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고교생 논문 공저자 실태부터 연구윤리 현주소까지 짚어낸 MBC
등록 2019.11.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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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10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부문에 MBC <뉴스데스크>의 <고교생 논문 저자, 어떻게 만들어지나?> 기획 보도를 선정했다.

 

2019년 10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부문 심사 개요

수상작

MBC <고교생 논문 저자, 어떻게 만들어지나?>

매체: MBC <뉴스데스크>, 취재: 탐사기획팀 백승우‧남상호‧최유찬‧장슬기 기자, 뉴스콘텐츠 취재2부 지영록 기자, 보도일자: 10/15~10/18

선정위원

공시형(민언련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민동기(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 박영흠(협성대학교 초빙교수), 박진솔(민언련 활동가),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조선희(민언련 활동가)

심사 대상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KBS<뉴스9>, MBC<뉴스데스크>, SBS<8뉴스>, JTBC<뉴스룸>, TV조선<종합뉴스9>(주말<종합뉴스7>), 채널A<뉴스A>, MBN<뉴스8>에서 보도한 뉴스

선정사유

MBC 탐사기획팀은 10월 15일부터 나흘간 톱보도로 <고교생 논문 저자, 어떻게 만들어지나?>를 총 11편의 리포트로 보도했다. MBC는 이 보도를 통해 고등학생 논문 저자가 만들어지는 유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우리나라 학계가 대학 입시를 위한 연구 부정에 얼마나 무감각한지 그 단면을 보여줬다.

MBC는 국내 최대 학술정보 포털 DBpia에 실린 논문과 발표문 250여만 건 중 올해 나온 논문 10만 건을 대상으로 고등학생 저자 1,200여명을 분류한 뒤, 그들이 쓴 412건을 추렸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MBC는 개별 사례를 취재‧보도하며 고등학생 논문 저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총체적 난상을 보여주었다. 이중 19건은 교육부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 감사 대상에 추가로 오르기도 했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논문 전수조사에 나서 왔는데, 매번 연구부정 사례가 계속 나와 교육부 감사의 부실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에도 19건의 논문이 교육부 감사를 피해갈 뻔했으나, MBC의 꼼꼼한 취재에 덜미가 잡혔다.

MBC는 사례 분석은 물론 교육부 감사, 교수 징계 제도, R&E프로그램 등을 훑어 연구 부정과 관련한 문제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봤다. 여기에 백 명 가까운 교수들을 만나 연구의 의미가 얼마나 퇴색되었는지도 진단했다.

조국 전 장관의 자녀로 촉발된 논란은 수능과 학종 중 무엇이 더 기회균등의 대입제도냐는 논란으로 귀결되곤 했다. 그러나 이런 논의 이전에 고위공직자 고등학생 자녀의 논문 공저자 부정 행태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는 것이 필요했다. 민언련은 가장 먼저, 가장 총체적으로 이 사안을 분석해준 MBC <고교생 논문 저자, 어떻게 만들어지나?>를 2019년 10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보도 부문에 선정했다.

 

2017년 서울대 한 교수가 자신의 자녀를 고등학생일 때부터 논문에 공저자로 실어올린 일이 발각되면서 사회에 만연했던 ‘스펙용 고교생 논문 공저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여러 차례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가 끝날 때마다 새로운 부정 사례가 등장하곤 했다. 올해는 조국 전 장관 자녀의 논문 공저자 의혹으로 그 양상이 더욱 복잡해지는 듯했는데, MBC가 <고교생 논문 저자, 어떻게 만들어지나?> 기획 보도를 통해 문제의 전체 맥락을 정리했다.

 

 

올해 나온 논문 10만 건 분류…데이터로 보여준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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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자녀를 논문 공저자에 올린 교수 100여 명을 취재한 MBC(10/15)

 

출발은 ‘데이터’였다. MBC는 국내 최대 학술정보 포털 ‘DBpia’에 실린 논문과 발표문 250여만 건 중 올해 나온 논문 10만 건을 대상으로 고등학생 저자 1,200여 명을 먼저 분류했다. 그다음 해당 고등학생 저자들이 쓴 논문 또는 연구물을 412건으로 추렸고, 그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학생들이 어떻게 연구물에 이름을 올리게 됐는지 하나하나 추적해 나갔다. 이를 위해 대학 97곳과 교수 등 102명에 접촉을 시도했다.

