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2‧3‧4월 ‘이달의 좋은보도상 선정위원회’ PICK
등록 2020.06.0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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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상 선정위원회’는 매달 신문, 방송, 온라인, 대안미디어, (일반)프로그램, 시사프로그램 등 6개 부문의 좋은 보도(프로그램)를 선정하여 시상하고 있습니다. 선정위원회에서는 최종 심사마다 수상 후보를 놓고 열띤 토론이 펼쳐집니다. 해당 부문에서 수상작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후보별로 각축을 벌이는 때가 더 많습니다.

 

선정위원회는 시민들에게 좋은 언론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우수한 보도와 프로그램 후보작을 골라 공개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의 문제가 여러 가지로 심각하지만, 그 가운데도 세상을 바꾸는 좋은 언론이 있습니다. 저널리즘 본령의 가치를 찾고 언론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보도가 더 많이 생산되고,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면서 2020년 2‧3‧4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보도상 선정위원회’ PICK을 소개합니다.

 

○ ‘이달의 좋은보도상 선정위원회’ PICK

시기

구분

보도(프로그램)

2월

신문

서울신문 기획보도 <법에 가려진 사람들>

한국일보의 <뷰엔/신모던패밀리의 가족사진>

방송

없음

온라인

뉴스앤조이 <사모를 만나다>

프로그램

없음

시사프로그램

없음

3월

신문

없음

방송

없음

온라인

뉴스타파 <조동100년>

프로그램

없음

시사프로그램

없음

4월

신문

한겨레 <여론조사 메타분석>

동아일보 기획보도 <우리동네 이슈맵>

방송

MBC <뉴스데스크> ‘로드맨’ <“또 왔어요”…수십 년째 ‘지박령’ 공약들>

온라인

없음

프로그램

없음

시사프로그램

없음

 

2월 신문부문

서울신문 <법에 가려진 사람들>(2/17~3/3)

서울신문은 기획보도 <법에 가려진 사람들>(2/17~3/3)을 통해 총액벌금제로 인해 삶의 위협을 받는 이른바 ‘장발장’들을 조명하고 사법부에 변화를 주문했다. 서울신문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과도한 벌금을 선고받아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사례 △법원 약식명령이 오히려 계도 없이 바로 법원으로 사건을 넘기는 행정 편의주의를 불러 전과자를 양산하는 문제 △사법권력이 잘못 행사되어 억울한 피해자를 낳은 사건 △법 적용 과정의 불평등 사례 등을 차례로 보도하며 문제의식을 일깨웠다.

 

서울신문은 보도 내용을 토대로 ‘법은 공정한지’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 시민 배심원단의 모의재판 등을 열어 단순히 보도에 그치지 않고 시민 참여 방안을 모색했다. 서울신문이 과도한 벌금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들에게 소액대출을 하고 있는 ‘장발장은행’과 공동으로 소셜펀딩을 진행하며 구체적인 실천에 나선 점도 돋보였다.

 

한국일보 <뷰엔/신모던패밀리의 가족사진>(2/18~2/21)

<“여자 둘이 결혼합니다”... 그녀들이 함께 사는 이유>

<“이렇게 예쁘게 잘 키웠답니다... 아빠 혼자서!”>

<“뭐? 결혼하면 사라질 존재들? 여자 혼자 사는 게 어때서!”>

<나, 40대, ‘무혼남’, 고양이랑 둘이 산다, 그래서 행복하다>

 

한국일보는 <신모던패밀리의 가족사진> 기획에서 레즈비언 가족, 편부 가정, 1인 여성 생활공동체, 비혼 남성 등 다양한 가족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정성껏 풀어냈다. 법으로 엮여있는 전통적인 결혼의 개념에서 벗어나 당위나 명분 없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냈다. 전통적인 기사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시각자료와 텍스트가 섞인 온라인 기사가 돋보였고, 한국일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뷰잉’을 통해 기사 내용을 영상 콘텐츠와 연결시켰다는 점도 좋았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깨자는 것이 새로운 문제 제기가 아니지만, 깔끔한 지면 편집과 동영상 콘텐츠와의 연계로 독자의 입장에서 보기 편한 기사였다.

