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책이야기] 10년 후, 이용마 기자가 이 책을 두 아들과 함께 읽을 수 있기를!
등록 2017.12.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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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마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다. 시한부라는 현실과도 그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힘내시게, 이용마.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이용마 선배님, 결국 세상이 바뀌고 선배님이 건강히 MBC로 돌아오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힘내십시오! 김태호 무한도전 PD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시민의 힘으로 언론인을 포함한 우리 사회 엘리트 집단의 특권을 산산이 부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을 읽으며 나는 그가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절감했다. 최승호뉴스타파 PD

 

위중한 병으로 투병 중인 이의 글을 읽는 건,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독자를 경건하거나 비장하게 만드는 일이다. 저자의 얼굴이 알려졌을 경우, 문장과 얼굴이 겹치고 음성을 기억하는 경우라면 음성까지 생생하게 귓전에 따라온다. 책장을 넘길수록 안타까움이 절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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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가 그렇게 읽히는 책이다. 2016년 복막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MBC 해직 기자 이용마가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정리이자, 우리가 살아온 세상, 우리가 바꾸어야 할 세상에 대한 진솔한 기록’이라고 말한 이 책은, 10년 후쯤 스무 살 안팎이 될 두 아들이 자신들의 인생행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무렵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써 내려간 글들이다. 

 

 

모난 돌 혹은 ‘낭중지추’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으로 사상 유례가 없던 170일간 파업을 이끌었던 이용마 기자는 ‘사내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해고되었고, 11월 30일 현재까지 아직 복직하지 못했다. 1996년 MBC에 입사해 사회부 기자로 정식 발령을 받은 그는 겨우 10개월 만에 지방선거 선거방송 기획단으로 쫓겨난다. 이유는 그가 ‘모난 돌’이었기 때문이다.

 

오직 치열한 뉴스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별 의미 없는 사건 사고로 뉴스를 가득 채우는 보도 행태에 신입 기자인 그는 반발했다. 토론이 거의 불가능한 상명하복의 조직에서 기사 가치가 떨어지는 뉴스 보도를 거부하며 그는 선배와 실랑이를 벌였고, 그러는 사이 그에 대한 평가는 ‘재능 있는 놈에서 선배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놈으로 돌변’했다. 그 이후로 그의 인생은 줄곧 ‘능력 있는 기자’와 ‘다루기 힘든 반골’ 사이를 오가면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결국은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검찰, 통일외교 등을 성역 없이 취재해, 당시 뉴스 기자로는 드물게 청취자들에게도 그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대개의 속담이 세월이 증명한 진리이듯 (6장의 제목인)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도 맞다. 하지만 이용마 기자의 경우, 모난 돌보다는 ‘낭중지추(囊中之錐)란 말이 더 적확해 보인다. 송곳은 주머니에 똘똘 싸놓아도 그 특출한 뾰족함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기 마련이다. 송곳이 날카롭고 예리할수록 그것을 싸는 주머니가 거칠고 두터워지겠지만 송곳은 송곳의 일을 한다.

 

 

누가 세상을 바꾸는가

 

책에는 기자 이용마가 두루 겪은 정치, 사회, 경제 각 분야에 대한 문제점과 그 문제점을 쌓아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쟁쟁한 목소리로 리포트되어 있고, ‘그 적폐들’과의 투쟁 과정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특히 정권에 휘둘리는 한국 언론의 습성과 언론인들에 대한 적나라한 에피소드들은 현재 공영방송사들의 상황과 맞물리며 씁쓸하게 읽힌다.

 

인간이 사는 곳에는 언제 어디서나 양지만 찾아 앉는 약아빠진 자들이 있다. 그런 자들은 세월에 닳아 노련해질수록 인간으로서의 염치와 부끄러움을 잊는다. 그런가 하면 “‘무엇이 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 더 중요하다’”라는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바른길이라면 뻔히 눈에 보이는 지뢰밭이라도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많은 날을 응달의 추위와 싸워야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글귀가 마음에 닿지만, 다음 두 내용은 이용마 기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말해주는 것 같아 적어둔다.

 

“세상에서 가장 남용되는 단어 중 하나가 객관성 혹은 중립성이라는 말이다. 엄격히 말해 언론의 객관성은 가식이다.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서로 다른 논조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이 객관적이라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가. 그렇다고 객관성은 아예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적어도 객관성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다. 바로 사회적 다수와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다. …· 언론 그리고 우리 모두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다수를 대표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204~205쪽)

 

“소수의 엘리트가 왜 한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까. 엘리트는 항상 옳은 판단을 내리는 것일까. …· 시대에 뒤떨어진 엘리트는 누가 개혁해야 하는가. 폐쇄적인 엘리트를 뛰어넘으려면 대중의 집합적인 지혜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상식에 입각한 대중의 의견이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359쪽) 

 

10년 후, 이용마 기자가 자신이 쓴 이 책을 장성한 두 아들과 함께 읽기를 바란다. ‘이제 우리는 우리 꿈을 따라 살 테니, 아빠의 꿈은 아빠가 이루고 사시라’는 아들들의 타박을 받아가면서….

 

김경실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