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여당, 야당 그리고 시민단체 (2014년 8호)
등록 2014.08.27 17:31
조회 375



여당, 야당 그리고 시민단체


정연구 이사 l ygcheong@hallym.ac.kr



회원 여러분 잘 지내시는지요? 


불행히도 많이들 잘 못 지내고 계시리라 생각이 드네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엄청나게 큰 숙제를 안겨 준 세월호 참사가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락조차 넘지 못하는 상황인데 다른 단체도 아니고 ‘민언련’이란 단체의 회원이 어찌 심사가 편하시겠습니까?


윤 일병을 포함해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치러 간 젊은이들이 나라로부터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모순된 상황을 보면서 기분이 좋을 리 만무하죠.


자신들만 살겠다고 대기업들이 꽁꽁 쟁여놓고 있는 사내유보금을 세금 압박으로 풀게 해 일자리도 만들고 경기도 활성화시키겠다는 이른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처음 의도와는 달리 기업주의 배만 더 불려주는 일로 변질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편안할 리가 만무하지 않겠습니까?


4대강이 막혀서 썩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떻고요. 제주 강정마을에 지어지는 해군기지가 동북아의 불안정한 국제질서와 마주칠 때 생겨날 수 있는 엄청난 위기도 조금만 생각을 진전시키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죠. 한중 FTA를 포함해서 다양한 나라와의 FTA로 나라의 여러 부문이 통째로 몰락해버릴 것 같은 상황은 또 어떠합니까?


그러나 이런 일보다 더 근원적이고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런 일에 모두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 바로 어떤 일도 ‘그들만의 리그’에서 논의가 끝난다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인 행복을 소중한 가치로 여길 민언련 회원들의 경우 종종 여당은 저들 편이고 야당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해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인 행복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세월호 정권’ 심판이라는 하나의 구호에 올인 하다시피 하면서 이번 7월 30일 재·보선을 치른 야당이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많은 양보를 한 합의안이 2014년 현재 야당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당은 그냥 하나의 교통사고이므로 특별법 운운 하는 호들갑을 떨지 말라고 하는 상황이니 더 말할 것도 없지요.


모든 학교가 다 가는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한 번에 250명에 달하는 학생이 물속에 그대로 수장된 사건이 과연 한 해 동안 이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내는 교통사고와 달리 특별할까요? 


특별합니다. 숫자가 많아서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숫자로 치자면 역시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십중팔구’는 졸음운전을 할 수 밖에 없어 한해(2012년 기준) 1,231명이 화물차 사고로 사망했고 72,749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사건에 비하면 훨씬 적죠.


이것이 특별한 이유는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 말만 믿다가 한번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아이들이 더 이상 사람들을 쉬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고 자신의 생을 제물로 바치면서 경고했기 때문입니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일도 더도 덜도 없이 딱 그만큼이니까요.


국민들로부터 납세와 국방 등의 의무를 지게 하는 대신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지고 있는 근대 국민국가는 국민이 안전하게 지켜달라고 하는 요구에 부응해야만 합니다.


국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녹을 먹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공직자라면 다른 사람들이 이번 세월호 참사를 두고 역사 속에서 수없이 일어난 사고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꽃다운 어린이들을 그토록 어이없이 희생시킨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뿌리부터 해결하자고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국회의원, 대통령, 공직자가 있다면 그들은 국가의 일꾼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국가를 이용하는 사람이라 해야겠죠.


그러나 참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의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들은 국가의 일꾼이 아닌 듯 보입니다.


비단 세월호 문제와 관련해서가 아닙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사건들의 해결과정에서 다 그러해 보입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우리는 ‘저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