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호] [회원인터뷰] 우리를 움직이는 건 울림이 있는 언론이라는 ‘올드한 사명감’ (김주리 회원, 이정진 회원)
등록 2018.07.2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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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나 젊은 세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듯이 이 시대에도 청년들에 대한 이런저런 우려와 기대의 소리가 뒤섞여 들린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을 체험하고 있는 청년세대. 그러나 굴곡진 시대에도 바르게 나아가는 청년들, 어두운 시대에도 밝게 성장하는 젊은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민언련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바로 그들.

기자로, PD로 정의의 편에 서는 언론인이 되고 싶은 올드한 사명감을 가진 두 청년 회원에게 민언련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사는 우리 사회에 대해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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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언론 비평이 다른 점, ‘내가 시민이다’ 라는 의식

김경실 : 민언련 활동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주리 : 우리 과 손석춘 교수님께서 수업 중에 민언련이라는 단체가 있다고 소개를 해주셨는데, 그런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2015년에 회원이 되었어요.
 
정진 : 저는 주리 언니가 함께 해보자고 해서 2017년부터 시작했어요.
 
김경실: 민언련이 손 교수님께 감사해야겠네요. 나름의 기대가 있었을 텐데 방송분과 활동은 어땠어요?

주리 : 방송분과 활동을 하면서 너무 좋았던 게 프로그램 분석이라는 걸 처음 해본 거예요. 회원들과 분석할 프로그램을 정하고 토론하고 어떤 비평을 할지 논의하는 과정이 좋았어요. 민언련 인턴도 3개월 정도 했어요, 대선미디어감시연대에서요. 선거 보도를 그렇게 꾸준히 모니터하는 것 자체가 공부에도 도움이 됐어요.
 
정진 : 학교에서 ‘울림’이라는 스터디 모임에서만 언론 이야기를 하다가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의 다른 회원들과 언론을 논하는 것이 좋았어요. 저도 대선미디어감시연대 활동을 했는데, 그 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종편을 아예 보질 않았어요. 그런 방송을 왜 봐야 하나 싶었는데, 종편을 감시하는 일을 하면서 종편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또 일을 하면서 단순히 비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조사를 하고 통계를 내고 하는 것도 큰 경험이 됐어요.
 
김경실: 민언련 활동을 하기 전부터 방송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봤던 편인가요.

주리 : 네. 세월호 보도가 그 기점이었어요. 물론 손석춘 교수님께서도 보도를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를 통해 여실히 깨닫게 됐어요.
 
김경실: 세월호가 언론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걸 깨닫게 해주었죠. 민언련 활동을 하면서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정진 : 같이 모여서 방송 비평을 하는 것 자체는 민언련이 아니어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민언련은 민언련이라는 조직이 갖는 가치가 커요. 시민이 언론을 감시한다, 언론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의식을 확인하는 활동이니까요. 단순히 방송 비평이 아니라 ‘내가 시민이다’라는 의식을 갖고 비평을 하게 돼요.
 
주리 : 5.18 광주 민주묘역 참배와 같은 활동들도 영향이 상당히 커요. 또한 비평들도 저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민언련의 이름으로 나가기 때문에 책임감이 더 커지고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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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실: 그동안 활동했던 것 중에 두 분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을 꼽으라면요?

주리 : 저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모니터 보고서>(2016.3.25.)요. 방송분과에 들어와 처음 작성한 보고서였는데 출연자들의 노출 시간을 직접 재서 데이터를 내고 분석을 했어요. 당시 tvN이 내놓은 프로그램 취지는 ‘국민이 직접 뽑는 아이돌’이었는데 결국 방송사가 비춰 주는 화면 분량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는 점을 우리가 밝혀냈거든요. 상당히 품을 많이 들인 보고서였고, 작성 과정이 재미있는 활동이었어요. 반응도 좋았어요. 오마이뉴스 조회수가 상당했고 주변에서 칭찬도 많이 들었어요.
 
김경실: 저도 그 보고서를 읽은 기억이 있어요. 다음 기사로도 올라와서 아주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어요.
 
