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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너 간첩!’으로 흘러가는 조선일보의 윤미향 보도5월 7일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선생의 기자회견으로부터 시작된 정의기억연대 및 윤미향 의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 논란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중 구시대적 논리로 공론장을 어지럽히는 보도가 있습니다. 바로 조선일보의 때 아닌 ‘반미·종북몰이’ 보도입니다.
조선일보에게 사드반대와 미국반대는 동의어?
윤미향 의원을 향한 조선일보의 집요한 ‘반미’ 몰이는 이용수 선생님의 기자회견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조선일보는 총선 기간 <반미 앞장서온 시민당 윤미향, 정작 딸은 미국 유학중>(3/31, 김은중 기자)라는 기사를 낸 바 있습니다. 사드 배치 논란 당시 SNS에 “미국의 무기 장사 시장 바닥”이라고 쓴 글 하나가 ‘반미 앞장서온 윤미향’이라는 프레임의 유일한 근거였습니다. 온라인 판 기사 <반미 구호 외친 시민당 비례, 자녀는 미국 유학>(3/30, 김은중 기자)에는 윤미향 당선자의 SNS 캡쳐본도 제시되어 있는데, 윤미향 당선자가 올린 SNS 글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 비용으로 10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뉴스 기사에 대한 촌평입니다.
당시 보도들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던 10억 달러는 사드 1개 포대 가격과 같지만, 사드 운용 주체는 미군이고 운용 비용도 방위비분담금에서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입장을 비유하자면, 프린터 한 대 값을 주고 프린터를 들였고 토너 값도 자비로 부담해야 되는데 정작 그 프린터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려 쓰게 되어 있는 꼴입니다. 이 정도의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대표적인 반미 인사’가 되어야 한다니 조선일보의 그 사고방식이 놀랍습니다.
안기부의 ‘남매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 김삼석 씨에 대한 언론의 n차 가해
조선일보는 이 보도에서 윤 의원의 남편 김삼석 씨도 거론했습니다. “윤씨 남편은 김삼석 수원시민신문 대표로, 1993년 이른바 ‘남매간첩단’ 사건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을 받았었다. 20년이 지난 후 재심이 이루어져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는 겁니다. ‘남매간첩단 조작 사건’에서 ‘조작’을 쏙 빼고 언급한 조선일보는 이를 ‘종북몰이’로 최근에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용수 선생님의 기자회견 이후 윤 의원에 의혹이 집중되자 ‘반미 낙인’에 이어 ‘간첩 낙인’까지 찍는 식입니다.
△ ‘대표적 반미 인사’의 근거가 된 윤미향 당선자의 SNS포스팅(조선일보 기사에서 캡쳐)
조선일보 <만물상/반미파의 ‘미국 선호’>(5/13, 박은호 논설위원)는 “남편은 조총련 관련 단체로부터 돈을 받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그런데 딸은 미국 음대에 유학 보냈다고 한다. 일부 혐의가 나중에 무죄가 되면서 받은 국가 보상금으로 유학비용을 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미 활동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자식을 미국에 유학 보냈다는 얘기를 듣고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고 조롱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을 축 낸 사람은 재일교포 간첩 조작으로 거짓의 탑을 쌓은 군사정권과 거기에 영합한 언론이지 간첩조작의 피해자가 아닙니다. 조선일보에 청산되지 못한 군사정권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한통련, 과연 ‘반국가단체’일까?
조선일보는 ‘일부 혐의가 무죄가 됐다’고만 얼버무리며 그 보상금을 자녀 유학비애 보탠 것까지 문제 삼았는데요. 윤 의원 남편 김삼석 씨가 간첩 조작 피해를 입은 ‘남매간첩단 조작 사건’은 그렇게 제멋대로 이용할 사건이 아닙니다.
