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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빵 한 쪼가리’ 보도에서 얻어야 하는 교훈한국의 코로나19 상황 악화에 따라 한국 방문자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검역 조치를 강화한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국민이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안이 발생했을 때, 우리 언론은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최우선으로 두고 사안을 면밀히 보도해야 합니다.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거나,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할 경우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여 우리 국민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안감이 고조됐고 이는 배타적 감정과 혐오를 유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언론 보도가 더욱 신중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은 한국 언론이라고 한국인만이 소비하는 시대가 아니며, 상대방 국가의 국민들도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사실관계 확인과 표현에 유의해야 합니다.
YTN이 전한 “빵 한 쪼까리”가 일으킨 갈등
언론의 부주의한 보도가 피할 수 있었던 갈등을 유발한 대표적 사례가 있습니다. YTN입니다. 2월 24일 대구에서 출발해 베트남 다낭에 도착한 입국자 80명이 전원 격리 조치됐고 이 중에는 관광객과 교민 등 한국인도 20명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사전 안내도 없었던 사실상의 강제 격리, 격리 시설인 병원의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우리 외교부도 급히 현지 당국과 협의에 나섰습니다.
이 상황을 전한 YTN <단독/“자물쇠로 잠그고…” 다낭에서 격리된 우리 국민들>(2/25 안윤학 기자)은 베트남이 우리 국민들을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했다고 보도하면서 그 구체적인 배경과 내막 보다는 자극적인 묘사를 앞세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베트남 국민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YTN은 실제 격리된 현지 교민을 단독으로 인터뷰한 만큼, 부당한 점들과 그 원인, 당국의 협의 상황 등 필요한 정보만 전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감금’, ‘빵 한 조각’ 등 과도한 표현을 여과 없이 전하면서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YTN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도 자물쇠로 잠겨 있는 병동에 갇힌 채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격리된 분들의 주장”을 전한 후, “병실마다 지친 모습의 사람들”과 “바깥으로 통하거나 다른 병동으로 가는 출입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긴 모습 등 병원 상황을 화면으로 보여줬는데요. 기자는 이를 “사실상 감금 상태”로 규정했고 이어서 YTN이 ‘단독’으로 확보한 격리된 현지 교민 정 모 씨의 인터뷰가 등장했습니다. 해당 교민은 “너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 “씻지도 못하고 있어요” 등 열악한 환경을 토로했고 YTN기자가 “식사는 제대로 하고 계세요?”라고 묻자 “아침에 빵 쪼가리 몇 개 주네요”라고 답했습니다. YTN은 그 부실한 ‘빵 쪼가리 몇 개’를 화면으로 직접 보여줬는데, 이 대목에서 베트남 국민들은 분노를 표했습니다.
△ YTN 인터뷰이가 “빵 쪼가리(조각) 몇 개 주네요”라고 말한 음식은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반미’ 샌드위치였다.
‘빵 한 쪼가리’아니고 ‘반미’였다 항의한 베트남 국민들
“빵 쪼가리 몇 개”라는 격양된 현지 교민의 표현은 굳이 보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YTN이 ‘베트남이 제공한 부실한 식사’로 조명한 ‘“빵 쪼가리 몇 개”는 베트남의 대표 음식이자 한국에서도 최근 인기가 많은 ‘반미’였습니다. 이 보도를 유튜브나 SNS로 접한 베트남 국민들은 이례적으로 YTN 보도에 댓글을 달며 “(베트남에서) 반미가 가장 많은 음식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느냐?” “베트남 사람들은 빵(반미)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런데 베트남 빵은 열등하다고 말하는 것인가” 등 항의의 뜻을 표했습니다. 베트남 국민들의 평균 한 끼 식사 비용을 감안할 때 YTN이 보여준 격리된 한국민들의 식사가 결코 저렴하거나 저급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서로가 불안하고 힘든 상황, 보도는 더욱 정확하고 신중해야
결국 YTN은 보도 6일이 3월 2일, 유튜브 영상 댓글로 “인터뷰 내용 중 일부 감정적인 불만과 표현이 여과 없이 방송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인터뷰이의 발언을 전하는 과정에서 국가 간 문화적 차이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전달방법에 더욱 신중”하겠고 밝혔습니다. YTN 스스로 밝혔듯 기본적으로는 베트남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성급하게 보도를 낸 것이 문제를 만들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하루하루가 급박한 감염병 사태에서 보도는 더욱 신중해야 하며 그 어떤 사안보다 사태 해결을 위한 정보가 무엇인지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YTN이 인터뷰한 격리된 현지 교민 입장에서는 베트남 당국이 제공한 식사나 시설이 불편했을 수 있습니다. 해당 교민이 전한 “한국 정부의 허락도 없이. 여권 뺏겼어요, 아무 말도 없이”와 같은 증언은 실제로 우리 국민이 당한 부당한 대우로서 외교 당국이 항의하기도 했죠. 결국 격리된 우리 국민 중 2명만 제외하고 26일, 이틀 만에 한국으로 조기 귀국했습니다. YTN이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의 고충을 전하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베트남이 의도적으로 ‘빵 몇 쪼가리’를 던져준다는 식으로 묘사할 게 아니라, 그 국가가 어째서 그러한 조치를 취했는지, 무엇이 근본적으로 부당한지, 우리 국민만 피해를 본 것인지 명확하게 짚어줬어야 합니다.
