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코로나19 임상정보를 정부가 틀어쥐고 있다는 가세연의 억지주장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이하 총감연)는 소위 시사 유튜브에서 나오는 정보들 중 별도의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경우 각 언론사에 팩트체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코로나19 임상정보를 정부가 독점‧통제하며 중앙임상위원회 등 소수에게만 공개해 자기들끼리만 보고 있다’는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의 주장에 대해 팩트체크를 요청했는데요. YTN과 뉴스톱이 팩트체크 보도를 냈고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역시 사실관계를 확인해주셨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세연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코로나19 임상정보를 정부가 틀어쥐고 있다는 가세연
가세연 <간결한 출근길/총선을 위해 검진량을 줄인 이상한 나라!!>(3/24)는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이하 중앙임상위)에서만 코로나19 관련 임상정보가 공유되는데, 정작 대한민국의 수많은 의사들에게 이 임상정보가 공개되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간결 : 전문가 집단이랑 정치권이랑 정권이랑 잘 소통이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례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사실은 그거보다 이 정부가 투명하냐 안 하냐를 얘기할 때 우리가 주요하게 얘기할 수 있는 포인트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 이거 아셨나요? 이거 아셨나요? 지금 이 정권이요. 임상정보를 공유를 안 해요. 임상정보를 정부가 틀어쥐고, 전문가들한테도 알리질 않습니다. 중환자에 대해서 어떤 진료를 하고 있는지, 그러니까 그런 거예요. 지금 이 사람들이 의사들인데, 소수의, 그 이너서클 안에 있는 사람들만 그 정보에 접근하고 거기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하고, 가령 임상TF에서는, 중앙임상위원회에서는 그 내용을 보고 있죠. 그래서 어떤 약물을 가지고 어떤 치료를 할지 이런 거에 대한 지침도 만들기도 하고 해요. 근데 그런 소수한테만 지금 (임상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정작 대한민국의 다른 수많은 의사들은 전혀 그 내용을 들여다보지 못해요.
△ 코로나19 임상정보를 정부가 틀어쥐고 있다는 <가로세로연구소>(3/24)
요약하자면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임상정보를 독점‧통제하여 의사들도 못 보게 하고, 중앙임상상임위와 같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공개하고 있다는 겁니다. 가세연은 이런 주장을 하면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코로나19 임상정보 공유 및 중환자 진료 전략 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전한 TV조선 <의협 “코로나19 임상정보 공유·중환자 진료 수립” 정부에 촉구>(3/20 인터넷판)를 보여줬습니다. 당시 의협은 “국내 확진자가 9천 명에 육박하는데도 중국 연구결과와 외국 유명학술지를 통해 정보를 얻을 만큼 임상정보가 공유되고 있지 않다”, “의협 차원에서 국내 환자 정보를 정리해 의사들에게 제공하려 해도 데이터가 없어 분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대응 민관협력을 강화하면서 환자 임상정보 연구와 공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세연에서 출연자 간결 씨는 의협을 그대로 인용하는 동시에 과장하며 “(코로나19 관련) 임상정보를 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정작 대한민국의 다른 수많은 의사들은 전혀 그 내용(코로나19 관련 임상정보)을 들여다보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의협이라는 전문가 조직이 기자회견을 열어서 발표한 것인 만큼 이를 보도한 언론사들이나 유튜브 게시물들도 나름 자신에 차있었는데요. 과연 이 내용이 사실일까요?
1. 정부가 코로나19 임상정보를 틀어쥐고 공유를 안 한다?
가세연과 의협 주장의 핵심은 코로나19 임상정보를 정부가 독점한 채 의료 전문가들에게도 공유를 안 한다는 겁니다. 이것부터 사실과 다릅니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의 경우 이런 주장에 대해 “안타깝긴 하지만 (정부가) 틀어쥘 만한 정보 자체가 애초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그야말로 ‘폭증’하면서 방역‧검사‧치료만으로도 인력 등 자원이 모자라 일선 현장에서는 임상정보를 입력할 여력조차 없다는 겁니다.
뉴스톱 <팩트체크/코로나19 임상정보, 정부가 공개 막았다?>(4/2 선정수 팩트체커)도 비슷한 입장인데요. “현 시점에서 임상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대구 경북 지역 의료진의 과부하”로 봤고요. “환자 치료에도 버거운 현 상황에서 임상정보 전산 입력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평했습니다.
YTN <팩트체크/정부가 ‘임상정보’ 틀어쥐고 안 준다?>(4/2 김대겸 기자)는 3월 23일 중앙임상위 기자회견에서 “물리적으로 (정보 수집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졌고 그렇다 보니 중앙임상위원회 자체도 데이터에 목말라 하고 있다”고 호소한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임상정보 관리 체계에서 나온 것이기도 했습니다. YTN은 임상정보가 모이는 과정에 대해 “일선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면 나이와 신체조건, 기저 질환 등의 임상정보를 남기는데, 문제는 병원마다 기록하는 시스템이 다르다는 것”, “병원별로 흩어진 임상정보를 취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통합 시스템이 이미 마련돼 있긴 하지만, 별도로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 “의무 사항도 아니어서, 일선 병원이 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현장의 의사들이 임상정보를 입력하고 이것이 정부 차원의 통합 시스템으로 취합돼 데이터로 구축되는데, 일선 의료진에게는 검사와 치료에 전념해야 하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보니, 임상정보 입력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겁니다.
