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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협박취재·검언유착 조사 56일간 뭐했나증거인멸, 부실조사, 꼬리자르기 ‘진상은폐보고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였다. 채널A가 협박취재와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진 지 56일 만에 자체 진상조사보고서를 발표했으나 한마디로 ‘진상은폐보고서’였다. 5월 25일 홈페이지에 올린 53쪽짜리 ‘신라젠사건 정관계로비 의혹 취재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는 검언유착 의혹을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했고, 윗선 개입이 없었다고 발뺌하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에 그쳤다.
먼저 조사위원회는 사건 관계자들의 광범위한 증거인멸로 주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 당사자인 이동재 기자는 조사 직전 휴대전화 2대를 초기화하고 노트북PC 1대를 포맷해 데이터가 삭제돼 있었으며, 카카오톡 계정도 삭제했다. 이 기자는 허위로 휴대전화 분실신고를 접수하고, 잃어버렸다고 허위보고를 하기도 했다. 휴대전화 수신기록은 통신회사에서 제공하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증거인멸은 이 기자가 취재 착수 이후 이철 대표에게 편지를 발송하고, 제보자와 통화 및 만남 과정을 사전·사후 보고한 사회부 홍성규 부장과 배혜림 차장 선에서도 이뤄졌다. 홍 부장과 배 차장은 조사 직전 이 기자와 나눈 4월 1일 이전 카카오톡 대화를 삭제했고, 일부 카카오톡 보이스톡 통화기록도 삭제한 상태였다. 두 사람의 휴대전화 수신기록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이 기자에게 취재에 착수하라고 상급자가 지시한 사실은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조사위원회는 “녹음파일 등 핵심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외부 전문업체 포렌식을 통해서도 복원되지 않아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러고도 무슨 조사를 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도국 여러 명이 핵심자료를 은폐하고 폐기한 것은 조사를 방해한 행위로써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추가조사 없이 기자 개인의 취재윤리 위반으로 결론 내린 것부터 부실한 조사임을 보여준다.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진 데는 채널A의 책임이 가장 크다. 조사위원회는 이 기자가 제보자에게 들려준 ‘검찰관계자A’와의 대화 녹음파일을 삭제한 경위에 대해 “어느 누구도 A 목소리를 들어보자고 한 사람이 1주일(3월23일~3월31일) 동안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채널A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취재중단을 지시한 시점은 3월 23일이다. 당시 채널A는 향후 진상규명을 위해 취재과정의 핵심증거부터 확보해야 했지만, 어떤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회사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며 상부 지시가 아닌 기자의 ‘자발적 취재’였다는 채널A 주장과 달리 법조팀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흔적도 드러났다. 이 기자는 2월 6일 법조팀 후배 백승우 기자와 함께 등기부등본에서 확인한 이철 대표 가족 주소지를 비롯한 아파트 4곳을 취재했다. 같은 날 이 기자는 법조팀 후배기자들과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취재결과를 정리해 공유하며 “이철은 유시민 등 여권 인사와 친분이 깊어. 목표는 ‘징역 12년은 재기불능, 당신은 정권의 희생양’이라는 식으로 일가족을 설득해 유시민 등 정치인들에게 뿌린 돈과 장부를 받는 것”이라고 썼다. 협박취재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난 글이 법조팀 기자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공유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채널A 자체 진상조사의 한계는 조사위원회 구성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조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필수인 외부 조사위원은 사후 검증과정에만 참여했다. 더욱이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은 인물이 윗선 개입 의혹으로 조사대상에 오른 김차수 대표라는 사실은 애초부터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없는 조건에서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발했음을 뜻한다. 김차수·김재호 대표는 각각 1차례의 진술조사를 받았다. 조사위원장에 대한 조사위원회의 조사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로 신빙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 2020년 5월 21일(목) 오전 11시 30분 241개 언론시민단체로 방송독립시민행동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채널A 협박취재 및 검언유착 의혹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채널A가 ‘녹음파일 없다’고 알려준 검찰관계자 실명 밝혀라
조사위원회는 검언유착 의혹을 규명할 단서나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동재 기자는 특정 검사장과의 통화내용인 것처럼 제보자에게 읽어준 녹취록은 “100% 거짓”이자 “법조출입 6개월 하면 5분이면 만드는 창작”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녹음파일에 대해서도 1‧2차 조사에서는 “해당 검사장과의 통화가 맞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번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황이 여럿 발견된다. 이 기자가 검찰관계자와 통화를 녹음해 들려줄 수 있다고 제보자에게 제안한 것 역시 검찰관계자와 사전에 논의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제보자와 만나는 과정에 대해 검찰관계자와 대화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여지를 두었다. “이 기자의 초기 진술과 후배 백 기자와의 통화 녹음파일 등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는 단서와 함께 “노트북과 휴대폰 외 다른 장소에 보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가 3월 10일 백 기자와 나눈 통화내용에도 현직 검사장으로 지목된 ‘검찰관계자A’ 별칭이 등장한다. 이 기자는 법조팀원 모두가 ‘검찰관계자A’로 알고 있는 별칭을 언급하면서 “굉장히 적극적”이라며 “일단 만나서 검찰을 팔아야지 뭐 윤의 최측근이 했다 이 정도는 내가 팔아도 되지 (검찰관계자A가) 그렇게 얘기했으니깐. 손을 써줄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검찰관계자A’와 3월 18일, 20일, 22일 세 차례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채널A가 사건 직후 검찰에 연락하면서도 ‘검찰관계자A’를 특정하여 밝히지 않으려는 일련의 과정도 검언유착 의혹을 보여주는 또 다른 경위임이 분명하다. 사회부 배혜림 차장은 취재중단 지시가 내려진 3월 23일 ‘검찰관계자A’에게 직접 녹음파일이 없다고 전했다. 김정훈 보도본부장이 홍성규 부장에게 ‘A’에게도 알려주라고 지시하고, 배 차장이 A와의 카카오톡 보이스톡 통화에서 “녹음파일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채널A가 녹음파일 당사자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힌 것처럼 보도가 나오자 정용관 부본부장은 대검찰청 대변인에게 전화해 “진상조사 중이라 통화 상대방인 특정 검사장인지 아닌지 말할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검찰관계자A’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다던 채널A는 그럼 유령에게 전화를 걸었단 말인가. 이쯤되면 이동재 기자가 통화한 ‘검찰관계자A’는 명백하게 특정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는 취재윤리 위반은 시인하면서 정작 사건의 본질인 윗선개입 여부는 꼬리 자르고, 검언유착 의혹에는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 잘못을 성찰하고 바로잡을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제 공은 검찰로 다시 넘어갔다. 검찰은 ‘셀프수사’라는 국민의 불신을 씻기 위해서라도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드러난 증거인멸, 윗선개입, ‘검찰관계자A’ 특정과 유착 실체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번 보고서에서 드러난 새로운 의혹과 관련해 필요하면 추가 고발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20년 5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