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연예인 이혼 발표에 집까지 찾아간 채널A지난 6월 27일 배우 송혜교 씨와 송중기 씨가 이혼 조정 절차를 밟는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이 알려지면 으레 그렇듯이 인터넷 포털에는 두 배우 관련 보도가 쏟아졌고, 대부분의 보도가 양측의 입장과 이혼 조정 신청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별다른 추가 내용이 없는 보도였습니다.
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YTN |
1 (10번째)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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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30번째) |
3 (8번째) |
5 (6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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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별 ‘연예인 파경’ 저녁종합뉴스 보도량(6/27, 괄호는 첫 보도 순서) *0.5건은 단신 ©민주언론시민연합
인터넷 환경보다는 정제된 기사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도 27일 대부분 보도를 냈습니다. MBC만 보도가 없었고 모두 최소 1건의 보도를 내놨습니다. 특히 TV조선‧채널A‧MBN 종편 3사와 YTN은, 1건만 보도한 KBS‧SBS, 단신 1건만 낸 JTBC와 달리 복수의 보도를 냈고 채널A는 무려 5건을 보도했습니다. 저녁종합뉴스에서 3~5건의 보도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서, 해당 방송사가 그만큼 보도해야 할 사회적 의미가 크다고 본 겁니다. 그러나 연예인의 사생활은 꼭 비중 있게 보도해야 할 사안이 아닙니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은 공인이라고 해도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종편 3사와 YTN은 복수의 보도를 내다 보니 연예인의 이혼 사유를 과도하게 추측하거나 관련된 루머를 언급하는 등, 선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혼 책임’‧‘재산 분할’…가정사까지 보도해야 하나
무려 5건의 보도를 낸 채널A는 이혼의 배경과 이유에 과한 추측을 내놨습니다. 공인이더라도 보호되어야 할 사생활이 있기 때문에 굳이 보도하고자 한다면 양측의 입장만 건조하게 보도하면 됩니다. 당사자가 밝히지 않는 이상 상세한 사생활 영역은 확인할 수도 없을뿐더러, 보도할 필요도 없는데 과도하게 추정까지 하면서 자극적인 보도를 낸 겁니다. 심지어 ‘1년간 전기사용량’까지 등장했습니다.
채널A <같은 이혼 다른 이유…책임 공방 예고>(6/27 이동재 기자)는 두 사람 중 한 쪽에서 파경사실을 먼저 공개했다면서 “결별 발표 방식이 이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 “재산분할 조정 과정에서 다툼이 커지면 이혼 귀책사유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채널A도 전했듯이 양측의 공식 입장 중 이혼 배경에 대한 내용은 “잘잘못을 따져가며 비난하기보다 원만히 마무리하길 원한다”, “성격 차이로 둘의 다름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뿐입니다. 채널A는 이를 “이혼 이유에 대한 두 사람의 말은 조금 달랐”다고 해석하면서 두 사람 간의 갈등을 예단한 겁니다.
채널A <협의이혼 아닌 이혼조정?>(6/27 김철웅 기자)는 “송중기 송혜교 부부는 이혼소송을 하면 귀책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는 부담 때문에, ‘조정’을 선택한 것이란 해석” 등을 전하면서 이혼 조정 신청을 한 이유에 대해서도 집착했고, 급기야 이혼 당사자의 ‘광고 수익’, ‘부동산 보유 현황’, ‘두 사람 재산의 총량’까지 거론했습니다.
1년간 전기사용량까지 취재한 채널A, 뭣이 중헌디…?
