습니다

10살 아이에게 일어난 아동학대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데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6월 12일)는 아동학대 원인을 계부와 계모에게만 돌리는 위험한 발언이 나왔어요. 출연자 김형주 전 국회의원은 “2017년 자료 보면 22.4%가 결혼한 지 5년 이내에 이혼을 합니다. 10만 건 중의 2만 건이 그렇게 계속 젊은 나이에 이혼을 했다고 하면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계부나 계모. 의붓아버지나 의붓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될 가능성이 있는데 문제는 지나치게 우리 사회가 자기 핏줄만 소중하고 남의 핏줄은 소중하지 않게 생각하는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우리 사회엔 예로부터 계부나 계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데요. 김형주 씨도 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네요. 아동학대는 혈연관계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6년 아동학대 행위자 중 76.3%가 친부모이며, 이 비율은 해마다 비슷해요. <이상한 정상가족> 저자인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은 이 통계만으로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절대적으로 많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계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어요.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면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낼 수 없죠. 아동학대 사건을 다루면서 피해아동과 가해자가 혈연관계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건 본질에서 벗어난 얘기일 뿐이에요.

 

☞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6월 12일) https://muz.so/abSp

 

3. 사진 한 장에 자극적 상상 펼친 MBN <아침&매일경제>

MBN <아침&매일경제>(6월 12일)에서는 창녕 아동학대 사건을 다루며 자극적인 상상을 펼쳤어요. 진행자 이상훈 씨는 피해아동의 탈출경로를 표시한 사진을 보며 자세히 설명하더니 “여기 보이실지 모르겠지만요, 이 집과 이 집을 비교를 했는데 여기를 보시면 이 집, 통상 이 베란다에 보이잖아요. 아무것도 없죠. 여기는 까맣게 돼 있습니다. 이거 뭔가로 가린 것 같습니다. 밖에서 보지 않도록. 안 보이도록. 그런 걸로 의심이 됩니다”라고 말했어요. 피해아동의 집 베란다 난간에 검은 천이 커튼처럼 처져 있는 것을 두고 한 말이에요.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경찰 중간 수사결과를 통해 알려진 학대 정황이 잔혹한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베란다의 검은 천’과 관련된 발표는 없었어요. 사진과 정황을 놓고 상상력을 발휘한 거예요. 불필요한 상상이죠. 여러 언론이 창녕 아동학대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상훈 씨의 말도 그 잔혹함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어요. 중간수사 결과와 사진을 보고 상상력을 동원해 설명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아동학대 사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에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까요? 오히려 그 시간에 피해아동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또 다른 아동학대를 막으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할지 논의하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날 <아침&매일경제>에서도 사회적 장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긴 했어요. 하지만 이런 불필요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방송이 되었을 거예요.

 

☞ MBN <아침&매일경제>(6월 12일) https://muz.so/abSn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6월 12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 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monitor_20200616_082.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