△ <가로세로연구소>의 주장 팩트체크한 YTN(4/2)
현실적 한계로 임상정보 공개 어려워, 해결책 시급
한마디로 지금은 임상정보를 입력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의료현장의 현실이며, 이로 인해 임상정보 공유가 정체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팩트체크를 한 YTN‧뉴스톱‧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모두 이 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YTN은 “일선 병원의 임상정보가 모이지 않다 보니 (중앙임상위에) 수집된 환자 사례는 9백여 건에 불과”하다고 짚었고, 뉴스톱은 “코로나19의 국내 임상정보는 거의 공유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 경북 등 대규모 임상 사례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전하며 “코로나19 임상정보 연구 및 공유 체계를 구축하고, 중환자 진료체계를 강화할 것”을 촉구한 의협 제안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YTN에 따르면 의협이 주장한 것처럼 전문가들의 임상정보 공개 및 공유 요청에 정부가 답을 주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YTN은 “3월 3일, 17일 의협이 보건복지부에 (임상정보) 공유를 요청한 건 사실”이지만 “보건복지부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어렵다며 임상위원회를 통해 환자 정보 공유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확인했습니다.
2. ‘이너서클’만 본다? 중앙임상위는 정부‧방역당국과 별개로 움직이는 조직
가세연의 주장 중 하나 더 검증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가 소수에게만, 특히 ‘이너서클’인 중앙임상위에게만 정보를 공유해 ‘자기들끼리만 정보를 보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것도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일단 중앙임상위는 정부의 ‘이너서클’이 아닙니다. 임상 전문의나 감염병 전문의들로 구성된 완전히 별개의 조직입니다. 뉴스톱은 “중앙임상위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한 임시기구였던 중앙임상TF를 발전시킨 조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현장 임상의사들의 네트워크”, “모든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운영 의료기관이 참여”, “질병관리본부 산하의 방역기관이 아니다”라고 확인했죠.
YTN도 비슷합니다. YTN은 “코로나19 임상 경험을 공유하고 치료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임시 기구가 중앙임상위원회”, “감염병을 다루는 의사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는 “공무원 위주로 구성된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일선 병원 등 의료진으로 구성된 (중앙임상)위원회는 자주 회의도 하고 의견을 주고받고는 있으나 일부 사안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기도 하는 등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짚어줬습니다.
3. 해결책도 제시한 뉴스톱‧YTN‧아시아경제, 이게 ‘가짜뉴스’ 해결책이기도
가세연의 허위조작정보와 관계없이, 코로나19 임상정보 데이터를 빠르게 구축하고 전파하는 과제는 국내 사태의 빠른 종식과 재발 방지를 위해 시급합니다. 또 전 세계가 한국 방역 모델과 한국발 정보에 주목하는 만큼 우리 정부와 의료진은 더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고 있기도 합니다. YTN‧뉴스톱‧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는 바로 그 대안에 대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뉴스톱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잠시 접어두자”며 의협의 지적을 살펴봤는데요.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임상정보가 공유돼야 한다”, “임상적 특징에 대해 의협이 최신의 정보를 정리해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일” 등 ‘임상정보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한 의협 입장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정부도 공감하고 있는 바입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3월 31일 브리핑에서 “환자의 임상 데이터 자료가 당장의 방역과 향후 대책에도 매우 중요한 자료”, “이제는 임상 데이터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방안을 강구해보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임상 데이터 확보를 위해 뉴스톱이 내놓은 대안은 “전산 입력에 필요한 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지원 조치”입니다. YTN은 “코로나19 임상정보는 실시간으로 그곳에 모였겠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설립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인 “중앙 감염병 전문 병원 설립”을 촉구했습니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는 “늦게라도 그런 정보를 공유할 플랫폼을 마련해 가동시키겠다고 했으니 이후 조금 나아졌을지, 혹은 앞으로 나아질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 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소위 보수 유튜브들이 허위조작정보를 만드는 주된 방식이 또다시 드러났습니다. 단편적 사실을 중대한 허위로 덮는 겁니다. 가세연은 ‘코로나19 관련 임상정보가 일선 의사들에게 잘 공유되고 있지 않다’는 단편적 사실관계에서 핵심적인 배경, 즉 임상정보를 애초에 모을 수도 없는 급박한 현장 상황을 제거한 채 ‘문재인 정부’를 슬쩍 주요 행위자로 넣은 다음 ‘정부가 코로나19 임상정보를 독점하고 자기들끼리만 본다’는 허위 프레임을 만들었습니다. YTN, 뉴스톱,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와 같은 기성 언론의 노력이 없었다면 정확히 사실에 입각한 정보가 시민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았을 겁니다. 팩트체크를 한 YTN‧뉴스톱‧아시아경제에 고맙습니다.
* 민언련 유튜브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3월 24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간결한 출근길/총선을 위해 검진량을 줄인 이상한 나라!!>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w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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