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회는 KBS를 국민에게 돌려줘라
등록 2019.07.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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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공영방송 흔들기를 멈추고,

국회는 KBS를 국민에게 돌려줘라

 

공영방송 KBS를 제멋대로 쥐고 흔들려는 정치권의 행보가 도를 넘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을 전개하고, 아예 방송법을 뜯어고쳐 KBS를 쥐락펴락하려 시도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관행적으로 10월 이후에 따로 진행되던 KBS‧EBS 결산심사를 2~3개월 앞당겨 8월 중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과방위는 결산심사를 위한 국회 전체회의뿐 아니라 법안소위를 열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및 KBS 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된 방송법 개정안 안건을 심사하겠다고 한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직결된 매우 중대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그간 논의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갑작스레 KBS 결산심사까지 앞당겨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정치권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은 공영방송 장악 야욕 버려야

우선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간 공영방송을 불법적 방법으로 장악하고 망가뜨렸던 자유한국당이 야당이 되어서도 공영방송 장악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데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1월 4일 ‘KBS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라는 해괴한 위원회를 만들어 연신 KBS를 두들기더니 지난 25일에는 KBS 수신료 거부를 위한 서명운동 출정식까지 열었다. 자유한국당이 수신료까지 걸고넘어지며 KBS를 때리면서 제시하는 근거들을 보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KBS <오늘밤 김제동>(2018/12/4)이 ‘김정은 만세’를 외친 김수근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 단장 인터뷰를 내보냈으니 ‘김정은 찬양 방송’이라거나, KBS <뉴스9>(2019/7/5)가 ‘G20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사라졌다’는 유튜브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한 것이 ‘문재인 정권 옹호 방송’이라는 식이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김수근 단장을 비판적으로 다룬 시사 프로그램과, 시간대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한 것이 문제라니 자유한국당이 원하는 것은 결국 과거 자신들이 장악하고 통제했던 ‘땡박(박근혜)뉴스 KBS’인 모양이다.

 

KBS 장악했을 땐 올리고, 놓쳤을 땐 거부하는 자유한국당식 수신료 계산법

KBS 결산심사와 함께 처리하겠다는 KBS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방송법 개정안에도 KBS를 통제하려는 자유한국당의 의도가 깔려있다. 자유한국당은 ‘KBS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침해받고 있는 시청자의 ‘수신료 거부권’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명시한 방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그간 전기료에 포함돼 징수하는 KBS 수신료를 전기료와 분리해 따로 징수하고 이로써 시청자가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과거 자유한국당이 집권 여부에 따라 KBS 수신료에 대한 태도도 오락가락했음을 감안할 때 이번 분리징수 요구 역시 그저 KBS를 길들이기 위한 정략적 수단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2003년 자유한국당 전신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 당시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매우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KBS 보도가 편향적이라며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을 추진했다. 지금과 똑같은 논리다. 반면 자신들이 집권하자 이번에는 KBS 수신료를 인상하자고 발벗고 나섰다. 이명박 정권 당시 KBS는 20년 만에 대통령의 KBS 방송 주례 연설을 부활시키고 4대강 사업 관련 의혹을 은폐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수신료 인상안을 추진했고, 민주당 수신료 관련 회의 녹취록을 KBS로부터 불법적으로 전달받아 폭로하는 촌극까지 벌였다. KBS가 세월호 참사 왜곡‧축소 보도 및 박근혜 대통령 찬양 보도로 뭇매를 맞고 있던 2014년 5월에도 새누리당은 KBS 수신료 인상안을 기습 상정했으나 여론의 반발을 못 이겨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이렇게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을 때는 수신료를 올려주려던 자유한국당이, 자신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아예 수신료를 내지 말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정치공세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헌법재판소는 수신료에 대해 KBS를 시청한 대가로 내는 ‘시청료’가 아니라 공영방송을 유지하기 위해 징수되는 준조세적 성격의 ‘특별분담금’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이다. 수신료는 내고 싶은 사람만 내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공론장을 구성하고 공동체의 문화와 지식 교양을 공유하면서 건전한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공영방송에 대한 의무적 부담금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이 노리는 건 ‘KBS 이사회 장악’…퇴보를 멈추라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방송법을 개정하자는 자유한국당의 속셈도 뻔하다. 시민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방식, 즉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집권했던 시절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으며 2016년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유령 취급했다. 그랬던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까지 최근에는 ‘박홍근 개정안’을 처리하자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8월에 KBS 결산심사를 하며 개정안을 처리하자는 것도 바로 ‘박홍근 안’을 노린 포석이다. 과거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박홍근 안’이 지금의 자유한국당에게는 KBS에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됐기 때문이다.

