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호] [회원 인터뷰] “시민의 날개를 달고 정권교체, 정치혁신!” (문성근 회원)
등록 2015.12.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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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인터뷰_문성근]

“시민의 날개를 달고 정권교체, 정치혁신!”

 

 

글_ 유민지 활동가 

사진_ 이병국 회원

 

 

“웃어주세요~” 사진을 찍는 이병국 회원이 문성근 대표에게 주문했다. 그동안 너무 진지한 모습만 많이 노출된 것 같다며, 민언련 소식지에서는 밝은 느낌을 남겼으면 좋겠다는 병국 씨의 바람이었다. “요새 악역만 너무 많이 하셨잖아요.” 한 마디 거들었더니,  문 대표가 씨익 웃는다. 2011년 문 대표가 정치전면에 나선 후, 2012년 부산지역 총선 출마, 문재인 후보의 대선 지원이 이어지는 동안 그가 연쇄살인마로 분한 영화 <실종>이 케이블에서 유독 많이 방영된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53년생인 그는 어느새 환갑을 넘었다. “내후년이면, 우대증이 나온다. 이제 나의 운동을 잘 정리할 때”라며 2015년 끝자락에 ‘시민의 날개’를 내놨다.  “민주·진보 지향 시민들이 새로운 정치운동을 벌일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궁극적으로는 네트워크 정당 건설을 통해 대의제에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결합시키겠다”는 문 대표의 꿈은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또 어디쯤 가고 있을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참여는 의무”
2009년,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문성근 대표는 “연예인으로서 중립성을 지키지 않고 정치에 참여했다는 비난도 있다. 정치 참여를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 참여는 의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힐 의무와 권리가 있다”면서 “후회한 적 없다”고 답했다. 당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대의민주주의가 한계에 부딪혔을 때,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형태가 직접민주주의”라면서 이러한 형태의 하나로 ‘노사모’를 언급했다. ‘노사모’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노사모는 돈 내는 사람이 활동가에요. 노무현 후보 쪽에서 돈 한 푼 온 적 없고, 회원들이 모여서 자발적으로 그 일을 한 거예요. 2002년 대선이 끝났을 때,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노사모 현상에 대해 굉장히 놀랐어요. 기존 시민단체는 일하는 활동가들과 후원하는 후원자들, 이중구조로 돼 있잖아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자발적인 정치조직.
“온라인에서 시민정치운동이 벌어진 미국의 무브온(Move On)이 태두에요. 천리안 시대에서 인터넷으로 달라지는 환경에서 만들어진거예요.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에 인터넷을 깔았어요. 우리도 그 환경에서 노사모가 생긴 거죠. 그때까진 우리나라 시민정치운동이 세계 첨단을 달렸어요. 무브온 다음으로…. 프랑스 정치권도 한국 사례를 보고 가서 그 나라 선거운동에 도입해 사용했어요.”

그러나 2015년 현재, 미국의 무브온은 꾸준히 진화해서 민주당과 우호적이 맘모스 시민네트워크 정치 운동으로 성장을 했으나, 한국의 시민 참여형 운동은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대통령 본인이 당을 욕만 하지 말고, 입당해서 당을 바꿔달라고 얘기했어요. 노사모 사람 중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 당원이 됐죠. 한국에 진성당원 형태는 민주노동당밖에 없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 그게 옳다고 봤고, 입당해서 바꾸라고 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시대착오였던 거 같아요.”

당원이 되는 것으로, 민주당을 바꾸는 것은 어려웠다. 민주당은 종이 당원제였다. 당원이 많을 때는 40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당비 내는 사람은 채 10%가 되지 않았다. 그런 환경에서 당원들의 조직과 힘으로 당의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었다.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투표를 하는데, 권리당원 40만 명 중 투표에 참여한 사람이 3만 2천명이에요. 자기 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데 투표율이 10%도 안 되는 거에요. 당 구조는 그전부터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었어요.”


이런 현상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입당자가 줄어들었어요. 당에 구속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이렇게 되면, 입당한 사람만이 아니라 지지의사만 갖고 있으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죠. 그러나 우리는 아무도 그런 구조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던 거죠.”

