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자유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에 조선일보가 뿔났다
등록 2019.05.03 23:11
조회 47506

자유한국당의 국회 집기 파손‧물리적 회의 방해‧회의실 점거로 지연됐던 선거법 개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이 29일 밤, 가까스로 통과됐습니다. 이로써 해당 안건들은 최장 330일 후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게 됐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열망하는 선거 제도 개혁과 검찰 개혁이 어렵게 물꼬를 튼 것입니다.

국회법 위반에 해당하는 물리력 행사로 ‘패스트트랙’을 막은 자유한국당은 큰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급기야 4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이 올라왔고 역대 최다 청원 기록(5월 3일 오후 7시 기준 175만명)을 경신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맞불 청원인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청구!!’ 역시 28만명의 청원인을 기록하여 두 청원 모두에 청와대가 답변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에 언론들 역시 이 국민청원을 화제거리로 보도했는데요. ‘패스트트랙’을 불법적으로 방해한 자유한국당에 분노 여론이 집중되어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으로 나타났다는 시각보다는, ‘자유한국당 해산 여론 VS 민주당 해산 여론’이라는 대등한 대결 구도 묘사가 많았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30일부터 나돌기 시작한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조작설’입니다. 이를 빌미로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청와대 국민청원 자체를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비호하기 위해 여론을 편가르고 매도한 것입니다.

 

당일 허위정보 들통난 ‘베트남 조작설’

4월 30일 한국당 해산 청원이 많은 참여인원을 기록하자 소위 ‘베트남 조작설’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트래픽 분석 사이트 ‘시밀러웹’에서 청와대 홈페이지를 검색한 결과 3월 베트남에서 유입된 방문이 13.77%가 나왔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한국당 해산 청원’ 인원이 빠르게 늘어난 다음날인 4월 30일 11시 30분 경 페이스북을 통해 시밀러웹 트래픽 분석을 올리면서 “4월 통계 나오면 봐야겠다. 4월에는 어떤 사이버 혈맹국이 우리나라의 청와대와 국민청원에 관심이 많아졌을지”라며 우회적으로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였습니다.

그러자 청와대는 오후 국민청원 공지를 통해 트래픽 분석 툴인 ‘구글 애널리틱스’를 이용해 자체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4월 29일의 국내 접속 비중은 97%이며, 3월의 전체 베트남 발 접속자 비중은 3.55%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3월 14일과 15일 베트남에서 이상 트래픽이 실제로 발생했는데 그중 89.83%가 장자연 사건 관련 청원으로 유입됐다고도 밝혔습니다. 이를 본 이준석 최고위원은 당일 오후 7시경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측에서 공개한 구글 애널리틱스 통계는 샘플조사가 아니라 전수조사에 가까워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다”며 “3월에 발생한 것과 같은 이상 트래픽이 4월 말에 진행되는 정당해산 관련 청원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스스로 주장을 철회하였습니다. 이로써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조작설’은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준석 최고위원과 달리 사실을 인정할 줄 모르는 언론들이 있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베트남 조작설’ “업체 주장”으로 둔갑

이준석 최고위원은 사실이 확인되자 자신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인정했으나 조선일보는 달랐습니다. 조선일보는 이준석 씨가 본인 주장을 철회한 다음 날 <“청 청원 1초당 30베트남서도 지난달 대거 접속>(5/1, 최승현 기자)을 내고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조선일보는 애초 의혹을 제기한 이준석 최고위원을 쏙 뺀채 “인터넷 분석 서비스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접속량 중 한국은 절반 정도(51.26%)였고 베트남 13.77%, 미국 10.84%를 차지했다”면서 ‘업체의 의혹 제기’로 둔갑시켰습니다. 시밀러웹 사이트는 서비스 특성상 누구나 청와대 누리집 주소를 입력하면 이준석 최고위원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초 의혹 제기한 인물이 온 국민이 되거나 그 ‘업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조선일보가 아주 기본적인 정보부터 제멋대로 보도한 겁니다.

