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는 진도 앞 바다를 항해하던 유조선 두라에이스호가 세월호의 침몰 상황을 목격하는 모습을 재연하면서 시작한다.
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섬에 바짝 붙어 급회전을 하는 배 한척이 두라에이스호 레이더에 잡힌다. 그러나 그 배는 자신의 정체를 알리는 신호를 끄고 있다. 신경이 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배가 침몰하고 있다며 구조를 도우라는 연락이 관제사로부터 왔다. 그 후 구조를 두고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두라에이스호 선장에게는 이상했다. 침몰하기 시작한 그 선박, 세월호의 선원들이 보인 대처 방식도 이해하기 힘들었고, 구조 요청에 달려온 해경의 조처도 이상했다. 빨리 승객들을 구명조끼를 입혀서 바다로 탈출 시키라고 요청했지만, 여객선 선원들을 승객들을 탈출시키지 않았고, 달려온 해경은 승객들에게 탈출하라는 방송을 하는 대신 선원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인근 관제센터는 구조에 참여하기 위해 달려오는 민간 선박들에게 엉뚱한 위치를 알려줬다. 결국 300명이 넘는 승객들은 탈출하지 못한 채로 세월호는 물에 잠겼다.
감독 김지영은 세월호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중 홍보 영상 제작 의뢰를 받으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탐구 과정에서 많은 의심들이 이어졌다. 사유하는 인간이라면 당연했다. 많은 의심들 중 침몰 원인에 대한 의심에 집중하기로 했다. 새로운 의제를 던지는 것인 동시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에 핵심적인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침몰원인 하나의 문제만 풀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문제 풀이 과정에서 슬그머니 계속해서 몇 개의 의문들을 던진다.
“세월호는 왜 급회전 전에 AIS를 껐는가?”
“만약에 일부러 껐다면, 그건 침몰하는 과정의 궤적을 숨기려한 것은 아닐까?”
자료를 검토하면서 직관적으로 의심을 제기하고 정서를 건드리는 역할은 또 다른 주요 발화자인 제작자 김어준이 맡는데,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도와서 최후의 퍼즐을 맞출 수 있었던 것 같다“는 말과 그때 그의 표정도 중요한 예로 꼽을 수 있다. 평소 중저음인 김어준의 목소리는 김지영감독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톤으로 느껴지는데 그것은 흥분한 표정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 것이다. 그의 또 다른 역할은 이성적이며 과학적인 분석을 하는 김지영 감독에게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김어준이 정부가 내놓은 데이터가 전부 다 이상하다고 의심하고, 김지영은 그 데이터를 전부 다 실증하는데 몰두했다.
이 둘의 합주는 우연이 아니라 구성의 힘이다. 과학적인 검증 과정을 머리로 같이 따라가던 관객들에게 학생들의 흔적을 자료화면으로 사이 사이에 삽입하여 가슴까지 따라오게 만드는 힘을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내레이터인 배우 정우성이 있다. 중저음 톤을 유지하며 또박 또박 진지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정우성의 목소리는 이 다큐에 신뢰를 더해주는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그리하여 <그날, 바다>가 설명하는 “어떻게” 침몰했는지는 어마어마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 설득력 덕에 이 다큐가 남긴 숙제, 즉 “왜” 침몰했고 “왜”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숙제의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