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위성정당 논란을 보는 TV조선의 이중잣대3월 3주 차, 나쁜 선거 보도
1. 위성정당 논란을 보는 TV조선의 이중잣대
TV조선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거슬러 비례용 정당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느닷없이 이 혼란의 책임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지목했습니다. 지난 3월 18일 더불어민주당이 플랫폼 정당 시민을위하여 동참을 선언하며 당명을 ‘더불어시민당’으로 정했는데요. 같은 날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이 합당해 만들어진 민생당은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지 여부를 두고 내부 갈등을 겪었습니다. 정치개혁을 바랐던 시민들의 요구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된 모습입니다.
그러자 TV조선은 <여, 비례 ‘조국 수호’ 정당에 참여>(3/18 김보건 기자)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식을, <민생당, ‘비례연합’ 참여 놓고 몸싸움>(3/18 조덕현 기자)에서 민생당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신동욱 앵커는 앞선 리포트에선 “총선을 코앞에 둔 여야가 모두 비례대표 정당 문제로 아주 시끄럽습니다.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무리하게 도입한 연동형비례대표제 탓에 여야 모두 지독한 이전투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하더니, 민생당 보도에선 “비례정당 대혼란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게 바로 4+1 협의체에 가담했던 군소정당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야 모두 지독한 이전투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인데 그 이유가 ‘무리하게 도입한 연동형비례대표제’이고, ‘4+1 협의체에 가담했던 군소정당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선거 공학적 목표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선거제 개혁의 기본 정신을 무시하는 것은 각 정당들이지 바뀐 선거제가 아닙니다. 선거제가 선거제 꼼수의 원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TV조선이 리포트에서 전한 각 정당의 혼란과 ‘이전투구’를 제대로 비판하고자 했다면 민주주의 확대라는 취지에 역행하는 정당들의 행태에 더욱 초점을 맞췄어야 합니다. 이번 총선부터 실시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민심과 의석의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결과적으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조금 더 다양한 민의를 정치 제도에 반영할 수 있을 겁니다. 언론은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이러한 개혁 취지를 무색하게 한 꼼수가 횡행하고 있음을 정확하게 지적해줘야 합니다.
자유한국당 비례용 정당엔 ‘신의 한 수?’라던 TV조선
△ 선거법 개정 당시 자유한국당의 비례용 정당 창당 계획을 자세히 설명해준 TV조선(2019/12/14)
비례용 위성정당이라는 꼼수의 물꼬를 튼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에는 TV조선이 과연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TV조선은 지난해 12월 자유한국당이 비례용 정당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을 써 보도했습니다.
TV조선 <단독/뉴스야?!/한국당이 준비한 신의 한 수?>(2019/12/14 류병수 기자)는 제목에서 자유한국당의 비례용 정당 창당 전략에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보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대비’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당은 내부적으로 페이퍼 정당 창당을 기획 중”, “예를 들면 ‘비례한국당’ 같은 것입니다. 핵심은 지역구 투표는 한국당에, 정당 투표는 비례한국당에 하도록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겁니다”라며 자유한국당 전략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이에 박정훈 앵커는 “거대정당들은 지역구 당선자가 많으니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비례대표를 많이 못 가져가니까 별도 정당을 만들어서 거기로 비례를 찍게 하겠다 이런 ‘전략’인 거군요?”라고 되물었고 기자는 자유한국당이 자당 의원들을 출당시켜 비례대표 기호 앞부분을 차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내부적으로 선거운동에 쓸 손동작까지 이렇게(2번), 이렇게(5번)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라며 손가락으로 2번과 5번을 만들어 보여줬고, “기발한 아이디어”라 말하기도 했죠. 이 보도에서 드러나는 TV조선의 비판적 관점은 박정훈 앵커가 “꼼수로 보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한 마디 덧붙인 대목뿐입니다. 선거제 개혁은 물론, 민주주의 자체의 퇴행이라는 근본적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습니다.