 

 

국민참여경선제 도입, 그러나 안착화하지 못했다
2010년, 문 대표는 ‘국민의 명령’이라는 단체를 꾸렸다. ‘백만송이 유쾌한 민란’이라는 이름을 달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에 “야권단일정당”을 요구했다. 야권이 분열돼 있으면 정권을 절대 교체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당시 문 대표는 거리에서 ‘야권 통합’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모았다. 당에 속해있지 않더라도, 혹은 당에 속해있다 하더라도, ‘야권통합’이라는 슬로건에 동의하는 사람을 모아 당을 압박하려는 시도였다. 시민통합당을 세웠고 민주당과 통합해 ‘민주통합당’을 만들었다.


“민주통합당에서 국민참여제도를 만들고 안착화시키려고 했는데, 그걸 못했어요. 대의제도는 인쇄술에 맞는 시대에요. 인터넷 SNS시대로 왔으면 모든 제도를 그것에 맞게 바꿔야해요. 이걸 인류 진화의 관점으로 보지 않고 후보별 유불리의 관점으로 보니까 받아들일 수가 없는거죠.”


당에 가입하지 않은 시민들이 당 대표와 후보를 결정하는 데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국민참여경선제도. 반대 측에서 내세운 논리는 ‘당원의 권리를 무시한다는 점’과 ‘역선택의 부작용’이었다.
“제가 잠시 민주통합당 대표할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표에게 국민참여제도 법제화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어요. 여야가 합의하면 통신사에 협조를 받아 새누리당에 등록한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 경선에는 참여하지 못하게 하면 돼요. 이러면 비용도 줄고 역선택 우려도 깔끔하게 해결돼요. 그런데 박대통령이 거부했죠.”


당시의 답답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당원들을 존중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은 언뜻 들으면 그럴듯해 보여요. 하지만 ‘국민의 명령’부터 제가 주장했던 것은 차등화한 의결권이에요. 대의원이 4면, 권리당원 2, 시민은 1을 주자는 거죠. 시민이 반 년 활동을 해 보니까, ‘왜 나는 의결권이 1 밖에 안되지?’ 싶어 답답하면 월에 얼마 당비 내고 가입하면 되는거에요. 그러면 오히려 결과적으로 당원이 늘어나는 거죠. 그런데 그걸 애써 모르는 척하고 우격다짐으로 감정을 자극해서 퇴행한거죠. 국민참여제도 자체를 폐기했어요.”

 

다시 ‘시민의 날개’를 시작하다
그리고 2015년, 다시 ‘시민의 날개’를 만들었다.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고 했다. 인터넷과 SNS를 기반으로 조직된 시민들이 정치지형을 변화시키는 것.
“2002년 노사모 때의 경험을 좀 더 깊이 있게 연구했다면, 2004년쯤에 이미 시작됐어야 하는 일이 ‘시민의 날개’에요. 10년이나 늦어버렸죠. 국민의 명령 때도 온·오프라인을 통합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플랫폼을 못 만들었어요. 시민의 날개는 ‘민주-진보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에요. 평소에는 각자 관심 있는 카페나 모임에서 놀다가, 선거 국면에는 ‘민주-진보진영 승리’를 위해 활동하는 거죠.”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성공한 사례가 전해진다. 얼마 전, 민언련 정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진순 씨가 만든 <와글>도 다음 포털 스토리펀딩에서 SNS를 활용한 시민의 정치참여 관련 해외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경우는 온라인에 토론하고 의사 결정하는 오픈소스를 활용해서 시민단체 연합체가 창당을 했어요. 창당하자마자 우리로 치면, 서울과 부산시장을 당선시켰어요. 이태리의 오성운동은 제2당까지 올라갔어요. 독일의 해적당, 또 그걸 그대로 적용시킨 그리스의 시리자. 이들이 인터넷과 SNS를 활용한 시민정치운동, 국민소환제, 국민발의제 등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할 만한 정치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영국 노동당은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여기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입당하지 않아도 당원들과 동등한 결정권을 줬어요.”


