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이번엔 ‘중국 동포’…혐오 조장하는 TV조선‧채널A
등록 2019.03.26 20:09
조회 1145

지난 18일 오전, 속보로 한 살인사건이 보도됐습니다. 주식 사기로 구속된 이희진 씨의 부모가 살해됐고, 용의자 4명 중 1명이 검거됐다는 소식이었죠. 김 모 씨가 국내 거주 중국 동포 3명을 ‘경호 인력’으로 모집한 점, 범행 직후 그들만 출국한 뒤 본인은 붙잡힌 점, 불확실한 범행 동기와 사라진 현금 5억 원, 시신 유기 방법 등 의문점이 많은 사건으로 언론 보도량도 상당했습니다. 문제는 검거된 한국인 용의자가 고용한 나머지 용의자들이 중국 동포라는 이유만으로 ‘중국 동포’에 ‘청부 살해범’ 이미지를 덧씌우는 보도들이 속출한다는 점입니다. TV조선 <신통방통>(3/19)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3/14)의 경우 전혀 관련이 없는 사건을 보도하면서도 ‘중국 동포=청부 살해’라는 비유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모두 심각한 인권 침해 보도입니다.

 

‘영화 신세계’ 비유 반복하는 진행자, 처음부터 틀렸다

TV조선 <신통방통>은 첫 주제로 이 사건을 다루면서 제목을 <킬러 셋, 현찰 5억 ‘주식부자’의 비극>라고 뽑았습니다. 이 제목에는 중국 동포 3명이 ‘킬러’, 즉 ‘고용된 청부 살해범’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진행자 김명우 앵커의 첫 질문도 부적절했습니다. 방송의 전문 진행자가 대뜸 이 사건을 중국 동포가 청부 살해범으로 등장했던 영화에 빗대어 질문을 던지더니, 이어서 계속 비슷한 질문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김명우 앵커 : 왜 영화 같다고 하냐 하면. ‘신세계’라는 영화 있습니다. 거기에 보면 느와르 영화인데 조직 보스쯤 되는 황정민 씨가 “연변 거지들을 불러라” 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그 연변 거지가 좀 행세는 허술합니다만 청부살해하는 사람들이에요. 소위 말해서 킬러들이에요. 거기도 3명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정말 영화 같은 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겁니까?

불필요한 동시에 중국 동포들을 매도할 위험이 큰 발언입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중국 동포 3명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은 국내에서 거주하며 생업이 있는 상태였고 경호 인력을 모집한다는 한국인 용의자의 광고를 보고 응했다는 것뿐입니다. TV조선은 영화와 똑같이 3명이라는 이유만으로 영화 속 ‘청부 살해범’을 동원했습니다. 충격적인 사건을 더 선정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현실을 유명 영화에 끼워 맞추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K-001.jpg

△ TV조선 <신통방통>(3/19) 화면 갈무리

 

‘조선족은 범죄 끌어들이기에 적합’? 충격 발언

진행자 질문에 백현주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영화에서 흔히 봤던 내용과 전혀 다르다”며 과도한 비유를 피해갔습니다. 그러나 진행자는 멈추지 않았고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에게 다시 질문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최병묵 씨는 충격적인 발언을 내놨습니다. 

김명우 앵커 : 최 위원님 그러니까 저희가 일반화를 시킬 수는 없죠. 중국 동포들이 다 그런 것은 전혀 아닌데. 일단 그러면 저희가 영화처럼 중국 동포들 가운데는 청부 살해 의뢰를 받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이런 의문이 듭니다.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 :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사람이 외국 사람을 끌어들여서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바로 출국시켜 버리면 인터폴이 발달되어 있어도 국내에 송환해서 조사를 하기가 좀 현실적으로 어렵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범죄라는 건 뭐 어느 세계에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외국사람, 특히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외국으로 도피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요새 글로벌 시대다 보니까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을 끌어들여서 저지르거나 아니면 국내에서 저지르고 외국으로 도피하거나 이런 사례가 아주 흔하게 있다. 그러니까 중국 동포들 중에서도 우선 중국 동포의 경우에는 우리가 흔히 조선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말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의사소통도 원활하고 그다음에 중국이라는 데가 가깝고 이런 여러 가지의. 범죄를 저지르는데 끌어들이기에 좀 적합한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 이런 분석은 나올 수 있겠습니다.

요컨대 ‘중국 동포들의 범죄가 아주 흔하고, 조선족은 범죄에 끌어들이기에 적합하다’는 주장입니다. 사실상 중국 동포를 범죄자로 묘사한 이 위험한 발언을 하면서도 근거는 전혀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조선족도 아닌데 살인할 수 있나’ 이게 채널A의 수준

채널A <돌직구쇼>(3/14)는 더 황당하고 끔찍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살인을 저지른 후 시멘트를 부어 5년 동안 시신을 유기한 부부의 사건을 다루던 중, 진행자 김진 앵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진 앵커: 백 팀장님, 예전에 한때 예전에 그 조선족의 극히 일부 폭력집단이 청부를 받고 시신을 유기할 때 통에 시멘트를 부어서 바다에 집어던지는 사건까지는 접했었는데.

백기종 수서경찰서 전 강력팀장 : 네, 그런 사건도 있었습니다.

김진 앵커: 조선족도 아니고 폭력집단도 아니고 20대 평범한 부부가 이런 일을 벌였다?

