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모니터_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보이시나요?
등록 2019.09.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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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9년 5월부터 5개월 간 시범적으로 성평등과 이주민에 대한 허위조작정보나 혐오표현과 관련된 유튜브 게시물을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 보고서 주제는 ‘여성고위직할당제’입니다. 모니터 기간은 2019년 1월 1일부터 9월 1일이며 모니터 대상은 ‘여성고위직할당제’ ‘여성임원할당제’ 키워드로 검색된 유튜브 영상들입니다.

 

한국 사회의 ‘유리천장’은 견고합니다. 500대 기업 임원의 96.4%는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성 노동자 비율은 늘어나지만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 기이한 현상은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유리천장’ 탓이 큽니다.

 

‘여성고위직할당제’는 이 유리천장으로 인해 승진 과정에서 차별당한 여성 집단을 지원해주는 ‘적극적 차별시정조치’ 중 하나입니다. 과거부터 쌓여온 고위직의 남성편중 현상을 해소하고,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발생한 차별과 불이익을 바로잡아 실질적 평등을 달성하려는 목적을 가졌습니다.

 

이 ‘여성고위직할당제’는 자주 역차별 논란에 휩싸입니다. 특히, 유튜브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유튜브에는 지금의 2030세대에선 성차별이 없어졌다며 여성고위직할당제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주장이 만연해 있습니다. 여성은 일을 못하고 야망이 없어서 여성 임원이 적다는 여성혐오성 발언도 나옵니다. 여성고위직할당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영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고위직 남성편중 현상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어떻게 이를 바로잡을지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민언련은 유튜브 내 여성고위직할당제를 둘러싼 담론을 정리하고 그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1. 성차별이 어디있냐고요?

여성고위직할당제에 반대하는 주장에는 기업의 인사제도나 조직문화가 공정하고 성차별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여성들도 공정하게 경쟁해서 여성할당제와 관련 없이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튜버 빡○는 여성고위직할당제에 대해 “어떠한 피해의식이 있어서 그래요. 여성들은 잘하고 아무 문제도 없는데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는 거죠. 전형적으로 사회 탓하는 좌파논리”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다른 유튜버 소○○○은 “아니 기업에서 여성이 능력 있으면 알아서 위로 올려줄 거고 실제로 요즘 그런 여성들도 많이 있는데 왜 능력 다 떠나서 자리 만들어서 여자만 혜택줍니까?”라고 말했고, 유튜버 미○○○○은 “세상에 어떤 기업에서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별채용을 하나요?”라며 “여자여서 채용을 안 한다? 그거는 피해의식이죠. 피해의식 좀 그만 가지세요”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시각에선 한국 사회에 성차별이 없기 때문에 차별을 시정하는 건 부당한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의 구조적 차별은 눈에 보이지 않게 존재합니다. 여전히 한국사회의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하고, 남성 중심적 조직 문화 속에서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여성은 성별‧직위의 위계질서 안에서 성희롱‧성추행‧2차가해를 당하기도 하며, 양육 및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편견으로 ‘일과 양육 이중부담’을 떠맡기도 합니다. 여성들은 채용부터 직장생활, 승진 과정까지 불평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는 각종 통계와 돌출적으로 튀어나온 현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임원 중 여성은 3.6%…한국사회 ‘유리천장’ 현주소

‘유리천장’은 여성의 직장 내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합니다. 우리 사회 ‘유리천장’의 현실은 여러 통계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의 비율은 약 3.6%입니다. 500대 기업 전체 임원 14,460명 중 13,942명은 남성이고 518명이 여성입니다. 500대 기업 중 여성임원이 1명 이상 있는 기업의 수는 190개(38%)에 불과합니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2019년)에서 우리나라의 유리천장 지수는 100점 만점에 20점을 간신히 넘겨 (낮을수록 차별이 심각하다는 뜻) OECD 29개국 중 최하위(29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7년째 최하위입니다. 미국의 경영 컨설팅 기업인 매킨지가 발표하는 <동등의 힘:아시아 태평양에서 여성 평등의 확산>(2018년)보고서 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간부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성 대비 12%에 그쳐 17개국 중 15위를 차지했습니다. 평균 25%에서도 밑돌았습니다.