하지만, 주변에 할 만한 사람들에게 제안했을 때 사람들이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문 대표와 하면, ‘친노’로 찍힌다는 거였다. 그러나 더 늦출 수가 없었다.
“역사에 내놓기는 해야 할 것 같아요. 부족하던, 큰 거든, 시민이 모이든, 안모이든 그건 다음 문제고, 플랫폼을 만들어서 제시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만약에 이번에 제가 실패하면 또 다른 누군가가 이 운동을 하겠죠. 그 때를 위해 토대를 만들어 놓는 거예요.”


내후년이면 ‘우대증’이 나오는 자신의 운동을 정리하는 작품이 ‘시민의 날개’라는 것으로 들렸다. ‘우대증’이라는 말에 문 대표의 흰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복사기가 없었던 대학시절을 다녔어요. 복사기가 있었으면 내 학점이 그렇게 낮지 않았을 꺼예요.(웃음) 그런 사람이 무슨 인터넷에 SNS를 하겠습니까. ‘시민의 날개’도 개발하고 기획하는 건 30대에요. 나는 큰 흐름 속에 이런 운동이 필요하다고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호소하는 거죠.”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뼈아픈 비판도 이어졌다.
“민주당이 왜 저럽니까. 저건 한마디로 줄이면 DJ의 부재에요. DJ는 의원들 하나 하나 불러 일 시키고, 일을 안하거나 돈 받으면 짤라요. 또 새로운 사람을 들이기 위해 사람을 뽑아서 전략공천하죠. 이해찬, 박영숙, 이우정, 정세균, 추미애, 김근태, 이인영, 우상호까지 지금 민주당 계열에서 의미 있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DJ가 영입했고, 키운 사람들이에요. 좋게 말하면 철인정치고, 나쁘게 말하면 제왕적 총재죠. 그런데 DJ가 사라지자 문제가 생긴 거죠. 일 시킬 사람도 없어, 일 안한다고 자를 사람도 없어, 외부에서 영입할 권력을 가진 사람도 없어, 전략공천으로 내리꽂을 사람도 없어…. 힘의 공백상태가 벌어진 거죠. 그러면 그걸 당의 최소한의 약속인 당헌당규를 앞세워 해결해야 하는데, 아무도 지키지 않아요.”

당은 지지자의 뜻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시민이 조직해서 압박해 떨어뜨리는 방법밖에 없다. ‘내가 한 행동과 내가 내세운 나의 욕망 때문에 내가 떨어질수도 있겠구나’하는 공포를 느껴야지만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시민 스스로 조직화 하는 거죠. 지금 시대에는 온라인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조직화 밖에 없잖아요. 그걸 통한 정권교체와 정당혁신, 그것이 ‘시민의 날개’의 목표입니다.”


‘시민의 날개’는 12월 10일 베타페이지(vving.org)를 오픈했다. 그러나 아직 문 대표가 말한 모습은 구체적으로 구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문 대표가 말한 ‘시민 참여로 바꾸는 정치’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곳은 안국동 풍문여고 길에 있는 <개성공단 상회> 옥상이었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이죠. 그 곳에 있는 업체 20개 정도가 조합을 만들어서 직판하는 곳이에요. 여기 가오픈 할 때부터 SNS로 알리고 열심히 응원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개성공단 퍼주기라고 하는데, 우리가 북에 일년에 임금을 1억을 줘요. 그리고 30억불을 가져오죠.  개성공단이 10년이 넘었으니 30조 벌어온거에요. 이건 벌어들이는 정도가 아니라 갈코리로 긁어오는 거죠. 그런데도, 말도 안 되는 억지로 남북교류 협력을 막는 정치, 그것부터 바꿔나가야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꼭 해 내는 사람이다. ‘친노 연예인’이라는 딱지에도, ‘직접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자신의 꿈을 하나둘씩 실현 해 나가고 있다. 그 모습에 나도 빠져 들었는지, 인터뷰가 끝나고 <개성공단상회>에서 가족들 선물을 한 보따리 샀다. 시민들이 바꾸는 정치, 꼭 이뤄지길 나도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