noname01.jpg

△청와대 청원 조작설 제기하는 조선일보 기사(5/1)

같은 날 비슷한 내용을 보도한 중앙일보 <“한국당 해산” 131민주당 해산” 16청원 8배 차이 왜>(5/2, 유성운 기자)와 동아일보 <한국당-해산 청원싸고 날선 공방>(5/2, 유근형 기자)에서는 이준석 최고위원이 언급이라도 된 것을 보면,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는 의도된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사 말미에 고민정 대변인의 발언이라며 청와대가 올린 공지의 내용도 보도하였지만 이미 기사 제목에서부터 “베트남서도 지난달 대거 접속”이라고 썼고, 텍스트의 비중도 총 795자의 기사 분량 중 705자를 조작가능성에 할애하여 압도적으로 ‘조작설’에 기울었습니다. 의혹 제기 당사자가 주장을 철회한 지 이틀 뒤에도 같은 의혹을 굽히지 않은 것이죠.

 

국민청원 ‘우수고객’들 한국당 해산 청원 나오자 “청원제도 문제있다”

조선일보는 이참에 아예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 자체를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중앙일보도 가세했습니다. 조선일보는 5월 2일 1면 기사 <여 의원 보좌관, 학부모 단톡방서 한국당 해산청 청원 독려>(5/2, 정우상김경필 기자)에서 여전히 ‘조작설’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이어진 4면 <“정당 해산이 스포츠 경기냐…민주주의 심각한 위협”>에서 ‘익명의 전문가’의 말을 빌려 “청와대가 정당 해산이란 엄중한 과제를 마치 스포츠 경기 다루듯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 위협”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조선사설.jpg

△청와대가 한국당 해산 청원을 ‘즐기고 있다’는 조선일보 사설(5/2)

특히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당 해산청원 게시판 경쟁, 청와대는 즐기나>(5/2)에서 정당 해산 청원을 “코미디 같은 일이 명색이 OECD국가라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평한 뒤, ‘베트남 조작설’에 대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답변에 대해서는 “은근히 ‘야당 해산’ 동의가 더 많은 걸 즐기는 듯하다”라고 해석했습니다. 앞서 ‘베트남 조작설’을 제기한 이준석 최고위원은 “청와대 측에서 그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로그데이터 통계를 제공하면 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하라는 대로 해도 조선일보에겐 ‘즐기는 것’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정부가 한국당 해산하라청원방관은 무책임하다>(5/1)를 통해 정당 해산 청원을 두고 “삼권분립의 취지와 정신마저 송두리째 부정하는 몰상식하고 과격한 행동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라고 개탄한 뒤, “청와대와 여권은 제1야당 해산이 국민 대다수의 여론인 양 치장하면서 국민청원이란 걸 방패 삼아 야당 장외집회의 동력이 떨어지는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면 조속히 소모적 대결을 막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방관적 태도만 취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100명 이하 청원’까지 소중히 이용하던 조선‧중앙

물론 정당 해산은 민주주의의 골격인 표현의 자유‧결사의 자유와 직결된 문제로서 되도록 지양되어야 하며 아주 엄밀한 기준과 법적 판단이 필요한 일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 역시 이미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을 두고 청원제도 자체를 비난한 조선일보‧중앙일보는 스스로의 태도를 먼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언련이 1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 언론이 보도한 청와대 청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32회, 30회 인용하며 동아일보(34회)와 함께 청와대 청원을 가장 많이 이용한 언론이었으며 심지어 그중 11회, 6회는 100명 이하가 참여한 청원을 동원한 사례였습니다.

소수의 국민이 요구한 청원까지도 소중히 인용하던 조선‧중앙일보가 왜 이제와 청원 제도 자체를 터부시하는 걸까요? 이번엔 청원에서 국민들이 비판한 대상이 자유한국당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중앙일보가 자유한국당을 선호하는 것은 자유이나 보도에서 이를 무분별하게 표현하며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을 매도해서는 안 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5월 1일~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끝>

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

 

monitor_20190503_168.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