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김정은 답방’에 기회비용 수조 원 지출?MBN <뉴스와이드>는 2012년부터 7년 째 방송되고 있는 MBN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입니다. 오래된 방송인만큼, 종편의 고질적 병폐인 편파‧왜곡‧막말의 역사도 깁니다. 특히 오랜 단골 패널인 차명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매번 출연할 때마다 허위 사실과 막말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오가곤 합니다. 최근 사례만 몇 가지 모아봤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드는 기회비용이 수조 원?
MBN <뉴스와이드>(12/10)에서는 연내 성사가 어려워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다뤘습니다. 김광덕 전 한국일보 정치부장, 김형주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노영희 변호사,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 최진녕 변호사 등 패널들은 대체로 연내 답방 성사 가능성, 남북미 협상 상황 등을 거론했는데요. 차명진 씨는 느닷없이 ‘답방을 사전 준비하는 데 우리나라가 수조 원의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며 정부를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차명진 : 지금 김정은이 오냐 안 오냐가 대한민국 국정의 최대 현안이 된 지 일주일이 넘으면서 우리는 그 설왕설래가 없었다면 지불하지 않았을 비용을 지금 엄청나게 지불하고 있어요. 기회비용이라 그러죠. 호텔 예약, 그렇죠. 다 알잖아요, 지금. 어디인가. 그렇죠? 1박 2일 아예 그냥 크리스마스 시즌인데 예약을 묶어놨다는 말이에요. 그 비용. 그 다음에 김정은이 왔을 경우에 김정은을 싣고 갈 어떤 헬기 및 수송수단. 이거 대기를 해놨죠. 경호대들, 지금 경찰들, 지금 동선 예상하고 경호 다 편성하고 준비했다 그러죠. 그 다음에 각 언론에서 다 지금 특별 취재판, 취재반 편성했다 그러죠, 그렇죠? 뿐만 아니라 김정은이 온다 만다, 매일같이 광화문에서 시위가 있고. 저는 이 수조 원이 드는 비용이 김정은을 온다만다 설왕설래함으로써 지금 우리나라가 지불을 해버렸어요.
△ 기회비용이 수조 원이라 말하는 MBN <뉴스와이드> 차명진 씨(12/10)
김정은 위원장 답방이 국정의 최대 현안이 되면서 수 조원을 지불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회담을 내년 1~2월이라고 못 박으면서 이미 연내 답방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고 현안이 김정은 답방만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호텔 예약, 헬기 대기, 경호원 편성’ 등 ‘김정은 답방’ 준비의 기회비용으로 수 조원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은 근거없는 ‘가짜뉴스’급 발언입니다. ‘호텔 예약’의 경우 12월 중순경 김정은 위원장 답방이 거론될 당시 ‘워커힐 호텔, 남산타워에 예약이 불가하다’는 소문이 퍼졌으나 노컷뉴스 <김정은 때문에 워커힐 호텔·남산타워 예약 불가?>(12/6)에서 정상적으로 예약이 가능함을 ‘팩트체크’하기도 했습니다.
이 황당한 발언에 다른 패널들도 “수조 원은 너무 과장한 거 같은데요”(김광덕), “어떤 방식으로 계산을 해도 수조 원은 나오는 게 아니고요”(양문석) 등 반론을 가했고 진행자 송지헌 앵커 역시 “그냥 막 얘기하시면 안 돼요”라고 주의를 줬습니다. 그러나 차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무원, 언론사들 월급도 기회비용으로 따지면 자기 말이 맞다”며 도리어 억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결론은 “이 엄청난 기회비용을 지불케 한 김정은 위원장과 그리고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통보 안 하고 오는데 그것을 올 거다 안 올 거다 했다는 우리나라의 청와대 및 통일부 관계자들. 이 기회비용에 대한 책임을 지셔야겠습니다”라는 정부 비난이었습니다. 정부를 비난할 수는 있으나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최소한의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머릿속에서 만든 상상을 기반으로 맹목적인 비방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 같은 상식이 MBN에서만 통하지 않는 걸까요? 매번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나 차 씨는 꾸준히 MBN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용꼬리 아니면 닭대가리, 둘 중 뭘 택할래요?”
