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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 보도, 언론은 혐오의 온상인가국민일보의 <단독/이태원 유명 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5/7, 유영대 기자) 보도 이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보도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국민일보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전체 인터넷 뉴스를 대상으로 관련보도를 점검했습니다. 5월 7일부터 5월 11일까지 네이버에 ‘게이클럽’, ‘동성애’, ‘게이’, ‘블랙수면방’, ‘찜방’ 키워드를 넣으면 총 1,174건의 기사가 집계됩니다. 4일간 코로나19 방역과 연관 없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부추기는 보도들이 1천 건이 넘게 나왔다는 뜻입니다.
국민일보 단독 이후 쏟아진 ‘게이클럽’ 보도들
그중에서 MBN <용인 확진자 방문 이태원 게이클럽에 500여명 있었다>(5/7, 온라인뉴스팀), 한국경제 <코로나19 확진자 이태원 게이클럽 방문...당일 500여명 다녀가>(5/7, 김명일 기자), 뉴스1 <신규확진 4명, 나흘만에 지역서 발생…“용인 20대 남, 게이클럽 방문”>(5/7, 이영성,음상준,김태환,이형진 기자), 매일경제 <용인 확진자 20대 남성, 연휴 동안 이태원 게이클럽 방문...감염 확산 우려>(5/7, 홍연우 기자), 이데일리 <용인 코로나19 확진자, 이태원 게이클럽 방문...“명부 확보”>(5/7, 박지혜 기자), 아주경제 <‘방문자만 2000명’ 이태원 게이클럽에 확진자 다녀가>(5/7, 이소라 기자) 등의 많은 보도가 제목에 ‘게이클럽’을 부각했습니다.
어떤 클럽인지 자세히 소개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우먼조선은 <용인 확진자 다녀간 이태원 '킹클럽'은 어떤 곳?>(5/7, 장가현 기자)에서 해당 클럽이 “성소수자들이 다니는 게이클럽으로 잘 알려진 곳”이라며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곳의 특성상 여성 손님에게는 박하다”라거나 “여자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용인 확진자 방문 이태원 게이 클럽...“남자들, 줄 서 있었다”>(5/7, 김소연 기자)에서 “A클럽은 이태원의 여러 게이클럽 중에서도 규모나 인지도에서 손꼽히는 곳으로 알려졌다. A클럽의 공지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중에도 이태원에 가면 남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평소에도 인기 있던 게이클럽 아니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는 네티즌의 반응을 제목으로까지 뽑은 셈입니다.
한국경제는 또 다른 보도 <호기심에? 킹클럽·트렁크·퀸…게이클럽 골라 간 용인 확진자>(5/8, 김소연 기자)에서 ‘게이클럽 골라 간 용인 확진자’라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기사 내용에서도 호기심에 클럽을 찾았다는 취지의 확진자의 페이스북 글을 소개한 뒤, “하지만 당초 A씨가 밝힌 것보다 많은 게이 클럽, 게이 바를 방문한 사실이 역학조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해명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확진자가 연휴 기간에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어긴 것은 문제이지만, 그가 다녀간 동선에 ‘게이’라는 키워드를 거듭 부각하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이며, 비합리적인 태도입니다.
뉴스앤조이 칼럼 <편집국에서/<국민일보>에도 좋은 기자가 있을 텐데>(5/12, 구권효 편집국장)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한 원인은 밀집된 공간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 사람들의 성적 지향 때문이 아니다. 동성애자가 자주 드나드는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에 동성애자를 욕할 것이라면, 이성애자가 자주 드나드는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이성애자를 욕할 것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랙수면방·찜방, 불필요한 정보뿐
이태원에 이어 강남구청의 ‘블랙수면방 방문자 검체검사 필수’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자 언론들은 ‘게이클럽’보다 한층 선정적인 보도를 내놨습니다.
국민일보는 <“결국 터졌다”... 동성애자 제일 우려하던 ‘찜방’서 확진자 나와>(5/9, 백상현 기자)에서 “남성 간 성행위자들이 집단 난교를 벌이는 찜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환자가 나왔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뚱보·아저씨 금지"…그들만의 찜방 '블랙수면방' 어떤곳?>(5/9, 김지산 기자)에서 “블랙수면방은 남성 동성연애자들이 성적 요구를 해소하기 위한 장소로 알려졌다. 남성 성 소수자들 커뮤니티에서 인기가 높고 주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전해진다”라고 썼습니다.
