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태영호 확성기’였던 채널A, 출마 소식 알려지자 ‘태영호 도우미’ 됐다
등록 2020.02.20 15:09
조회 220

2월 2주차 종편 시사프로그램 ‘말말말’

 

1. 채널A '태영호 출마' 적극 홍보, ‘태영호 체포조’까지 소환

지난 2월 10일 자유한국당은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영입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태 전 공사는 21대 총선 출마 의사를 스스로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는 자유한국당 입당과 출마 발표 이전부터 종편의 단골손님이었습니다. 특히 채널A는 북한 이슈를 분석함에 있어 태 전 공사 개인 의견에 과도한 수준으로 의존한 바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보고서 <‘태영호 가라사대…’, 채널A의 ‘태영호 뉴스TOP10’>(2019/4/5)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 간, 채널A <뉴스TOP10>이 북한‧안보 이슈를 다루면서 태영혼 전 공사를 인용한 비중이 무려 29.2%로 북한(9.9%), 미국(26.4%) 측 인용 비중보다 높기도 했습니다. 채널A는 태 전 공사를 수차례 직접 출연시켜 북한 관련 분석의 ‘정답’처럼 방송했습니다.

 

태 전 공사의 자유한국당 입당과 출마 선언 직후, 종편 시사 프로그램은 태 전 공사 입당 및 출마를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10), 채널A <뉴스TOP10>(2/10)은 10일 오후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관련 내용을 다뤘고, 11일에는 모니터 대상인 종편 3사의 8개 프로그램이 모두 같은 소식을 전달했습니다. 12일에는 TV조선 <신통방통>, <보도본부 핫라인>, 채널A <정치데스크>, MBN <아침&매일경제>가 2일 연속으로 태 전 공사의 출마 소식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방송 사례는 채널A <정치데스크>(2/12)입니다. 채널A는 태 전 공사가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출연자 김민지 기자는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며 그 이유가 “일부 시민단체에서는요. ‘태영호를 규탄한다 하면서’ 체포조 이런 것들이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습니다. 이어 “태 전 공사 이동할 때 보시면요. 옆에 경호원들이 대동해서 항상 신변보호를 하는 그런 모습”이라는 점을 콕 집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용환 씨는 “선거운동 기간에 지역을 누비고 해야 될 텐데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며 재차 ‘경호 비상’을 강조했습니다. 이 장면만 본다면 태 전 공사는 선거를 앞두고 큰 위협을 받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사진.JPG

△ 태영호 체포조가 큰 위협인 듯 설명한 채널A <정치데스크>(2/12)

 

2년 전 드러난 태영호 체포조의 실체…태영호 도우미 자처한 채널A

하지만 채널A가 소개한 ‘태영호 체포조’는 이미 2년 전에 TV조선‧채널A 등에서 부각했던 ‘논란’입니다. TV조선 <“행동 멈춰라” 위협에 태영호 강연 취소>(2018/11/7)는 ‘태영호 체포조’를 자임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으로 인해 태 전 공사가 강연까지 취소했다는 내용입니다. 채널A는 여기서 ‘강연 취소’를 ‘유세 경호 위험’으로 바꿨을 뿐 내용 상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태영호 체포조’는 TV조선‧채널A가 묘사한 것처럼 ‘실제로 위협을 가하기 위한 테러 조직’이 아니었습니다. 2년 전,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태 전 공사와 탈북민 박상학 씨를 ‘통일을 가로막는 정치공작범’으로 규정하고 ‘박상학‧태영호 체포 대학생 결사대 감옥행’을 구성해 박상학‧태영호 두 인물 행보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한 버스킹 공연 등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박상학‧태영호 두 인물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나와 시민들에게 물총을 맞는 퍼포먼스를 꾸미기도 했습니다.

 

즉, 채널A가 ‘신변 위협’이라고 전한 ‘태영호 체포조’의 실체는 태 전 공사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패러디 퍼포먼스, 대중 캠페인에 지나지 않았던 겁니다. 2년 전에도 같은 보도가 있어 이미 실체가 밝혀졌는데도 채널A가 총선을 앞두고 또 같은 프레임을 악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자유한국당+열린우리당=안철수 신당’? 무의미한 ‘선거 대담’ 늘어놓은 MBN

선거 소식을 전하면서 흥미 위주의 분석만 하다보니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는 ‘시사 대담’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MBN <뉴스와이드>(2/10)에서 안철수 전 의원의 신당 창당을 다루던 중, 정혁진 변호사는 “다른 걸 떠나서 색깔 자체가 상징적”이라며 느닷없이 ‘색깔의 의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정혁진 변호사 : 오렌지색은 두 가지 색을 합친 거잖아요. 빨간색하고 노란색. 빨간색은 자유한국당이 저는 생각이 났고요. 노란색은 이제 노무현 대통령, 열린우리당이 생각이 나는데.

 

진행자 백운기 : 지금은 정의당이 쓰죠.

 

정혁진 변호사 : 어쨌든 그 두 가지 색을 갖다가 섞은 그런 지평을 갔다가 만드는 것인가? 일단 그런 의문이 들면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데 어떻게 지금 같은 환경에서 안철수 신당이 설 곳이 어디가 있겠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혁진 씨의 발언에 진행자 백운기 씨는 “중도니까 보수와 진보당 색깔을 이렇게 합친 걸까요?”라며 되물었고, 정 씨는 “그렇게 느껴졌어요”라며 재차 색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자 노영희 변호사 역시 “빨강과 파랑이 섞여야지 오히려 더 색깔이 중도적으로 선명하겠죠, 보라색깔로”라며 색깔의 상징을 두고 대담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대담은 그야말로 무의미하며 확인되지 않은 개인적 상상을 유권자에게 사실처럼 전달할 위험도 큽니다. 당 상징색을 주황으로 내세우면서 ‘자유한국당의 빨간색과 열린우리당의 노란색을 합친 것’이라고 밝힌 적도 없는 안철수 전 의원 입장에서는 대단히 기분이 나쁠 수도 있습니다. 유권자에게 있어 필요한 정보는 안철수 전 의원이 만든 신당의 색깔이 아니라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시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입니다. 두 가지 색깔을 섞어서 새로운 색이 나온다는 사실은 시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스케치북에서 확인할 내용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2월 10일~13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kr/YGT0noy4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38GjSQZ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정리 서혜경‧심신진‧염한결‧전한빈 인턴

 

vote_20200220_004.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