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8월호] [책이야기] 낙하산 사장만 바꾸면 언론 개혁이 될까
등록 2017.09.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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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이 만든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언론장악백서』가 나왔다. 1부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언론장악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저항했던 언론인들은 어떤 고통을 겪었으며, 언론의 편파 왜곡 보도는 주요한 사회 의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가 담겨 있고, 2부에는 구체적으로 진행된 언론장악 일지가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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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대 언론의 가장 눈에 띄는 폐해는 미디어 악법 개정과 종편의 탄생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계승한 박근혜 정권 아래서의 방통위의 거듭되는 부정 재승인과 종편의 편파, 왜곡 방송은 정권이 바뀐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형편이다. 그렇다고 우리도 저들처럼, 저들 식으로 적폐 청산을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여기서는 앞으로 민언련이 집중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에 발맞추어, 백서에서 정리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이 양대 언론사 장악 과정을 들여다보려 한다. 언론장악의 과정을 잘 파악하는 것은 거꾸로 언론 정상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아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언론장악의 수순
언론 장악의 수순은 거의 모든 언론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진행된다. 

 

1. 사전 정지 작업: 방송통신위원장 임명과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인적 장악. 사장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KBS 이사회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장악.


2. 낙하산 사장 투입: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과정.
 

3. 친정부 편파방송을 함께 도모할 간부 인사 단행: 낙하산 사장이 기자, PD 등 사내 구성원들의 편성·제작 자율성을 축소하거나 재편하고, 전횡을 휘두를 수 있는 상명하달식 통제체제 구축과 인사권 편성권의 장악.


4. 불공정 편파 방송에 비판적인 사내 구성원들에 대한 탄압과 징계: 기자와 PD를 특정한 증거 없이 해고하거나 전혀 관련이 없는 부서로 이동시킨다. 부당 전보와 대기 발령 등으로 회사에서 견딜 수 없게 만든다. 부당징계와 해고로 고통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이미 많이 알고 있다.


5. 정부 비판 프로그램의 폐지 또는 축소, 친정부 홍보 프로그램 편성과 실행의 일상화: 조직 개편은 내부를 통제하고 제작과 편성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수단. 개편을 빌미로 인력을 재배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비판적 팀을 해체 또는 악화시킨다. 

 

사장 위에 이사회, 그 위에 방통위
백서를 읽다 보면 제대로 기능하는 언론을 만들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가 보인다. 가장 눈에 띄고 가장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처럼 보이는 일은 역시 사장 교체이다. 그러나 그 사장을 해임하거나 새로 임명하는 권한을 가진 곳, 즉 이사회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한 일이다.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하는가는 방송에 대한 시각과 의도를 드러낸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사장을 선임할 뿐 아니라 예산 승인과 같은 주요 사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최고 결정 기관이다. 이사를 추천 또는 임명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권력의 의지를 관철하는 통로였다(이명박 정권 시절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일명 ‘방통대군’이라 불리며, 언론 전반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사실을 떠올려보라!). 현재 방통위 이사장은 공석 중이지만, 이인호 KBS 이사장,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 왜곡된 역사인식을 가진 대표적 뉴 라이트 인사들이 언론사의 핵심 위치에 포진되어 있으며, 이들은 반성과 퇴진을 요구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임기를 빌미로 미동도 없이 버티고 있다. 이들이 버티는 한 사장의 교체도 어렵지만 설사 교체된다 한들 개혁을 주도할 인물이 선임될 리 만무하다. 이사회의 구성과 이사장의 선임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가 여기서 여실히 드러난다.

 

언론 정상화, 우리 사회의 풍토와 상식을 바꾸는 일
언론 적폐 청산과 개혁이 제대로 되려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언론 장악과 탄압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되어야 하고 그것을 주도한 자와 부역한 자에게 법률적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그 부당함에 항의하다가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의 명예와 원상 회복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백서는 여기에 중요한 과제 한 가지를 더한다. “언론 장악을 막기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언론장악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윤리적으로나 실정법상으로나 용납되지 않은 상식과 문화를 확립하는 일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감히 그런 시도를 하면 국민적 심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언련은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에 나섰다. 언론 정상화는 언론사의 구성원들에게만 맡겨둘 일도, 정권 교체를 해놓았으니 정치권에서 제대로 해주기만을 바랄 일도 아닌, 우리 사회의 풍토와 상식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언론장악백서』를 꼼꼼히 읽는 것은 그 출발이 될 것이다.

 

김경실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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