 

“여자라서 떨어졌다” 채용 과정에서부터 성차별

성차별 채용은 여러 차례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스안전공사의 성차별 채용입니다. 2018년 11월 대법원은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 7명을 떨어뜨리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기동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에 대해 징역 4년을 확정했습니다. 박 사장은 인사 담당자 등에게 “여자는 출산과 육아휴직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조정해서 탈락시켜야 한다”고 지시를 내렸고, 인사 담당자는 이미 작성된 면접 평가표를 순위를 바꿔 다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면접 점수 1위였던 여성은 8위로 변경돼 불합격처리 됐습니다.

또 대한석탄공사도 2014년 청년인턴채용을 진행하면서 여성지원자 142명 중 단 3명만 서류를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서류전형에서 남성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여성 지원자에게 고의로 낮은 점수를 준 탓이었습니다. 또, 면접에서도 일부 면접위원이 여성에게만 비정상적으로 낮은 점수를 줘 결국 최종 합격자 6명은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이를 채용 성차별로 보고 대한석탄공사 채용 관련자들을 기소했습니다.

2018년 3월 KB국민은행은 신입 행원 채용 서류 심사에서 남성이라는 이유로 수백 명의 남성 지원자의 점수를 무더기로 올려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국민은행 인사팀장 ㄱ씨와 전 부행장 ㄴ씨는 2015년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서류 전형 평가 점수를 높이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는 낮췄습니다. 하나은행도 채용과정에서 남녀 채용비율을 사전에 정해놓고 채용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 수사 결과 하나은행은 여성 지원자만 서류전형 커트라인을 크게 높여 불리하게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단독 보독한 SBS <[하나은행①] 하나은행도 '채용 성차별'…여성 지원자만 커트라인 높였다>(2018/4/22 정연 기자)따르면, “하나은행 직원이라고 밝힌 A 씨는 SBS에 이메일을 보내 2015년 채용에서도 ‘인사부가 면접관들에게 남녀 비율이 있기 때문에 여자 지원자에게 많은 점수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신한은행도 남녀합격 비율을 3:1로 정해놓고 채용 절차를 진행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습니다. 이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팽배해 있던 ‘남성 우대’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사람인은 기업 493개사를 대상으로 한 <채용 시 선호하는 성별이 있는지 여부> 조사결과, 41.8%가 ‘특정 성별을 선호한다’ 답했다고 밝혔는데, 선호하는 성별은 ‘남성’이 70.9%, 여성은 29.1%로 2배 이상 많았습니다. 선호하는 성별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의 24.3%는 선호하는 성별의 지원자의 경우 평가 결과가 다소 부족해도 합격시킨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특정 선별을 선호하는 이유는 ‘성별에 더 적합한 직무가 있어서’ ‘야근, 출장 등이 발생할 상황을 고려해서’ ‘기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해서’ 순이였는데, 대부분 근거가 없는 성차별적 편견과 선입견에 기반한 차별이었습니다.

우리사회에는 이처럼 여성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팽배해 있고, 여성들은 실제 불이익을 받으며 사회에서 배제와 분리를 당하고 있는 겁니다.

 

입사 후에도 ‘남성 중심 문화’에 곤욕

‘남성 중심 조직문화’는 여성의 경력 구축과 관리직 진출 저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조직을 남성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여성을 동등한 동료로 보지 않고 장식과 보조수단으로 여기거나 주요 업무에 배제하며 여성은 ‘관리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차별의식을 형성합니다.