통합당-한국당 갈등에 TV조선 “황교안 대표의 결기”
여야 모두에서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이 현실화된 지금도 TV조선은 미래한국당에만 너그럽습니다. 3월 19일,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 비례 순번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자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사퇴하는 등 갈등이 불거졌는데요. 원유철 미래통합당 의원이 급거 파견되어 입당 직후 미래한국당 대표가 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꼼수로 위성정당을 만들었는데 말을 듣지 않자 엄연히 다른 당임에도 불구하고 후보 공천과 지도부 선임에 개입한 겁니다.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이에 TV조선은 이 파국이 통합당 뜻과 반대로 독자 행보를 보인 한국당 탓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황교안 대표가 정치를 배워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3월 19일 앵커와 기자가 대담을 나누는 <공천 갈등 ‘속사정’>(3/19 김정우 기자)에서, 앵커가 파국의 이유를 묻자 기자는 “미래한국당은 아시다시피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이죠. 당권을 쥔 황 대표가 영입해온 인사들을 고려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한 대표는 이걸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순번을 짠 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게다가 황교안 대표를 향해서는 “오전 회의에서 (한국당에 대해) ‘대충 못 넘어간다’고 한 건 그런 결기를 보인 것”이라 긍정적으로 평했습니다. 이어 신동욱 앵커는 “황교안 대표가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지역구 공천 문제로 사퇴를 했고, 한선교 대표도 비례대표 문제로 사퇴를 해서 상당히 혼란을 일으키긴 했는데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서 황교안 대표가 정치를 배워가고 있다, 또는 정치를 알아가고 있다 이런 평가도 있어요. 그거에 대해서 우리 김 기자는 어떻게 평가합니까”라고 물었고 기자는 “네 맞습니다”,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다가 황 대표 스스로 부메랑을 맞은 측면도 있다는 분석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TV조선에게는 다른 당의 선거에 개입하는 정치는 배워야 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은 부메랑 맞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무엇인 모양입니다. 비판 의식은커녕, 노골적인 미래통합당 편향성만 드러난 총체적 난국입니다.
선정위원 한마디
* 야당 편을 들어 주기 위해 여당 비판을 넘어 제도까지 문제라는 문제적 보도
2. 천편일률적인 지지율 판세 보도, 심지어 지역구도 편중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론조사 결과로 판세를 가늠하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경마 중계식 보도가 너무 많다는 점이 매선거마다 지적되고 있습니다. 선거를 경마 중계하듯 승부에만 몰두해 보도하면 선거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를 싸움판처럼 인식하도록 보도해서는 곤란합니다. 그러한 경마성 보도에서는 유권자 판단을 돕는 유의미한 정보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여론조사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경마성 보도에서 심심치 않게 편향적 해석, 그래프 왜곡 등 문제가 불거진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3월 14일부터 20일까지 최근 한 주간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여론조사 보도 또는 ‘격전지’ 용어를 쓴 보도가 나왔습니다. TV조선 <미리 보는 격전지 민심>(3/14 이태희 기자), KBS <총선 30일 앞…수도권 결전지 표심은?>(3/15 박혜진 기자), SBS <한 달 앞둔 4·15총선…키워드로 본 격전지들>(3/15 백운 기자), MBN <이곳이 승부처…MBN 격전지 12곳 대예측>(3/16 선한빛 기자), MBN <‘대변인’ 고민정vs‘서울시장’ 오세훈 격돌>(3/20 우종환 기자) 등은 제목에서부터 ‘격전지’, ‘결전지’, ‘승부처’, ‘격돌’ 등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보도 내용은 유명 정치인들이 포진된 지역구만 집중하여 경쟁 구도를 부각하는 것입니다. 이 보도들에는 대부분 자사나 타사가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들이 인용 됐습니다.
