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4면엔 돈 풀라는 석학 인터뷰 싣고, 5면엔 ‘선심성’이라 비판한 조선(3/30 일간기고쓰)
등록 2020.03.3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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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석학들은 돈 풀라고 하지만 돈 풀면 ‘선심성 대책’?

3월 30일 조선일보 4면에는 ‘세계 경제 석학 긴급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스티븐 로치 교수, 하마다 고이치 교수, 모리스 옵스펠드 교수 등 경영·경제학자 3명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요약하자면, 스티븐 로치 교수는 “중앙은행의 모든 대책은 결국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일인데, 현재 소비와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세계가 하나로 뭉쳐 바이러스 자체를 통제하는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하마다 고이치 교수는 “한국 당국은 쓸 수 있는 모든 금융·재정 정책을 쏟아부어야 한다” 조언했고요. 모리스 옵스펠드 교수는 “거대한 기업부터 구멍가게 주인까지, 전방위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스스로 전한 세계 석학의 조언과 달리 재정적 지원책을 비판했습니다. 5면 기사에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내놓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소개하면서 “근거 없이 효과 안 따지고 역대 최대 돈 선거”, “총선 표심을 겨냥한 ‘선심성 대책’”으로 규정한 겁니다.

바로 앞 지면에서 직접 인터뷰한 ‘세계 석학’들과 조선일보는 생각이 전혀 달랐던 모양입니다. 세계적 감염병 유행 사태에서도,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부는 모든 국가 기능을 정지하고 지원 정책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요? ‘선심성 대책’이 반복되는 게 아니라 ‘선심성 대책’이라는 언론의 무분별한 비판이 반복되는 건 아닌가요? ‘오직 총선’만 바라보며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일삼는 것이 누굽니까?

 

- 조선일보 <“한국, 머뭇거리다간 2008년 일본꼴 난다…기업부터 살려라”>(3/30 https://muz.so/aaFW)

- 조선일보 <근거 없이 효과 안 따지고…역대 최대 돈 선거>(3/30 https://muz.so/aaFX)

 

2. 조국이 부활하고 있다? 과도한 인물 조명은 결국 유권자 손해

열린민주당 비례후보가 SNS에서 조 전 장관을 정암 조광조 선생에 비유했는데요. 이후 조광조 후손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TV조선 주말 메인뉴스를 진행하는 박정훈 앵커는 3월 29일 앵커 논평 코너를 통해 이를 전하며 비판했는데요. 박정훈 앵커는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를 비롯해 10가지가 넘는 혐의로 현재 재판 중입니다. 범죄 여부를 떠나 논란을 일으켜 물러난 사실만으로도 법무부의 역사를 오염시킨 인물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대의를 중시한 개혁가 가 아니라, 소의를 쫓은 소인배가 아니냐는 평가 역시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 조 전 장관이 열린민주당을 통해 부활하고 있습니다”라고 평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총선 후보자도 아닐 뿐 아니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그를 두고 ‘소인배’ 운운하며 제멋대로 난도질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박 앵커는 말미에 “불공정과 반칙, 특권의 그림자가 진영논리를 업고 양지로 소생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옳고 그름을 가리는 우리사회의 기본 기능마저 마비될 거라는 말도 일부에선 나옵니다. 때마침 코로나 탓에 이번 선거는 깜깜이로 치러질 거라니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는 걱정도 늘어놓았습니다. 지금 TV조선 박정훈 앵커처럼 상황을 과장하여 조 전 장관을 부각시키는 것이야말로 총선을 ‘조국 프레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TV조선 말마따나 작금의 선거 상황이 그리 걱정된다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후보 검증보도, 정책 검증보도, 선거제도 보도나 내놓길 간곡히 요청합니다.

 

-TV조선 <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조국 논란과 코로나 선거>(3/29) https://muz.so/aaFA

 

3. 가장 나이 많은 후보를 찾아라

3월 27일 국회의원 후보 등록이 마감되었습니다. 신문들은 28일 국회의원 후보자 통계를 보도하면서 ‘최고령 후보자’에 주목하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신문마다, 심지어는 한 신문 안에서 기사마다 ‘최고령 후보자’가 달랐다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의 차동익(서울 노원을, 80세)후보를 최고령으로 지목한 반면, 동아일보와 한겨레는 무소속 김일윤(경북 경주, 81세)후보라고 했습니다. 가장 혼란스러운 사례는 경향신문입니다. 경향신문은 1면 보도에서는 최고령 후보자가 83세라고 보도했으나, 6면 기사에 실린 통계자료에는 81세라고 나와 있으며, 또 6면의 다른 기사는 최고령 후보자를 국가혁명배당금당의 박준영(서울 종로, 83세) 후보라고 전했습니다.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최고령 후보자는 서울 종로에 출마한 국가혁명배당금당 박준영 후보로 보이는데, ‘최고령 후보자’라는 기본적인 정보조차 신문마다 이렇게 다르다면 독자는 대체 어떤 선거 보도를 믿고 투표해야 하나요?

 

- 조선일보 https://muz.so/aaFP, 동아일보 https://muz.so/aaFQ

- 경향신문 https://muz.so/aaFS(1면), https://muz.so/aaFT(6면), https://muz.so/aaFU(6면)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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