 

작년 11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회식 자리에서 양옆에 여성인 노동자를 앉게 해 논란이 빚어진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오 시장은 부산시 산하 용역업체 직원들과 회식자리를 가졌는데, 자신의 양옆과 맞은편에 젊은 여성들이 앉힌 겁니다.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젊은 여성을 지위가 높은 중장년 남성의 장식품처럼 활용하는 ‘남성중심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오 시장은 “사진 속에 담긴 객관화된 제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잘못된’ 관습과 폐단을 안일하게 여기고 있었다”며 사과했습니다. 이런 ‘잘못된’ 남성중심문화의 관행은 직장 문화 속에 뿌리 내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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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중심 조직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 오거돈 부산시장 회식 사건

 

올해 6월부터 ‘일터로서 성평등한 국회 만들기’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회 페미’는 국회에서 벌어진 남성중심조직문화를 공론화하기도 했습니다. 이 조직은 국회에 종사하는 여성 30여 명이 모인 단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국회페미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고 <커피는 여자가 타야 제맛입니까?> 캠페인을 펼치며 남성중심문화 속에서 당한 피해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사례를 사펴보면, “의원실 남자 보좌관은 여성인 나를 꼭 집어서 ‘여기 커피 좀’이라고 시킨다. 모든 보좌진이 다 있는 자리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를 지목하는 것이다” “국회에서 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온갖 잡스러운 일(택배 나르기, 전화받기, 탕비실 정리)을 강요당했고, 정책을 배워 승진할 수 있는 기회에서는 완전히 도려내졌다” “나보다 스무 살 정도 많은 남자 보좌관(4급 공무원)이 어느 날 내게 사무실의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노동, 돌봄노동, 수발노동이 나의 주 업무였다. 국정감사 때 내게는 직원들의 삼시 세끼를 챙기는 것, 서류 심부름에 불과한 자료요구 대리 외에는 아무 일도 주어지지 않았다. 단지, 내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등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주요 업무가 아닌 주변 업무가 당연히 ‘여성의 일’로 치부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차별의식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법을 만드는 국회 안에서 여전히 남성중심문화가 팽배해져 있는 게 현실입니다.

 

성희롱‧성추행‧2차가해…피해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현실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2차가해도 여성들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만 유달리 피해자를 탓하는 여성혐오적 사회 분위기로 성희롱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혼자 앓고 있거나 문제제기한 뒤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기도 합니다.

 

여성가족부가 공공기관 및 민간사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 등 10,9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14.2%가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적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성희롱 유형은 외무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가 5.3%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이 3.4%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가 2.7%를 차지했습니다. 성희롱 가해자는 83.6%가 남성이었고, 이중 61.1%는 상급자였습니다. 그런데 성희롱 피해자 81.6%는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희롱 피해 이후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이나 행동 등으로 또다시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27.8%에 달했습니다. 성희롱 범죄에 오히려 피해자들은 위축됩니다. 성희롱 피해경험 응답자들은 성희롱 피해경험의 영향으로 ‘직장에 대한 실망감’(28.7%), ‘근로의욕 저하 등 업무 집중도 하락’(21.3.%), ‘건강 악화’(8.2%)등의 순으로 답했습니다.

 

문제제기 후 오히려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하기도 합니다. <성희롱 2차 피해 실체 및 구제강화를 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에게 조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그렇다며 오히려 징계를 하는 경우” “피해자에 대해서 해고, 권고사직, 부당발령, 휴가 강요 등 고용상의 불이익을 경험” “조력자에 대해서 업무 또는 고용 상의 불이익을 주거나 끼어들지 말라고 협박을 당하는 경우” “피해자에게 과도한 업무를 주거나 다른 업무를 부여하는 등 업무적 괴롭힘을 주는 경우” 등의 피해 사례가 있었습니다.

 

