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종편에는 아직도 탄핵을 부정하며 “박근혜를 석방하라”는 출연자가 나온다
등록 2019.09.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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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9월 한겨레의 미르‧K스포츠 재단 비리 보도를 통해 드러난 최순실의 존재는 10월 말 JTBC의 이른바 ‘태블릿PC 보도’를 통해 국정농단 국면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어 11월과 12월 광화문 광장의 촛불은 2017년 3월 9일 헌법재판소의 대한민국 역사상 첫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냈습니다. 국가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민주적 변화였습니다.

 

그러나 국정농단과 촛불항쟁,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이 3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탄핵을 부정하는 주장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최근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도 등장했습니다. TV조선‧MBN에 출연한 서정욱 변호사는 탄핵이 부당하다며 형집행정지를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19년에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부당하다” 주장한 서정욱 씨

TV조선 <이것이 정치다>(9/16)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1인 시위를 다루던 중 류여해 전 최고위원이 박근혜 씨의 형집행정지를 요구하는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보여줬습니다. 이어진 대담에서 진행자 윤정호 씨는 류 전 최고위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형집행정지를 부탁한다”, “대통령 탄핵무효를 외쳐달라”고 주장했다며 서정욱 변호사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진행자의 질문에 서 씨는 시작부터 “박근혜 탄핵이 부당하다, 저는 이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라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부정했습니다. 이어 박근혜 씨가 외부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것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 건강을 볼 때 형집행정지가 필요하다”며 석방을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정욱 변호사 : 지금 이게 이번에 나온 거는 형집행정지가 아니고 장소가 변경해서 수감이 계속되는 이런 치료 목적이거든요. 따라서 저는 궁극적으로 형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다만 류여해 전 최고위원의 행동 있잖아요. 저거는 방식이나 시점이나 이 모든 것을 봤을 때 상당히 부적절해보입니다. 지금 이게 투쟁을 하고 있는 이런 경우에 너무 저런 식으로 하는 거는 방식도 그렇고, 지금 이게 내용하고도 안 맞고 좀 다른 방식으로 건의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서 씨의 발언은 결국 ‘류 전 최고위원의 행동은 부적절했지만 박근혜 탄핵은 부당하기 때문에 석방 해야한다’는 의미였습니다. 헌정 사상 유례가 없던 국정농단을 일으킨 박근혜 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3년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석방’, ‘전두환도 750일만 복역했다’…MBN에선 막무가내로 박근혜 석방 주장

MBN <뉴스와이드>(9/17)에 출연한 서정욱 씨는 “법과 원칙에 따라 빨리 석방해야 합니다”라며 앞선 방송보다 더 노골적으로 박근혜 석방을 주장했습니다. 서 씨가 주장한 석방의 이유는 ‘박근혜 씨의 수감이 법에 위반된다’는 것입니다. 서 씨는 “제가 변호사 이십 몇 년 하면서 한 번도 장기 미결 구금 900일은 본 적이 없”다며 박근혜 씨가 현행법에서 벗어난 대우를 받는 듯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백운기 씨도 “지금 최종형으로 살고 있는 것 아닙니까?”라며 질문을 던졌으나 서 씨의 막무가내식 발언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서정욱 변호사 : 박 대통령은 혐의를 계속 쪼갠 거죠. 혐의를 3개로 쪼개서 재판하고 기소하고, 그리고 이걸 병합했어야 하는데 쪼개구요. 이번에 대법원에서도 파기하고 스스로 판단해서 끝내서 사면하면 되는데 환송시켜 버렸어요. 또 얼마 갈지 몰라요. 전두환 대통령도 750일 살았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왜 900일 동안 장기 재판도 아직 확정이 안 되면서 미결 구금돼야 하느냐 이게 법에 반한다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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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무가내로 박근혜 석방 주장한 서정욱 씨 MBN <뉴스와이드>(9/17)

 

서 씨는 이뿐만 아니라 “유영하 변호사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박근혜 씨가 “어깨만 오십견 아픈게 아니에요”, “허리디스크라든지 총체적으로 건강이 엄청 악화돼서 제대로 앉아서 대화도 불가능”하다며 “형집행정지로 바르게 완전히 석방해라”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박근혜 씨의 수감은 법을 어기고 있고, 건강도 나쁘니 석방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형집행정지는 기결수가 돼야 신청가능’…서정욱 씨는 법을 모르는 변호사인가

TV조선과 MBN을 통해 나온 주장 중 “900일 동안 장기 재판도 아직 확정이 안 되면서 미결돼야 하느냐”며 “형집행정지로 바르게 완전히 석방해라”라는 내용은 서 씨가 변호사라는 것을 의심케 하는 대목입니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씨는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상고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습니다. 즉, 박근혜 씨는 작년부터 ‘기결수’였던 것입니다. 반면 서 씨가 반복적으로 주장한 ‘형집행정지’는 선고받은 형이 집행을 시작한 기결수에게만 가능한 제도입니다. 애초에 형집행정지를 주장한다면 장기간 미결수라는 주장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서 씨가 허리디스크를 언급하며 형집행정지를 주장한 대목도 법을 멋대로 해석한 것에 가깝습니다. 형법 제471조 자유형집행의 정지 1항 1호에서는 형집행정지가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허리디스크 수준의 질병이 아니라 생명이 위협될 정도의 건강상태가 아니라면 형을 정지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서 씨가 “전두환 대통령도 750일 살았”다며 석방을 주장한 것은 헌법을 무시한 수준입니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신분과 지위를 막론하고 법의 처벌은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변호사라면 다른 전직 대통령은 더 빨리 석방됐다거나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법의 처벌을 받지 않고 석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로 종편에 출연중인 서정욱 씨는 전문성이 전혀 없었고, 오로지 ‘박근혜 석방’만 외치는 앵무새였습니다.

 

최소한의 상식도 갖춰지지 않은 출연자를 시청자가 언제까지 봐야하나

서정욱 씨가 부족한 논리와 근거로 무리한 주장을 펼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서 씨는 과거 방송인 김제동 씨가 지자체 행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화이트리스트”라 주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니 “특별법을 만들어서 2005년처럼 국가가 보상해주는게 필요하다”며 우리 정부가 나서서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대신 배상하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서 씨는 상식에 벗어나고, 사실상 극우에 가까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럼에도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MBN <뉴스와이드>는 서 씨를 고정출연자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서 씨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와 헌법을 무시한 발언들로 ‘박근혜 석방’을 주장하는 수준까지 나아갔습니다.

 

공론의 장은 생산적인 토론을 위해 최소한의 상식을 공유할 수 있는 토론자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생산적인 토론이 아닌 소모적인 논쟁이 될 뿐이고, 공론의 장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방송 역시 시청자에게 소모적인 논쟁과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생산적인 토론을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 씨와 같이 최소한의 상식과 근거를 갖추지 못한 출연자가 방송에 출연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9월 16~17일 TV조선 <이것이정치다>, MBN <뉴스와이드>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정리 이창윤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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