정진 : 저는 대선미디어감시연대 활동 중에 종편 시사프로그램의 자막을 분석한 <의혹엔 불붙이고 행보는 논란으로, 자막마저 기울어진 종편>(2017.4.23.)보고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방송에 나오는 자막을 일일이 받아쓰고 내용별로 분류하여 통계를 냈는데, 방송의 정치적 편향성이 그대로 드러났어요.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자막에도 그 자체에 편파성과 선정성이 녹아 있어 시청자들에게 거짓정보를 전달하는 매개로 작동하고 있었어요. 그 작업이 힘이 들기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아요.
 
김경실: 자막은 부수적으로 보이지만, 짧은 문장에 자의적인 해석을 담아서 일방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오히려 강력한 소구력이 있어요. 무시할 수 없는 시각적 스피커인 거죠. 요즘 KBS MBC는 정상화 과정이 진행 중인데 실제로 변화가 느껴지나요.

주리 : KBS MBC는 달라졌어요. 박근혜 정부에서는 확실히 친 정부 방송사였는데 지금은 정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어요.
 
정진 : 방송의 내용도 바뀌었지만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태도가 변한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전보다는 시민들이 KBS MBC를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김경실: 우리가 주로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모니터하게 되는데 방송에는 연예, 오락, 드라마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잖아요. 이런 프로그램들에 대한 분석도 필요한데, 방송분과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주리 : 2016년에 방송분과에서 비평을 해서 좋은 드라마상도 줬던 JTBC의 <청춘시대>(2016.7.22.~8.27)라는 드라마가 있어요. 기존 드라마와 달리 여성 5명이 주인공이고 그 여성들이 각자의 가족이 아니라 그들이 가족을 만들어 살아가는 내용인데, 그 과정에서 처음엔 어색했던 주인공들이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연대하게 돼요. 그럼 부분에서 최근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2016년에는 상당히 획기적인 관점의 드라마였어요.
 
정진 : 방송분과에서 <2017년 드라마 총결산 : 2017년 드라마는 어떤 세계를 그렸나>(2017.12.19.)라는 보고서를 쓰면서 드라마 주연들의 직업군을 분석해 통계로 낸 적이 있었어요. 평일 밤 10시, 주말 밤 8시의 메인 드라마들이 과거에는 개인사에만 집중했다면 최근엔 판검사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가 많이 나오면서 ‘사회’를 바라보기 시작한 점이 눈에 띄어요. 사회적 의제들을 드라마에 녹이고 있는 부분은 분명한 변화로 보여요. 최근에도 JTBC ‘미스 함무라비’ 등, 사랑 이야기만 다루던 과거 드라마가 최근엔 ‘사회적 드라마’ ‘법정 드라마’라는 유행을 타고 있는 것 같아요.
 
울림 스토리편팅, ‘미투는 졸업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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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스토리펀딩 '미투는 졸업하지 않는다' 갈무리화면. 이 펀딩은 7월 25일까지 진행한다.

 

김경실: 앞에서도 잠깐 언급이 됐는데, 두 분이 ‘울림’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한다고 들었어요. 소개를 좀 해주세요.

주리 : 결성된 지 4년 된 단체인데,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내의 스터디모임으로 시작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것이 기본적인 활동인데, 박근혜 탄핵 촛불, 백남기 농민추모 집회 등 많은 집회에 나가기도 했어요.
 
김경실: 이번에 올림에서 미투에 관심을 갖고 스토리펀딩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언론 스터디 모임이 미투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 텐데요(울림 스토리펀딩 ‘미투는 졸업하지 않는다’는 <셜록> 저널리즘 클래스의 6개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정진 : 원래 공부를 주로 하는 모임이라 일종의 무력감을 모두들 느끼고 있었어요. 최근에는 언론사 기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시민들이 기사를 쓸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에 그런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초 콘텐츠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셜록 스토리펀딩 클래스에서 스토리 펀딩을 통해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울림만의 기사’를 쓰기로 한 거죠. 주제를 미투로 하게 된 이유는 올해 큰 이슈이기도 했고 그 이전부터 분노해왔던 주제이기도 했기 때문이에요.
 