 

2월 온라인부문

뉴스앤조이 <사모를 만나다>(2/27~28)

뉴스앤조이는 교회 내에서 부교역자 아내에게 존재하는 고정관념과 차별의 문제를 연속보도했다. 뉴스앤조이는 이른바 ‘사모’로 불리는 부교역자의 아내 10명을 인터뷰해 교회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사모상’의 문제점을 전달했다. 일부 교회에서는 부교역자의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청바지, 백팩, 민소매, 무릎 위로 올라오는 치마, 네일 아트 금지”를 하거나 예배 참석을 강요했다. 심지어 부교역자의 아내에게 사례비도 주지 않은 채 영아부 사역을 시키거나 ‘사모는 경제적으로 빈곤해야 한다. 돈에 초연해야 한다’며 재직 중인 직장을 그만두게 하는 교회도 있었다. 이외에도 출퇴근 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부교역자의 특성상 아내가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는 점, 담임목사의 부도덕함, 담임목사 아내의 갑질 등 다양한 문제가 드러났다.

 

뉴스앤조이는 2명의 인터뷰를 별도의 기사로 구성했다. 30대 중반의 부교역자 아내의 삶에서 여성 개인으로서의 삶은 존재하지 않게 됐다는 점을 짚었다. 부교역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보도는 교계 언론에서 몇 차례 등장한 적이 있었으나, 뉴스앤조이처럼 부교역자의 아내에게 초점을 맞춘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뉴스앤조이는 여성의 시각으로 교회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가부장제적 사모상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3월 온라인부문

뉴스타파 <조동(朝東) 100년>(3/5~4/1)

뉴스타파는 3월 5일부터 4월 1일까지 13건의 보도를 통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100년간의 친일, 반민족, 반민주 행위를 연속보도했다. 일제 강점기 친일행위부터 독재정권 시절 부역 행위까지 망라했다. 지면에 일왕 사진 게재한 사건부터 일제의 전쟁에 조선 청년들의 참여 독려, 자유언론실천선언 등 알려진 사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뉴스타파 보도에는 알려진 사건들 속에서 새로운 정보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총독부의 기관지들이 했던 ‘지면에 일장기 인쇄’를 총 11차례 했으며, 빨간색까지 넣어 일장기를 인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총독부에 의해 강제 폐간되는 과정에서 그들의 주장과 달리 사주가 폐간에 우호적이었고, 폐간의 대가로 거액을 수령했다는 점이 명시된 문서도 최초로 확인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조선, 동아가 독재정권에서는 권력에 부역했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사주들은 독재자에 부역하며 훈장을 받고, 언론자유에 앞장선 기자들은 회사에서 쫓겨나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는 점을 대조하며 두 신문의 반민주 행위를 부각했다. 뉴스타파는 이 과정에서 동아투위 구성원들의 재판과정 녹취록을 공개하며 유신정권에 맞서 언론자유를 수호하려 했던 해직기자들을 조명했다.

 

뉴스타파의 보도는 두 신문이 그간 해왔던 악행들을 종합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일부 유의미한 자료를 통해 이들의 악행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입증했다. 두 신문의 100년간의 역사 곳곳에 악행이 있었다는 점을 알리고,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4월 방송부문

MBC <뉴스데스크> ‘로드맨’ <“또 왔어요”…수십 년째 ‘지박령’ 공약들>(4/5)

총선을 앞두고 MBC <뉴스데스크>의 ‘로드맨’ 팀이 유권자 중심의 공약 검증을 진행했다. 흔히 언론에서 공약 검증을 하면 재정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이전 국회의 공약 이행률은 얼마인지 등을 계산해 내놓곤 한다. 그러나 MBC는 다르게 접근했다. ‘실제로 유권자들이 원하는 공약인가?’를 물은 것이다.