자국민까지 포함한 베트남의 격리 조치, 더 파고 들었어야
실제 YTN이 전한 베트남 상황의 경우에도 마치 한국민을 겨냥해 ‘빵 몇 쪼가리’를 던져주고 ‘사실상 감금’을 한 것이 아닙니다. 베트남은 이 일이 벌어지기 전인 2월 23일, 대구‧경북을 거친 모든 입국자 및 발열 증세를 가진 모든 입국자를 14일 간 격리한다고 발표했고 여기에는 자국민도 포함됐습니다. 24일 발생한 격리는 이렇게 사전에 발표된 조치에 의한 것으로서 근본적 문제점은 우리 당국과 협의 없이, 한국인들에게 사전 안내도 없이 격리가 이뤄졌고 증상이 없는데도 폐쇄 병동 형식으로 격리를 했다는 겁니다. 베트남의 이러한 격리 조치가 과연 적절하고 효과적인 것인지, 왜 사전 협의도 없이 강행했는지, 이 부분을 밝혀줬어야 합니다. YTN 보도에는 이런 전체적 맥락이 생략되어 있으며 ‘베트남이 우리 국민을 감금했고 식사도 제대로 안 준다’는 그림만 강조됐습니다. YTN은 단독 인터뷰 중 한국민 격리, 여권 압수, 시설의 열악함 등 꼭 필요한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자극적 내용까지 전하면서 논란을 자초한 겁니다.
한국일보도 불확실한 보도로 갈등 조장
다른 나라의 부당한 검역 조치 또는 입국금지 조치를 전하면서 불확실한 내용으로 논란을 일으킨 사례가 또 있습니다. 한국일보 <“여기는 한국인 집” 문 앞에 차별 딱지 붙이는 중국 공안‧이웃>(2/27 기사삭제)은 “중국 공안당국이 최근 우리 교민 집 문 앞에 딱지를 붙여놓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를 “한국인을 배척하려는 새로운 형태”로 전했습니다. 중국 공안당국이 한국 교민의 집 문 앞에 ‘14일간 격리한다’는 딱지(안내문)를 붙이며 한국인을 차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가는 것인데요. 기사에 첨부된 ‘딱지’ 사진의 글귀가 ‘한국’과 관련된 단어는 없었고 중국인을 포함한 모든 귀가자에게 ‘14일 간 자가 격리’를 안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국일보는 해당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한국일보는 하루가 지난 2월 28일, 사진을 교체하고 문구 일부를 수정해 <“여기는 한국인 집”...문 앞에 차별 딱지 붙이는 중 이웃>(2/28 김광수 기자)를 다시 게재했습니다. 해당 기사의 주요 내용은 이전 보도와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사진이 교체되었는데요. 교체된 사진에는 “중국의 한 지방도시에서 한국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현관문(왼쪽 집) 앞에 자가 격리를 알리는 공고문과 함께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중국인 거주지에는 플래카드가 없다”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그러나 수정된 기사에서도 교체한 사진이 과연 기사 제목처럼 ‘한국인’만 겨냥해 ‘한국인 집’이라 ‘낙인’을 찍은 것인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한국일보 스스로 ‘자가격리를 알리는 공고문’이라고만 했을 뿐, 이게 어떻게 ‘한국인 차별 플래카드’인지는 기사를 다 읽어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현지 교민들의 그러한 제보와 민원이 많아 우리 당국도 조사에 나서고 중국에 협조를 구했다는 겁니다.
전 세계가 예민한 감염병 사태, ‘사태 해결’ 위한 보도 고민해야
코로나19로 모든 국가가 방역에 예민한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예상치 못하게 처한 불합리한 상황은 당연히 보도해야 합니다. 베트남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우리 국민을 별다른 이유 없이 추가 격리시키는 등 해외에서 피해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정확하게 보도하고 정부의 신속 정확한 대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상황 전달, 원인 규명이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섣불리 ‘중국인이 한국인을 차별하는 것 같다’는 인상만 주는 보도, ‘베트남이 우리 국민만 푸대접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보도를 내는 것은 우리 안에 또 다른 갈등과 혐오를 낳을 뿐입니다.
타국이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는 것을 무조건 비난하는 듯한 태도도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한국이야말로 검역을 가장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도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엄격한 검역에도 불구하고 타국과의 아무런 갈등 없이 심지어 외신의 찬사를 받는 것은 철저하면서도 투명한 절차를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피해를 입었다면 우리 언론 역시 ‘철저하고 투명한 절차’에 문제가 있었는지에 집중해야 취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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