채널A <1년간 전기사용량 ‘0’… “이미 별거”>(6/27 이현용 기자)는 더 심각했습니다. 여인선 앵커는 “송혜교, 송중기 커플이 이미 8개월 전부터 별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면서 “취재진이 오늘 두 사람의 집으로 알려진 주택에 가 봤는데, 주민들은 이 집이 오랫동안 비워져 있었다고 말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 전기검침원 증언까지 들어가며 연예인 파경 소식 전한 채널A <뉴스A>(6/27)
리포트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현용 기자는 “송혜교, 송중기 커플의 집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단독주택”이라며, “초인종에는 도시가스 점검 안내문이 붙어 있”는 장면을 화면과 함께 전했습니다. “우편물이 꽂혀 있긴 했지만 수취인은 이들 커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며 우체통과 주택의 전경도 보여줬습니다. 굳이 두 사람의 주택까지 보여주는 것도 부적절하지만 만약 채널A가 보도한 대로 우편 수취인, 실거주인이 다른 사람이라면 문제는 더욱 커집니다. 무관한 사람의 거주지를 공개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채널A는 “우리 주민들은 그렇게 알고 있는데 (두 사람을) 한 번도 못 봤어요.”라는 인근 주민의 인터뷰도 덧붙였고, “1년 이상 비어 있었다는 정황까지” 나왔다면서 “1년 동안 (전기) 사용량이 하나도 없어요.”라는 전기 검침원 발언도 내보냈습니다. 보도 말미에 “두 사람이 8개월 전부터 별거한 상태”라는 “커플을 잘 아는 한 지인”의 증언이 등장했고, 채널A는 “결혼식을 올린 지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결혼생활은 더 짧았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해석하며 마무리했습니다.
이는 우리 언론계에서 과잉 상태인 가십 보도의 전형에 해당합니다. 유명인이 이혼했다고 해서 거주지까지 취재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별거설’ 역시 사적 영역일 뿐입니다. 채널A는 사생활 관련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거주지를 찾아가 우체통과 초인종을 확인하고 ‘전기 검침원’ 증언까지 받아냈습니다. 사생활 침해에 가까운 보도 태도입니다. 시청자들도 이런 정보를 알 필요가 없으며 당사자라면 매우 불쾌할 수도 있습니다.
‘사적 영역의 뉴스’라면서도 ‘가십 보도’한 TV조선
TV조선은 총 3건의 보도를 내놨습니다. 그 중 특히 <20개월 만에 파경…이유는?>(6/27 백은영 기자)는 사적 영역임을 강조하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사적 영역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한 연예인 부부의 파경, 즉 사적 영역의 뉴스”라면서도 “두 사람이 우리 대중문화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논란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저희 뉴스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체 이 사안에 얼마나 ‘큰 논란’이 있고 당사자가 얼마나 ‘비중이 큰 사람’이길래 중요하게 다룬다는 걸까요?
△ 연예인의 파경 원인, 불화설, 루머 분석한 TV조선 <뉴스9>(6/27)
정작 TV조선이 보도한 것은 전형적인 ‘가십 보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당사자라면 알 수 없는, 타인이 굳이 알 필요도 없는 ‘파경 원인’을 추정하거나 ‘불화설’이나 관련 루머를 언급하는 식입니다. 신동욱 앵커는 먼저 “파경 이유에 대해서 송중기 씨는 ‘사생활’, 송혜교 씨는 성격 차'를 들었는데 아직 정확한 파경 원인이 확인된 건 없지요?”라는 질문을 했는데 이는 불필요한 질문입니다. 양측 공식 입장 외에 확인된 것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되묻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기자도 “사생활이니 밝히기 어렵다”,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라는 양측 입장을 전하고 “이혼 책임소재에 대한 루머를 잠재우고, 향후 이혼조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논란까지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추정만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앵커는 “이런 경우는 보통 오래 전부터 불화설이 나돌기 마련인데 두 사람의 경우는 어땠습니까?”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 역시 질문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나도는 불화설’ 자체도 확인된 사실이 아닌데, 이마저도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것은 사생활 캐기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도 기자는 양측이 “부부애를 과시”했던 과거 행적을 거론하면서 “두 사람은 최근까지 관계회복을 위해서 노력했거나, 혹은 불화가 알려지기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답이 나올 수가 없는 사생활을 묻다 보니 불필요하게 ‘파경 이유’와 ‘불화설’만 강조하는 셈이 됐습니다.
