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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 언론은 정파적 보도보단 문제 해결에 나서야
등록 2020.03.1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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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벌어진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다수 국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마스크를 방역 필수 용품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2월 20일을 기점으로 예상치 못하게 확진자가 폭증하자 현실적으로 마스크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정부는 마스크 수출 제한 조치, 마스크 5부제로 대응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예측이 어려운 감염병 사태의 특성, 실제로 예상이 불가했던 신천지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대확산, 정부와 정치권의 실책이 겹쳐 발생한만큼 언론의 마스크 관련 보도는 더욱 신중하고 사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했는데요. 많은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특히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시민의 불편을 조명한 기사들이 두드러졌고, 이 중에는 무리하게 마스크 대란을 총선에 연결한 사례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YTN <‘마스크의 정치학’…총선 민심을 흔들다>(3/7)를 들 수 있습니다.

 

‘마스크 대란으로 시민 불만 크니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여당은 불리하다’?

YTN은 이 보도에서 기본적으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있는 시민들을 보여주고 시민들의 불만, 정부를 향한 비판을 직접 전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인 내용입니다. 시민들의 불편과 정부 비판을 전한 후 YTN은 마스크 품귀 현상을 해석했는데 여기서 비약적으로 총선의 판세를 예단했습니다. 보도의 결론은 ‘마스크 대란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크니 마스크 관련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총선에서 정부‧여당은 분명히 불리하다, 심판 받을 것이다’라는 겁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YTN이 ‘마스크 관련 사실관계가 무의미하다’고 한 대목입니다. YTN은 “‘반드시 써야 하느냐?’ ‘하루에 한 개씩 교체를 해줘야 하느냐?’ 이 같은 질문에 대한 사실관계는 무의미할 정도입니다”, “더구나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여당 관계자들의 말은 민심을 더욱 싸늘하게 만듭니다. 감정적으로 한껏 예민해진 만큼 사실관계를 듣고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두 차례나 ‘사실관계’의 중요성을 축소했습니다. 이는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YTN이 보여준 것처럼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고, 마스크 관련 사실관계 안내에 있어 방역당국과 정부, 정치권 간의 혼선이 있었다면, 오히려 언론이야말로 누가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는지, 재사용이 가능한지, 방역에 있어 마스크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사실관계를 짚어줘야 합니다. 과학적, 객관적 사실로 혼선을 최소화해주고 국민의 대처를 도와야 하는 게 감염병 사태에서 언론의 역할입니다. 이러한 역할이 전제된다면 날카로운 정부 비판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미 혼란이 크니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총선에서 정부‧여당은 불리하다’는 정치공학적 접근은 아무런 공익이 없습니다.

 

설명도 없이 ‘여당은 분명히 불리’‧‘정권 심판’이라니

YTN의 이 보도는 “정부‧여당 정책에 대한 불신은 당연히 총선에 영향을 끼칩니다.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는 정권 심판론 성격을 띨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현재 상황은 집권 여당에 불리한 상황임은 분명해 보입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 됩니다. 마스크 대란을 근거로 총선에서의 정권 심판론, 집권 여당의 불리함을 단언한 것인데 이 역시 너무 많은 걸 생략하고 있습니다. 마스크 대란으로 총선에서 여당이 불리한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마스크 대란을 전후로 한 여당의 지지율 변화라도 제시했어야 합니다. 이 기사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아마 제시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나 여당 지지율이 크게 급락한 결과를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마스크 대란이 한창인 3월 1주차(2일~6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41.0%에서 41.7%로 0.7% 상승했고,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 비율도 46.1%에서 47.9%로 1.8% 올랐습니다. 또한 YTN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어째서 마스크 대란 하나의 요인만으로 ‘정권 심판론’이 되는지도 구체적인 설명을 달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보도는 마스크 대란과 총선 여론의 관련성을 잘 분석한 기사보다는, 야당의 논평에 가까워 보입니다.

 

‘마스크 대란’에서 언론의 역할 고민해야

마스크 대란에 있어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큽니다. 질병관리본부를 필두로 한 방역당국은 초기부터 ‘감기 증상이 있을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꾸준히 알린 반면, 식약처와 여야 정치인들, 일부 지자체는 모든 국민이 반드시 항상 마스크를 써야하는 것처럼 안내한 사례들이 있어 시민들의 정확한 이해를 방해했습니다. 3월 3일 마스크 대란과 관련해 결국 대통령이 사과하기도 했죠. 이런 지점을 잘 짚어 정부와 정치권의 실책이 과학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지적하고, 시민들은 마스크를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추가적인 대책이 있는지 보도했다면, YTN이 굳이 총선의 ‘유불리’, ‘심판론’을 언급하지 않아도 유권자들이 자연스럽게 정부‧여당의 대처를 평가해 선거에 반영할 겁니다. YTN이 마스크 대란에서의 시민 불편을 보도하면서도 시민 불편의 해소보다는 총선의 정략적 판단에 매몰됐던 것은 아닌지, 이 보도를 통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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