 

‘박홍근 안’은 “(KBS)이사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만 되어 있는 현행 조항을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사람 7명 및 그 밖의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사람 6명”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법에도 없는 관행으로 정치권이 KBS 이사회를 장악했던 악습을 아예 법으로 명문화하는 ‘퇴보’이다. 박홍근 의원 개정안이 발의된 2016년 당시에는 이것이 그나마 KBS 이사회의 의사 결정 과정을 합리화하고 자유한국당 측 이사들의 독선을 막는 고육지책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KBS 불법 장악이 극심했고 ‘박근혜 탄핵’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의 박홍근 안의 한계는 2017년 촛불혁명으로 분명하게 입증되었다. 그간 KBS 이사 자리를 관행적으로 여야가 7대 4의 비율로 소위 나눠 먹었지만, 이 때문에 공영방송은 늘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촛불 시민은 이제 더 이상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여야가 나눠먹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KBS 이사회 구성시 “공사(KBS)와 공사 소속 구성원들, 방송 관련 학계가 추천하는 사람이 전체 이사진의 3분의 1 이상”으로 한다는 이재정 민주당 의원안, 아예 “이사추천국민위원회”를 설치해 공영방송 이사를 국민 손으로 뽑게 하자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안 등이 박홍근 안에 대한 대안으로 추가 상정되어 있다. 그나마 민주당은 오는 8월 이들 안건까지 포함해 논의하겠다고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박홍근 안’에 집착했던 자유한국당의 행보를 감안하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에게 KBS를 돌려줘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부터 자행된 자유한국당의 공영방송 탄압 및 장악은 역사에 기록될 사건이었다. 2008년 KBS 정연주 사장 해임은 ‘제2의 백골단’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2008년 출범한 경찰 기동대 600여 명이 KBS 건물로 침입해 KBS 구성원들을 진압하는 초유의 사태를 거쳐 강행됐다. 이후 정연주 사장 해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정연주 사장 승소가 확정되며 뒤늦게 그 부당성이 인정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등 K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은 정부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모조리 폐지됐으며 <시사스페셜>과 같이 살아남은 프로그램은 정권의 비리와 정치적 의혹을 보도하지 않는 껍데기로 전락했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KBS <추적60분>은 천안함 편과 4대강 편이 방송조차 되지 못하면서 명성을 잃어갔다. 이명박 청와대의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2008년 8월 신동아 인터뷰에서 “KBS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을 적극 구현할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해 정권의 수준을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KBS 장악이 더 노골화되어 이정현 홍보수석이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과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며 김시곤 당시 KBS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성을 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시곤 보도국장이 폭로한 보도개입 일지에는 대통령 동정 또는 홍보 보도를 우선시하고 정부 비판 보도는 축소하라는 당시 길환영 KBS사장의 지시가 보도 순서까지 명기되어 있다.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의 보도지침과 판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나마 시민의 지지 아래 겨우 정상화 궤도에 진입한 KBS는 지난 6월에야 과거 정부에 부역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했던 인사들에 대한 첫 번째 조사를 마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등을 돌린 시청자들은 여전히 KBS를 외면하고 있다. MBC 역시 정권의 부당한 장악으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공영방송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 사회는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공영방송이 정치권에 장악되었을 때 어떤 피해를 겪는지 분명히 배웠다. 정치권이 한 번 오염시킨 공영방송을 정상화시키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최근까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KBS에 입김을 넣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다. 자유한국당은 KBS의 공정성과 수신료를 운운하기 전에 과거 KBS 파괴 및 장악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마땅하다.

 

다른 정당들 역시 KBS 지배구조를 국민의 손에 돌려주기 위한 노력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정치권이 원하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공영방송은 KBS 사장을 국회에 출석시켜 본때를 보이거나 수신료와 이사회 자리를 흥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없다. 다가오는 8월 국회에서 과연 어떤 논의가 벌어질지, 모든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끝>

 

 

2019년 7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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