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국 정국’으로 본 언론의 자화상, 언론은 성찰할 수 있을까
등록 2019.10.17 13:19
조회 929

두 달이 넘게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던 ‘조국 정국’이 조국 법무부장관의 14일 사퇴 선언으로 일단락됐다. 나라 전체가 공직자 한 사람, 그것도 본인이 아닌 그 가족이 연루된 의혹에 매달리거나 그 의혹을 방어하는데 매몰됐던 이번 사태에서 우리 사회의 시급한 개혁 과제가 재차 확인됐다. 바로 정치, 검찰, 언론이다. 오랜 기간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고 ‘조국 정국’을 통해 그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 3개 영역 중 유독 개혁 논의가 미진한 것은 단연 언론이다. 정치권에서는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되고 검찰은 개혁안이 도출되는 등 극심한 대립 속에서도 작게나마 진전을 보였으나 언론만은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한다’는 가치 아래 개혁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묻히고 있다. 오히려 일부 언론은 언론개혁 요구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조 전 장관 사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할 것을 당부하자 조선일보는 다음날 15일자 사설에서 “성찰은 무능한 국정과 이해할 수 없는 아집으로 나라와 국민을 힘들게 만든 문 대통령이 해야지 왜 기자들이 해야 하나”, “대통령의 무지한 인식”이라고 역정을 냈다. 다른 매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조국 정국’에서 나온 ‘언론개혁 요구’, 성찰의 기회다

일부 언론의 이런 반응은 시민들의 인식과 완전히 동떨어져있다. 서초동 집회에서는 검찰과 함께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젊은 기자들과 ‘시니어 기자’들 간의 갈등이 노출된 한겨레, 사모펀드 의혹 관련 핵심 증인 인터뷰 부실 보도로 내홍을 겪는 KBS 등, 이미 밖으로 드러난 언론계 내부의 사태들은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조국 보도’와 관련해 격렬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언론개혁 요구’가 터져 나오면 언론계에서는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권력을 견제하는 방식이, 언론이 쏟아낸 보도의 취재가 정당했는가는 그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살아있는 권력’이 대상이라고 해도 근거없이 비난을 퍼붓고 의혹을 부풀린다면 언론의 사명을 빙자한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공직자나 그 가족이란 이유로 언론이 무차별적으로 난도질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 지명(8/9) 후 약 두 달 간 물밀 듯 쏟아진 보도에서 오랜 기간 우리 언론계가 안고 있는 병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각 언론사의 논조나 보도성향, 언론이 제기한 수많은 의혹의 사실관계 등을 넘어서서 ‘조국 정국’을 통해 우리 언론계가 성찰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보자.

 

1. 공직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먼지털이식’ 보도

 

‘공직자 검증’은 ‘일가족 파파라치 취재’가 아니다

첫째, ‘공직 후보자 검증’을 이유로 후보자의 가족들까지 ‘먼지털이식’ 취재하면서 후보자에게 ‘연좌제’를 뒤집어 씌웠다. 물론 공직 후보자는 엄밀한 검증 보도의 대상이며 그 가족의 경우에도 비리나 의혹이 있다면 응당 보도해야 한다. 하지만 그 취재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나 다름 없는 선정성이 두드러지고 후보자 본인의 개입 여부가 전혀 없는데 모조리 ‘후보자 의혹’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 보도’에 입각한 태도가 아니다. 채널A <‘무거운 침묵방배동 아파트>(10/3)는 조 전 장관 자택 앞에서 ‘날이 어두워지자 집에 불이 들어오고 창문도 열렸다’고 무려 ‘현장연결’을 해 보도했다. 매일경제 <조국 딸 오피스텔…거주자 주차장엔 차 10대 중 2대가 포르쉐>(8/21 기사 삭제) 등 많은 기사들이 주차장에 외자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조국 딸은 외제차 타고 다닌다’는 허위 프레임을 보도했다. 조 전 장관 사퇴 후인 10월 16일에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조 전 장관이 웃고 있는 영상에 욕설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집 앞에서 불이 켜지는 것을 감시하고 딸 자택까지 찾아가 고작 주차장의 차종을 살피는 것이 ‘후보자 검증’이라 할 수는 없다. 언론이 특정인에 욕설을 하는 것은 ‘검증 보도’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언론의 자격을 고민해야 할 수준이다. 비단 ‘조국 보도’뿐 아니라 이런 식의 ‘파파라치’ 보도, 선정적 보도 행태는 ‘클릭 수 장사’에 매몰된 우리 언론의 고질적인 악습이다.