지난 11월 7일 MBN <뉴스와이드>에서도 차명진 씨는 무례하고 독선적인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당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연해 패널들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생활 적폐, 4차 산업혁명 등 패널들이 정책 관련 질문을 하고 박 의원이 대답하는 형식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패널이 정책을 중심으로 비판과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패널 김형주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질의가 끝난 후 진행자 송지헌 앵커는 “좋은 질문에 좋은 말씀. 그 다음 좋은 질문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며 차 씨에게 차례를 넘겼습니다. 차 씨는 달랐습니다. 차 씨는 “아니 여기가 무슨 뭐 정책연구소예요? 정책 질문을 한 걸 좋은 질문이라 그래요. 여기는 정치흥신소예요. 제가 정치흥신소다운 질문을 한번 해볼게요”라며 정책 질문을 한 타 패널들을 타박했습니다. 실제로 박범계 의원이 출연한 이 코너는 <정치흥신소>라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차명진 씨는 그 이름에 걸맞는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요?
차명진 : 지난번에 여기 나와서 유일한 상대는 이해찬 의원이라고 본인이 당선되든지 2등할 거라고 얘기를 했죠, 그렇죠? 그런데 컷오프 당했어요. 나는 뭐냐 하면 떨어진 게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본인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컷오프 당한 게 심각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같은 정치인으로서 제가 여쭤보는 거예요. 왜 컷오프 당한 것 같아요? 아까 공부한다고 그러더니 그건 내가 가르쳐줄게요. 본인은 용머리가 아니에요. 정치권에서 용머리에 해당되지 않아요. 용머리가 안 되는데 자, 용꼬리 아니면 닭대가리, 둘 중에 하나 뭐 택할래요?
△ 용머리와 닭대가리 둘 중 하나 고르라는 MBN 차명진 전 의원(11/7)
지난 7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박범계 의원이 컷오프 관문에서 탈락한 일을 두고 박 의원을 ‘훈계’하면서 갑자기 ‘용꼬리, 닭대가리’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 겁니다. 무례한 비방이자 의미를 알 수 없는 질문입니다. 이에 박 의원이 “닭대가리가 뭡니까”라고 웃으며 넘기려 하자 차 씨는 재차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차명진 : 동물은 그래요. 사람만 머리라고 씁니다. 박범계 의원님 제 이야기 진지하게 들으셔야 해요. 적어도 당대표를 나가려면 그냥 국회의원 3선, 4선이 아니라 당대표를 나가려면 적어도 있죠, 당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단 말이에요. 제가 볼 때는 박범계 의원이 내가 볼 때는 지도자로서의 덕목 이런 건 없었어요, 냉정하게 보면. 저 사람은 상당히 똑똑하다, 참 바르다 이런 느낌은 있었는데 일정하게 자기의 어떤 영역, 당대표가 되려면 자기의 영역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게 없었어요.
동물에게 대가리라는 말을 쓴다는 걸 알면서 박 의원을 향해 ‘대가리’를 운운한 것은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박 의원을 동물로 보고 있다는 걸까요? 그리고 당 대표 선거 컷오프를 두고 ‘지도자 덕목이 없다’는 것은 시사 프로그램에서 할 수 있는 합리적 비평이 아닙니다. 주관적인 인상평일 뿐입니다.
“정의당 여성 당원들이 똘망똘망하다”
앞서 살펴본 사례의 <정치흥신소>라는 코너는 MBN <뉴스와이드>가 정치인을 섭외하여 인터뷰를 하는 코너입니다. 코너 제목에 ‘흥신소’가 붙어 보통 해당 출연자의 고민을 풀어준다는 취지로 진행이 되지만 시사 프로그램답게 보통은 해당 정치인의 행보와 비전, 현 정국에 대한 입장, 정책적 소신 등을 듣고 토론합니다. ‘컷오프 탈락했으니 닭대가리나 해라’라는 막말을 던지는 자리는 결코 아니죠.
차명진 씨의 이러한 막말은 다른 날 <정치흥신소> 코너에서도 노출됐습니다. MBN <뉴스와이드>(10/31)에서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출연했는데요. 여기서 차 씨는 뜬금없이 정의당의 ‘여성 당직자’들을 칭찬했는데 그 내용이 이상합니다.
