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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무례한 인터뷰, 우리의 노력을 간과했다
등록 2019.03.1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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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 씨 사건의 목격자이자 10년 간 홀로 증언을 해 온 동료 배우 윤지오 씨가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했습니다. 윤지오 씨는 <고 장자연 친구 배우 윤지오 추행 목격한 연예인 또 있다”>(3/18)에서 왕종명 앵커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당일 윤지오 씨는 고 장자연 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조선일보 기자의 재판에 나가 그의 강제추행 사실을 증언했습니다. 뉴스데스크에는 이 재판을 마치고 나갔으니, 재판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고 장자연 씨 사건 전반에 대해 인터뷰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앵커는 ‘실명 밝히라’며 무리한 요구를 했다

그러나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왕종명 앵커는 윤지오 씨에게 실명을 밝히란 요구를 세 번이나 했습니다. ‘오늘 증언을 나갔던 전 조선일보 기자는 누구인가’, ‘장자연 사건을 아는 다른 연예인은 누구인가’, ‘장자연 문건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것이었는데요.

 

왕종명 앵커는 ‘오늘 재판에 자발적으로 출석했는지’로 첫 질문을 시작한 후 이날 재판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왕종명 앵커가 “알려진 대로 전직 조선일보 기자에 대한 성추행 혐의 재판인데 오늘 증인을 비공개로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거기 증인으로 나온 사람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이라서 그렇습니까?”라고 묻자 윤지오 씨는 “제가 알고는 있는 인물이고요. 그분께서 본인의 신변에 대한 염려와 우려가 있으셔서. 그 부분은 제가 동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 맞고요”라고 답했습니다. 여기에 왕종명 앵커는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인물이네요. 하지만 지금까진 드러나진 않은 인물이고. 지금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윤지오 씨는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재판 이후 윤지오 씨가 기자들과 만나 ‘고 장자연 씨 사건에 대해 아는 연예인이 있다’고 증언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왕종명 앵커가 “술자리에서 장자연 씨를 추행했다는 것을 윤지오 씨 말고 다른 연예인이 알고 있다, 이런 증언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라고 묻자 윤지오 씨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증언자로서 말씀드릴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왕종명 앵커는 “그러니까 이걸 ‘말을 했다’, ‘안 했다’를 말씀해주실 수 없는 건지, 또 다른 연예인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실 수 없는 건지?”라고 물었습니다. 이어 윤지오 씨가 ‘직접 해명할 수 있는 권리를 드리고 싶다’고 답하자 왕종명 앵커는 “누구요? 누구한테?”라고 되물었습니다.

 

계속 이어져 오던 실명을 묻는 질문은 장자연 문건에 나온 이들에 대해서도 반복됐습니다. 왕종명 앵커는 “그리고 관심이, 윤지오 씨가 언급하신 이른바 장자연 씨가 작성한 문건에 방 씨 성을 가진 세 분, 그리고 이름이 참 특이한 정치인이라고 하는데 이건 지금 진상조사단 측에는 얘기하신 거죠. 공개하실 의향은?”이라고 물었습니다. 여기에 윤지오 씨는 10년 동안 진술해오면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미행이 붙거나 이사를 자주 다녀야 했던 상황, 결국 해외로 떠나 살게 된 일 등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지오 씨는 “말씀드리지 않는 것은 앞으로 장시간을 대비한 싸움이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혹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를 당해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언급도 있었습니다.

 

그러자 왕종명 앵커는 “아니, 그 피의자가 되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고소가 될 수는 있어요. 피고소인(으로).”이라고 하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럼 제가 이렇게 물어볼게요. 윤지오 씨가 검찰 진상 조사단에 나가서, 처음 나갔을 때는 말씀 안 하셨다가 요번에 말씀하셨잖아요, 이 명단을. 그렇게 말하는 것과 생방송 진행 중인 뉴스에 대해서 이분들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이고. 어쩌면 윤지오 씨가 용기를 내서 나오신, 장자연 씨의 죽음에 대해 좀 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 어쩌면 이런 생방송 뉴스 시간에 이름을 밝히는 게 오히려 진실을 밝히는 데 좀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여기에 윤지오 씨는 “제가 발설하면 책임져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고 왕종명 앵커는 “저희가요? 이 안에서 하는 건 저희가 어떻게든지”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윤지오 씨는 “이 안에서 하는 건 단지 몇 분이고, 그 후로 저는 살아가야 하는데. 살아가는 것조차 어려움이 많이 따랐던 것도 사실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경찰이 밝혀내야 하는 부분이고, 공표를 하고 말씀을 해주셔야 하는 부분이 맞고요. 저는 일반 시민으로서, 또 증언자로서 제가 말씀 드릴 수 없는 것이,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진실 밝히는 빠른 걸음을 방해한 이는 누구인가

민감한 주제로 인터뷰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에 준비된 질문을 위주로 해서 인터뷰 대상자가 당황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터뷰 대상자가 민감한 사안을 예기치 못하게 발설하려 할 때 오히려 앵커가 그 내용을 조율해 주는 것이 적절한 진행자의 자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왕종명 앵커의 질문은 낙제점, 그 이하였습니다. 특종에 대한 욕심이었든, 사실 규명에 대한 의지였든 왕종명 앵커의 행태는 매우 부적절했고 무례했습니다.