 

‘공직자 가족 의혹 보도’가 ‘연좌제’가 되지 않으려면

또한 조 전 장관 측에 제기된 표창장 위조 의혹, 웅동학원 의혹, 사모펀드 개입 의혹 중 조 전 장관의 개입 여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도 확인되지 않았다. 모두 부인, 동생, ‘5촌 조카’가 연루된 의혹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처음부터 ‘조국 의혹’으로 몰아갔다. 이렇다 할 정황도 없이 조 전 장관 본인에게 제기된 비판은 ‘몰랐을 리 없고 몰랐다면 무능하다’는 ‘가정형’이다. 보도 제목에는 대부분 ‘조국’이라는 이름이 명시됐고 방송 뉴스의 경우 직계 가족도 아닌 ‘5촌 조카’의 혐의점을 보도할 때 조 전 장관의 얼굴을 화면에 띄웠다. 지난 9월 9일부터 16일까지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5촌 조카 의혹 보도’ 중 절반에 가까운 46.5%가 ‘조국 사진’을 썼고 MBC 87.5%, YTN 76.9% 등 일부 방송사는 그 비율이 과도했다. 공직 후보자를 검증할 때 그 가족의 문제까지 보도할 수는 있고 언론은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으나, 과거엔 그래도 후보자 본인의 개입 의혹이 두드러진 사례들이 많았다. 언론이 정치적 목적 아래 가족들까지 악의적으로 턴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당 후보자 또는 공직자를 중심에 두고 보도해야 한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조국 5촌 조카’가 언급된 보도

6건

8건

14건

22건

25건

25건

14건

13건

127건

①번 중 어깨걸이 사진이 조국인 보도

2건

7건

6건

3건

10건

12건

9건

10건

59건

33.3%

87.5%

42.9%

13.6%

40.0%

48.0%

64.3%

76.9%

46.5%

△ ‘조국 5촌 조카’란 키워드가 들어간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 분석(9/9~16) *0.5건은 단신 ©민주언론시민연합

 

2. 검찰 받아쓰기

 

언론은 검찰을 너무 믿는 것은 아닐까

둘째, ‘검찰 받아쓰기’ 관행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언론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도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으며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는 기자들로서는 부득이 검찰 발 정보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준 정보를 무조건 진실인 양 받아쓰는 행태는 언론의 역할 및 현실적 한계와는 무관한 부적절한 관행이다. 검찰 발 정보도 다른 출처와 마찬가지로 검증하고 추가 취재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이다. 주는대로 보도한다면 언론은 그저 검찰의 일방적 확성기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에서 언론이 검찰 발 정보만으로 수많은 ‘조국 의혹 단독 보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받아쓰기 관행’의 문제점이 극대화됐다. 9월 10일부터 24일까지 7개 주요 일간지(경향‧국민동아‧조선‧중앙‧한겨레‧한국)의 ‘조국 관련 단독 보도’ 총 75건 중 40%(30건)가 검찰을 출처로 해 다른 취재원이나 출처를 압도했다. 법조계가 16%(12건), 자유한국당이 11%(8건)로 뒤를 이었다.

 

 

검찰

법조계

자유

한국당

펀드 관계자

자산

관리인

대학

관계자

조국 관련인

웅동학원

문서

기타

없음

합계

경향신문

2

-

-

-

-

-

-

-

1

-

-

3

국민일보

2

-

-

-

-

-

-

-

-

-

-

2

동아일보

12

1

-

2

1

-

-

-

-

1

-

17

조선일보

8

1

6

2

-

-

-

-

-

-

-

17

중앙일보

3

4

2

2

-

5

2

-

-

3

-

21

한겨레

1

-

-

1

-

-

-

-

1

-

2

5

한국일보

2

6

-

-

-

2

-

-

-

-

-

10

합계

30

12

8

7

1

7

2

0

2

4

2

75

△ 조국 관련 7개 종합 일간지의 단독 기사 출처(9/10~24) ⓒ민주언론시민연합

 