MBC는 이를 △교수 부모가 자녀를 논문에 올려준 경우 △정부나 국책기관 직원이 그러한 경우 △교수 부모가 아니더라도 그의 지연과 학연 등을 동원한 경우 등으로 분류했다. 부모가 교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 자식이지만 너무 뛰어나”…“딸과 추억 만들려”>(10/15 최유찬 기자)에서 해당 교수들이 ‘자식과의 추억을 위해’, ‘내 자녀가 똑똑해서’ 자녀를 공저자에 올렸다고 변명하는 발언이 그대로 보도됐다. <옆에서 구경만 하고 ‘4저자’…“솔직히 뭘 했는지”>(10/15 백승우 기자)에서는 교수들이 지인의 부탁을 받고 고등학생을 공저자로 올려준 사례가 등장했다. 교수들은 MBC에 ‘학생이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배의 부탁을 받고 이름을 넣어줬다’, ‘상황이나 분위기가 이름 하나 넣는다고 해도 아무 신경 안 쓴다’, ‘대가를 받은 건 아니다’ 등의 답변을 했다. MBC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특권은 상상조차 못 해봤던 일반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불러일으켰다.

 

 

교육부 감사 피할 뻔했던 논문 19건, MBC가 조사 대상에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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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탐사기획팀이 확보한 논문 19편을 우선 조사하기로 한 교육부(10/15)

 

MBC 탐사기획팀은 석 달에 걸쳐 확보한 이 데이터를 교육부에 전달해 추가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MBC가 잡아낸 고등학생 저자 논문과 발표문 412건 중 서울대‧연세대‧서강대‧광운대‧동국대‧충남대 교수 등이 쓴 논문 19건이 교육부가 진행하고 있는 미성년 공저자 논문 감사 대상에 추가된 것이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고등학생 저자 논문 전수조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늘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연구 부정 사례가 나와 그때마다 ‘교육부 감사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물론 감사의 정확성을 높이는 일도 필요하지만, 놓치지 않고 꼼꼼히 조사할 수 있도록 언론과 시민들이 취재하고 제보하는 일이 필요했을 것이다. MBC의 이번 보도는 △논문 감사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본보기로 보여줬고 △교육부 감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논문 19편을 솎아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정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일을 MBC가 해낸 셈이다.

 

 

MBC의 질문…‘왜 교육부 조사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까?’

그러나 교육부의 감사 자체가 문제가 있다면, 이는 무엇이 문제인 걸까. MBC는 교육부의 감사 결과도 살펴봤다.

먼저 교육부는 논문에 부정이 있는지의 1차 조사를 해당 대학에 맡기고 있었다. <90%는 문제 없다?…팔 안으로 굽은 ‘자체 조사’>(10/16 한수연 기자)에서 부산대와 경상대의 사례가 등장했다. 두 사례 모두 대학 자체 조사에선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해당 대학 소속의 교수가 소명하는 부분을 대학이 받아주고, 대학 또한 ‘자녀가 기여한 바가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넘겼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대학이 1차 조사를 진행한 경우, 90%에 가까운 수치로 ‘문제 없음’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 5월, 2007년 이후 50개 대학의 교수 87명이 논문 139건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중 127건이 연구 부정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대학 자체 조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교육부가 정부 각 기관에 검증을 요청한 논문이 85건으로 3건 중 2건에 달했다. MBC의 지적대로 1차 조사를 대학에 맡기는 것은 부적절함이 증명됐다.

그뿐만 아니다. 교육부는 지난 10월 17일, 고등학생 참여 논문이 유독 많은 15개 대학을 상대로 벌인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기서 ‘논문 부정’은 확인할 수 있으나 ‘입시 부정’까지 이어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것이 드러났다. MBC는 <의도 뻔한데…“입시부정 확인 안 돼‧징계도 안 돼”>(10/17 정동훈 기자)에서 이 원인으로 △입시자료의 보관 기한은 4년으로 짧아 해당 학생이 졸업만 마치면 입시 부정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학생이 해외 대학에 진학 후 사실을 부인하면 더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점 등을 꼽았다.

