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 인사] 친구 따라 강남 가기 - 유동숙 회원 (2014년 7호)
등록 2014.07.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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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강남 가기


유동숙 회원




“우리 아들 검정고시 합격했어... 니 딸도 합격했지?”


이 문자는 제가 5월 중순경 김언경 사무처장에게 보낸 것입니다. 저와 김 사무처장은 어릴 적 친구, 그러니까 소꿉동무입니다.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부터 한 동네에서 살았고 둘 모두 집안 식구들이 성당에 다녀 성당에서도 둘도 없는 친구였습니다. 제 기억은 그렇습니다. 기억은 얼마쯤은 사실을 배반하기 마련이니 김 사무처장과 저의 기억이 똑같을 수 없겠지만 아무튼 제 기억으로는 우린 참 허물없는 친구였습니다. 중학교 입학 무렵 김 사무처장이 서울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연락이 끊어질 때까지는 말입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간간이 다른 동창을 통해 소식은 들었습니다. 결혼해서 예쁜 딸들을 낳아 잘 키우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이 모두 성미산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등의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잠깐 편집 일을 도와주던 참여연대의 같은 회원이신 CBS 모 PD님과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친구가 언론관련 시민 단체에서 열심히 활동 중이라 들었다고 했더니 이름을 물어보시더군요. 그러더니 그 전날에도 일 때문에 만났다고 전화를 연결해 주셔서 통화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프레시안이나 오마이뉴스에 실린 친구의 글을 읽으며 열심히 살고 있다고 느끼곤 했습니다. 


이번에 연락을 하자마자 친구는 민언련 사무처장일을 하고 있다면서 회원 가입하고 후원도 하라고 하더군요. 어릴 적 둘도 없는 친구가 하라고 하니 당연히 뺄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가 선 자리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87년 여름에는 시청이니 광화문이니 신촌이니 신도림이니 하며 쫓아다니다가 닭장차에도 실려 군홧발에 머리통도 짓눌리고 미사리에 내려놓여진 적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놓아주지 않는다는 핑계 아닌 핑계거리로 촛불집회에는 고작 한 번밖에 참석하지 않은 저를 반성하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지난 4월은 너무 잔인했기에 제 자신을 비판적으로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 모두도 지금까지 잊지 않고 계신 세월호 참사 말입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4월 16일 전날인 4월 15일에 세월호 학생들과 동갑내기인 제 첫째 아들이 수학여행를 떠났기 때문에 저로선 더욱 남 일 같지 않고 가슴이 아팠던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5월 8일에 안산 합동분향소에 분향하러 갔더니 유가족 분들이 KBS 간부기자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교통사고 사망자들과 비교한 망언에 대해 전단지를 나누어주고 계시더군요. 또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유가족들의 천막에서는 방송관계자들을 꾸짖는 애끊는 어머니, 아버지들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주위에 있던 모두가 숙연해졌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 취재 과정에서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오죽 했으면 ‘기레기’라는 소리까지 들었을까요? 불행 중 다행으로 손석희 사장이 있어 언론이 그나마 그 역할을 했다고 하나 종편 자체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매체라는 사실이 달라지진 않겠지요.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국민TV, 뉴스타파 등 새로운 언론매체의 등장이라고 봐야겠지요. 이러한 새로운 언론에 열심히 참여하고 필요하다면 쓴 소리도 해가며 잘 키워나가야 하겠습니다. 제가 이번에 친구 권유 따라 얼떨결에 민언련에 가입하게 되었지만 시간 나는 대로, 아니 없는 시간이라도 내어 필요한 활동을 해야겠다고 감히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