김삼석 씨와 김삼석 씨의 여동생은 일본에서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과 접촉해 50만 엔을 받았다는 이유로 1994년 각각 징역 4년, 2년을 선고받았다가, 2014년 재심을 통해 한통련에 군사기밀을 넘겼다는 핵심 혐의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재심 재판부는 당시 안기부 수사관들이 영장 없이 불법 구금하는 등 수사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한통련 의장에게 금품을 수령한 사실만 유죄로 인정돼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이후 윤 의원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조선일보는 재심 결과가 ‘일부 유죄’라는 이유로 여전히 김삼석 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건의 중요한 맥락을 무시한 겁니다.
우선, 한통련이 어떤 경위로 ‘반국가단체’로 지정되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군사정권 시절, 해외의 한인단체는 안기부 간첩 조작의 단골 메뉴였습니다. 특히 재일교포와 재독교포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한통련의 전신인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도 이러한 과정을 겪었습니다. 1975년 안기부는 ‘재일교포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을 일으킵니다. 이 사건으로 재일동포 유학생과 청년 총 21명이 간첩으로 몰렸습니다. 한민통이 반국가단체로 지정된 것은 이 사건과 이어진 일명 ‘김정사 사건’ 때문입니다. 재일교포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은 2011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한민통을 반국가단체로 지정한 근거가 되었던 ‘김정사 사건’도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았던 ‘반국가단체 수괴 혐의’의 ‘반국가단체’도 한민통을 말하는 것입니다.
김삼석 씨는 2014년 재심을 청구하며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에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1974년 안기부는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을 일으켰는데, 김삼석 씨가 간첩 혐의를 받은 이유가 ‘울릉도 간첩단 총책’인 이좌영·권용부 씨를 만났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좌영·권용부 씨는 2015년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김삼석 씨가 일부 유죄를 받은 것은 위와 같이 수많은 한민통 관련 재일교포 간첩조작 사건들이 무죄로 최종 판명나는 와중에도 한민통이 ‘반국가단체’라는 군부독재 시절 법원의 판단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류경식당 집단탈북’까지 ‘윤미향 의혹’에 이용한 조선일보
SNS 글 하나를 과장하고 역사를 은폐해 ‘반미‧종북 프레임’을 씌운 조선일보는 다른 방식으로도 ‘간첩 낙인’을 찍으려 시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5월 21일 1면 <단독/“윤미향 부부, 위안부 쉼터서 탈북자 월북 회유”>(5/21, 박상현 기자)를 통해 이번엔 ‘정대협이 국정원 기획탈북 의혹 당사자인 류경식당 종업원에게 재월북을 종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기사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대대적으로 발표한 ‘류경식당 북한 종업원 집단 탈북’ 당시 류경식당 지배인이었던 허강일 씨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했습니다. 허 씨가 “정대협과 민변 관계자들이 2018년 서울 마포와 경기도 안성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로 나와 류경식당 출신 탈북 종업원 일부를 초청해 북한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그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자 후원 명분으로 돈을 줬다”, “민변과 정대협 관계자들은 '전원이 한국으로 간다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탈출했다고 공개 기자회견에서 말하라'고 종용했다”, “목숨 걸고 탈북한 사람한테 '탈북은 죄'라고 말하는 걸 듣고 기가 막혔다” 등의 주장을 했다는 겁니다. 허 씨 발언을 인용하고 허 씨가 제공했다는 민변 장경욱 변호사와의 메신저 대화, 돈을 받았다는 계좌 내역, 안성 위안부 쉼터에서의 사진 외에 다른 근거는 없습니다.
이미 결론 난 ‘국정원 기획탈북’ 뒤집어 ‘종북’ 몰이
결국 조선일보가 이 보도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윤미향 부부와 정대협이 위안부 피해자 앞세워 만든 쉼터에서 탈북자를 만나 다시 북한으로 가라고 종용했다’는 겁니다. 역시 ‘종북 낙인’이죠. 2016년 집단 탈북 사건이 국정원의 기획 탈북이라는 사실, 당시 국정원에 협조해 종업원 집단 탈북을 주도한 사람이 허강일 씨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기사는 더욱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심지어 허강일 씨는 윤미향 의원 부부와 만났다는 시점 이전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의 기획 탈북을 인정하며 처벌받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스스로 말한 바 있습니다.
