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지속적인 보도가 저널리즘의 기본
김서중(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록 2019.02.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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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기자들에게 그 동안 언론이 보도해준 데 고마움을 표시하며 남은 해결 과정에서도 계속 도와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의례적인 인사말로 보이지만 저널리즘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볼 지점이 담긴 말이다. 언론도 하나의 기업으로서 세인의 관심이 멀어진 사건을 다루는데 부담을 가질 수는 있지만 역으로 세인의 관심을 유지시키는 것은 언론의 몫이다. 세상에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많은 사건들이 언론의 무관심 속에 조명을 받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현실이 있다.

 

뉴스타파는 작년 11월 중순 목격자들에서 ‘포항 지진 1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방송했다. 2017년 포항지진은 1978년 지진 계측 이래 두 번째로 큰 지진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모든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지진의 여진과 함께 관심도 사라졌다. 하지만 당시 이재민들이 머물렀던 흥해체육관에는 여전히 91가구 200여 명이 텐트를 치고 생활했다. 포항시는 더 낮은 안전 등급을 받은 주택의 주민도 수리하고 돌아갔다고 하지만, 이들은 돌아갈 집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실 여부를 떠나 언론의 관심 없이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뉴스타파의 보도는 의미 있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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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목격자들 <포항 지진 1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농성 없이 보도 없다? 눈물겨운 희생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거리에서 수많은 세월을 보냈다.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한 사회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에 항의하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 덕분(?)에 비교적 언론의 조명을 받아 2기 특별조사위 설치까지 이어졌다. 반면 정부의 대책 약속을 믿고 유가족들이 합의에 서명했던 대구 지하철 참사는 그 이후 언론의 무관심 속에 제대로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지치지 않는 진상규명 운동이 없었으면 지금 세월호 참사 역시 아스라한 기억에 불과했을 것이다. 실제 세월호 1기 특조위가 만들어지고 진상규명 1차 청문회가 열렸을 때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의 보도는 청문회 기간 중 단 1회에 그쳤다. 그것도 세월호 의인 김동수 씨의 자해 소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뉴스였다. 물론 이것도 보도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상규명 청문회 보도의 전부여야만 했을까? 지상파의 비보도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의도적인 결과였지만 다른 언론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청문회가 있었는지조차 몰랐다.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의제로 떠오르지 못하고 해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유가족들의 피나는 노력과 그에 따른 일부 언론들의 후속 보도 그리고 이에 호응한 시민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세월호 참사 역시 잊혔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언론들이 관심을 가지고 충분히 후속보도를 이어 갔다면 유가족들이나 세월호 지킴이들이 풍찬노숙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지금도 거리에는 장기 농성장들이 많다. 부당한 해고나 사고의 피해자들이다. 물론 이들은 지진이나 세월호 참사와 달리 애초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여하튼 이들은 수백 일 이상 거리에서 장기 노숙 농성을 해도 문제 해결의 기미는 없다. 언론의 관심을 못 받아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백 미터 높이의 굴뚝 위 농성을 해도 관심을 못 받아 수백 일을 버텨야 한다. 언론은 자신들의 보도가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속적인 보도는 저널리즘의 기본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에는 추후보도청구권이라는 게 있다. ‘언론 등에 의하여 범죄혐의가 있거나 형사상의 조치를 받았다고 보도 또는 공표된 자는 그에 대한 형사절차가 무죄판결 또는 이와 동등한 형태로 종결되었을 때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언론사 등에 이 사실에 관한 추후보도의 게재를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당사자가 자신을 구제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구제를 요구하기 전에 언론의 보도로 인해 왜곡된 이미지가 형성됐다면 언론은 관심을 가지고 결과에 주목하여 억울함을 풀어 줄 책임도 있다. 그것이 올바른 언론의 기능이다. 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람은 무죄 판결을 받아도 언론의 추후보도가 없는 한 세인들의 인식 속에서는 여전히 간첩이라는 점을 언론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언론은 단독, 특종 등에 집중한다. 그리고 매일 언론 지면은 또 다른 단독과 특종으로 대체된다. 언론은 기사를 상품으로 판매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은 동시에 사회적 문제 해결과정의 일부를 형성하는 사회적 기구다. 문제를 던지고 전달하는 것에 머물지 말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끈기 있게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입증하는 게 뭔지 성찰이 필요하다. 

 

*언론포커스는?
<언론포커스>는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