서울 종로‧광진을‧동작을에 매몰된 보도
△ 특정 지역구에 매몰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여론조사 보도(3/14~20)
*왼쪽은 JTBC, 오른쪽은 채널A
이렇게 선거 보도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후보자 대결 구도’ 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 편중입니다. 방송 뉴스에서 서울 종로‧광진을‧동작을 정도의 ‘요주의 지역구’ 아니면 그 흔한 판세 보도조차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유력 정치인이 출마하고 화제성 높은 지역에 보도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쳐도, 대부분의 선거 보도에서 같은 지역구만 보여준다면 타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뉴스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특히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후보로 나온 서울 종로구,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서울 광진을, 이수진 전 판사와 나경원 의원의 서울 동작을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단골 소재였습니다. 비슷한 대결 구도 묘사, 여론조사 전달이 반복됐습니다. 해당 지역구를 직접 찾아가는 채널A <‘정치 1번지’ 종로…이낙연vs황교안>(3/16 강지혜 기자), 채널A <동네마다 성향 뚜렷…고민정vs오세훈>(3/17 황수현 기자) 등의 기사도 있습니다. 이런 기사는 타 지역을 배제하면서 다루는 지역구의 후보가 어떤 비전이나 정책을 지녔는지도 전달하지 않으며, 심지어 그 지역구의 다른 후보는 누가 있는지도 전해주지 않습니다.
MBC의 경우 3월 16일 여론조사 보도를 헤드라인으로 띄우면서 톱보도는 <'미니 대선' 종로 이낙연 51.6% vs 황교안 33.2%>(3/16 김지경 기자), 두 번째 보도로는 <광진을 ‘초박빙’…고민정 41.7%vs오세훈 39.8%>(3/16 이동경 기자)을 냈습니다. 톱보도는 종로, 두 번째 보도는 광진을 지지율을 전했죠. 역시 종로와 광진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선정위원 한마디
* 라이벌 구도의 경마성 보도는 이제 그만, 보도의 틀을 바꿉시다.
3월 3주 차, 좋은 선거 보도
1. 정당별 총선 10대 공약 낱낱이 살펴주는 KBS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3월 16일, 각 정당들은 10대 공약을 선관위에 제출했습니다. 민주당은 벤처 기업 육성을, 통합당은 감염병 대응 강화를 1순위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민생당은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약속했고 정의당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첫째로 올렸습니다. 10대 공약은 각 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내세운 아젠다와 정책을 살펴볼 수 있는 주요한 정보이지만 이를 당일 저녁종합뉴스에서 보도한 방송사는 KBS밖에 없었습니다.
KBS는 <앵커의 눈/정당별 총선 10대 공약 살펴보니…>(3/16 신지혜 기자)에서 정당들이 10대 공약을 선관위에 제출한 당일, 자세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10대 공약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았고 여러 비교점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총선과 비교해 1순위 공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준 건데요. KBS는 “민주당, 벤처 기업 육성을 첫째로 올렸는데요, 지난 총선 땐 빈곤 노인 기초 연금 지급이었습니다. 통합당, 집권 여당 시절엔 내수 산업 활성화였는데, 이번엔 감염병 대응 강화네요”라고 전했습니다.
또 중앙선관위 민원 빅데이터를 통해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정책 분야(주거‧교육‧보건)를 기준 삼아 당별 구체적인 공약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KBS는 주거 공약에 대해 “민주당은 3기 신도시 개발, 통합당은 도심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입니다”, “민생당과 정의당, 유주택자가 세금 더 내란 입장입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각 정당 10대 공약은 모레(18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고 마무리하며, 유권자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했습니다.