뉴스1 <“45세 이상 뚱보 오지 말라”…'찜방' 블랙수면방 주말엔 바글바글>(5/10, 김학진 기자), 서울신문 <“뚱보 출입금지” 블랙수면방 ‘찜방’의 실체>(5/10, 이보희 기자), 세계일보 <“뚱뚱하신분 출입금지”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들이 드나든 블랙수면방>(5/10, 양다훈 기자) 등에서 블랙수면방의 ‘정체’를 밝히는데 집중했습니다.
MBN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MBN 저녁종합뉴스 <‘블랙수면방’ 다녀간 이태원발 확진자...5일간 방역 ‘구멍’>(5/10, 심가현 기자)에서는 “이름은 수면방이지만, 이곳은 밀폐된 공간 안에서 방문자 간 밀접 접촉이 오가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라며 젊은 남자들이 다니는 곳이라고 말하는 인터뷰를 함께 실었습니다.
5년 전 취재 내용까지 동원한 머니투데이, 나쁜 기사의 표본
블랙수면방에 대한 보도 중 가장 부적절한 보도는 머니투데이의 <커튼만 쳐진 컴컴한 방, 5년전 차마 못쓴 블랙수면방 취재기>(5/12, 이동우,김사무엘 기자)입니다. 머니투데이는 “2015년에 ‘블랙수면방’을 취재하고도 워낙 자극적이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기사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에 찜방의 실상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뒤늦게 기사로 옮긴다”면서 해당 기사를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보도는 그야말로 자극적이며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내용으로 가득했습니다. 보도는 “각 방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사람이 있는지 직접 커튼을 젖혀 확인해야 했다. 안을 들여다보니 몇몇 방에서는 이미 민망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아 주변 곳곳에선 입을 맞추는 소리와 신음이 적나라하게 들려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성소수자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성적 접촉이 이뤄지는 등 위생 측면에서 감염 우려를 키웠다는 지적이다”라며 노골적으로 성소수자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사는 무려 시차가 5년이나 나는 이전에 탐방한 기사지만, daum 카카오 포털에서 ‘많이 본 뉴스’와 ‘열독률 높은 뉴스’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다음뉴스에서 1위를 차지한 머니투데이 문제적 보도(5/12)
한국기자협회는 <이태원클럽 확진자 보도 관련, 한국기자협회 호소문 발표>(5/12, 김달아 기자)에서 감염병 보도준칙을 지켜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일부 언론의 이런 보도 행태 이후 SNS상에서는 이태원 클럽 확진자와 접촉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실명과 얼굴 사진 등이 담긴 글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심적으로 위축된 확진자와 접촉자들이 음지로 숨어 방역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머니투데이 스스로 우려했던 것처럼 5년 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확산할 만한 기사였다면, 현재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지금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차별이 더 가중될 위기에 처해 있기에 더욱 내놓지 말아야 할 보도였습니다. 머니투데이는 해당 보도는 클릭 수를 높이려는 보도일 뿐 그 어떤 공익도 없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만을 부추기는 문제적 보도입니다.
낚시성 황당 제목, 홍석천 씨에게 튄 불똥 기사화한 것도 부적절
더 황당한 것은 이 와중에 어뷰징을 노리는 낚시성 보도제목입니다. 국민일보 <‘술판→킹클럽→트렁크→퀸→?’ 마지막 클럽 공개안한 이유?>(5/8, 송혜수 기자)는 제목만 봐서는 엄청 의미심장한 이유로‘ 마지막 클럽’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그러나 실제 보도내용에서는 질병관리본부 등이 발표한 확진자의 동선을 매우 자세히 설명하다가 “그는 오전 1시40분부터 10분간 또 다른 클럽에 갔으나 방역 당국은 이 클럽의 이름을 즉각 공개하지 않고 접촉자가 있는지를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라고만 기술하고 있습니다.
위키트리는 <“망했네” 이태원 클럽 다녀온 코로나 환자 ‘이곳’까지 다녀왔다>(5/7, 심수현 기자)라는 제목으로 확진자 동선을 공개했고, 인터넷 언론 스마트에프엔은 <용인시 코로나 확진자, “동선이 기가 막혀”>(5/7, 이경선 기자)라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이들 보도 모두 그저 동선을 전하는 보도였지만, 클릭을 유도하는 거창한 제목을 붙인 것입니다.