검찰 발 단독보도는 모두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누군가가 검찰에서 ~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라고 보고 있다’라는 형식을 지녔다. 검찰의 주장이나 검찰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보이는 정보만으로 ‘특종’을 냈다는 의미다. 대부분은 반론이나 추가 취재가 없다. 그렇다 보니 왜곡 보도가 나올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단독/검찰에 압수수색당한 첫 법무장관>(9/24)가 전형적인 사례다. 동아일보는 9월 23일 검찰의 조 전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전하면서 “검찰이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조 장관이 ‘피의자’로 적시됐다”, “조 장관이 수사 대상인 것을 검찰이 분명히 한 것”이라 단언했다. 그러나 영장에 조 전 장관이 ‘피의자’로 적시된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한국일보 등 타 매체는 자택 압수수색 당시 압수물이었던 컴퓨터가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교수의 공용 소유라고 기재하는 데서 조 전 장관 이름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시종일관 “검찰은 ~라고 보고 있다”는 어법으로만 기사를 썼고 그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표하고 말았다. 이런 보도로 인해 조 전 장관을 무리하게 ‘피의자’로 몰아가려는 검찰이 의도적으로 언론에 그런 내용을 흘리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심도 나오는 것이다.

 

‘KBS 김경록 인터뷰 논란’에서도 언론의 ‘검찰 의존성’이 엿보인다

‘김경록 인터뷰’ 왜곡 논란에 빠진 KBS도 근본적으로는 언론의 취재 및 보도 관행을 고민해야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사회부장이 보직 사퇴까지 감행한 KBS 취재진 측의 입장은 한결 같다. 정경심 교수 자산 관리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PB 차장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그간 ‘펀드 운용과 관계없다’던 조국 전 장관 측 입장과 배치되는 언급이 있었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는 것, 그리고 김 차장 발언을 검찰에 확인한 것은 통상적인 ‘교차 검증’ 절차라는 입장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KBS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검찰과 내통했다거나 인터뷰도 악의적으로 난도질했다는 일각의 평가가 KBS 기자들로서는 굉장히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KBS 기자들의 해명이 오히려 우리 언론인들의 케케묵은 관행을 그대로 노출했다. 인터뷰 중 어떤 내용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도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언론의 판단 재량이다. 그러나 취재진의 판단은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사안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엽적 사실은 전체를 이해하고 규정하기 위한 곁가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체에 접근하기 위해 부분을 추적하다가도 사안의 본질에 관련된 정보가 확인되면 새로운 핵심 정보를 중심으로 보도를 재구성해야 하지만 KBS는 관성에 빠져 ‘부분’을 부각한 것이다. KBS는 조 전 장관 측을 ‘피해자’로 보고 있는 김경록 차장의 입장 전체 맥락을 전하는 대신 특정한 일부 발언만 부각했다. 조 전 장관 측의 자본시장법 위반을 부인하는 김경록 차장 발언이 있었음에도 그건 배제하고 ‘펀드 운영엔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조 장관 측 설명과 배치되는 발언만 ‘선택’해 보도했다. 사모펀드의 성격에 관련된 가장 중요한 핵심적 정보를 보도에서 제외한 것이다. 검찰에 그 발언을 확인하는 ‘교차 검증’도 마찬가지다. KBS는 ‘교차 검증’을 할 수 있는 다른 길을 배제한 채 김경록 차장으로부터 조 전 장관 측에 불리한 증언을 이끌어내야 하는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검찰을 믿고 ‘검증’했다. 검찰이 확인하면 사실이라 전제하는 언론의 습관이다.

