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은 6월 29일, ‘2018년 5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을 열었다. 민언련은 매달 신문‧방송‧온라인 부문의 좋은 보도를 선정, 시상하고 있다. 아래는 5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수상자들과의 문답이다.
“특종 경쟁만 하는 언론계, ‘어벤져스’ 꾸리는 꿈을 꾼다”
(KBS 임장원‧김민철, 뉴스타파 심인보 신영철,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 KBS 임장원‧프레시안 성현석‧뉴스타파 신영철 심인보 기자
KBS 임장원 25년 차 기자이고, 민언련 회원이 된 지도 20년이 넘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소정의 회비만 내고 회원으로서의 활동을 못했는데 이런 상을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기자 생활을 하며 기자상을 몇 개 받았으나 민언련은 저희가 출품해서 주는 상이 아니기 때문에 참 받고 싶었습니다. KBS가 그동안 나쁜 보도로만 선정되어서 안타까운 심정이었는데 이번에 공동보도로 달라진 점을 보여드리게 돼서 기쁘네요. KBS 가족들이 이 자리에 더 많이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프레시안 성현석 출품해서 받는 상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고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일을 하면서 단일 아이템으로 가장 많이 다뤘던 것이 삼성 이슈였습니다. 예전에 팀장으로서 팀으로 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삼성 관련 보도였어요. 삼성 관련 보도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몇몇 변화가 엿보입니다. 10여 전에는 삼성에 불리한 보도가 안 나가거나 대단히 이상한 프레임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느 순간을 지나면서 삼성을 비판하는 보도도 많이 나왔고 올곧은 프레임도 보이며 보수언론에서도 비판이 나옵니다.
아마도 언론의 보도를 비롯한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여전히 아쉬운 대목도 하나 있어요. 삼성 혹은 대기업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프레임, 비판적 매체들의 프레임도 여전히 관성적이라는 점입니다. 관성적 프레임으로 보다 보니 다룰 수 있는 여러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실천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인데요. 이번 기술 유출 건이 바로 그런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진보 진영 매체에서도 잘 다뤄지지 않던 영역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과거에 비해 삼성 보도가 자유로워진 상황에서 좀 더 입체적인 프레임, 예전에 없었던 문제의식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이번 상이 그런 보도들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거듭 영광이고 감사드립니다.
뉴스타파 심인보 어떤 보도를 하고 나면 상을 받을만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관객 웃음) 제가 이번 보도는 바빠서 출품을 못했거든요. 그런데 민언련에서 알아봐 주시고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민언련 상의 장점은 모든 뉴스를 모니터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대단한 상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그 기간 동안 출고됐던 모든 보도가 경쟁작이라 생각하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뚫고 주신 상이라는 것이죠.
이번 사건은 한 사람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인데, 삶이 망가질 때마다 역할을 한 주체가 있습니다. 그중엔 언론, 검찰, 경찰도 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삼성이 제공했죠. 이 분은 굉장히 순진한, 스스로 공돌이라고 표현하시는 엔지니어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세상이 이런 줄 몰랐다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본인은 계속 반도체 연구만 하다가 그 성과를 인정받아서 승승장구했는데, 언론에 당하고, 검경에 당하면서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는 것이에요. 언론은 그래도 사실에 근거해 보도한다고 믿어왔고 검경도 죄 있는 사람만 잡는다고 믿었는데 이번 일로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어 충격이었다고 했습니다.
이 전무 님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이 아이템을 가지고 후원 시사회를 했는데 참석하신 몇 분이 ‘내가 아는 삼성에서 일한 사람 중에도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보도 한 줄 안 나오고 연락도 안 되는 분들이 있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이 전무님은 직위가 전무이고 운 좋게 기자들과 연이 닿아서 아직 피해 회복은 멀었지만 그나마 명예 회복은 됐다고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앞으로도 저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아무도 모르는 사례들을 유심히 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템은 KBS 임장원 선배가 알려주셔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보통의 언론사는 그렇게 안 하잖아요. 본인이 단독을 써야하기 때문이죠. 자기 언론사의 단독 보도보다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진상규명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임장원 기자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례적으로 KBS, 뉴스타파, 프레시안이 공동보도를 했다. 하필 왜 이 세 매체가 뭉치게 됐는지 궁금하다.
