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으로] 조기종영이 주는 아쉬움 큰 드라마 <개과천선>(2014년 8호)
등록 2014.09.01 13:45
조회 643



조기종영이 주는 아쉬움 큰 드라마 <개과천선>


김석주 방송모니터분과 분과원 l rlatjrwn9086@hanmail.net



MBC 드라마 <개과천선>(극본 최희라, 연출 박재범)이 6월 26일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시작부터 우리사회에서 재벌의 성폭행 사건, 기업과의 소송 등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면서 화제가 된 <개과천선>은 애초 18부작에서 16부작으로 조기종영하면서 더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개관천선>은 시청률 10%였지만 월드컵 중계와 6.4 지방선거 개표 방송으로 2회 연속 결방된 된 이후 7~8%로 시청률이 떨어졌고, 이후 방송사와 소속사 측은 배우(주인공 김명민)의 스케줄과 스트레스 건강문제 때문에 조기 종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과천선>을 즐겨 보던 많은 시청자들이 조기종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모처럼만에 나온 ‘볼만한 드라마’가 서둘러 마무리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항의를 표했다. 


현실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생생한 스토리


조기종영에 대한 항의가 더 큰 것은 정치적인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고, 그 의혹의 시발점은 드라마 속 사건들이 실제 사건들과 매우 흡사했다는 데 있었다. <개과천선>에는 실제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었던 우리 사회의 큰 사건, 사고들이 스토리의 중심축을 이룬다. <개과천선>의 줄거리는 김석주(김명민) 변호사가 여러 사건을 변호하면서 전개된다. 그는 사고로 인한 기억상실로 인해 차가운 변호사에서 따뜻한 변호사로 변해 간다. 


이 과정 속에서 실제 사건과도 비슷한 여러 가지 사건이 법정 드라마 소재로 등장한다. 먼저, 김석주 변호사가 기억을 잃은 후 씨스타 호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를 접한다. 이어 유림그룹의 무분별한 CP발행으로 피해를 입은 수많은 개인투자자들 관련 사건이 터진다. 그리고 많은 중소기업들이 은행에서 판매한 금융상품을 구매하였다가 환율 급등과 함께 피해를 입는 사고가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백두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외국계 투기자본인 골드리치와 싸운다. 드라마는 어민, 서민, 중소기업인, 국내 자본 등에 피해를 입힌 가해자들이 거대로펌의 힘으로 합당한 법 집행을 피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래 표는 ’개과천선‘ 사건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실제 사건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의보다는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잘못된 사회 구조 드러낸 드라마


허구의 드라마는 현실의 거울 역할을 한다. 법원장 인사는 물론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의 장까지 쥐락펴락하고 영장까지 기각시킬 수 있는 대형로펌, 그 속에 소속되어 유능하기는 하지만 정의와는 아무 상관없이 그저 승소만을 생각하는 변호사들, “국회의원은 임시직, 대통령도 5년짜리다. 경영권을 승계하는 그룹과 그들 중 누가 힘이 셀지 생각해보라”며 국회 보상 절충안마저 거부하는 대기업 임원, “대법관 13명의 성향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미국 대법관은 다양하게 구성하려 노력하는데, 이 13명은 아무나 찍어봐도 똑같아요. 서울대 출신, 고시에 일찍 합격한 사람 중 연수원 수석·차석,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서 튀지 않는 판결을 내린 법관들”이라며 천편일률적인 대법관 구성을 한탄하는 남자 주인공, “못 배운 사람들을 위해 피해자들 억울함 풀어주라고 공부하라는 부모 봤어? 자기 자식들은 그렇게 키우면서 왜 남의 자식들 고생해서 공부했는데 나의 권리를 위해 싸워 줄거라고 생각해?”라고 아프게 묻는 여자 주인공. 


드라마 속 상황과 명대사들은 시청자에게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의보다는 힘의 논리로 돌아가고 있었는지 냉철하게 짚어보게 한다.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권력의 논리 속에서 허탈감과 좌절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과천선’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서 또 다른 희망을 꿈꾸기도 한다. 


물론 <개과천선>이 호평만을 받은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건을 다루면서 사건들이 중첩되면서 다소 어렵고 혼란스럽다는 인상을 주었으며, 전문적이고 긴 대사가 웬만한 시청자로서는 스토리를 따라가기 힘들게 만들었다. 특히 조기종영 때문인지 사건의 마무리가 미흡했다. 뚜렷한 재판 결과가 없이 모든 사건이 ‘흐지부지’ 끝났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개과천선>은 볼만한 드라마이며, 이제라도 다시 보기를 추천하는 드라마이다. 또 한편으로는 고발적인 내용으로 인해 조기 종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일어날 만큼 자유롭지 못한 우리 사회의 모습에 씁쓸함을 자아내게 하는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