여성이 전담하는 가사·돌봄노동…고위직 진출을 어렵게 만들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부부의 시간배분> 보고서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를 기준으로 주중 가사시간은 남편이 17.4분, 아내는 129.5분으로 아내가 남편보다 7.4배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중 육아시간도 아내가 52.2분으로 남편 14.9분보다 3.5배 많았습니다. 이처럼 여성에게 편중된 가사노동 및 육아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성신문 <기업 내 유리천장이 견고한 5가지 이유>(2018/6/12 이유진 기자)에서 국내 기업 1곳을 대상으로 한 사례연구를 소개했습니다. 연구를 맡은 김영미 연세대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승진 전망이 낮은 이유는 일과 가정에 대한 이중 부담 때문이었다”며 “관리자 34명 중 여성(18명)은 인터뷰 도중 1인 평균 24.7회 ‘가정’을 언급한 데 비해, 남성(16명)이 가정을 언급한 비율은 9.5회에 불과했다”고 말했습니다. 자녀와 가족을 돌보는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다보니 야근과 연장근무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남성이 더 우수한 직원으로 간주되어, 승진에 직간접적 혜택을 보고 있는 겁니다. 미혼에 자녀가 없는 여성일지라도 결혼과 이에 따르는 가사노동 또는 육아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미혼 여성 역시 ‘언젠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할’ 사람으로 여겨지며 이 때문에 조직 내 중요 업무 분담에서 배제되기도 합니다.

 

또, 여성들은 결혼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과 일자리에서의 성취감 사이에서 고민을 남성보다 더 하게 됩니다. 결혼생활과 육아는 여성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여성에게도 결혼과 일자리 모두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여성에게 편중된 가사노동 및 육아시간만이라도 동등하게 분배된다면 여성은 결혼으로 인한 독박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일자리에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경력을 구축해 관리직으로 진출할 기회도 더 늘어날 것입니다.

 

사회 구조적 차별을 시정하는 ‘여성고위직할당제’

‘여성고위직할당제’를 비판하는 유튜버들은 여성에 대한 사회 구조적 차별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배제와 불이익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각종 지표와 통계, 피해사례는 한국사회가 심각한 수준의 성차별 사회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를 개선하고 고쳐나가는 작업도 필요하지만, 이미 누적되어온 ‘남성중심적 사회’ 구조를 바꾸기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여전히 사회를 지배하는 구성원에 심각한 성별 편중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여성고위직할당제같은 ‘적극적인 차별 시정조치’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여성고위직할당제는 만병통치약은 아니고 소수의 엘리트 계급에게만 이익이 돌아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집중해서 살펴봐야하는 것은 남성 주도의 사회 지배구조일 것입니다.

 

2. 여성은 능력과 야망이 없다고요?

유튜버들은 여성 고위관리직의 비율이 낮은 것 자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거나 승진 욕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여성할당제로 능력도 없는 여성들이 고위직에 올라간다며 불만을 제기합니다.

 

유튜버 미○○○○은 “그리고 여성임원이 적은 건 남자에 비해서 여자들은 승진이나 명예에 대해 그렇게 욕구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유튜버 랟○는 여성고위직할당제를 비판하면서 “근데 그런 높은 자리(임원자리) 갈 수 있는, 그런 높은 자리를 노리는 여자들이 대한민국에 과연 많습니까?”라고 반문합니다. 이어 “여자 분들이 전부 다 고위직 자리를 놓고 그런 위치에 도달 가능하여 남자와 다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여성 고위직 할당제는 분명 대다수 여성들에게 유리한 제도인 것이 맞습니다”라고 말한 뒤 “그리고 지금 대다수 여성분들은 그런 위치에 있지 않죠?”라고 말했습니다. 대다수 여성들이 고위직에 대한 욕구가 없다는 편견을 드러내고 있는 겁니다. 이 랟○ 다른 영상에서도 “회사에서 여성의 고위직 비율을 높이려면 일단 여자가 회사에 많아야 하는데 이 회사들엔(고용노동부가 공표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위반 사업장) 여자가 들어가지 않거나 능력이 없어 들어가질 못합니다. 아니 근데 어떻게 여성 고위직을 늘려요?”라고 말했습니다. 유튜버 리○○○○은 “자기보다 능력도 없고 노력도 반의 반도 안 한 여자가 여성할당제라는 낙하산을 타고 와서 자신과 같은 위치에서 동급 취급받는 다면 이게 얼마나 짜증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여성이 남성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편견 속에서 ‘능력 없는 여성들이 여성고위직할당제로 고위직에 올라간다’라는 주장이 성립됩니다.