차명진 : 부러운 건데 정의당은 참 여성 당직자들, 여성 당원들이 똘망똘망하고 아주 상당히 뛰어난 분들이 많아요. 다른 방송에서 이정미 대표한테 경선에서 진 사람 있죠? 박 전 의원하고 같이 하는데 그 사람하고 비교해 봐도 훨씬 더 샤프하시고 부드러우신데 정의당에서 어떤 풍토가 있기에 이렇게 여성들이 참 큰 역할을 해내는가.
이정미 대표를 칭찬하는 말이기 때문에 언뜻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방송에서 하기엔 부적절한 표현입니다. 당장 함께 출연해 패널인 노영희 변호사도 “똘망똘망이라는 표현이 이렇게 불편하게 쓰일 수도 있네요”라고 지적했습니다. ‘똘망똘망’이라는 표현이 보통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쓰는 묘사이기 때문이죠. 또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반복적으로 아주 개인적인 인상평만 반복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시사 프로그램은 한 사람의 인상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느낌을 말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차 씨는 이 인터뷰에서 또 하나의 황당 발언을 남겼습니다.
차명진 : 제가 보니까 심상정 대표나 이정미 대표랑 특징이 상당히 소위 말하는 이념운동, 좌파운동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표정이나 언행이 상당히 부드러워요
대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려우나 ‘이념운동 좌파운동 하는 사람은 표정과 언행이 거칠다’는 걸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집단에 근거도 없이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발언입니다.
“방통위가 현 정부라서 그렇지…”
이정미 대표를 ‘이념운동 좌파운동’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좌파운동하는 사람은 언행이 거칠다’는 편견을 보인 차 씨는 자신의 이 언행과 불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MBN <뉴스와이드>(11/7)에서 김종욱 동국대 연구 교수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두고 논평하던 중 전원책 당시 조직강화특위원을 ‘극보수 논객’이라 칭하자 문제제기를 한 겁니다. 차 씨는 “그런 식으로 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자신의 생각을 쉽게 다른 사람한테 이렇게 덮어씌우면 안 돼요”라고 지적했습니다. 본인은 ‘좌파운동’을 마음대로 규정해도 되고 다른 사람은 보수논객을 특정 용어로 규정하면 안 된다는 이른바 ‘내로남불’입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시사 대담에서의 적절한 용어를 서로 찾아가는 것으로 어느 정도 이해해줄 수 있습니다. 더 황당한 발언은 이 다음에 나왔습니다. 차 씨는 “방통위가 현 정부라서 그렇지 방통위가 실제 중간적이고 객관적이면 문제가 돼요”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종욱 교수가 전원책 변호사를 ‘극보수 논객’이라고 한 것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어떻게 처리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 방통위는 편향적이어서 김종욱 교수 발언을 문제 삼지 않겠지만, 과거 ‘중간적이고 객관적인 방통위’였으면 문제가 되었을 발언이라는 차명진 씨의 말은 그야말로 아무말대잔치입니다.
툭 터놓고 말하면, 현 방통심의위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차명진 씨이고 MBN <뉴스와이드>입니다. 많은 편파‧왜곡‧막말이 나왔으나 제재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15일, 차명진 씨는 MBN <뉴스와이드>에서 중국을 ‘떼놈’이라는 비하 용어를 지칭했으나 방통심의위는 “진행자가 즉시 문제점을 지적하고 출연자도 사과했다”는 이유로 ‘문제없음’을 의결했습니다. 이 같은 사례는 많습니다. 최근 방통심의위는 TV조선‧채널A‧MBN 등 종편 3사에서 여전히 막말이 심각하지만 지난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솜방망이, 봐주기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대체 차명진 씨가 생각하는 ‘객관성’이 무엇인지, 그것이 자신은 좌파운동을 제멋대로 규정하고 다른 사람은 우파를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이중 잣대인지 알 수는 없으나 만약 방통심의위가 심의 규정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MBN <뉴스와이드>는 차 씨로 인해 이미 수많은 법정제재를 받았어야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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