다음 날에도 KBS는 10대 공약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3월 17일 총 3건의 리포트를 낸 KBS는 첫 번째 리포트 <‘치열한 공약 경쟁’…다른 당의 평가는?>(3/17 신지혜 기자)에서 신선한 접근법도 선보였습니다. 각 정당에게 다른 당의 공약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은 겁니다. 대상은 민주당, 통합당, 정의당이었습니다. 민주당 1순위 공약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벤처 집중 육성'에 통합당은 공감, 정의당은 창업주 차등의결권을 문제 삼았습니다. 통합당 공약 중에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공수처법 폐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양쪽에서 나쁜 평가를 받았고, 정의당 공약 중엔 ‘만 20세 청년에게 3천만 원 지급’이 혹평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3당이 모두 제출한 스토킹 및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 어린이 교통안전 확대와 친환경 차 늘리기 등의 공약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는 것도 KBS가 짚었습니다. KBS는 이를 전하며 “이런 공약, 실현 가능성도 높겠죠?”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에서 냈던 공약은 겨우 이행률 46% 수준이었습니다. KBS는 <법안 처리 안 되자 다시 공약으로…‘악순환’>(3/17 조지현 기자)에서 선거 때마다 반복됐던 빈 공약들을 소개했고, <공약 발표 뒷전…‘깜깜이 선거’ 우려>(3/17 은준수 기자)에서 공약 자체가 빈약하게 준비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선정위원 한마디
* 각 당의 정책을 다른 당이 평가하도록 한 보도가 특히 돋보임.
2. 출입처에서 벗어난 KBS ‘국회감시K’, 후보 가려내는데 필요한 정보 쏙쏙
KBS는 ‘국회가 제대로 일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12월부터 ‘국회감시 프로젝트K’라는 제목의 기획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엄경철 보도국장이 출입처의 점진적 폐지를 선언한 뒤 출입처에 들어가지 않는 기자들로 구성한 정치부 소속 ‘팀’입니다. 총선을 코앞에 둔 3월 18일과 20일, 국회감시K는 총선 현역 후보자를 평가할 기준을 제공하고 다음 21대 국회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비전도 제시했습니다.
‘한국판 연어법’ 소개하고 “의원님들 뭐하고 있었냐” 지적한 KBS
먼저 KBS는 국회의원들의 ‘법안 쥐어 짜내기’부터 지적했습니다. <국회감시K/690여 건 법안 발의…비법은?>(3/18 노윤정 기자)을 통해 20대 국회 입법왕인 황주홍 의원의 ‘비법’을 파헤친 겁니다. 황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무려 690여 건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실상은 그리 충실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KBS는 황 의원에게 “특별히 기억이 나는 법안이 있으세요?”라고 물었으나 황 의원은 명확히 답하지 못했습니다. KBS가 황주홍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따져보니, 전체의 60%는 단어 하나 바꾼 ‘알법’이거나 하나의 변경사항을 여러 법에 적용하는 ‘복붙법’이었습니다. KBS는 “갑상선을 갑상샘으로, 행선지는 목적지로, 이렇게 64건!”이라며 “열심히 일했다는 이 분, 자타공인 20대 국회 입법왕입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황주홍 의원의 법안 발의 실태는 지난 1월 뉴스타파에서 먼저 조명한 바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1월 22일부터 2월 7일까지 연재한 <국회작동법>에서 황주홍 의원이 말만 바꾸는 식으로 법 219건을 3일 동안 발의한 사실 등을 지적했습니다. 공영방송 KBS가 ‘좋은 뉴스’의 배턴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KBS는 황주홍 의원의 꼼수를 한 번 더 공론화시키며, 이어진 리포트들에서 ‘그렇다면 다른 법안은 얼마나 외면 받고 있는지’까지 짚었습니다. 두 번째 기사 <국회감시K/이런 것까지 법으로?>(3/18 하누리 기자)는 외면 받은 법안을 알아보기 이전에, 한국판 ‘연어법’을 소개했습니다. 1986년 영국에서 불법 연어잡이를 막겠다며 ‘연어를 수상하게 들고 있으면 불법’이라고 규정한 황당 법안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KBS가 소개한 것은 한국판 연어법입니다. 일례로 예비군 훈련 중인 사람이 현역 군인에게 한마디 할 경우 예비군 전력을 강화하는 국방부 기조에 어긋난다며 발의한 ‘예비군 갑질금지법’을 어길 수 있고, 12일이니까 12번 문제 풀어보라는 선생님의 말은 학생 인격에 해를 가할 수 있어 만들어진 ‘출석번호 호명금지법’도 위반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화장실 무조건 개방법’, ‘건설업자 호칭 금지법’ 등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KBS는 “일상까지 모두 법으로 만들어야 하나”라는 문제의식을 전했습니다.
