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극우언론에 미래는 없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등록 2019.07.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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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가 쓴 ‘한국대중매체사’에는 34년 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친일논쟁’ 대목이 나온다. 논쟁은 1985년 4월 창간 65주년을 맞은 동아일보가 사회면 머리에 실은 기고문에서 조선일보는 ‘실업신문을 위장한 친일신문’, 동아일보는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신문’으로 묘사한데서 발단이 되었다. 2주 쯤 뒤 조선일보의 선우휘 논설고문은 자신의 글을 통해 “김사장, 제정신으로 하시는 일입니까”라며 김성열 동아일보 사장을 직접 거론하고 사과를 요청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의 친일신문 창간은 ‘사실의 기록’이라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동아일보 설립자 김성수의 치부를 들추어냈다. “일부 토착귀족, 지주세력은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을 계기로 형성된 식민통치의 가장 중추적인 동맹군이었다”며 반격을 가한 것이다.

 

어디가 똥 묻은 개고 어디가 겨 묻은 개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숯이 검정을 나무라는 이 논쟁은 20여일 만에 끝났다. 부끄러운 과거를 들춰 서로에게 득 될 것이 없다는 이심전심이 작용했을 터이다. 

 

동아와 조선의 부끄러운 역사

 

초창기 동아와 조선은 기사와 논설로 총독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압수, 발행 중지, 정간, 인신구속 등의 탄압을 받기도 했다. 반일사상에 투철한 신문사 내의 젊은 언론인들이 ‘3.1운동 관련 보도’, ‘조선과 노국(러시아)의 정치적 관계’, ‘제남사변’ 등 항일적 내용을 담은 글을 자유롭게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내선일체’를 선동해 조선의 청년들을 일제의 전쟁터로 내몰고, ‘천황에 충성’을 맹세하는 등 민족혼을 말살하고 일제에 부역했던 두 신문의 돌이킬 수 없는 민족반역 행위는 숨길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2차 대전 후 드골정부가 나치 부역언론인을 처단하고 부역언론을 폐간 조치한 것에 빗댄다면 동아와 조선은 이미 사라지고 없어야 할 신문이다.

 

일제강점기에 저지른 친일행각은 차치하고라도, 군부독재이후 지금까지 두 신문에 부적처럼 붙어있는 극우․냉전적 시각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6.25라는 동족상잔의 아픔을 추스르며 한반도가 화해와 평화로 가고 있는 이 시대에, 여전히 냉전적 사고에 갇혀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버리지 못하고 남북의 갈등과 마찰을 조장하는 보도태도는 이 땅에 몸 붙이고 사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지속되어야 하며 이럴 때 언론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북한 오보

 

특히 대한민국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조선일보는 그 동안 북한 관련 특종을 많이 터뜨렸다. 그러나 그 특종 중에는 오보나 왜곡으로 점철된 기사들이 많았다. 이승복 어린이 사건(68년 12월), 금강산댐(86년 10월), 김일성 사망(86년 11월), 김일성 조문논쟁(94년 7월), 박홍 주사파 보도(94년 7월), 성혜림 망명설(96년 2월), 황장엽 망명설(97년 4월), 현송월 단장 총살 보도(2013년) 등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 보도들은 하나같이 대서특필되었지만 모두 오보나 왜곡으로 판명 났다. 

 

지난 5월 31일에도 조선일보는 ‘김영철은 노역형, 김혁철은 총살’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1면에 실었다. 그러나 이 또한 불과 며칠 만에 오보로 판명되었다. 이번에도 취재원은 딱 한명, 그것도 ‘익명의 북한소식통’이었다. 

그 오보는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로 민감한 시점에 그 회담을 주도했던 북한 인사들의 신상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컸다. 일찍 수습이 되어 다행이지만, 이런 보도가 언론사 간의 특종경쟁으로 이어져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저런 억측과 예단을 쏟아낼 경우, 모처럼 무르익어가는 북미협상이나 남북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은 불문가지다. 
  
조선일보가 북한 관련해 타 언론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부정적 보도가 많은 것은 조선일보가 축적해 놓은 취재원들의 성향, 안보상업주의, 북한에 대한 조선일보 내부의 기본 인식 등이 두루두루 작용했을 터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냉전이데올로기에 젖어있는 조선일보 상층부의 시각과 극우 정치권의 이해가 이심전심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부 구성원들의 의지다. 과거에 신문은, 발행인의 이념과 사상이 신문의 노선을 결정하는 기준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내적 자유’와 ‘보도의 객관성, 공정성’ 등이 강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 신문사 내부 젊은 구성원들의 인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아와 조선의 창건 100주년, 미래는 없다.
  
내년이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는다. 극우 상층부 인사들이 편집권을 틀어쥐고 소모적인 이념투쟁으로 분열을 조장하며, 남북 상생의 길을 방해하는 양태로 100주년을 맞는다면, 그 신문의 미래는 없다. 초창기 동아와 조선의 젊은 언론인들이 항일운동과 민족투쟁을 일깨웠듯이, 1974년 동아와 조선의 젊은 기자들이 자유언론을 위해 몸을 던졌듯이, 젊은 기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마침 6월 마지막 날,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정전 66년 만에 남․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만났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밝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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