김경실: 미투는 우리 사회에 민감한 문제가 됐어요. 특히 페미니즘과 연관이 되면서 미투나 페미니즘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이 상당히 극단적이에요. 이들이 주로 남성들의 의견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미투 관련 기사를 쓸 때 만나게 되는 남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정진 : 제 친구들에 한정한다면 미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없어요. 하지만 페미니즘 이슈 자체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미투는 권력형 성폭행 ‘사건’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긍정적인데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반응이 다양해요. ‘왜 그렇게 굳이 격하게 운동해야 하나’ 하는 반응이요. 많은 분들이 ‘미투’를 개별 사건으로 인식하는데, 저희가 취재하면서 느끼는 것은 개별 미투의 공통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같다는 거예요. 바로 우리 사회 기저의 가부장적 시스템이 지닌 모순인데, 이런 사회적 구조의 모순과 미투를 연결시키기가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주리 : ‘페미니즘이 오히려 미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여론도 있어요. 저희가 쓴 기사가 나오면 ‘이게 진짜냐, 가짜냐’ 이런 논란도 일어날 수 있는데, ‘그런 의심까지 설득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미투’의 경우 가해자는 한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한정할 수 있지만 피해자는 다수의 여성이기 때문에 개별 사건으로만 파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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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실: 50대인 제가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비슷한 연령대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젠더 감수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20대들은 어떤가요.
주리 : 기본적으로 페미니즘의 필요성 자체는 동의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세부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는 여론이 나뉘는 것 같아요. 밖에서는 다 같은 페미니스트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방향성에 대해 이견과 논쟁이 있어요. 예를 들어 요즘 논쟁이 되는 탈코르셋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어요.
 
정진 : 페미니즘에 대해 20대의 생각이 딱 한 가지라고 얘기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 이슈를 대다수 사람들이 알게 됐다는 점, 페미니즘의 기본적 의미와 여러 관련 이슈들을 전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게 됐다는 점은 인정해요. 이런 상황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페미니즘이 20대의 의제가 됐다는 점은 확실한 거죠.
 
롤모델? 우리는 아직 탐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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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실: 개인적인 얘기 좀 해볼까요. 학과를 선택할 때 언론인이 될 생각을 하고 선택한 건가요.

정진 : 네. 저는 방송사 시사교양 pd를 생각하고 과를 선택했어요.

주리 : 저는 처음엔 자연 다큐멘터리 pd를 하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공부를 하면서 기자로 꿈이 바뀌었어요.
 
김경실: 언론 환경이 많이 달라져서 공중파가 언론의 중심인 시대가 저물고 있어요. 문이 많이 넓어지기도 했는데 그만큼 고민도 클 것 같아요. 어떤 기준으로 시험 볼 언론사를 선택하나요.

정진 : 솔직히 말해 안정성이 큰 기준이에요. 언론고시라고 칭할 정도로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합격하기도 어려운데, 그런 어려운 과정을 거치다보니 더 안정적인 회사를 원하게 돼요. 물론 ‘이 매체에 가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하고요.
 
주리 : 진짜 가고 싶은 매체는 정해져 있는데 거기서 뽑는 사람은 제한적이에요. 그래서 초기에는 ‘꼭 여길 가야지’했다가 시간이 흐르면 ‘저기만 빼자’라고 생각이 바뀌어요.
 
김경실: 혹시 언론인 롤모델이 있나요.

주리 : 요즘에는 ‘이 언론인처럼 되어야겠다’고 정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훌륭하다 싶은 언론인의 경우에도 어떤 부분에서는 논조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한 사람이 최고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정진 : 롤모델은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존경하는 언론인은 있어요. 손석춘 교수님요. 무엇보다 ‘내가 과연 오랜 시간 하나의 신념을 지키며 타협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경탄하게 돼요.
 
주리: 맞아요! 정말 그래요.
 
김경실: 손 교수님, 순우리말에 애정을 갖고 일상에서의 우리말 사용을 실천하고 계신 분이기도 하지요. 롤모델을 물어본 건 어떤 언론인을 지향하고 싶은가를 알고 싶어서였어요. 요즘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스타 기자나 pd도 많잖아요.
 