<국회감시K/‘뒷북 국회’…필요한 법안 처리에는 인색>(3/18 이진성 기자)에선 한국판 연어법이 통과될 동안 만들어지지 못한 다른 법안을 살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전문 병원을 권역별로 해야 한다는 법안, 취약계층에 마스크를 지원해야 한다는 법안, 감염병 역학 조사원을 늘려야 한다는 법안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이미 다 국회에서 논의된 법안이라는 게 KBS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번번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리포트 마지막에서 KBS는 “의원님들, 대체 이 대란이 올 때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던 겁니까?”라고 정곡을 찔렀습니다.
기업 편 드느라 국민 안전 뒷전인 국회 꼬집은 KBS
이틀 뒤 KBS는 다시 20대 국회의 의정활동에서 난 ‘구멍’을 보여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두 대기업, 삼성과 현대차 관련 입법이었습니다. 삼성 직업병 관련 산업재해 재판에 쓰이는 법과 현대차의 늑장리콜 수사 과정에 관련된 법이 20대 국회에서 개정됐는데, 이는 모두 국민 안전에 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국회감시K/삼성‧현대차, 어떻게 국회를 움직였나?>(3/20 노윤정 기자)에서는 먼저 삼성 직업병과 관련해 삼성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법안인 ‘산업기술보호법’이 통과된 점을 짚었습니다. KBS 보도에 나온 임자운 반올림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과도한 영업비밀 주장으로 작업 환경 관련 자료가 나오지 않았”는데, “소송 중간에 국가핵심기술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소송 중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기술을 삼성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삼성 측 주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되던 2019년 8월 ‘국가핵심기술과의 관련성만 인정되면 노동자나 지역주민의 생명 건강 보호를 위해서 반드시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라도 공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는 이미 기사화되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해 KBS는 개정안을 발의하고 지지 발언을 한 의원들을 찾아가 인터뷰했습니다. 답변은 ‘모른다’, ‘우리 당에서 논의가 된 거다’ 등으로 형식적이었지만 이를 다시 한번 공론화하려는 취지가 엿보인 기사였습니다.
<국회감시K/대기업 유리하게 법 개정 추진>(3/20 하누리 기자)에서는 현대차 리콜 사태가 다뤄졌습니다. 2017년 현대차 엔진 문제로 화재가 계속 발생하자 리콜 사태가 터졌습니다. 그러나 현대차는 국내 차량의 경우엔 문제가 없다고 밝히다가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들어가자 늑장 리콜을 했습니다. 현행법은 “제조업체가 결함을 ‘스스로’ 알고도 조치를 ‘즉시’ 안 하면 10년 이하 징역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는데 검찰 압수수색 석 달 뒤, 늑장 리콜을 처벌하는 조항을 없앤 법안이 국회에 올라왔습니다. KBS는 이 법안에 대해서도 발의한 의원들을 찾아가 따져 물었습니다. 이 리포트에 등장한 국희의원들의 답변도 시원치 않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KBS는 “다행히 법안 개정은 물 건너갔지만 현대차, 여전히 법이 애초에 잘못 만들어졌다고 재판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새로운 21대 국회, 누가 언제 또 이 법 개정안을 들이밀지 모를 일입니다. 끝까지 잘 지켜보겠습니다”라며 리포트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주에 보도된 국회감시K의 리포트는 하나같이 ‘20대 국회의 미비한 입법 활동’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역 의원 중 국민 안전과 민생 안정에 반하는 법안을 냈던 이들은 누구인지 알려줌으로써 현역 후보자들을 감시하는 역할은 물론, 정당과 후보자에게는 다음 21대 국회에서 어떤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지 일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회감시K의 리포트는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국회의 문제를 애니메이션과 내레이션을 통해 설명해주고, 기자들이 직접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이해를 한껏 높인다는 데서 더욱더 의의가 있습니다.
선정위원 한마디
*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에게 생각거리를 던져 준 좋은 보도.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3월 14~2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보고서 수정 : 3월 26일 오전 11시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w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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