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슈] 국정감사, 견제와 감시 성실한 답변을 듣고 싶다 (2013년 11호)
등록 2013.12.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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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견제와 감시 성실한 답변을 듣고 싶다

 

조영수 민언련 활동가 l bbingboy@hanmail.net

 

 

막말, 파행, 불출석, 무성의, 동문서답…
무엇일까? 바로 10월 국회 국정감사 시즌만 돌아오면 오토리버스처럼 언론에 흘러나오는 국감장 풍경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런 단어들이 언론지상을 차지하면서 잘잘못을 따기기보다는 여야, 행정부를 싸잡아 비난하는 보도들이 연이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국민을 ‘졸’로 보거나 정권에 아첨하기 위한 막말행태가 꼴불견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잘 살펴보면 촌철살인, 그리고 거짓말과 모르쇠•무성의로 일관하는 정부 관계자들을 옭아매는 발언도 찾을 수 있다.

 

2013년 국정감사 관심의 초점은 무엇보다도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 기관들의 대선 및 정치개입 의혹을 다룬 상임위원회다. 10월 21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은 “조영곤 지검장이 격노하며 ‘야당 도와줄 일 있냐’고 말해”, “외압 들어오는 거 보니 수사해도 기소 못하겠다 생각 들었다”, “(황교안 법무장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등 검찰 상부의 국정원 수사 방해를 염두에 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조 지검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조사 중”, “절차 흠결”이란 말을 앞세우며 변명과 책임회피로 일관하자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고무신 거꾸로 신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로 국정원 사건을 대하는 조 지검장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반면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윤 전 팀장의 발언을 “(채동욱 전 총장)사람에 충성하는 것 아니냐”, “시정잡배만도 못한 조직”이라고 맹비난했고, “(자신을) 있게 해준 조직을 위해서 조용히 나가야 하는데 고추가루를 뿌려놓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일부 언론들도 윤 전 팀장의 발언을 두고 ‘항명’, ‘하극상’으로 맞장구 치고 나섰다. 나아가 전직 공안 검사이자 소위 ‘종북 저격수’를 자처하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국정원의 댓글 작성을 대북심리전 차원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국정원 직원은 댓글 달면 안되나”라고 말해 조롱을 받기도 했다. 이런 여당의 행태를 두고 진보정의당 심상원 의원은 “국군사이버사령부는 차치하고 국정원만 해도 수만건의 글로 여론조작을 일으킨 중대한 민주주의 파괴행위를 어찌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지 집권여당의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더불어 국정감사 단골 메뉴인 재벌 총수들과 이를 비호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 나선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을 거부하는 새누리당을 향해 “기획재정위원회가 재벌총수 특권보호위원회냐”고 일갈했고,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오늘 온 분들은 돈이 없거나 권력이 없어서 증인이 된 분들”이라고 꼬집었다. 또,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치해 3시간 가량 국감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편 답변을 회피하는 등 불성실하거나 동문서답하는 증인들을 향한 질타도 쏟아졌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감에 나선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정권의 외압에서 기자들을 보호해 줄 것이냐”고 길환영 KBS 사장에게 붇자 그는 “KBS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답하자 “사오정입니까?”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정무위원회 감사에서 국가보훈처의 대선개입 의혹을 추궁하던 중 박승춘 처장의 답변 내용을 문제삼으며 “입만 열면 거짓, 입만 열면 확인, 입만 열면 검토”라고 따져 물었고, 금융감독원 국감에서는 답변을 회피하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을 향해 “고개만 숙이고 있으면 다입니까. 쇼하고 있습니까?”라고 호통치기도 했다.

 

국정감사는 정부의 운정운영에 대한 입법기관의 견제와 감시, 대안 제시의 장이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인지 대변인인지 모를 일방적인 청와대•정부 감싸기에만 혈안되어 있는 여당 의원, 정부 관계자들에게 책임 있는 답변을 이끌어 내기 보다는 일방적인 호통으로 일관하는 일부 야당의원, 그리고 입법부를 무시하는 정부관계자들이 삼박자를 이루며 국민의 복장을 터지게 만들고 있다. 언제쯤이면 견제와 감시, 성실한 답변을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