한편, 일부 네티즌들이 커밍아웃을 한 바 있는 홍석천 씨의 SNS에 혐오성 댓글을 달았다는 점을 전하는 기사들도 문제입니다. 스포츠경향은 <“이태원 클럽 사태에서는 왜 조용하신가요” 홍석천 향해 쏟아진 엉뚱한 목청>(5/11, 이선명 기자)에서 “홍석천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현재 그를 향한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늘어나면서 성 소수자를 향한 불편한 시선이 거세진 영향이다”라고 썼습니다. 세계일보 계열사인 스포츠월드는 <‘이태원 클럽사태’로 홍석천에 불똥튀어 “종교에는 공격적...이번은 너무 조용”>(5/11, 정은희 기자)에서 “네티즌들은 ‘종교 시설에 관련 없는 곳은 자제해달라고 하더니 게이 클럽에는 왜 말이 없느냐. 당신도 자주 가는 곳이지 않느냐. 종교 시설에는 공개적으로 공격적으로 표현하더니 이번 게이 클럽 사태에도 한마디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표현한 네티즌의 반응을 옮겼습니다. 두 언론사 모두 네티즌들의 요구에 대해서 ‘엉뚱한’ 것이라 표현했지만, 굳이 이런 네티즌의 움직임을 기사화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와 같은 기사는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낳고 비생산적인 담론을 확산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 아닐까요?
언론, 진정으로 반성하고 변화해야 할 때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보도들이 확산되자 이를 비판하는 사회적 담론이 등장했습니다. 언론도 이를 의식한 듯 보였습니다. 몇 시간 전까지 혐오 기사를 마음껏 양산하다가, 갑자기 ‘성 소수자 아우팅 우려’, ‘혐오는 지양해야’라며 얼굴을 바꿔버린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머니S가 있습니다. 머니S는 오전 8시 <용인 확진자, 이태원 게이클럽 다녀와…500여명 어쩌나>(5/7, 정소영 기자)에서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2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게이클럽에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썼습니다. 또 당일 11시경에는 <신규확진 4명인데…이태원 게이클럽 ‘1명’에 또?>(5/7, 정소영 기자)에서 확진자가 게이클럽에 다녀왔다고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그리고는 오후 2시에 <게이클럽 강조 ‘그만’…용인 확진자 보도 ‘아웃팅’ 논란>(5/7, 정소영 기자)에서 게이클럽이라고 명시한 보도들을 비판했습니다. 해당 보도는 연합뉴스 <‘이태원 집단감염’에 커지는 성소수자 혐오...“방역에 도움 안돼”>(5/10, 김철선 기자)를 받아 쓴 기사입니다. 마치 몇 시간 전 자사의 보도를 비판한 것과 같은 대목입니다. 하지만 해당 기사를 쓰면서 게이클럽이라고 명시한 기사에 대한 수정이나 사과는 없었습니다. 단순히 기사를 받아쓰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머니투데이 역시 연합뉴스 보도를 받아 써 <‘이태원 클럽 방문’ 용인 66번 확진자, ‘아웃팅’ 논란>(5/7, 임지우 기자) 기사를 냈지만, 이후 블랙수면방과 게이클럽에 집중하는 기사들을 여러 건 보도했습니다. 서울신문도 <“뚱보 출입금지” 블랙수면방 ‘찜방’에 실체>(5/10, 이보희 기자)와 같은 기사를 쓰고 난 다음날 <“동선보다 ‘아우팅’에 관심...성소수자 혐오로 번지면 안 돼”>(5/11, 이근아 기자)에서 “문제는 이러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분위기가 정작 방역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썼습니다.
물론 언론이 비판적 여론을 무시하지 않고 기사화하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유체이탈 보도’는 의미가 없습니다. 확진자의 사생활을 근거 없이 추측하고 침해한 것이 진심으로 비판받을 만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면, 확진자 및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자성하고 구체적인 변화의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 모니터 대상 : 5/7~5/11 이태원 클럽과 관련된 전체 기사(온라인 뉴스 포함, 네이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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