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호] [책이야기] 나쁜 뉴스 솎아내기와 끊어내기
등록 2016.06.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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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大)기레기’시대이다. 과장 좀 보태면, 뉴스에서 기레기가 아닌 ‘기자’를 찾기 더 어려울 지경이다. 은폐, 축소, 침소봉대 수준을 넘어 적극적인 사실 왜곡 단계에까지 이른 게 한국 언론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 ‘사상 최대의 구조작전’ 운운하며 벌인 대국민 사기극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나름대로 기자에 대한 꿈을 갖고 있던 본인은 “이 길(기자)이 맞나”하고 심각하게 고민할 지경이었다. 뭐 결국 기자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본인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이다’같이 시원한 책이 나왔다.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가 쓴 『나쁜 뉴스의 나라』. 이 책은 우리에게 “화려한 말의 성찬 뒤에 숨겨진 뉴스의 본심을 읽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나쁜 뉴스’를 어떻게 분간해낼 것인지, 나쁜 뉴스가 나오는 배경은 어떻게 되는지 알기 쉽게 이야기해준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나쁜 뉴스의 종류는 실로 다양하다. 우선은 사실왜곡 보도를 꼽을 수 있겠다. 게임으로 치면 1단계 보스다. 본인이 서두에서 언급한 ‘사상 최대의 구조작전’같은 보도가 해당된다. 사실 이건 가장 저열한 수준의 보도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극복 난이도’는 낮다. 나쁜 보도임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어느 누가 봐도 제대로 구조 활동이 안 되는 상황에서, 그것도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거짓말을 했다. 이런 보도에 대해선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의 발언을 인용하면 된다. “XX뉴스 개새끼야!”이처럼, 과거에 비해 뉴스 소비자의 정보 습득력과 분석력, 비판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놓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보도는 설 자리를 잃는다.

 

하지만 나쁜 뉴스의 난이도는 점점 올라간다. <슈퍼마리오> 게임에서 공주를 납치한 쿠파가 처음엔 불만 뿜다가 나중에 망치도 던지고 용암에서 불덩이도 튀어나오게 하듯이, 언론도 온갖 도구를 사용한다. 의제 설정, 프레임 구성, 특정사안에 대한 의도적 침묵, 물타기 등등… 최대한 경각심을 갖고 대하려는 독자들도 어느 순간 공격에 당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권의 실책에 대해 비판하던 사람에게 조중동 및 종편이 ‘종북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비판자의 과거 과오를 가지고 공격하며 “넌 이러이러한 나쁜 짓을 했으니까 이런 말 자격 없어”라 못 박는 순간, 비판자는 자신이 ‘종북주의자’가 아님을 변명해야 하는 수세적 입장에 몰린다. 이 함정에 빠지는 순간, 기존에 거론했던 정권의 실책은 자연스레 묻힌다.


저자는 이러한 공격에 대해 수세적으로만 대응할 게 아니라, 맞대응의 일환으로 역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예시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던 당시의 상황을 든다. 정부와 여당의 북풍몰이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 정권이 “너 빨갱이지? 북한 편 드는 거냐?”고 공격할 때, 야권을 비롯하여 평화를 염원하는 수많은 시민들은 역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전쟁하자고? 전쟁해서 다 죽자고?”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을 전후한 시기 언론의 종북몰이 공격에 야권이 “우린 종북 아냐. 통합진보당 싫어. 하지만 정당 해산은 좀 아니잖아”식으로 수세적 입장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2010년의 저 역질문은 매우 효과적인 반격이었다. 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 패배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역질문만으론 부족하다. 역질문도 공격에 대한, 좀 더 효과적인 방어 행위일 뿐이다. 저자는 결론으로 정권과 자본의 외압을 능가하는, ‘독자들의 외압’이 언론에 가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자들의 외압. 중요하다. 하지만 그 외압만으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째서 언론이 전가의 보도처럼 ‘종북몰이’공격을 해 댈까? 우리나라가 분단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곳곳에서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이를 은폐하고 심지어 그 죽음의 의미를 왜곡하기까지 할까? 죽음의 의미를 온전히 이야기하는 걸 불편해하는 세력(그게 정치권력이든 경제권력이든)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살피자면 뉴스가 만들어지는 이 사회의 상황이 어떤지를 우리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보기만 해서는 안된다. 결국은 언론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독자들의 외압’과 함께, 사회구조의 문제를 바꾸려는 시민들의 ‘직접 행동’이 ‘나쁜 뉴스’를 끊어낼 것이다. 모든 해답은 현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