 

3. 의혹 보도의 완결성

 

수많은 ‘의혹 보도’, 탄탄한 취재는 기본적 의무

셋째, 의혹의 근거 및 사실관계 확인은 더 엄밀해야 한다. 권력을 감시하고 공직자를 검증하는 언론은 부득이 이른바 ‘스모킹 건’ 급의 확실한 증거가 없더라도 정황과 일부 증언, 간접적 근거로도 의혹 보도를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언론은 그렇게 해왔고 언론의 의혹 제기가 사실로 밝혀져 정의를 구현한 사례도 많지만 그 반대 사례도 많다. 조국 전 장관 관련 수많은 의혹 보도들 중에는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이는 간접적인 정황, 증거, 증언으로 의혹을 제기할 때도 다층적인 교차 검증과 더 다양한 근거 확보에 노력해야 하고, 흩어져 있는 정황들을 하나의 결론으로 도출하는 논리 구조에서 정합성 및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 이 때문에 특정인을 정치적 목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의혹을 확대하고 선정적 프레임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차후에 설령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애초 보도의 근거가 허술했다면 그 자체로 저널리즘의 차원에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정국 주도한 ‘표창장 위조 의혹 보도’ 다시 살펴봐야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조국 정국’ 초반을 주도한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이다. 이것도 첫 출발은 ‘검찰 발 정보’였다. 9월 3일, 검찰의 정경심 교수 연구실, 한국국제협력단 등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벌어졌고 KBS <단독/조국 딸, 어머니 학교 총장상 수상의전원 자소서 기재>(9/3)과 같은 보도가 쏟아졌다. ‘검찰은 조씨의 동양대 총장상(봉사 표창장) 수상에 정씨가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시발점으로 “표창장 준 적 없다. 명백한 가짜”라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발언이 보도되는 등 기사가 쏟아졌고, 3일만인 9월 6일, 검찰은 정경심 교수를 기소했다. 그러나 숱한 반론이 쏟아지면서 이 의혹은 ‘언론의 부실 보도’ 대표 사례로 지목됐다. 요컨대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검찰의 시각’과 ‘정경심 교수 업무용 PC에서 직인 파일이 나왔다’와 같은 단편적 정황만으로 ‘위조’라는 결론에 섣불리 도달했다는 것이다.

 

SBS가 처음 내놓은 직인 파일 발견 보도 역시 검찰 발 뉴스였다는 점에서 ‘검찰 발 정보’에 의존하는 관행과도 연결되는데, 검찰에서 나온 부분적 정황을 언론이 ‘위조’로 비약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동양대 전 직원 및 조교, 동양대 장경욱 교수 등 관련자들은 동양대 표창장 발급 절차가 부서마다 개별적으로 이뤄져 일렬번호도 제각각이고 총장 직인도 담당 직원이 직접 가져다 찍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는 대부분의 대학에서도 공통적으로 이뤄지는 일인데, 언론이 보도하기 전에 주변 대학에 ‘표창장 발급 절차’를 물어보기만 했어도 쉽사리 ‘정경심 교수의 위조 의혹’을 보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부실한 공소장과 ‘과잉 수사’ 비판에도 언론은 질문하지 않았다

3일만에 급박하게 기소를 한 검찰의 공소장도 부실 논란에 빠졌다. 표창장에 기재된 ‘수여일’을 ‘위조일’로 규정한 부분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 “성명 불상자와 공모”라고 적었던 공소 핵심 내용을 열흘이 지나 “아들의 상장을 스캔하여 딸의 표창장을 위조”로 수정한 것은 사실상 범행 일시, 방법이 완전히 달라져 공소장 변경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경심 표창장 위조 의혹’은 보도량이 상당했으나 검찰의 공소장 관련 검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위조 의혹이 간접적 정황만으로 보도해야할 사안이었다면 검찰 공소장의 부실함 역시 합리적으로 의심해 보도했어야 한다. 의혹이 나온 지 한 달 뒤에야 MBC <PD수첩> ‘장관과 표창장’(10/1)와 같이 검찰 발 정보 및 그간의 의혹 보도와 거리를 두고 의혹을 재검증한 보도가 나왔다.

