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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있는 일본 차 버리는 게 더 임팩트 있다” YTN서 나온 황당 대담
등록 2019.08.0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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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침략’으로 불릴만한 일본의 근거 없는 수출규제에 국내에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입을 경제적 타격을 생각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잔 얘기도 있었지만 일본 정부의 태도에서 해결 의지를 찾긴 힘들었습니다. 우리 정부의 계속된 대화 요구에도 일본 정부는 무시로 일관했고, 결국 지난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한다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의결됐습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참여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이 64.4%나 나왔습니다. 이는 계속해서 오른 수치로, 지난달 10일에 진행된 1차 조사에선 48%였으나 2‧3차 조사에서 각각 54.6%, 62.8%를 기록해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국내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움직임에 대해서 언론은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성숙하지 못하다는 식으로 훈계하기도 하고, 찬성하기도 하고, 불매운동이 실제 일본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을 줄 수 있을지 분석하거나, 또한 불매운동이 국내 산업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우려하기도 합니다. 언론이 불매운동 자체에 대한 찬반과 우려의 목소리를 담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에도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국민의 자발적 불매운동 움직임을 감정적 대응이라며 꾸짖기만 하는 태도는 자제해야 마땅합니다.

 

 

유니클로 립스틱 사건, 반일 감정 때문 아니라고 기사 나왔는데…

그런 차원에서 지난달 24일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의 <인터뷰/일본 제품 불매운동 확산득일까? 독일까?>(7/24)는 문제가 컸습니다. 방송은 변상욱 앵커와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스튜디오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효과와 우려되는 점 등에 대해 대담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세돈 교수는 줄곧 우리 국민이 냉정하게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됐단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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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돈 교수의 황당 대담 나온 YTN <뉴스가 있는 저녁>(7/24)

 

신세돈 교수가 계속해서 ‘우리가 이성적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자 변상욱 앵커는 “심지어는 조금 흥분을 하시다 보니까 어디 가서 칠해버린다든가, 좀 훼손시켜버린다든가. 이런 일도 벌어지는데 이런 감정적인 대응은 안 되겠죠?”라며 그의 말에 동의하는 식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신세돈 교수도 “그렇죠. 이게 국격에 관한 문제고 유니클로라는 매장에서 생긴 문제인데 사실 유니클로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이 전부 일본산이 아니에요. 상당 부분은 우리나라의 한국 공장에서 수입하는 게 상당히 많고요. (중략) 거기에다가 빨간 거를 그어버리면 그것이 우리나라 제조업체에게도 타격을 주는 것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그런 감정적인 행동은… 저는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이번에 타깃을 일본 제품이 아니라 아베에게 겨누어야 되는데 그걸 좀 혼동하는 것 같아서 좀 많이 아쉽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먼저 이 대담은 오보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수원의 한 유니클로 매장 측에서 옷과 양말 등의 제품이 립스틱으로 훼손됐다며 수사를 의뢰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처음엔 불매운동과 관련 있는 게 아니냔 추측이 돌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4일 오전 경찰 조사 결과, 반일 감정과 무관한 단순 스트레스에 따른 범행이었던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YTN도 인터넷판으로 보도한 내용입니다.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은 저녁에 방송되는데, 진행자와 출연자 모두 오전에 밝혀진 사실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오보를 전한 셈입니다. 백보 양보해서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작진이 이를 인지해 후에라도 정정해줬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실수한 것은 문제입니다.

 

 

일본 현지서 한국인 관광객 급감 걱정하는데 신세돈 교수만 딴소리

신세돈 교수 대담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변상욱 앵커는 불매운동 중에서도 일본 관광 보이콧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신세돈 교수는 ‘관광을 가지 않는 것은 자유’라고 하면서도 “그거 오히려 일본에서 좋아합니다. 오케이, 일본 사람들 한국 사람들 더 안 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라고 답했습니다. 일본 시민들이 한국 관광객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관광 불매운동은 영향력이 없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그러나 이는 일본 현지를 취재한 국내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와는 너무 다릅니다. KBS와 JTBC는 지난달 말 일본 현지 시민들의 목소리를 르포 형식으로 보도했습니다. JTBC는 <밀착카메라/‘안 가요그 후일 택시기사의 ’>(7/23 이선화 기자)에서 일본 소도시를 찾아다니며 한국 여행자가 급감한 사실을 체감하냐고 일본 시민들에게 물었는데, 대부분 ‘실제로 줄었다’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KBS의 경우 <아베 지역구 시모노세키관광객 급감>(7/30 김진호 기자)에서 아베 총리의 지역구를 찾아 일본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려줬습니다. 기자는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인데도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심지어는 일본의 극우 언론의 보도내용도 신세돈 교수의 주장과 달랐습니다. 프레시안의 <일 극우언론마저 내년 관광객 4000만명 달성 가능?”>(7/30 이승선 기자)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보복을 옹호하는 논조를 지속하고 있는 극우 성향 <산케이> 신문마저 ‘내년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이라는 정부 목표가 달성 가능할 것인가’라고 우려하는 보도를 할 정도”입니다.

 

관광 불매운동은 아무 영향력 없다고 말한 신세돈 교수는 오히려 일본을 더 자주 가자고 했습니다. 신세돈 교수는 “저는 그것은(여행 보이콧) 임팩트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이럴수록 우리가 일본을 더 많이 알기 위해서 일본을 더 많이 가야 되고 일본을 더 깊이 알아야 되고 하는 것이고…(후략)”라고 말했습니다.