KBS 임장원 이 사건은 작년 7월에 제보를 받았습니다. 저는 당시에 인터넷 뉴스부, 저희 안에서는 유배지에 해당하는데, 거기 있으면서 본의 아니게 한 1년 온라인 뉴스를 썼었죠. 그러면서 삼성 관련 기사를 몇 번 썼고, 그러다가 이 제보를 받게 됐는데, 때마침 저희가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이 전무의 1심 판결이 2월에 나왔습니다. 그때 저는 열심히 파업하던 중이라 기사를 쓰겠다고 안에 들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 기사가 묻히는 건 너무 아깝고, 그래서 두 가지 기준으로 고민했습니다. 첫째는, 삼성으로부터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는 매체와 또 그런 기자, 그리고 심층 취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투여할 수 있는 매체와 그런 기자죠. 그렇게 골라서 제가 두 기자를 엮었습니다. 다행히 두 기자 분이 다 엮여 주셨습니다.(관객 웃음)
사실 원래 저는 넘기려고 했어요. 언제 파업이 끝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제 바통을 받아서 잘 좀 보도해 주십사 하는 마음이었는데 얘기를 나누다보니까, 같이 하는 게 더 낫겠더라고요. 하나의 스피커보다는 세 개의 스피커가 낫잖아요. 결과적으로는 잘 엮였고 그래서 이런 상도 받는 거 아닌가 합니다. 이 상을 주신 의미 중에 하나는 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이 일반적으로 품질을 높이고 가격은 낮춰서 효용을 증가시킨다고 하지만, 오늘날 언론계의 경쟁이라는 것은 그런 긍정의 기능 보다는 역기능이 더 많이 느껴지는 수준, 과열된 수준에 이른 게 아닌가 합니다.
SBS 라돈침대 보도 같은 경우도 사실 언론이 특종을 하면 다른 언론이 같이 키워내야 하고, 그게 사회가 언론계에 기대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저희 안에서는 다른 과정을 거칩니다. 일단 충격, “경쟁 방송사에서 뭔가 나왔다”는 충격, 그 다음에 기대, 오보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대(관객 웃음), 그 다음에 “오보가 아니었네”하는 체념과 수용(관객 폭소), 그 다음에 사회적 반향이 커지지 않기를 바래요.(관객 눈물) 그런데 막 커지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기, 뭐 이런 과정을 거치는데, 안타깝죠. 이런 소모적인 경쟁에 제 스스로가 염증이 있었어요.
수많은 매체와 기자들이 있는데 왜 ‘기레기’라는 말이 나오는가, 왜 뭔가를 검색하면 맨날 똑같은 보도만 있는가, 더 파고들어간 기사는 없나 안타까웠습니다. 만약 정말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영화 <어벤져스>처럼 매체별로 적합한 기자들 한 명씩 뽑아 모아서 보도하면, 그런 프로젝트를 구성하면 훨씬 힘이 있을 겁니다. 서로 크로스체크를 하면서 훨씬 더 정교한 취재를 할 수 있는 것이고, 스피커도 많아서 더 많은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그로 인해서 바꿀 수 있는 영향력도 커지는 겁니다. 이런 시도가 많아져야 합니다. 상을 주신 이유가 그런 자극을 주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모 전무 케이스 같은 경우는 운이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가려진 사례들이 더 많다는 것인데, 앞으로 추가 보도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좀 궁금하다.
뉴스타파 심인보 반드시 삼성은 아니고, 기술 유출에 관련된 이슈는 아니지만, 거대한 대기업이 자기 소속, 한때 자신의 소속이었던 직원들을 어떤 혐의를 뒤집어씌워서 꼬리자르기한 그런 케이스들을 저희가 취재를 지금 하고 있습니다. 아마 언제라고는 장담을 못 드리지만, 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뒤늦게 드러난 5.18 성폭행, 역사의 공백 채우겠다”
(한겨레 정대하‧남은주‧안관옥 기자)
△ 한겨레 정대하 기자
한겨레 정대하 5‧18 관련해서 제가 성폭력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한 20여 년 전입니다. 그때 당시 5‧18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보도를 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여성은 80년 5월 새벽에 군인들에게 폭력을 당해서 정신병을 앓다가 불행하게도 그 후유증으로 자기 아버지를 흉기로 상해를 입혀 아버지가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여성들에게 가해진 국가 폭력을 알고도 피해자들의 인권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보도를 하지 못하고 5‧18 피해자들 중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례들만 보도한 것이 5‧18 20주년 즈음이었습니다. 그 이후 5‧18 성폭행, 성고문은 5‧18 역사쓰기 뿐 아니라 검찰, 법원, 언론에서도 공백으로 남아있던 영역이 됐습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취재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5‧18 38주년을 맞아서 크게 기획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진상규명의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어떤 과제를 던져야 하는 고민하다가 그동안 잘 알려졌던 발포 명령자, 민간인 학살, 밝혀지지 않는 암매장 등 이 3가지를 떠올렸습니다. 그러다가 아직 실타래가 풀리지 않은 부분이 성폭력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신 것이 한겨레 사회2부의 남은주 데스크였습니다. 남 기자가 5‧18 당시 교도소에 잡혀가서 성고문을 당했던 차명숙 씨의 기사를 보고 ‘선배, 이번 5월에는 5.18과 여성 문제 다뤄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고 5‧18 성폭력 문제와 관련된 당사자를 찾아 인터뷰하게 됐죠. 그러면서 당시 자료들까지 입수해 보도하게 됐습니다.