 

전격적인 자택 압수수색과 3일만의 기소, 이후의 부실 논란으로 ‘검찰의 과잉 수사’라는 비판 여론이 컸으나 언론이 이를 외면했다는 사실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조 전 장관 가족 관련 의혹이 과연 자택, 학교, 투자증권회사 등 70여 곳에 이르는 방대한 먼지털이식 압수수색을 할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인지, 합리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압수수색 등 검찰의 수사를 ‘중계’할 뿐, 그 수사의 적법성이나 적절성에 아무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4. 특정 이슈에 쉽게 매몰되는 양적 불균형

 

‘조국 보도’의 양적 불균형 극심…‘언론 플레이’였을까

마지막으로 우리 언론이 기본적인 균형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톺아봐야 한다. ‘조국 보도’에서의 일방성, 보도의 전체적인 이슈 편중이 엿보인다. ‘대중이 관심 있는 사안이므로 조국 의혹을 보도한다’는 언론의 명분을 재검토해야 할 대목이 곳곳에 있다. 법무부 장관 자리가 매우 엄중한 사안이므로 언론이 집중 보도를 통해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었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장관 후보자 검증’ 차원에서 일어난 일인지, ‘낙마’를 목표로 이뤄진 의도적인 ‘여론몰이’인지 구분해 따져봐야 한다.

 

앞서 살펴봤듯이 7개 주요 일간지(경향‧국민동아‧조선‧중앙‧한겨레‧한국)의 ‘조국 의혹 단독 보도’(9/10~9/24) 총 75건의 출처가 상당 부분 검찰(30건)에 쏠려 있고 나머지도 ‘법조계’(12건), ‘자유한국당’(8건)이라는 점도 불균형에 해당한다. 이는 조 전 장관 측의 유불리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의혹 당사자인 ‘조 전 장관 측 관련인’을 출처로 한 기사는 2건에 불과했고 ‘웅동학원’이 출처인 경우는 아예 없었다. 좀 더 신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문건’을 출처로 한 단독보도 역시 2건에 그쳤다. 이 지점에서 언론인들은 ‘조국 전 장관 측에 반론을 물어도 답변을 하지 않는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반론을 내놓은 동양대 관계자들이 어째서 tbs 교통방송 <뉴스공장>에만 몰렸는지, 사모펀드 의혹에 있어 조 전 장관 측을 피해자로 규정한 김경록 차장이 KBS를 못 믿어 유시민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으로 갔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언론이 처음부터 더 다양한 취재원 확보와 반론 취재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말 그대로 ‘도배’를 해서는 안 된다

전체적인 뉴스의 편중도 유독 이번 ‘조국 정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이 높은 종편 4사(JTBC‧TV조선‧채널A‧MBN)는 조 전 장관과 함께 다른 부처 인사 청문회가 이뤄졌던 8월 12일부터 9월 6일까지 오로지 조국 전 장관만 보도했다. 당시 7명의 장관급 인사가 이뤄졌으나 종편 4사 주요 시사 프로그램 11개 경우 7명 후보자 관련 총 방송 시간 8,480분 중 사실상 전부라 할 수 있는 8,453분(99%)을 모조리 조국 당시 후보자에만 쏟아부었다.

 

다른 후보자 뿐 아니라 아예 다른 이슈들도 덮었다. 8월 26일부터 9월 6일까지 종편 4사 11개 시사 프로그램은 총 방송 시간 7,126분 중 77.5%에 이르는 5,522분을 오로지 ‘조국’에 할애했다. TV조선 3개 프로그램의 경우 이 비중은 무려 89.6%에 달했다. 이 시기 일본의 무역 보복 및 지소미아 종료,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 관련 진상조사 결과 발표 등 굵직한 이슈들이 있었음을 감안할 때 정상적인 수치는 결코 아니다.

 

 

조국 후보자 관련

대담 시간

전체 방송시간

JTBC

뉴스 ON

498(73.1%)

681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646(91.9%)

1814(89.6%)

703

2025

신통방통

526(79.9%)

658

이것이 정치다

642(96.7%)

664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524(67.1%)

1626(77%)

781

2112

뉴스TOP10

606(80.5%)

753

정치데스크

496(85.8%)

578

MBN

뉴스와이드

625(89.2%)

1584(68.6%)

701

2308

뉴스&이슈

263(54.7%)

481

뉴스BIG5

314(66%)

476

아침&매일경제

382(58.8%)

650

총 방송시간(분)

5,522(77.5%)