입시 부정은커녕 연구 부정이 확인돼도 징계는 없었다. 교수들의 징계 시효는 현행법상 3년이다. 그러나 교육부 감사로 적발된 연구 부정행위들은 2015년 이전 일이다. 모두 시효를 완성해 처벌 대상이 못 되는 것이다.

 

 

사례 분석에 이어 ‘R&E 프로그램’ 제도의 문제까지 드러낸 MBC

사례를 바탕으로 문제를 진단했다면, MBC는 더 깊이 들어가 제도의 문제를 짚었다.

MBC는 <‘멍하니’ 있다 가도 논문 저자…변질된 ‘노벨상’ 플랜>(10/17 장슬기 기자)에서 정부 주도의 영재 육성 제도인 R&E 프로그램의 변질을 들여다봤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R&E 프로그램’ 차원에서 생산된 사례를 대거 발견하게 돼, 이를 다시 살펴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노벨 과학상을 받을만한 재원을 키워보자는 의미에서 정부가 세금을 들여 과학 영재를 대학과 연계 시켜 탐구 기회를 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는 이전에 살펴본 여러 사례와 마찬가지로 스펙 쌓기 수단이 돼 있었다. 탐사기획팀이 확보한 고등학생 저자 논문과 발표문 412건 가운데 R&E 결과물은 220건으로 50%가 넘는 비율이었다. “R&E로 지원된 정부 예산은 지난해에만 40억 원에 육박”한다는 MBC의 설명이 더 날카롭게 느껴진다.

 

 

학계의 연구 윤리, 이대로 괜찮을까

MBC는 <‘고교생 저자’ 파악 어려워…“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10/18 최유찬 기자)에서 이렇게 드러난 모든 것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놀랍게도 교육부가 감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국‧내외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KCI, SCI급 연구물이었다. 그렇다면 이보다 급이 낮은, 그래서 쉽게 진입할 수 있고 감시가 어려운 연구물의 경우에는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연구 부정이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게 MBC의 설명이다.

MBC 탐사기획팀이 확인한 고등학생 저자만 봐도, 논문은 92건이지만 발표문은 320건으로 세 배 이상 많았다. 탐사기획팀이 취재 대상으로 삼았던 논문과 발표문은 10만 건 정도에 그치는데, 해마다 발표되는 논문이 30만 건이 넘는다는 걸 생각해볼 때, 연구자들의 자체적인 연구 윤리 재정립이 없으면 잡아내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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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학계에 만연한 연구 부정의 현실을 보여준 MBC(10/18)

 

그러나 MBC가 만나본 학계와 연구자들의 태도는 암울했다. <“논문에 이름 하나 넣는 거야 뭐”…교수 양심은 어디로?>(10/18 백승우 기자)에서 MBC는 이번 취재를 위해 만났던 100여 명 교수들의 발언을 담아 현재 학계에서 논문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진단해봤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자신의 논문이 수준이 높지 않아 자녀와 함께 썼어도 무관하다’라거나 ‘논문에 이름 하나 올리고 빼는 건 재량이다’, ‘허접한 일 시키고 이름 넣어줄 수도 있지 않느냐’, ‘부모 노릇을 한 것이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MBC는 보도에서 “교수들 윤리 재교육부터 필요한 딱 그 수준입니다”라는 평을 덧붙였다.

 

 

데이터 기반의 종합적 보도, 정부 감사에 영향…탐사 보도의 전형 보여줬다

고등학생의 논문 공저자 실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이미 사회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례가 드문드문 수면 위로 올라올 뿐, 종합적으로 실태가 어떤지, 교육부 감사에 문제는 없는지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보도는 없었다. 더군다나 사회 고위층 자녀들의 논문 공저자 의혹이 나오면서 또다시 구조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MBC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사례를 찾고, 이를 하나하나 취재해 유형화하는 작업을 해냈다. 문제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교육부에 전달함으로써 교육부의 감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운 점에서도 공로가 크다. MBC의 이번 보도가 단순히 입시제도 몇 군데를 손보는 데 쓰이지 않고 대학 교육 자체에 대한 고민을 심어주길 바라며 민언련은 MBC의 <고교생 논문 저자, 어떻게 만들어지나?>를 2019년 10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방송 보도 부문에 선정했다.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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