 

 

“임팩트 주려면 타고 있던 일본 차 버려라”

또한 신세돈 교수는 불매운동을 하지 말고, 지금 가지고 있는 일본 제품을 버리는 것이 더 영향력 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 사람은 우리나라 자동차 안사거든요. 죽어도 안삽니다. 여태껏 못 팔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일본차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 스스로 (중략) 우리가 얼마만큼 일본한테 그동안 책잡힐 일을 했는가라고 하는 반성에서 시작해서 (중략) 일본 물건을 사지 말자 할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일본 물건부터 스스로 조용히 없애는 것이 훨씬 더 임팩트 있는 행동이라고 저는 보는데, 그건 안 하고.”

 

 

불매운동은 소용없으니 가지고 있던 일본 제품을 없애란 훈계입니다. 그러나 갖고 있던 제품을 없애봐야 당장의 손해는 국민 개인이 보지, 일본 기업에게는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불매운동에 나서는 이유는 일본 기업과 사회에 메시지를 주기 위함인데, 신세돈 교수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게다가 일본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임팩트 있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불매운동은 효과가 없다고 매도하고, 어떤 영향이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가지고 있는 일본 제품을 없애라’고 지적하는 것은 말의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심지어 신세돈 교수는 대담 후반부에 “그동안에 우리가 해 왔던 행동에 대한 전향적인 반성, 그게 저는 타고 있던 일본 자동차를 팔거나 버리거나 하는 그런 행동들이 정말 무서운 행동이다”라며 일본차를 버리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일본이 ‘맞’불매운동하면 우리만 손해?

대담 초반, 변상욱 앵커와 신세돈 교수는 불매운동으로 인한 우리나라 산업과 노동자를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신세돈 교수의 근거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더 많은 제품을 팔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세돈 교수는 “우리가 1년에 일본 화장품을 3억 달러 어치를 수입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본에 화장품을 3억 2000만 달러 수출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수입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수출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중략) 일본이 만약에 같이 ‘그래, 그러면 우리도 한국 제품을 안 산다’고 하면 그 효과는 훨씬 큰 것이죠”라면서 한국이 더 큰 손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화장품 수출을 우리가 더 많이 하니, 일본이 갑자기 화장품을 안 산다고 하면 많이 팔던 우리에게 큰 손해라는 의미입니다. 신세돈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한국이 일본 물건 전체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하면 일본이 더 큰 손해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많이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는 대일 무역에서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연합뉴스 <한일수교 후 대일교역 적자만 54년째누적적자 700조원 넘어>(7/7 정책팀)에 따르면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진 지 50년이 넘도록 한국은 단 한 차례도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국이 가장 많이 적자를 기록하는 나라도 일본입니다. 일본 뒤로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쿠웨이트 등 한국이 당연히 의존할 수밖에 없는 원유 수출국이 있습니다. 언론에서 불매운동에 대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신세돈 교수의 주장은 여러모로 비논리적이었습니다.

 

 

신세돈 교수의 ‘뇌피셜’ 보도해 준 TV조선

이후, TV조선도 저녁종합뉴스에서 별도의 꼭지를 할애해 신세돈 교수의 주장을 다뤘습니다. TV조선 <일본산 불매운동의 손익계산서는?>(7/31 권용민 기자)에서 신동욱 앵커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그러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일본에서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져서 두 나라 소비자가 전면전을 벌인다면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 보도의 인터넷판 제목은 <불매운동 손익계산 따져보니…일 맞보복 땐 우리 타격 커>입니다. 저녁종합뉴스 기사의 제목에서는 그나마 ‘손익계산서는?’이라고 질문했지만, 인터넷판 제목으로는 ‘불매운동은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낼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 등장한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 ‘우리 피해가 클 수 있다는 분석’ 모두 숙명여대 경제학과의 신세돈 명예교수의 목소리와 분석이었습니다.

 

보도에서 권용민 기자는 “일본산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은 의류와 화장품, 맥주 등 주로 소비재들입니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일본산 의류는 30%, 화장품과 과자는 20%, 항공권도 40% 가까이 판매가 감소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 맞불 불매운동이 벌어질 경우 우리에게 더 큰 타격을 줄 거란 분석이 나왔습니다”라고 전했는데요. 이어 이런 분석이 나온 출처가 소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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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일본 수출액이 더 커서 일본이 ‘맞보복하면’ 위험하다는 신세돈 교수의 분석(7/31)

 

리포트는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가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주요 소비재의 대일 수출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화장품과 의류, 주류와 가구, 심지어 담배도 수출량이 수입량보다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산보다 일본에 수출된 한국산 소비재가 더 많다는 얘깁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신세돈 교수의 “통계를 보니까 우리가 그걸 더 많이 수출하는 거야. 만에 하나 일본이 같이 불매운동으로 치고 나오면 우리가 더 불리할 수 있는…”이라는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이어 권용민 기자는 “다행히 아직까지 일본 내 한국산 불매운동은 없는 상황,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보복 불매운동이 벌어질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2차 3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냉정하고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리포트에선 신세돈 교수 외엔 다른 취재원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TV조선이 말한, 소비자들의 냉정하고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전문가들’은 누구일까요? 그저 신세돈 교수 한 사람의 주장을 확대한 것은 아닐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7월 24일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 / 7월 3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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