7126

△ ‘조국 후보자’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 및 비율(단위:분)(8/26~9/6)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과 방송 뉴스도 별반 다르지 않다. 8월 9일부터 9월 4일까지 27일 간 5개 주요 일간지(경향‧동아‧조선‧중앙‧한겨레)의 사진 기사를 제외한 ‘조국 관련 기사’는 총 1,083건에 이르렀으며 보도량이 가장 많은 조선일보는 309건, 하루에 11건 꼴로 기사를 냈다. 7개 방송사(지상파 3사‧종편 4사)의 저녁종합뉴스도 같은 기간 총 923건의 ‘조국 보도’를 냈고 보도량이 가장 많은 채널A가 214건, 하루 8건 꼴로 보도를 냈다. 보통 하루에 25건 정도(스포츠‧날씨 제외)의 리포트를 내는 저녁종합뉴스에서 매일 1/3에 달하는 분량을 ‘조국’에 쏟아낸 것이다.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4월 7일부터 6월 12일까지 67일 간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지방선거 보도는 총 613건이었다. 기간이 절반도 안 되는 이번 ‘조국 보도’보다 300여 건이나 적다. 채널A는 당시에도 139건으로 보도량이 가장 많았는데 하루에 2건 꼴로 하루 8건 꼴인 ‘조국 보도’와 비교가 안 된다.

 

여기서는 또 다른 불균형도 엿보이는데 바로 ‘후보자 검증’에서 오직 ‘가족 관련 의혹’ 등 ‘도덕성 검증’에만 치중했다는 점이다. 5개 주요 일간지의 ‘조국 보도’ 총 1,083건 중 ‘사법개혁’ 등 ‘정책 검증’에 해당한 기사는 24건, 2.2%에 불과했다. 방송 뉴스 역시 총 총 923건 중 고작 20건, 2.2%를 ‘개각 발표 및 전문성 검증’에 할애했을 뿐이다.

 

대중의 관심을 이끄는 언론? ‘여론몰이’하는 언론?

이렇게 ‘조국 보도’에서 다방면으로 확인되는 불균형은 ‘대중이 관심을 두고 있으므로 보도가 많다’는 인식보다 ‘언론이 보도를 쏟아내면서 조국 의혹으로 대중의 관심을 끈다’는 시각이 더 설득력있음을 보여준다. 때로는 대중이 먼저 관심을 보여 보도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아주 중대한 사안의 경우 언론이 보도를 내면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야 할 때도 있다. ‘법무부장관 후보자 검증’은 시민도 관심을 보이고 언론도 보도를 내야하는 사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도 말 그대로 ‘후보자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을 때 가능한 평가다. 앞서 살펴봤듯이 검찰 발 정보나 일방의 주장을 검증 없이 받아쓴 기사, 의혹의 근거 및 취재가 부족했던 기사, 후보자 본인이 아닌 가족에 대한 광범위한 ‘먼지털이식’ 기사가 매일 같이 지면 및 뉴스를 뒤덮었다면 ‘언론이 의도적으로 조국 의혹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여론의 지적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언론의 공적 책무에 따라 보도를 집중하는 것과 특정한 의도에 따라 이른바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조국 사퇴’는 끝이 아닌 ‘성찰’의 시작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각각 다른 의미로 ‘조국 사퇴가 끝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언론에게 있어서도 다른 의미로 ‘조국 사퇴’가 끝이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로 하여금 그간의 보도 및 취재 관행, 습관이 과연 온당한지, 저널리즘에 부합하는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약자를 대변하며 시민 권익을 확대하는 언론의 공적 책무에 해당하는지 성찰할 때이다. ‘조국 사퇴’를 ‘승리’ 또는 ‘패배’로 받아들이는 언론이 있다면 특히 반성이 필요하다. 정치적 이슈에 있어 언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 일부 언론은 그 여론이 정파적이라 일축하고 마는데, 그 정파성을 언론 스스로 이미 내면화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여야가 정쟁 과정에서 내뱉는 말들을 별다른 고민 없이 따옴표 쳐서 막말까지 받아쓰는 우리 언론의 습관에 비춰볼 때 ‘정파성’을 따질 자격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언론도, 시민도, 검찰도 무결점의 완벽한 주체들이 아니다. 다만 사회적 공론화를 꾀할 수 있는 ‘스피커’는 단연 언론이다. 그 스피커를 스스로의 성찰을 위해서도 쓸 수 있는지 언론은 증명해야 한다. <끝>

 

2019년 10월 1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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