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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MBN, 성폭력 피해자 개인정보는 왜 건드리나
등록 2019.01.1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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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에 이어 유도․레슬링 등 체육계 전반으로 미투 운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 씨는 2차 가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며 유도계 성폭력 사건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과 체육계 성폭력 문제 근절을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 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의 보도가 중요합니다. 피해자들의 폭로를 차분히 보도하면서도 동시에 과도한 피해자 신상 공개나 자극적 묘사, 피해자성 부각 등을 통한 피해자 2차 가해가 없도록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신유용 씨의 폭로와 관련해 종편 중 일부에서 언론의 중요성을 잊은, 경각심 없는 보도가 발견됐습니다.

 

SNS 퍼나르는 채널A

신유용 씨의 폭로가 화제가 됐던 14일, 채널A는 저녁종합뉴스 <뉴스A>의 총 리포트 25개 중 6개에서 체육계 성폭력 사건을 다뤘습니다. 그중 절반인 3건이 신유용 씨 관련 보도였습니다. 보도의 양만 따지면 채널A가 이 사안을 중요하게 보도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중하진 못했습니다. 신유용 씨 관련 보도 3건 중 마지막 하나는 이 사건을 직접 취재한 기자가 스튜디오에 출연해 앵커와 대담을 나누는 형식으로 <입막음 시도에 폭로>(1/14 이서현 기자)란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어떤 계기로 폭로를 결심했는지,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미투 이후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앵커가 묻고, 기자가 정리 멘트를 하면서 신유용 씨 인터뷰를 직접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김승련 앵커가 첫 질문으로 폭로 계기를 묻자 이서현 기자는 “신유용 씨는 사실 성폭행 피해를 숨기고 싶어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의 가족들이 우연히 알게 되었고 먼저 신 씨에게 연락을 해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동시에 화면 오른쪽에 신유용 씨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이후 12초가량 기자가 사건을 설명함과 동시에 신유용 씨가 개인 SNS에서 올린 ‘셀피(Selfie․자신을 스스로 찍은 사진)’ 여러 장이 전파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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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SNS 사진을 사용한 채널A의 <뉴스A>(1/14)

 

신유용 씨가 누구인지 소개를 하고 싶었다고 칩시다. 그러나 채널A는 신유용 씨를 직접 인터뷰했기 때문에 굳이 SNS를 파헤쳐 개인 사진을 쓰지 않아도 됐습니다. 만에 하나 신유용 씨가 SNS 사진을 쓰라고 허락을 했다하더라도, 2차 가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언론사 측에서 사절했어야 합니다. 더욱이 근본적으로 SNS 셀피는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사진일뿐더러 이를 가져오는 건 사생활 침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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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SNS 글을 소개하는 채널A의 <뉴스A>(1/14)

 

같은 기사 후반부에서는 아예 신유용 씨 SNS 글을 가져와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신유용 씨의 현재 심경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던 도중 김승련 앵커는 “실제로 인스타그램 보면 자신의 유도에 대한 사랑도 보여주고 있고 그런 내용이 좀 많았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서현 기자는 “맞습니다. (중략) 신 씨의 한 SNS 글에서도 그런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라며 글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만든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에는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 등의 사생활에 대한 보도는 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어 ‘이슈가 된 사건의 피해자 등이라고 해서 사생활 영역까지 국민의 알권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영상, 사진 등을 본인 동의 없이 보도하는 것은 사건을 왜곡하고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도 자세히 적혀있습니다.

 

그가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지만 개인 SNS를 무분별하게 인용하라고 허락하진 않았습니다. 설사 동의를 구했다 하더라도 언론사 스스로가 성폭력 사건 보도에 대한 명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이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채널A는 성폭력 사건을 보도함에 있어 얼마나 경각심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새로운 인생 설계’ 언급한 MBN

MBN은 <“고교 코치에 성폭행”>(1/14 김동환 기자)이란 기사에서 신유용 씨가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언급했습니다. “2013년까지 고창 영선고 유도 선수였던 신유용 씨는 고교 시절 코치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신 씨는 지난해 가해자를 고소했지만 해당 코치는 ‘서로 사귀는 사이였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현역에 있는 지인들도 증언해 주지 않아 수사가 답보 상태입니다”라고 보도하다가 갑자기 신 씨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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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과 무관한 현재 피해자 상태 언급한 MBN <뉴스8>(1/14)

 

신유용 씨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성폭력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과 무관합니다. 물론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의 대상으로 무기력하게 보도된다면 그 또한 문제입니다. 피해를 치유할 수 있는 인격적 주체로서 존중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자세히 보도한다면 2차 피해를 입힐 소지가 있습니다. 미투를 하면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사회와 조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안되지만, 아직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불편하다’, ‘조직에 적응을 못한다’, ‘불화를 일으킨다’ 등의 핑계를 통해 피해자에게 일종의 ‘백래시(Backlash)’가 가해집니다. 작년 미투 운동 바람 속에서 직장 내 ‘펜스 룰’이 유행한 것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MBN 보도는 한 문장의 짧은 언급이었지만 굳이 알려줄 정보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당함을 알렸다고 해서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조직 문화에 관심을 갖고, 추후 피해의 회복이나 치유 과정을 보도하길 바랍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1월 1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Q>(1부)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정리 조선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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