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온라인 유해 콘텐츠 확산을 어찌해야 할까?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록 2019.04.11 09:50
조회 1706

영국 정부, SNS 유해 콘텐츠 규제안 발표

최근 영국 정부가 온라인상의 유해 콘텐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새로운 SNS 규제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7일 영국 정부는 온라인상에서 유해 콘텐츠의 확산을 막지 못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 벌금을 부과하거나 유해 콘텐츠 확산을 방치한 플랫폼의 접속을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SNS 규제안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의 이번 SNS 규제안 발표는 어린이들과 청소년, 그리고 젊은이들이 유해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위기감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법적 주의 의무를 부과하는 방법을 통해 어린들과 청소년들을 온라인상의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영국 정부가 발표한 SNS 규제안의 규제 대상은 온라인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를 포함해 아동 학대와 테러 행위 등 폭력적인 내용이 담긴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 및 스포츠 위원회(DCMS)는 18개월 동안 ‘페이스북’과 관련된 조사를 마치고 108페이지 분량의 <페이스북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데미안 콜린스 DCMS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과 다른 허위정보가 확산되고 있어 영국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IT 기업에 대한 자율 규제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보고서는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규제할 독립기관을 설립하는 등 강력한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도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가짜뉴스와 유해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인가? 그렇다고 할 수 없다. 그럼, 과연 이러한 가짜뉴스와 유해 콘텐츠 확산의 문제점을 SNS를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규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자율규제를 통한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 우리나라도 SNS나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통한 가짜뉴스와 불법적인 음란·폭력성 유해 콘텐츠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시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누가 봐도 명백하게 사실이 아닌 내용을 자기가 지지하는 인물이나 단체를 지지할 목적으로, 또는 반대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어려움에 빠뜨리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왜곡, 조작하여 만든 정보의 유통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나아가, 뉴스나 정보 이용자들을 호도(Misleading)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교묘하게 조작되고(Manipulated) 날조된(Fabricated) 정보를 유통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유통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보의 유통을 방조한 SNS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도 함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처럼 조작되고 날조된 가짜뉴스들은 개인의 명예와 권리를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말살하는 등 명예훼손, 모욕, 비방, 선동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어 우리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SNS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방치하여 유포되고 있는 편향되고 왜곡된 허위·조작정보들은 건전한 여론형성을 방해하고 사회 공론장을 파괴하여 우리사회의 객관적인 여론형성 과정을 호도하고 왜곡시키는 문제 또한 낳고 있다. 따라서 허위·조작 정보로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가짜뉴스와 불법 음란·폭력성 정보를 유통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유포당사자 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한 사업자 역시 함께 책임을 지도록 함으로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심의를 강화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규제에 대한 우려

그런데 우리사회 일부에서는 허위·조작 정보를 이용해 가짜뉴스를 생산,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자칫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 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허위·조작정보 규제의 예외 분야를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정부기관에 대한 비판과 풍자,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 그리고 권력기관과 공직자들에 대한 비판과 비리에 대한 의혹제기와 같은 내용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까지 나서 온라인상에서 가짜뉴스와 불법 유해 콘텐츠의 유포를 방치하고 있는 SNS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우리사회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는 가짜뉴스와 불법 유해 콘텐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SNS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시비비는?
<시시비비>는 신문, 방송, 포털, SNS 등 다양한 매체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의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