 

왕종명 앵커가 집요하게 물은 내용들은 이미 윤지오 씨가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수차례 밝히지 못한다고 했던 것들입니다. 지난 5일 tbs라디오에서 신상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7일 SBS‧KBS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인터뷰했을 때도 윤지오 씨는 거듭 강조했습니다. 10년 동안 관련 증언을 해오면서 미행을 당하거나 교통사고가 나는 등 살아가는 일 자체가 힘들었고, 리스트에 올라온 인물의 실명을 거론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따라서 만약 애초에 이런 질문만을 하겠다고 했다면, 과연 윤지오 씨가 인터뷰에 응했을지 의문입니다. MBC 보도국에서는 윤지오 씨에게 애초 어떤 질문지를 주었나요? 무엇을 묻고 싶었나요? 생방송에서 자신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고 마치 아이 달래듯 설득하고, 급기야는 ‘생방송에서 이름을 밝히는 것이 진실을 위한 빠른 걸음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냐’며 당신의 판단이 문제일 수 있다고 묻는 것은 윤지오 씨에 대해 매우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고 장자연 씨 사건과 관련된 이들이 ‘혐의 없음’ 처분을 받거나 이 문제가 지금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때, 언론의 보도는 어땠나요? 진실을 밝히는 데 좀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는데 방해한 것은 진정 누구인가요? 이런 질문을 하며 윤지오 씨를 몰아가기에 부끄럽지 않은가요?

 

시청자는 이 방송을 통해서 베테랑 방송인보다 훨씬 성숙하게 방송에 임하는 윤지오 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고 장자연 씨 사건의 단독 목격자이자 증언자로서 윤지오 씨가 10년 동안 일관되게 검찰과 경찰에 진술해온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KBS‧SBS의 윤지오 인터뷰, 무엇이 달랐나

윤지오 씨의 지상파 방송 뉴스프로그램 출연은 처음이 아닙니다. 윤지오 씨가 신상을 공개한 이틀 뒤인 7일, 고 장자연 씨가 세상을 떠난 지 딱 10년이 되던 그 날, 그는 KBS와 SBS의 저녁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KBS <장자연 문건성추행 목격자 윤지오의 증언>(3/7 엄경철 앵커)과 SBS <동료 배우 윤지오 씨 인터뷰>(3/7 김현우 앵커)에서 모두 고 장자연 씨가 쓴 문건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 문건 속 인물이 누구인가 묻는 질문도 있으나 MBC <뉴스데스크>가 보여준 모습과 달랐습니다.

 

KBS 엄경철 앵커는 먼저 “(문건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있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름이 나열된 한 장이 넘는 리스트였다’, ‘고 장자연 씨가 심적으로 겪었던 고통도 담겨있다’고 윤지오 씨는 대답했습니다. 이후 엄경철 앵커와 윤지오 씨는 “말하면 알 만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실명을 거론하기 힘들다면 어떤 직업이 있었습니까?”라며 간접적으로 묻고 답했고, 엄경철 앵커는 “그 내용들은 다 검찰에 가서 말씀을 하셨을 거고요”라며 검찰에 이 내용을 밝힐 책임이 있음을 짚었습니다. 엄경철 앵커는 ‘조선일보 사장의 이름도 있었느냐’고 구체적으로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윤지오 씨가 “저는 현재 어떠한 신변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태여서 말씀을 섣불리 드릴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하자 그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네, 알겠습니다”라며 해당 질문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성추행 상황을 묻고 대답을 들은 엄경철 앵커는 “고통스러운 장면을 말씀하게 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SBS 김현우 앵커도 장자연 문건과 관련해 “리스트에 있었던 이름은 총 몇 명이었다고 기억하시나요?”나 “국회의원 이름을 보셨다고 말씀하셨어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간접적으로 질문했을 뿐 그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MBC 형식적 사과 아닌, 진정한 성찰과 변화 필요해

MBC는 “왕종명 앵커가 정치인의 실명을 밝혀달라고 거듭 요구한 부분이 출연자를 배려하지 않은 무례하고 부적절한 질문이었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많았습니다. 왕종명 앵커와 뉴스데스크 제작진은 이러한 시청자 여러분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당사자인 윤지오 씨에게 직접 사과했으며, 오늘 뉴스데스크를 통해 시청자 여러분께도 사과드릴 예정입니다”라는 내용의 <‘뉴스데스크’ 윤지오 씨 인터뷰 관련 제작진 입장>을 내놨습니다. 오늘 밤 어떤 사과가 나갈지 모르겠지만, 진심어린 사과와 성찰이 필요합니다.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만든 성폭력성희록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 의 ‘취재 시 주의사항’에서는 인터뷰할 때 다음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각종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더 이상의 실수는 하지 않기를 촉구합니다.

 

‘사건 당사자나 가족은 인터뷰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취재를 요청하여 괴롭히지 말아야 하며, 사건당사자 등이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을 보도에 부정적으로 언급하지 않아야 한다.’

‘피해자에게 사건 발생의 책임을 떠넘기거나 입증책임을 지우는 질문을 삼간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3월 18일 MBC <뉴스데스크> / 7일 KBS <뉴스9>, SBS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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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정리 조선희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