연합뉴스 <집단탈북 지배인 허강일 "국정원, 동남아에 식당차려준다 회유">(2018/7/15)에서 허 씨는 “원래 나는 국가정보원의 협력자였고 정보도 가져다줬다”, “그 사람들(국정원)이 나보고 종업원들 데리고 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한 후 동남아시아에 국정원 아지트로 쓸 수 있는 식당을 하나 차려줄 테니 거기서 종업원들과 같이 식당을 운영하라고 꼬셨다”, “종업원들을 데리고 한국에 오지 않으면 내가 그동안 국정원에 협력했던 사실을 북한 대사관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여종업원의) 대다수가 동남아에 가서 식당을 영업하는 줄 알고 따라왔다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서야 (한국으로 가는 줄) 알았다”, “나는 북한으로 가서 처벌받더라도 고향에 돌아가겠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이 나를 철저하게 이용하고 버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가 허 씨와 윤미향 의원 부부가 만났다고 한 시점은 2018년 10월입니다. 그에 앞서 3개월 전에 허 씨는 이미 ‘전원이 한국으로 간다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탈출했다’고 인정하며 ‘처벌받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조선일보 보도에서는 그걸 마치 정대협이나 윤 의원 부부, 민변이 종용한 것처럼 말한 겁니다. 이렇게 보도의 핵심 근거이자 취재원이 말을 바꿨다면 당연히 검증을 거쳐야 했으나 조선일보 기사는 무차별적으로 의혹 기사를 낸 겁니다.
강하게 반박한 민변, 타 매체도 ‘보도 의도 의심’
장경욱 변호사와 민변 측에서도 조선일보 보도를 반박하며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미디어오늘 <조선일보의 ‘교묘한’ 윤미향 월북 회유 보도의 ‘진실’>(5/26)에 따르면 마포 쉼터에서 허 씨를 함께 만났다던 박승렬 NCCK소속 목사는 “누구도 (월북 여부에 대해)묻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허강일 씨가 장경욱 변호사가 보내 온 돈에 대해 “도와줘서 감사하다”, “손해배상 받으면 돌려주겠다”고 하는 등의 텔레그램 메시지도 공개됐습니다. 민변은 입장문을 통해 2016년 4월 발생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이 “국가기관의 위법한 권력남용과 이로 인한 중대한 개인의 인권침해”이기 때문에, TF를 구성해 “정보공개청구소송, 접견거부처분 취소소송,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국정원 관련자 등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하고 국제사회에도 이를 알리는 노력”했으며, 2018년 11월 17일 허 씨의 요청으로 윤 의원 부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류경식당 탈북 종업원들이 생활고를 호소하여 “김삼석씨(2회)와 양심수후원회의 다른 회원 한명(3회)이 개인계좌를 통해 장경욱 변호사에게 후원금을 송금해주었고, 이를 장변호사가 허강일, 종업원들에게 송금하여준 것이 전부”라며 허 씨가 주장한 ‘재월북 권유 거절하자 준 돈’의 내막도 반박했습니다. 민변이나 정대협과 그 후원금은 무관하다는 겁니다.