 

MBC 로드맨 팀은 지역구 유권자들을 만나 정책자료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 확충’ 약속, 즉 SOC 관련 공약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공통적인 대답으로 ‘이제는 못 믿겠다’가 나왔다. 당선을 위해 내놓은 공약이 후보자에게도, 유권자에게도 무용지물이란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꾸밈없이 자연스레 내놓은 시민들의 대답은 실제 거리를 다니며 취재하는 ‘로드맨’ 팀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이 코너가 1~2분의 짧은 스트레이트 보도를 한 것은 아니다. ‘로드맨’ 코너의 길이는 대부분 5분을 넘는다. 지상파에서, 심지어 저녁 메인뉴스에서 그만큼의 시간을 길 위의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할애하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살펴본 해당 기사도 마찬가지다. 7분 동안 허황된 공약에 대해, 유권자의 시선에서 설명해준다. 총선 기간 정책 보도가 실종됐기 때문에, 로드맨 팀 같은 기사가 더 많이, 시리즈로 기획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중심의 보도, 시민들의 실제 목소리를 담았다.

 

4월 신문부문

한겨레 <여론조사 메타분석> 시리즈

<양당 지지율 6개월치 분석해보니 ‘10~12%p차 평행선’>(3/16)

② <격전지 광진을 승리확률 ‘고민정 58%-오세훈 42%’>(3/30)

<총선 막판 뒤흔드는 무당층엔 ‘야당표’가 더 숨어 있다>(3/30)

<‘꼼수 위성정당’ 만든 뒤 민주·통합당 지지층 일부 이탈>(4/6)

⑤ <고민정 승리확률 줄어 54%…오세훈과 혼전 양상>(4/6)

⑥ <부산진갑 예상득표 ‘민주 김영춘 52%-통합 서병수 48%’>(4/10)

 

한겨레는 총선 기간 4회에 걸쳐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와 협력해 베이지언 통계 기법으로 ‘여론조사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다. 여타 신문사들은 총선 기간이 되면 으레 여론조사 기관에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기획보도로 여러 지면에 걸쳐 보도하곤 한다. 이런 보도 태도는 선거에서 누가 이기고 있는지 중계만 하는 일명 ‘경마성 보도’에 빠지기 쉬울뿐더러, 개별 여론조사 자체도 무선/유선 전화 비율이나 여타 표본 수집 방법에 따라 편향이 생길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한겨레는 그 대신 이번 여론조사 메타분석을 기획을 통해 개별 조사의 편향성을 통제하고 여론 추이를 설명하려 노력했다. 다만, 여론조사 보도 자체가 과연 선거보도에 필요한 정보인가 하는 점은 근본적 문제다. 기획보도가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격전지 위주로 양당 후보의 승리 확률을 분석하는 식의 경마성 보도로 흐른 점도 문제였다.

 

동아일보 <우리동네 이슈맵> 시리즈

동아일보는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구 이슈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들여다보는 <우리동네 이슈맵>을 연재했다. 동아일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울대 한규섭 교수팀과 합작해 20대 국회 기간 언론보도 37만개를 빅데이터 기법으로 분석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민원을 대상으로 한 지역구 이슈 빅데이터 분석이 나왔다. 동아일보의 분석은 보다 광범위한 언론보도를 분석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 분석과는 차별되는 지점이 있다. 동아일보는 이번 기획보도를 통해 보다 전문적인 방식으로 지역 이슈를 살펴보고, 후보자의 정책 공약을 설정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했다. 다만, 빅데이터 자체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분석 틀 자체가 언론보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동아일보가 꼽은 키워드는 유권자 입장이 아닌 언론 입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이슈일 수 있다. 이를 극복할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2월3월4월 좋은보도 선정위원회의 PICK.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