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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교민 숙소 촬영, 연합뉴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등록 2020.02.05 17:31
조회 737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격리 중인 우한 교민들을 촬영해 사진 기사를 낸 것이 논란이 됐습니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31일,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들어가 생활하고 있는 교민들의 사진을 여러 장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에서 <‘우한 교민’ 잠 못드는 밤>(1/31 김주형 기자), <창밖 내다보는 우한 귀국 교민 어린이>(1/31 임헌정 기자) 등의 제목을 달고 올라온 사진들은 바깥에서 교민들이 생활하는 숙소를 클로즈업해 촬영한 것으로 내부에서 무엇을 하는지 다 알 수 있는 사진들이었습니다. (4일 오전 11시 문제의 사진 기사들은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 교민 어린이와 같이 특정 인물이 크게 찍힌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여러 명의 숙소 내부를 찍은 사진 몇 장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공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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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보도로 문제가 된 연합뉴스(1/31)  *기사가 삭제되기 전인 지난 3일 화면 갈무리 / 흐림 처리는 민언련

 

 

 

화면 구성이 필요한 ‘방송’의 특성 고려해 리포트 만들어야

연합뉴스의 해당 보도가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자 SBS <[Pick] “당사자세요?”…우한 교민 사진 보도 및 대응 논란>(2/3), 미디어스 <연합뉴스, 우한 교민들 사생활 침해 사진 보도로 ‘빈축’>(2/4) 등의 기사가 나와 연합뉴스의 보도 행태를 꼬집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연합뉴스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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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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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우한 교민 관련 보도에서 숙소 클로즈업 화면 사용 여부(1/31~2/3) ⓒ민주언론시민연합

*△는 개인 침실 아닌 다른 공간 클로즈업한 경우

 

교민들이 한국에 도착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3일까지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 보도된 우한 교민 관련 보도를 살펴보니, 채널A를 제외한 모든 방송사가 숙소 일부를 클로즈업한 화면을 사용했습니다. ‘방송 매체’는 ‘지면 매체’와 다르기 때문에 그 특성상 화면 구성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교민들의 숙소를 클로즈업하여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화면을 사용했으니, 이는 방송사들이 매체 특성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보도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KBS와 JTBC는 연합뉴스의 사진 기사가 올라온 지난달 31일엔 그와 비슷한 클로즈업 화면을 사용했으나, 그 이후론 한 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물론 연합뉴스의 사진처럼 클로즈업해서 촬영한 뒤 흐림 처리도 하지 않고 내보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KBS의 <임시 생활시설 입소…주민 반대 집회 철회>(1/31 조진영 기자)를 보면 알 수 있듯, 교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개인 공간을 클로즈업해 한 교민이 창문을 닫는 모습을 촬영‧보도한 것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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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민들 숙소를 클로즈업한 화면을 사용한 방송사들(1/31)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YTN‧KBS‧JTBC‧TV조선

 

이는 흐림 처리를 해서 괜찮고, 흐림 처리를 안 해서 안 괜찮은 수준이 아닙니다. 아무리 보도에 공익적 목적이 있더라도 개인 공간을 줌으로 당겨 촬영하는 행위는 교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생활 침해 보도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화면을 구성해서 보도했을 때 더 달성할 수 있는 공익적 목적이 무엇인지도 납득하기 힘듭니다.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지난해 12월 개정판을 내놓은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거리, 공원, 경기장, 다중이용시설 등의 취재를 할 때는 “특정인을 부각해서 촬영하지 않아야 한다”, “부정적인 뉴스에서 특정인(원 샷, 투 샷)을 촬영하는 경우 초상권 침해 소지가 특히 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촬영 장소가 공공장소라는 이유만으로 초상을 촬영하고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미입니다. “건물의 외관은 초상권과 같은 인격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거나 “전경을 풀샷으로 촬영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지침도 있습니다.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개정판에서 추가된 내용 중 ‘병원, 의료’ 부분이 있습니다. 병원이나 의료 관련 또는 전염병에 대한 영상보도에서 가이드라인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환자의 개인정보 혹은 사생활을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교민들이 확진자는 아니지만 전염병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리되고 있는 이들입니다. 당연히 사생활 보호가 필요합니다.