한국일보 또한 <사설/‘정의연 의혹’ 틈탄 역사 왜곡 개탄스럽다>(5/25)에서 “일부 언론은 종북몰이까지 하고 있다”며 “언론이 인용한 탈북자 허강일씨는 당시 국정원과 기획탈북을 협의했음을 인정한 인물이다. 일부 탈북자는 한국행을 몰랐던 것도 유엔 조사로 드러났다. 보도의 사실 여부와 의도가 의심스러운 이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의 무차별적 ‘간첩 낙인’
위안부 문제 해결이 달린 문제를 ‘종북 프레임’에 악용하는 조선일보 보도 사례는 또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정대협 ‘유럽평화기행’서 친북교육>(5/22, 표태준·안영 기자)에서 “정대협이 ‘유럽평화기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참가 학생들이 유럽 현지에서 북한 간첩을 만나도록 하고 친북·반미 교육을 했다”는 익명의 ‘프로그램 참석자’ 주장을 인용 보도했습니다. 요지는 “그간 정대협과 희망나비가 공개한 다수의 '유럽평화기행' 관련 사진에는 베누아 케네데(Benoit Quennedey)라는 프랑스 인사가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프랑스 공무원 출신인 케네데는 그러나 2018년 11월 프랑스 기밀을 북한에 넘긴 혐의로 체포됐고 현재 국가 반역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즉 간첩이라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정작 그 ‘유럽평화기행’ 프로그램이 어떤 구성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은 채, 기사 대부분을 ‘브누아 케네데(Benoit Quennedey)’나 조덕원 코리아연대 대표 등 ‘친북 인사’를 만났다는 내용으로 채웠습니다. 이에 정의연은 조선일보가 지목한 2014년 6월 19일 ~ 28일 간의 시기에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캠페인 일정표를 공개하며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친북교육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히며, 추후 동일한 내용의 허위기사에 대해서는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북한 간첩’이라는 ‘브누아 케네데’, 기소 여부도 확인 안 돼
정대협이 유럽 평화 기행에서 ‘북한 간첩’을 만나게 했다는 조선일보 주장의 핵심 근거인 ‘프랑스 간첩 케네데’ 관련 사실관계도 짚어봐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프랑스 공무원 출신인 케네데는 2018년 11월 프랑스 기밀을 북한에 넘긴 혐의로 체포됐고 현재 국가 반역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썼는데, 다음 날 보도된 사진기사 <파리 수요집회서…윤미향, 북에 핵개발 정보 넘긴 프랑스인 접촉>(5/23)에는 묘하게 설명을 바꿨습니다. “프랑스 정보 당국에 체포돼 며칠간 조사를 받고 풀려났으며, 프랑스 수사 당국은 그를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할지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 하루 사이 달라진 조선일보의 브누아 케네데 씨 관련 서술(위 : 5/22기사, 아래 5/23기사)
브누아 케네데 씨는 좌파 성향 지한파 프랑스인으로, 2018년 11월 말 북한에 ‘민감한 정보’를 넘긴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되어 지금까지도 ‘북한 간첩’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도 그의 ‘간첩 혐의’가 확정되었는지 밝히지 않았고 외신에도 이 사건 관련 후속 보도가 없습니다. 고위 공무원이 북한에 정보를 넘겼다는 것은 프랑스에서도 심각한 사안일 텐데, 조선일보 스스로 밝혔듯 1년 반이 지나도록 기소할지조차 결론이 나지 않았던 겁니다.
사실관계보다 앞선 ‘간첩 프레임’, 이대로 괜찮을까
같은 취지의 보도를 한 조선일보 자매사 월간조선 <단독/윤미향, 2013년 정대협 상임대표 당시 프랑스서 北 간첩 활동한 베누아 케네데와 함께 수요집회>(5/20) 역시 “DGSI(프랑스 국내안보총국)는 그를 체포하기 직전 상원에 있는 그의 사무실과 파리 시내 자택은 물론이고, 지방에 있는 그의 부모 집까지 샅샅이 압수 수색했다” 등 케네데의 체포 당시 상황만 전했을 뿐 이후 경위는 누락했고, 심지어 “케네데씨가 정대협이 마련한 위안부 관련 행사나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또 당시 윤 당선인이 케네데씨가 친북 인사인지 몰랐을 수도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결론은 “윤 당선인과 정대협 관계자들이 간첩 사건에 연루되는 등 대표적인 좌파활동가로 활동한 이력이 있고, 케네데 또한 북한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는 것을 고려 하면 그냥 넘길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사실관계보다 ‘간첩 프레임’이 앞선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는 큰 우려를 낳습니다. 과거 군사정권이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모는 방식과 유사한 논리 구조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자세한 진상을 알기 어려운 먼 타국의 한 사람을 ‘간첩’으로 일단 규정한 후, 그 사람을 만난 우리 국민, 즉 윤미향 의원을 별 근거도 없이 덩달아 ‘간첩’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해외 인사와의 접촉을 간첩 조작 사건의 주요 시나리오로 이용했던 군사정권 역시 그런 방식을 썼던 겁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3/30~5/29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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