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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모’ 시국선언이 박근혜 하야 시국선언 규모 넘었다는 것은 허위정보
등록 2019.09.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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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이하 정교모)은 19일 오전 교수 3,396명이 시국선언에 참가했다며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문제는 정교모 측이 사전인증 과정 없이 공개된 온라인 URL을 통해 참가자를 모으고, 이 결과를 실시간으로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공개된 URL을 통해 ‘가짜 서명’을 넣었고, 그 결과 17일 오후에는 명인대학교(드라마 ‘하얀거탑’에 나오는 가상의 대학), South Harmon Institute of Technology(영화 ‘억셉티드’에 등장하는 가상의 대학), dasbonuniversity등 존재하지 않는 대학이 서명자로 집계되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온라인 서명 폼에는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기재하게 되어 있지만,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서명자를 집계해 왔다는 증거입니다.

애초에 부실하게 서명자를 집계한 정교모의 책임이 크지만, 이들은 “서명 사이트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뒤늦게 인증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수천 명이 서명했다는 홍보 효과는 모두 누린 후에야 확인 작업에 들어간 것이죠. 데이터를 생명으로 하는 연구자들로써는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지만, 정교모는 적반하장으로 ‘악의적 공격’을 한 네티즌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정교모 시국선언이 ‘최순실 사태’ 시국선언 규모 넘었다?

17일 저녁 이후 19일 오전까지 1.5일 이내에 가짜 서명을 골라내고 수천 명의 서명자들을 모두 확인했다는 정교모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3,396명이나 되는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한 것이므로 이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문제는 일부 언론의 ‘과장법’입니다. 정교모 측이 주장하는 시국선언 참가자가 2,300명을 넘기자 한국일보,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 일부 언론들은 ‘최순실 사태’보다 정교모 시국선언의 규모가 크다는 기사들을 온라인 기사로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지면기사 중에서는 조선일보 <‘조국 퇴진시국선언 교수 2500명 돌파 친문, 실명참여 교수들 신상털기 나서>(9/19)와 중앙일보 <사설/최순실 사태 넘어선 규모의 교수들 조국 시국선언’>(9/19)이 박근혜 하야 시국선언보다 정교모의 시국선언 규모가 더 크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러나, 정교모 시국선언이 2,300명이든 3,396명이든 최순실 사태보다 시국선언 규모가 크다는 것은 허위정보입니다.

최순실 사태 당시 시국선언은 각 대학별로 이루어졌습니다. 전수조사는 하지 못했지만, 민언련에서 30분간 당시 기사들을 통해 확인한 21개 대학의 시국선언 참가 교수 숫자만 합쳐도 4,100명이 넘었습니다.

대학교

참가인원(명)

대학교

참가인원(명)

서울대

728

인제대

123

고려대

507

경남대

121

연세대

440

가톨릭대

107

부산대

370

서강대

100여명

한국외대

263

서울시립대

100

강원대

202

경북대

88

중앙대

194

경성대

80

영남대

170

광운대

64

부경대

144

한양대

57

전남대

143

성균관대

32

전북대

133

합계

4,166

△ 민언련이 확인한 21개 대학의 ‘박근혜 하야’ 시국선언 참가 인원(※2017년 통계청 기준 전국 대학교 숫자는 339개교임)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런데 왜 이런 주장이 나왔을까요? 언론들이 ‘조국 시국선언이 최순실 사태 시국선언보다 규모가 크다’는 근거로 전국 대학 합계가 아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가 발표한 시국선언 명단 2,234명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시국선언 교수 숫자가 2500명을 넘어섰다며 “2016년 11월 국정 농단 사태 당시 교수·연구자 시국선언 참여인 수 2234명을 넘어선 숫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도 “최순실 때 2,234명보다 서명 많아”를 중간제목으로 붙이고,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교수들의 수가 최순실 사태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던 시국선언 교수·연구자 수를 넘어선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조국 사태에 대한 지식사회의 분노가 얼마만큼인지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민교협은 전국 교수·연구자들이 모두 속해 있는 단체가 아니고, 단체 차원에서 전국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취합할 수도 없으므로 이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시국선언 교수 숫자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물론, 시국선언 규모가 100명이든 1,000명이든 민주사회에서 ‘이름을 걸고’ 주요 사안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밝히는 것이니만큼, 숫자와는 상관없이 이들의 주장 자체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교모의 시국선언을 보도한 기사들은 언론사들의 허술한 팩트체크와 팩트체크 실력에 반비례하는 ‘선명한 주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되어 버렸습니다.

 

* 썸네일 : 연합뉴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9월 17~19일 네이버에 송고된 기사

<끝>

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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