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교묘한 보도태도로 정부 결정 지지하는 종편과 닮은 꼴
고은희 방송모니터위원회 위원 gehlhl456@naver.com
10월 23일 박근혜 정부가 박 대통령의 대표 안보 공약이었던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의 한국군 이양을 목표 연도조차 정하지 않은 채 재연기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작권은 2006년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 논리 및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 전망과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9·11 이후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과 맞물리며 2012년 4월 17일부로 전환키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가 한국군의 독자적 방위능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전작권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늦췄고, 박근혜 정부가 다시 한 번 연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안보 공약마저 파기해버린 뻔뻔한 박근혜 정부…외교적 무능도 드러나
KBS <9시뉴스> 화면 갈무리(10/24)
그러나 이번 재연기 결정이 ‘시기가 아닌 조건에 의한 반환’ 합의였다는 점에서 ‘전작권 이양의 사실상 무기한 연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공격 초기 단계에서 대응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인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가 구비되는 목표(기준) 시점인 2020년대 중반을 재환수 시점으로 거론했으나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발표한 합의문에는 이양 목표 연도가 빠져 있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파기 문제, 주한미군사령관이 지휘하는 연합군사령부 용산·동두천 잔류비의 세금 충당 문제 등도 논란거리다.
무엇보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로 바뀌었고, 한국의 전작권을 보유하는 것이 전략상 유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전작권 환수’ 카드의 외교적 활용은 시도조차 않고 먼저 미국에 재연기를 요청했다. 이에 외교 고수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한국에 역으로 배팅했다.
방송언론의 분석보도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모니터(10/24~11/3) 결과 지상파에서는 SBS만이 비판적 관점에서 관련내용을 보도했고, KBS·MBC는 기계적 균형에만 초점을 맞춰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TV조선·채널A는 박근혜 정부 결정을 교묘하게 지지했으며, YTN은 특정 쟁점사항만을 소극적으로 비판했다. 쟁점별로 분석·비판보도한 방송은 JTBC가 유일했다.
톱보도 없는 TV조선·채널A
JTBC는 정부의 전작권 환수 재연기 논란을 총 8차례에 걸쳐 가장 많이 보도했고, SBS는 가장 적은 4꼭지를 보도했다. 정부의 재연기 발표 이튿날인 24일 모든 방송사가 관련내용을 톱으로 보도한 것과 달리 TV조선과 채널A는 한 건도 톱으로 보도 하지 않았다. 특히 채널A는 모니터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관련내용을 8번째 이내에서 보도하지 않았다. 채널A의 소홀한 보도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KBS는 전작권 환수 재연기 내용으로 2꼭지나 톱보도 했다.
TV조선·채널A, 교묘하게 ‘안보’ 강조하며 박근혜 정부 결정에 당위성 부여해
TV조선은 <무기한 연기…‘미사일’ 숙제(10/24, 정동권 기자)에서 국방예산 증가를 지적하고 “미국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하는 등 관련내용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듯 했다. 미군 잔류건에 반발하는 용산·동두천 시민들의 입장도 세 꼭지나 보도했다. 그러나 <야 “주권 포기”…청“안보”>(10/24, 서주민 기자)에서 정부·여당의 안보 논리를 앵무새처럼 전달했고,
정부 옹호 논리는 채널A에서도 계속됐다. 채널A는 <2020년 ‘전작권’ 가져오려면 60조 이상 필요>(10/24, 김성진 기자)에서 국방예산 증가에 대해 “전작권을 전환하고, 자주국방의 길로 나아가려면 결국 감내해야 할 비용”이라고 말했다. <靑 “전작권 전환 공약보다 국가 안위가 중요”>(10/24, 동정민 기자)에서도 청와대의 안보 논리를 전하며 “북의 위협 앞에 전작권 전환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박 대통령의 고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공영방송 타이틀이 무색한 KBS·MBC, 기계적 균형 뒤에 숨어
KBS·MBC는 정부의 연이은 공약 파기와 국방비 증가문제, 미국의 한반도 요새화 등을 비판하기는 커녕 관련내용을 기계적 균형에 맞춰 단순 전달하는 것에 그쳤다. 오히려 MBC는 <“주한미군 감축 언급 시기상조”>(10/25, 박범수 특파원)에서 “한미 핵심 현안들이 정리되면서 안정된 안보 정책 운용뿐 아니라 동맹의 결속력이 더욱 강화됐다”고 이번 합의를 평가했다. KBS는 <이슈&뉴스/전작권 전환 연기…향후 쟁점·과제는?>(10/24, 박석호·이정민·이광열 기자)에서는 앞으로 증가할 국방예산에 대해서만 단순 언급했다.
뉴스채널 YTN, 소극적 비판에 그쳐
보도전문채널을 표방하는 YTN 역시 아쉽긴 마찬가지다. YTN은 <연합사, 동두천 잔류…후폭풍 거셀듯>(10/24, 5번째, 권민석 기자)에서 정부의 전작권 환수 재연기 결정에 대해 “미군 측 잔류 요구를 들어주면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 합의를 이끌어낸 모양새가 됐고, 이전 철회 결정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협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YTN도 역시 그 외 대부분의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기계적 균형을 맞춰 보도하는데 그쳤다.
지상파 체면 지킨 SBS
SBS는 지상파 중 유일하게 정부의 전작권 환수 재연기 논란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SBS는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2023년 이후로>(10/24, 김우식 기자)에 서 이번 합의를 통해 전작권 환수가 사실상 “무기연기”된 것이라 분석했다. <시간 벌었지만 우리 부담 늘어날 듯>(10/24, 안정식 기자)에서는 국방비 증가를 우려했고, <동두천시 반발…용산공원도 차질>(10/24, 장훈경 기자)에선 용산·동두천 시민들의 반발과 “군사 주권을 포기”한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고루 보도했다.
분석보도 돋보이는 JTBC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10/24)
JTBC는 전작권 환수 재연기 논란을 쟁점별로 분석해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전작권 환수, 2020년대 중반도 미지수…의지는 있나>(10/24, 윤설영 기자)에선 환수 시기는 없고 환수 조건만 존재하는 한·미 성명서 내용을 비판했고, <전작권 환수에 국방비 60조원…예산 마련은 어떻게>(10/25, 이성대 기자)에서는 환수조건을 이행하기 위해선 6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을 전하며 박근혜 정부의 전작권 환수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전작권 전환 재연기…“공약 파기” vs “국가 안위 우선”>(10/24, 유미혜 기자)에서는 박 대통령의 공약파기에 문제를 제기했다. <인터뷰/김종대 편집장 “전작권. 동북아 정세 변화에 전략적 대응해야”>(10/24, 4번째)에선 미국이 중국 견제용으로 박근혜 정부의 전작권 환수 재연기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고, ‘한반도 내 사드 배치’ 논란 역시 중국을 의식한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행보임을 전달했다. 그리고 <미군 부대 잔류로 개발계획 사실상 백지화…주민 반발>(10/24, 윤샘이나 기자)에선 용산·동두천 시민들의 반발을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