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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쓰기’ 틀리고도 통일부 탓, 연합뉴스‧조선일보의 ‘어깃장’연합뉴스 <남북 철도착공식…북 "남의 눈치봐선 안돼" 남 "담대한 의지로">(12/26 김효정 기자)는 북한 철도성 부상이 ‘통일 연방’이라 발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래는 이 보도의 첫 문장입니다.
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은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남의 눈치를 보며 휘청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이 원하는 통일연방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1면에서 3번 강조한 ‘통일연방’
조선일보는 한술 더 떴습니다. 27일 1면 기사 <북 “남 눈치 보며 휘청거려선 ‘통일연방’ 실현 못해”>(12/27 이용수 기자)에서는 제목과 첫 문장에서 ‘통일연방’을 강조했습니다.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차관 격)은 26일 "남의 눈치를 보며 휘청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이 원하는 통일연방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날 1면 팔면봉에서도 “북, 철도 연결식서 "남의 눈치 보며 휘청거려서는 통일연방을 실현할 수 없다"고. 누가 북에 연방제 약속했었나?”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1면에 세 번에 걸쳐 등장한 건 해당 언론사가 중점적으로 부각한 의제라는 뜻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북한의 ‘통일연방’ 구상이 남북한이 함께하는 공개적인 석상에서 나왔다는 것에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겨레가 밝힌 취재 전말
그런데 한겨레 <“통일열망” 북 발언이 “통일연방”으로 둔갑한 사연?(12/27 이제훈 선임기자)는 이것이 사실을 아님을 최초로 보도했습니다. 다음은 한겨레가 밝힌 취재의 전말입니다.
김 부상의 착공사 내용을 취재한 공동취재단의 일원이 ‘통일열망’을 ‘통일연방’으로 잘못 알아듣고 ‘공동 취재 메모’를 작성해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공유한 것이다. 김 부상의 착공사 전문이 실시간으로 공동취재단에 제공되지 않은 데다, 실외에서 진행된 착공식 행사 현장의 어수선함 탓에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공동 취재 메모’ 내용이 교차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보도돼 벌어진 해프닝이다. 다만 착공식 행사를 따로 현장 취재한 방송사 공동취재단은 김 부상의 착공사 장면을 촬영·녹음한 영상을 토대로 김 부상의 “통일열망” 발언을 처음부터 사실에 맞게 보도했다.
‘공동취재단’은, 군사분계선 북쪽 지역과 판문점 등 특수지역에서는 ‘자유 취재’가 불가능한 사정을 고려해 남북 당국 또는 행사 주최 쪽이 합의한 ‘취재 인원’에 맞춰 대표 취재를 한 뒤 관련 취재 내용을 기자단 모두와 공유하는 특수한 취재 방식이다.
한겨레 기사를 보면 오보를 낼만한 사정이 어느 정도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는 분명 “방송사 공동취재단은 촬영·녹음한 영상을 토대로 사실에 맞게 보도”했습니다.
잘못 전달된 발언을 따라 쓴 언론들
반면 연합뉴스의 보도를 토대로 온라인 기사로 출고한 KBS <남북 철도착공식…북 “남의 눈치봐선 안돼” 남 “담대한 의지로”>(12/26 국현호 기자), SBS <남북 철도착공식…북 “남의 눈치봐선 안 돼” 남 “담대한 의지로”>(12/26 동세호 기자), MBN <북 김윤혁, 남북 철도착공식서 “눈치보면서 휘청거리면 통일 못해”>(12/26)은 김 부상이 ‘통일 연방’ 발언을 한 것처럼 썼습니다. 이외에도 국민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등 29개 매체가 ‘통일 열망’을 ‘통일 연방’으로 잘못 썼습니다. 이를 일부 소셜 미디어가 옮겨 쓰면서 “우리 정부가 북한이 요구하는 고려연방제를 몰래 합의했다”는 식의 가짜뉴스로 키우기도 했습니다.
JTBC는 그나마 <팩트체크/철도 착공식 "통일열망"이 어떻게 "통일연방"이 되었나?>(12/27 오대영 기자)에서 정황을 설명하며 사실 관계를 알려줬습니다.
통일부가 전문을 공유하지 않아서 오보를 냈다는 궁색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오보임이 밝혀진 이후 연합뉴스와 조선일보의 태도입니다.
연합뉴스 <"북 철도성 부상, 통일연방 거론" 해프닝…실제로는 '통일열망'>(12/27 김효정 기자)에서 오보가 일어난 원인을 두고 “남측 당국이 뒤늦게 정정하는 해프닝”이라고 썼습니다. 조선일보 <통일부 “통일 연방 아닌 통일 열망” 북 철도상 발언 논란일자 뒷북 수습?>(12/28 윤형준 기자)에서 “통일부가 북측 착공사 전문을 착공식 전날 받았음에도 취재단에 미리 공유하지 않았다”고 썼습니다. 만약에 통일부가 전문을 미리 배포했더라면 ‘열망’을 “연방”으로 보도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물론, 이번 사태가 자유 취재가 불가능한 북한취재에서 특수한 형태의 취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실수가 일어날만한 원인이기는 했습니다. 통일부가 미리 북측으로부터 제공받은 착공사를 착공식이 있기 전에 취재단에 미리 제공했더라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도의 주체는 언론입니다. 특히 사실여부를 확인도 않고 1면에서 적극적으로 보도한 조선일보나 연합뉴스가 자신들의 사실 검증 시스템을 점검하기는커녕 ‘남 탓’만 하는 모양새는 참으로 민망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2월 26~28일 연합뉴스, 조선일보, KBS, SBS, MBN, JTBC, 국민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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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최영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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