정진 : 예능이나 드라마 쪽은 pd가 브랜드화 되어서 꾸준히 자기 콘텐츠를 이어갈 수 있는데 시사교양 pd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요. ebs 다큐프라임, sbs 시사스페셜을 참 좋아하지만 회차마다 호불호가 갈리고 주제나 방향성도 다르거든요. 시사교양 pd는 예능이나 드라마 pd처럼, 또는 기자처럼 브랜드화된 pd를 찾기 어려워요.
 
주리 : 최근에는 기자는 제너럴리스트라고 하지만 저는 전문 분야를 가져서 브랜드 있는 ‘전문 기자’가 되고 싶어요. 노무사 자격증을 지닌 ‘노동 전문기자’, ‘데이터저널리즘 전문 기자’, 관련 학위를 지닌 ‘통일 분야 전문 기자’ 등 더 공부를 해서 전문 기자가 되고 싶어요.
 
정진 : 저도 전문 분야를 탐색 중이에요. 기자나 pd도 직업이기 때문에 반복된 일상을 살다보면 사회에 대한 정의감을 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걸 반드시 잊지 말고 상기시켜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편안해지지 말고 안일해지지 말자고요.
 
주리 :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두 어느 정도 사명감이 있는데 최근 언론사에서 사명감을 이야기하면 올드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 지원동기를 쓰라고 하면서 ‘사명감을 빼고’라고 명시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본심과 다르게 쓸 수밖에 없었어요.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에 대해 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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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실: 이제 마무리 질문을 해야겠네요. 미디어 환경이 변한 만큼 민언련 활동도 다각화할 필요가 있는데, 젊은 회원들로서 민언련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요.

주리 : 우리가 tv 콘텐츠만 다루다보니 유튜브 등 인터넷 콘텐츠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좋은 콘텐츠를 소개할 수도 있고, 가짜뉴스 영상들을 정리해서 통계나 팩트체크를 할 수도 있잖아요.
 
정진 : 언론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에게 필요한 콘텐츠, 그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민언련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언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인데, 사실 언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하잖아요. 누구나 ‘아 이 보도는 잘못된 것이구나’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요. 그래서 언론에 무관심한 시민들이, 시민이 언론에 대해 가진 권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김경실: 울림에 대해 민언련 회원들에게 알리고 싶은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이 소식지가 회원들에게 배달될 무렵에도 울림의 스토리 펀딩은 진행되고 있을 것 같으니까요.

주리 : 대학교 내 성폭력에 관한 뉴스들을 보면 ‘어느 대학교 피해자 몇 살 ooo씨’로 나와요. 그럼 시민들은 ‘아 저 학교에서도 터졌네’ 하고 지나가기 마련이죠. 저희는 사건 하나하나가 어떤 사건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서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 피해자가 고통을 받는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서 해결할 수 있는 방향까지 내놓는 것이 목표예요. 특히 대학 내 성폭력은 단지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의 대처가 상당히 잘못된 점이 많아요. 사립학교의 경우 사립학교법이 따로 있어서 징계의 권한이 교육부에 있는 국공립대와 달리 총장이 권한을 지닌 사립학교는 징계가 가벼운 사례가 많아요. 징계위원회, 조사위원회가 열려도 피해자의 입장보다 가해자 입장을 더 들어주는 경우도 있어요. 현재 2화까지 나왔는데(7월 4일 현재 3화 연재)이런 문제들을 앞으로 더 보도할 계획에요. 스토리 펀딩의 특징이 연재 기사를 쭉 보도하게 되는데 독자들이 보면서 대학 내 성폭력이 해결되지 않는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정진 :  대학이라고 하면 권력 관계도 사회보다는 덜하고 그나마 평등하다고 생각하지만 취재하면서 대학도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요. 학생과 교수, 조교와 교수, 학생과 학교 자체가 모두 권력 관계예요. 대학 내 미투 운동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부당한 권력관계, 이 관계를 재생산하는 구조라는 걸 최대한 알리고 싶어요.
 
주리 : 대학 내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피해자 보호, 피해자에 대한 인간적 대우가 보장되지 않아요. 이런 부분들이 대학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이 결국 가해자를 감싸면서 피해자를 내쫓는다면 그 사회는 망가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도 결국 학교예요. 이런 점을 보도해 나갈 생각이에요.
 
인터뷰 김경실 미디어위원 · 사진 이병국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