백기종 수서경찰서 전 강력팀장 : 네, 지금 굉장히 엽기적인 사건이죠.

진행자 김진 앵커는 중국 동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건을 다루면서도 느닷없이, 어떤 사건인지 정확히 밝히지도 않은 채 ‘조선족 청부 살해’를 거론했고 심지어 ‘조선족이면 살인과 시멘트 시신유기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사실상 중국 동포를 흉악범죄와 동일시하는 충격적인 발언입니다.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이런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는 TV조선보다도 더 문제가 심각합니다.

 

중국 동포 매도하는 허위사실, TV조선·채널A 사과해야

중국 동포를 무조건 범죄와 연결 짓는 TV조선‧채널A의 인식은 기본적으로 허위사실입니다.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연보(내국인 및 외국인 인구), 경찰청 범죄통계자료(전체범죄자 수)를 토대로 한 연합뉴스 <디지털스토리/한국내 중국인 범죄율 실제로 높은 걸까>(2017/9/14)에 따르면 외국인의 인구 10만명당 범죄 인원 수는 전체 체류 외국인이 증가함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2016년까지 여전히 한국인 범죄 인원수보다 훨씬 적습니다. 또한 2016년의 국적별 10만 명 당 외국인 범죄 발생 건수에서 중국은 러시아, 몽골 등에 이어 7번째에 불과합니다. 외국인 범죄 자체가 흔하지도 않으며, 그 중에서도 중국인은 타 국적 체류자들보다 적은 편인 겁니다.

 

K-003.jpg

△ 외국인 범죄 통계 정리한 연합뉴스(출처 :연합뉴스 홈페이지)

 

외국인 향한 ‘차별과 무시’야말로 해결해야 할 문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자료 <외국인 폭력범죄에 관한 연구 외국인 폭력범죄에 관한 연구>(2016/12)에 게재된 “외국인 폭력범죄 관련 심층면담조사, 내국인과 외국인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폭력 가해의 주요 원인은 차별과 무시”라고 합니다.

 

자료에서는 “외국인이 더 폭력적일 것이라고 하는 가설은 경찰의 공식통계자료뿐만 아니라 자기보고식 설문조사자료에서도 잘못된 가설”이고, “내・외국인 집단 간 폭력가해 정도에 차이가 없”다고 밝혔고요. “외국인이 폭력가해 시에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는데, 본 조사 결과에 의하면 폭력가해 시에 무기를 사용한 경우는 4.8%에 불과하였고 내국인이 16.7%를 나타내서 오히려 내국인보다 비율이 낮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근거 없는 외국인 혐오가 결국 외국인들이 폭력 가해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이 폭력 사건은 다시 혐오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해왔음을 강조했습니다. 

외국인 폭력 가해의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 미리 계획을 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기분이 나쁘거나 욕을 듣고서 또는 평상시 차별과 무시를 당해서 홧김에 폭력 을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누구나 차별과 무시를 당하면 화가 나고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의 경우 드물게 폭력을 행사하지만, 대부분 차별과 무시를 당했을 때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연구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집단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편견의 해소는 외국인 범죄의 예방과 억제를 위하여 반드시 해결해야 할 기본과제”라고 조언했습니다.

 

혐오 조장하는 언론, 고통 받는 동포들

이런 연구와 통계가 존재하기는 하나,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TV조선‧채널A처럼 아무 고민도 없이 강력 범죄 사건마다 ‘중국 동포’를 악용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 평범한 중국 동포들의 고통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나마 상식을 지킨 일부 언론만이 중국 동포들의 고충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겨레 <강력 사건만 터지면 조선족 괴담혐오에 멍드는 가슴>(2018/10/23)는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잔혹한 수법의 강력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애먼 중국 동포들의 연루설이 퍼지면서 차별적 시선을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 씨가 중국 동포로 오인 받았던 사례를 들었습니다. “게임 아이디가 한자로 되어 있다는 점, 살인 수법이 잔인하다는 점, 경찰이 김씨의 자세한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유였고, 경찰이 김 씨는 한국인이라는 공식발표를 한 이후에도 이러한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죠.

 

BBC코리아 <대림동: ‘조선족’ = 범죄자? ‘청년경찰’, ‘범죄도시영화 상영에 중국 동포들이 뿔났다>(2017/9/30)에서 대림동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은 “우리 2세들은 어떤 대우를 받을까, 그게 제일 걱정 된다. 우리 손님도 줄어들겠지만, 이런 태도가 우리 인권을 사실상 무시하는 것”, “다른 동포는 재미교포나 재일교포로 부르는데 유독 중국 동포만 조선족이라고 부른다. 모든 중국 동포가 조선족도 아닐뿐더러 조선족을 대할 때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다른 걸 원하는 게 아니라 똑같은 인간 대접을 바라는 것이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무분별한 ‘중국 동포 인권침해’, 모두가 반성해야

최근엔 영화계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TV조선이 거론한 영화 <신세계>처럼 중국 동포들을 범죄자로 묘사한 영화 <청년경찰>의 경우 중국 동포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자 제작진이 사과하기도 했죠. 그러나 특별한 이유도 없이 중국 동포들을 범죄자로 그리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아직도 범람하고 있습니다. TV조선‧채널A가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그런 인식을 노출했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언론 보도라면 오히려 이런 상황을 비판하고 인식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TV조선<신통방통> (3/19)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3/14)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정리 정선화 인턴

 

monitor_20190326_112.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