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
저는 주로 전화로 회원분들과 만납니다. 회원관리가 주요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수화기를 든 저의 이름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민주언론시민연합입니다. 기부금 영수증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회원님의 주민등록번호 13자리 불러주시겠어요?” “소식지 잘 받고 계신가요?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회원님, ○○은행 계좌번호가 맞나요?”
보이스 피싱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스팸 전화라 생각해 통화하지 못할 때도 자주 있지만, 저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합니다. 수화기 너머 회원들은 흔쾌히 말씀해 주십니다. 제가 아닌 민언련의 이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고생이 많네요. 수고하시네요. 반가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에는 민언련 활동에 대한 지지와 격려가 담겨있습니다.
너의 이름
“아! 자네가 나한테 전화했던 양반인가? 반갑네. 악수!”
회원 관리 프로그램에 등록된 회원 리스트는 대략 6,000명. 지난해 5월, ‘파파이스’와 함께 종편때찌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민언련과 새롭게 인연을 맺은 분들이 5,000여 명입니다. 이 통계에서는 회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 많은 숫자, 이름을 모두 알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통화가 늘어날수록 하나씩 이름이 들어옵니다. 그렇게 눈에 익기 시작한 이름들을 <7년-그들이 없는 언론> 공동 상영회에서 표를 나눠드리며 만나기도 하고, 캠페인을 하는 광화문 부스에서 얼굴을 마주치기도 합니다.
저 멀리 떨어져 통계에 불과했던 숫자가 생생한 모습이 되어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특별한 만남은 아주 느리고 작은 일이지만, 제겐 이러한 경험들이 지금 처한 현실을 가장 구체적으로 위로해 주곤 합니다. 매달 소식지에 실리는 회원들의 명단을 편집하면서 혹시나 빠뜨린 이름이 없는지 더 꼼꼼히 살피게 되었습니다. 전부 기록할 수는 없지만 모두 어떤 마음으로 민언련을 응원해 주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작은 목소리 또한 그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라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이름
지난 해 가을부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지겨운 2016년을 살고 있습니다. 막장드라마보다 더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함께’라는 이름으로 일상을 지키며 버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종편 재승인 심사 똑바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회원님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종편 프로그램과 막말 패널들에 대한 분노를 민언련에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언련과 함께하는 자리가 조금 더 무거워졌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마음속에 새기느라 더욱 분주해졌습니다.
매주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모습을 기억할 것입니다. “민언련이구나!”라며 반겨주셨던 여러분의 응원과 다독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격려의 목소리와 함께해 주신 그 모습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민언련의 이름이 더 많은 사람에게 기억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제 이름이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몇 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인사할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다시 인사하겠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박성원 활동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 박성원 회계·교육 담당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