2년 전에도 5‧18 관련 보도로 민언련에서 상을 주셔서 굉장히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보도를 마치고 나서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몇 번의 보도를 하는 도중에 어떤 광주 시민이 “지금 와서 이 보도를 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요?”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저도 보도를 하는 내내 과연 무엇이 달라질까 생각했습니다. 정부의 진상규명위원회가 생기고 공동조사단도 꾸려졌지만 정말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여성 생존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조사할 수 있도록, 또 그 조사가 5‧18 역사의 공백을 메꿔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어 관심을 갖고 보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차에 민언련에서 좋은 상을 주셔서 정말 힘을 얻었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요즘도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이 부분에 ‘팩트체크’ 등 보도하실 계획은 있으신지
한겨레 정대하 5‧18 민주화 운동 관련해서, 가장 가슴 아픈 게 포털에 5‧18을 치게 되면 연관 검색어가 ‘북한군’이거든요. 2013년에 종편에서 이청용 씨 등을 비롯한 탈북자들을 출연시켜서 5‧18 민주화 운동 당시에, 600여명의 북한군이 투입됐다고 가짜뉴스를 보도했습니다. 그때 항의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연희동 전두환 씨 집을 방문했고 저도 동행 취재하면서 보도했습니다. 찾아보시면 그 당시에 5‧18 어머니들이 종편 보도를 보고 얼마나 가슴을 앓으셨는지 기록한 보도가 있습니다.
2016년에도 ‘북한군 광수’는 식의 가짜뉴스가 있었죠. 그래서 이것도 제가 추적했습니다. 해남에 살고 있는 이용충 씨의 어머니가 있습니다. 이용충 씨는 80년 5월 전남대학교 앞에서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광주 교도소로 끌려가서 광주 교도소 앞 산에 가매장됐다가 뒤늦게 가족들이 찾았습니다. 그런 분들을 광수 1번, 광수 7번, 광수 14번이라고 번호를 붙여놨어요. 그 사람들이 왜곡해서 광수라고 지칭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광수라고 지칭되는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얼마나 허구인지 반박했습니다.
전두환 씨는 지난해 나온 회고록에도 북한군 개입설을 써놨습니다. 회고록과 관련해서 5‧18 기념재단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고발했고 앞으로 7월 16일, 7월 19일, 광주지법 202호, 203호 법정에서 아마 전두환 씨 부재로 변호사만 참석한 채로 결심이 이뤄지고, 그 이후에 8월, 9월 즈음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두환 씨가 회고록을 통해서 5‧18의 역사를 부정하고 싶었던 부분들도 한겨레 뿐 아니라 많은 매체들이 팩트체크를 해왔고 앞으로 재판을 통해 진실이 드러날 겁니다. 이번 재판에서 북한군 개입설뿐 아니라, 헬기 사격을 부정한 것 등 50여 개 가짜뉴스의 진위를 가릴 겁니다. 결과가 나오면 한겨레도 보도를 하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관객 박수)
“망하지 않는 이상 2년 뒤 총선에는 대구로 간다”
(뉴스민 이상원‧박중엽‧김규현 기자, 김서현 데이터연구원)
△ 뉴스민 김서현 데이터연구원, 이상원 기자
뉴스민 이상원 우선 상을 주셔서 민언련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2012년에 창간된 지역 인터넷 언론사인데 이번에 주신 상이 제가 받는 첫 상이자 회사가 받는 첫 상입니다. 그런 상이 민언련이 주는 상이라 의미가 더 큽니다. 저희는 각종 협회 회원사 자격이 안 돼서 협회에서 주는 상을 받을 기회도 잘 없는데 저희 기사를 찾아서 봐주시고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북 지역의 결과는 똑같다는 걸 선거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외부에서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저희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바뀌기 어려운 이유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외부에서는 욕밖에 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보도입니다. 시민들로부터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서 막연히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은 나름의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이유도 아니고 아주 평범한 이유, 사는 이유로 자기 나름의 선택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걸 알려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자체가 뜻깊었습니다.
뉴스민 홈페이지를 보면 광고가 하나도 없어서 심사위원들도 감동했다. 의도한 것인가, 광고가 안들어와서 그런 것인가. 뉴스민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궁금하다.