‘루머’ 피해자와의 ‘사적 관계’까지 언급, 꼭 이래야 하나
신동욱 앵커는 “배우 A씨가 두 사람의 이혼과 관련해 굉장히 억울하다며 법적대응 의사까지 밝혔는데 배우 A씨가 왜 등장한 겁니까?”라며 무관한 제3자가 등장한 루머도 언급했습니다. 루머 피해자가 강력 대응 입장을 냈으니 보도할 수는 있으나 이것도 건조하게 사실 여부와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의 입장만 전달하면 됩니다. 그러나 TV조선은 ‘배우 A씨가 왜 등장했느냐’라는 확인할 수 없고, 확인할 필요도 없는 ‘루머 속 인물의 등장 배경’을 짚으려 했습니다. 결국 기자는 “송혜교 씨와 최근에 작품을 함께하면서 유난히 많은 루머에 시달렸”다거나 “A씨는 송중기 씨와 같은 소속사 소속이자, 가장 친한 선후배 사이”라며 ‘사적 관계’를 설명해야 했습니다. TV조선이 비록 배우 A씨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이미 인터넷에는 관련 정보들이 유포돼 있기 때문에, TV조선의 보도로 인해 루머가 더 확산된 셈입니다.
사적 영역에 꼬리 무는 추정…‘온갖 소문’은 누가 만드나
이어서 신동욱 앵커는 “이혼조정에 들어갔다는 건 이혼조건에 대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없으니까 결국 돈 문제로 봐야 할까요?”라고 질문했는데 이 역시 불필요하며, 없는 논란도 만들어내는 보도태도입니다. TV조선 스스로도 전했듯이 공식 입장에서 언급된 배경은 ‘성격 차이’뿐이며,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가 없으니 돈 문제 아니냐’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또 다른 루머를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요컨대 TV조선은 ‘비중이 큰 연예인의 큰 논란’이라며 자세히 보도하겠다고 했으나 보도한 논란 중 사실은 없었으며 오히려 떠도는 정체불명의 논란을 더 확산시키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보도 태도는 TV조선이 또 다른 보도인 <첫 만남에서 파경까지…‘송-송 커플’ 무슨 일?>(6/27 이루라 기자)에서 스스로 지적한 바와도 상충됩니다. TV조선은 “파경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원인을 추측하는 온갖 소문이 온라인에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온갖 소문’을 확산시킨다는 비판에서 스스로의 보도도 자유로울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YTN도 ‘소문’ 거론…방송사 메인뉴스마저 이래서야
이외 역시 3건으로 보도량이 적지 않았던 YTN도 <각종 소문 속출…A씨 “루머 법적 대응”>(6/27 신웅진 기자)에서 루머 피해를 주장하는 연예인이 이혼 당사자와 어떤 관계였는지, 세간에 퍼져있는 “소문”들을 상세히 거론하고 둘 간의 “미묘한 입장 차”를 부각했습니다. 이는 보도를 내지 않거나 1건만 내면서 공식 입장 중심으로만 보도한 지상파 3사‧JTBC와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이미 인터넷 뉴스를 잠식한 과도한 가십 보도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도 등장한 것은 사실상 저널리즘의 퇴보를 의미합니다. 저녁종합뉴스는 당연히 전문 연예 매체와는 달라야 하며, 전문 연예 매체라 하더라도 이혼을 이유로 부부의 내밀한 사적 관계를 파고 들거나 주택을 찾아가 우체통을 촬영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보도는 타인의 사생활을 이용해 시청률 장사 또는 클릭 수 장사를 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으며, 시청자에게 무익한 정보로 시청자를 현혹시키는 행태이기도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6월 2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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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박진솔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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