 

메르스, 사스 등 감염병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한 ‘재난’에 속합니다. 언론사는 감염병을 취재‧보도할 때 ‘재난보도’ 수준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에 따르면 제18조에서는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고, 제19조에서는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MBC는 비슷한 화면을 쓰지 않다가 3일에 한 번 사용했고, SBS는 31일엔 개인 공간이 아닌 건물 내 로비 등 공용 공간을 클로즈업한 화면을 쓰다가 2일엔 침실을 클로즈업한 화면을 사용했습니다. TV조선과 YTN은 모니터 기간 반복적으로 같은 화면을 사용했습니다. TV조선 <우한 교민 326명 아산 시설에 입소>(2/1 오선열 기자), YTN <우한 교민들 긴장 속 도착…2주간 격리생활 시작>(1/31 이문석 기자) 등이 그 화면입니다. 채널A와 MBN은 개인 공간을 클로즈업한 화면을 쓰진 않았습니다. 즉, 현재 방송사들이 격리 중인 교민들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데 있어 어떤 명확한 기준 없이 중구난방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격리 시설에서 공용 세탁기 사용?…사실 확인 불가는 물론 어떤 보도 가치 있나

아예 클로즈업한 화면이 없었다고 해서 채널A의 우한 교민들과 관련한 보도가 칭찬할 만한 것은 아닙니다. 채널A가 지난 3일 내놓은 <단독/전염될까 걱정인데 공용 세탁?>(2/3 황수현 기자)은 격리 시설이 관리되지 않음을 강조하며 공포를 조장하는 보도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검증된 사실인지 명확하지 않은 데다, 네티즌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채널A는 문제의 기사를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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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민 숙소와 정부 대응 체계에 대해 공포감 조성하는 채널A 보도(2/3)

 

이 기사는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된 교민들이 세탁기를 같이 쓴다는 내용의 보도입니다. 채널A는 입소자 중 한 분이 자신들에게 제보한 영상이라며 “정부가 강조한 격리 수칙은 잘 지켜지지 않는 듯했습니다. 입소자가 방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들었지만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보 영상엔 ‘공용 세탁실’이 있었다며 “입소자는 ‘이곳에 도착한 첫날, 세탁은 공용 세탁실에서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보도 뒤쪽에 보면 경찰인재개발원 측을 취재한 내용도 있는데, 개발원 관계자는 “세탁기를 생활실 별로 넣어줄 순 없잖아요. 층별로 세탁기를 사용하면 되겠다 해서 그렇게 안내를 했는데 (이제는) 개별 생활실을 나오지 말라고 했거든요. 손세탁하든지. 속옷, 양말은 공급하고 있어서 폐기처리 하든…”이라고 답했습니다. 개발원 측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되는데 채널A는 굳이 ‘단독’을 달아 감염 관리가 제대로 안 이뤄진다고 보도했습니다.

 

채널A의 보도에 의하면 2주 동안 입소자들은 방 안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말아야 하고, 세탁기 또한 개별 방 안에 넣어줘야 합니다. 여타 언론사에서는 정부가 ‘옷은 방 안에서 개별 손빨래 할 것’, ‘격리 수칙 지킬 것’ 등을 권고했고 이를 지켜야 한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채널A는 이 단독 보도를 통해 무엇을 알리고 싶었을까요. 정부의 대응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인지, 입소자들이 격리 수칙을 어기고 있다는 점인지 묻고 싶습니다.

 

 

 

감염병보도준칙 및 재난보도준칙…기자들 숙지하고 취재‧보도 임해야

2012년 12월,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는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언론보도를 목적으로 <감염병 보도 준칙>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KBS ‘미디어 인사이트’ <‘메르스’…정부‧언론은?>(2015/6/7), 더피알 <메르스 혼란, 언론은 책임 없나>(2015/6/9) 등에서 이를 지적했습니다. 보도준칙 1항에서는 “감염병 보도는 현재 시점까지 사실로 밝혀진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감염병 보도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사실이 전달되지 않도록 과도한 보도 경쟁을 자제한다”고 적혀있습니다.

 

특히 6항 ‘감염인에 대한 보도’에서는 “감염인에 대한 보도는 환자 및 감염자, 가족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즉, 환자 및 감염자, 그리고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 감염인에 대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도에 활용하는 경우 특히 주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교민들이 격리된 개인 공간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연합뉴스 및 방송사, 이후 취재할 언론사들 모두 새겨들어야 할 지점입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언론이 국민적 혼란과 공포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마주한 지금의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긴 힘듭니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기자들이 이를 숙지하고 취재와 보도에 임해야 합니다. 5일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확진 환자가 18명이 나왔습니다. 피해 규모를 줄이고 국민 건강을 담보하기 위해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기 바랍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1월 31일~2월 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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