 

‘야망’ 있는 여성들

여성이 남성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근거도 통계도 없는 허위조작정보에 가깝습니다. 이는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하고, 제기된 대부분의 근거는 자신의 단편적 경험과 선입견에 기반한 혐오에 불과합니다. 여성이 야망이 없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여러 통계조사에서 여성이 승진하고자 하는 야망과 욕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기업 내 여성임원 비율 확대를 위한 전략 연구>에서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고서에선 “2017년 맥킨지 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여성임원 중 79%가 최고경영자 위치에 올라가고 싶다고 응답하였으며, 심지어 이들 중 61%는 필요하다면 개인적 삶의 한 부분을 희생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더 높은 상위지급으로 오르기 위한 야망과 경력열망에 대한 성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우리나라 역시 과차장급 여성관리자의 경우 ‘실장급 관리자까지 오르고 싶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59.9%와 58.9%로 가장 높고, 임원으로의 승진 전 단계인 부장급 이상인 여성관리자 역시 ‘최고 경영자 까지 오르고싶다’ 라고 응답한 비율은 46.7%로, 현 직급에서 상위직급으로 승진을 열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재 대리급의 초급관리자의 경우 ‘지위에는 별 관심이 없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30.2%로 가장 높았”습니다. 보고서는 “이처럼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성공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관리자 및 임원 비율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초급관리자의 열망을 막고 있는 내‧외적 요인을 찾아내어 그들이 조직 내에서 성공을 느낄 수 있게끔 제도적, 지원적 환경이 선행되어야 할 필요성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3. 여성 임원이 늘어나면 어떤 이익이 있냐고요?

여성고위직할당제가 오히려 기업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거나 아무런 이익이 없다는 주장도 자주 보입니다. 유튜버 빡○는 “왜? 여성이 많으면 뭐가 좋은데? 여성 임원이 많으면 그 소속 단체가 도대체 뭐가 좋은지를 분명히 말할 수 있으면 이건 100% 도입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유튜버 랟○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사람이, 오직 여자란 이유만으로 고위직 자리에 올라 잘못된 결정과 판단을 내려 회사가 쫄딱 망해버리면 그 상황을 누가 책임지죠?”라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여성고위직할당제를 찬성하는 측에선 성별 구성의 다양성이 기업 경쟁력과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별 구성의 다양성은 기업 경쟁력에 기여

여성고위직할당제를 통한 성별 구성의 다양성이 기업과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다양한 통계가 존재합니다. 매일경제 <양성협업 글로벌 성장 키워드로...실리콘밸리 기업 女임원 늘리기 봄>(2018/11/22)에서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올해 ‘Why Diversity Matter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연구한 결과 경영진에 성 다양성이 높을수록 기업의 성과도 높아진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진의 성 다양성 수준이 상위 25%인 기업들은 하위 25%인 기업들보다 세전영업이익률(EBIT Margin)이 평균 21% 높았다”며 “앞서 2016년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도 기업 이사회 여성 보유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재무 성과가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경제 <기고/여성 다양성이 기업 경쟁력 높인다>(2016/9/5)에서도 “피터 드러커와 함께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톰 피터스도 ‘의사결정집단의 인구학적 구성이 시장을 닮지 않을 경우 멍청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구매력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여성에 대한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면 기업이 살아 남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2017년 9월 서울에서 열린 한 커퍼런스에서 “노동시장에서 성별 차이를 줄이면 일본은 9%, 한국은 10%, 인도는 27%까지 GDP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유튜버들의 주장과 정반대로 성별 구성의 다양성이 기업과 사회 경쟁력에 기여한다는 여러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민간기업 여성고위직할당제 도입의 필요성

여성임원할당제가 여성 임원을 확대하는 가장 강력한 조치 중에 하나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경우 자율성의 존중에 대한 목소리도 높은 상황입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기업과의 자율협약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여성가족부는 우수사례를 전파하여 다른 기업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결국 기업의 실질적 도움이 이루어져야 변화가 나타나므로 민·관이 파트너십을 맺어 협업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1월 1일~9월 1일까지 유튜브에 게재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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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