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토달기] ‘세준 아빠’를 위한 조중동의 부채춤
등록 2015.04.2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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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 관련 6개 신문 모니터

‘세준 아빠’를 위한 조중동의 부채춤


강선일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


‘시대착오적인 종북주의자의 한미동맹에 대한 테러’.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지난 3월 5일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사건에 대해 이렇게 규정했고, 피의자 김기종 씨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공격한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혔다.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외교관에 대한 초유의 피습 발생 초기인 3월 6일부터 3월 10일까지 6개 주요 일간지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봤다.  


‘똥색 개량한복’ 입은 종북 테러리스트?


3월 6일, 조중동은 약속이라도 한 듯 <韓美동맹 찌른 從北테러>(조선 03/06, 김성민.이송원), <한.미 동맹이 테러당했다>(중앙 03/06, 장세정), <從北, 한미동맹을 테러하다>(동아 03/06, 이승헌.윤완준)란 제목을 1면에 실었다. 한국일보도 <한미 혈맹, 핏빛 테러 당했다>(03/06, 조철환.정상원.채지선)란 제목을 달았다. 이 신문들 모두 이번 사건을 ‘한미동맹이 공격당했다’고 부각했고, 특히 조선·동아일보는 ‘종북(從北)’이라는 한자를 제목으로 쓰며, 종북몰이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從北좌파의 평화에 현혹되면 안되는 이유>(기자수첩 03/07, 이용수 정치부 기자)에서 “종북세력에게 평화란 ‘남조선 적화혁명이 완수된 상태’ 또는 ‘주한미군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평화 실현’을 위해 폭력을 포함한 어떤 수단·방법도 용납된다는 게 그들의 신념”이라 평하며, 이들이 외치는 ‘평화’ 구호에 속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기종 씨가 ‘전쟁훈련(한미합동 ’키 리졸브‘ 군사훈련) 반대’ 구호를 외친 걸 두고 모든 반전평화운동 세력을 ‘폭력적인 종북세력’으로 매도한 것이다. 

동아일보도 <극단적 이념대립이 만든 ‘괴물’.. 폭력을 ‘대의’로 포장>(03/06, 최혜령)에서 경찰의 파악 내용이라며 “이적성이 있고 과격한 폭력을 내세우는 국내 급진 종북단체가 총 61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61개 단체에)적극적으로 가담해 활동하는 회원은 1만 9,00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된다면서, 그 61개 단체가 어떤 곳인지, 어떤 이유로 종북 혐의를 받는지 등에 대한 근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늙은 루저의 ‘개량한복 입은 테러’>(03/09, 김순덕 논설실장)라는 칼럼에서 “유럽에서 극단주의 테러의 토양이 이슬람이라면 우리나라에선 좌파 이념이 그 역할을 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하는 등 자극적인 색깔론을 들고 나오며 모든 ‘좌파’ 진영을 극단적 테러리스트로 몰아가기도 했다. 


정권 발(發) 종북몰이 경계하는 한겨레·경향

같은 날 경향신문과 한겨레 1면 기사 제목은 <습격당한 미국대사... 그래도 “같이 갑시다”>(경향 03/06, 유신모.조형국), <미국대사 피습... 흉기가 된 ‘극단적 민족주의’>(한겨레 03/06, 박기용.이재욱)였다.  

그러면서 두 신문은 정권과 여당이 이 사건을 빌미로 벌일지 모를 ‘공안몰이’에 대해 강하게 경계했다. 한겨레의 <테러와 피습, 그리고 종북몰이>(03/10, 정석구 편집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보수정권과 보수언론의)종북몰이는 다분히 의도적이고 정략적”이라며 종북몰이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남북관계, 나아가 국제관계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했다. 경향신문도 <정권 의혹엔 “개인 일탈”이라더니... 대사 피습엔 “종북 배후”>(03/07, 유정인)에서 여권이 이 사건을 두고 ‘공안몰이’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며, 좀체 출구가 안 보이던 여권의 위기 정국을 ‘공안풍’으로 판갈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이어 정권이 국가정보원,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선 “개인 일탈”이라 선을 긋는 이중잣대도 비판했다. 같은 날 <‘미 대사 피습’ 무차별 공안몰이 경계한다>(사설 03/07)는 7차례의 방북,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주장 등을 근거로 김기종 씨의 ‘대공 용의점’을 수사 중인 검·경찰의 입장에 대해 “검경의 논리대로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잠재적 ‘국가보안법 피의자’가 될 수 있다”며 공안몰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국일보는 <극단·과격파에 대한 경계와 감시 엄격해져야>(03/06)에서 김기종 씨에 대해 “‘자생적 친북주의’와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동시에 드러냈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김기종과 같은)그런 과격파의 탄생이 대화와 소통에 인색하고 좀처럼 회색과 중립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사회의식의 팽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피습 사건 구실 삼아 테러방지법까지?

한편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국가 대테러 업무와 사이버테러 방지 등을 위해 국정원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테러방지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3월 9일, 김무성 새누리당 당대표가 ‘테러방지법’ 입법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의혹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의 권한을 더욱 강화함과 동시에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정보 수집, 사이버 사찰 등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합법화시킬 우려가 크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언제까지 從北 폭력배들 활개치게 놔둘 건가>(사설 03/07)에서 “우리 공안 시스템은 김기종처럼 드러나 있는 위험인물도 놓치고, 고등학생이 가장 위험한 테러집단과 수시로 이메일을 주고받아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고장이 나 있다”며, “대테러 대책을 원점부터 재검토해 누구도 빠져나가기 힘들 만큼 촘촘하게 사전·사후 대책의 그물망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또한 <테러 막는 데 여야와 보수·진보가 따로 있나>(서소문 포럼 03/09, 정철근 논설위원)에서 “테러를 막는 데 여야와 진보·보수의 입장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점증하는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한 테러방지법 입법의 절실함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도 <공공안전 파괴세력 차단할 테러방지법 서두를 때다>(사설 03/07)에서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과 영국의 애국법, 반테러법 통과 사례를 들며, 야권의 반대로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지 못 하고 있는 한국 상황을 대비시켰다.

반면 한겨레 <미국대사 피습과 테러방지법.사드는 별개다>(사설 03/10)와 경향신문 <‘리퍼트 바람에 연 날리자’... 꼬불쳐 둔 보수 이슈 꺼내든 여당>(03/10, 유정인)은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큰 법안을 리퍼트 대사 피습과 연계지어 밀어붙이려는 여당을 비판했다. 


지긋지긋한 종북몰이, 이제 그만~

타국 외교관에 대한 피습 행위를 강력히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번 사건을 빌미로 한반도 평화운동 진영이나 전체 진보진영을 싸잡아 ‘종북’으로 매도하는 행태가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먼지털이식 수사에도 불구하고, 결국 김기종 씨는 국가보안법을 뺀 ‘살인미수와 외교사절폭행,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이들의 광기가 머쓱하게 되었다. 나아가 수구신문들이 보였던 낯 뜨거운 리퍼트 대사 띄우기에 당사자도 부담스러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