뉴스민 이상원 팝업이나 광고는 애초에 저희가 창간을 할 때 그런 건 하지 말자고 다짐했기 때문에 안 받았습니다. 그런 광고들이 홈페이지를 지저분하게 만들고 건전하지도 않은 것들이 많으니 굳이 그런 것까지 받으면서 돈을 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00% 후원으로 운영을 하자는 취지로 2012년에 대구에서 창간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6년차 접어들었는데, 최근에는 조금 살기 위해서 방향을 좀 틀고 있긴 하죠.(관객 웃음) 후원과 후원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일정 부분의 광고를 받아서 이제 재정적으로 좀 자립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도는 하고 있는데, 잘 안 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매체 성격이 있기 때문에 광고 자체가 잘 안 들어오는 부분도 있고, 또 그 일을 하려면 인력이 필요한데 영업 인력을 따로 뽑기도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장이 있습니다. 아마 저희가 문을 닫지 않는 이상 홈페이지는 계속 그렇게 깨끗하게 운영 될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획 보도는 라이브 방송이었기 때문에 시민들 반응이 굉장히 중요했을 것 같다. 반응은 어땠나
뉴스민 이상원 직접적으로 가장 크게 호응을 했던 분들은 기자들이셨던 것 같아요. 주변에 같이 활동을 하는 지역의 타사 기자들이, 처음에 우리가 이걸 한다고 하니까 뭘 그런 걸 하나라고 얘기를 했다가, 막상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나오자 재미있다고 말해줬습니다.
라이브 방송이 처음엔 정말 보시는 분들이 별로 없었거든요. 평일 낮에 라이브 방송을 하면 두 시간씩 보고 있기가 어렵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조금씩, 소문이 난건지 어떻게 알게 되신 건지, 들어와서 보면서 ‘저런 이유가 있구나’라며 댓글로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간혹 ‘경북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는 분들도 계셔서 굉장히 뿌듯했던 기억도 있어요.
마지막에 저희가 종합 편으로 보도한 것이 있는데 특히 그 회차에 반응이 많았습니다.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다’거나 ‘어차피 경북은 안 돼’라며 욕을 하신 분들도 있었죠. 그런 반응 모두가 뿌듯하고 의미 있었습니다.
사실 중앙 언론의 선거보도는 관성적인 면이 많다. 그래서 뉴스민 보도가 더욱 신선했는데, 대표적으로 소개해줄 수 있는 보도는 무엇인가
뉴스민 이상원 대표적으로 저희 보도를 종합적으로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보도는 마지막 종합편입니다. 그 영상은 저희가 다녀와서 마지막에 뒷풀이 차원으로 기자들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눈 겁니다. 그 보도를 보면 저희가 가서 만났던 경북의 평범한 주민 분들의 이야기가 있고 그 핵심이 뭔지에 대해서 좀 저희 나름대로 분석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이번 <경북민심번역기>를 통해 어떤 어젠다를 부각하고 싶었는지, 주안점을 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뉴스민 이상원 말 그대로 경북의 변하지 않는 민심을 ‘번역’, 해석을 해보려고 했습니다. 경북에서 이런 선택을 한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가 단순히 경북 사람들이 보수적으로 태어났다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그 근거들을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 정말 많이 어렵기는 했습니다. 단순히 현장에서 만난 분들의 이야기만 보여주는 방식으로는 안 되니까, 좀 다양한 자료도 찾아봐야 했고, 그 자료들을 접목해서 보여주는 작업들도 필요했습니다. 이걸 또 짧은 영상에 담아야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습니다.
수상자 중에 김서현 데이터연구원도 계신다. 원래 데이터 연구원을 따로 두시나
뉴스민 이상원 저희가 지난해부터 온라인상에 흩어져 있는 여러 데이터를 만들어 좋은 정보로 만들고 싶어서 역량을 투여하자고 고민을 했습니다. 이번에 운이 좋게, 지역 시민센터에서 인건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연구원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2년 뒤에는 총선이 있는데 총선 때도 이런 기획보도를 하실 계획이 있나
뉴스민 이상원 이번에 경북의 시군 23곳 중 딱 절반인 13곳을 모두 돌았고 마지막에 광주까지 갔습니다. 2년 뒤에 경북 23곳을 다시 돌아보는 일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대구는 해볼 계획이 있습니다. 좀 더 의견들을 취합해서 2년 동안 준비를 잘 하겠습니다. 저희가 망하지 않으면요.(관객 웃음)
“우리가 벌인 ‘라돈 침대’, 장기적 문제까지 책임지고 보도해야”
(SBS 강청완‧강민우‧장세만‧정구희 기자)
△ SBS 강청완‧강민우‧장세만 기자
SBS 강청완 민언련 상은 출품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해서 주시는 상이라 제가 받으리라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렇게 수상하게 돼서 너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취재를 하고 보도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예전 쓰레기 만두 파동을 떠올렸습니다. 그때 시작은 수사 기관의 무리한 성과주의였으나 언론의 무분별한 받아쓰기와 제목 달기 때문에 업계에 큰 피해가 있었고 생명까지 앗아간 일이 있었죠. 저희 이번 라돈 침대 보도가 그렇게 될까봐 덜컥 겁도 났고 실제로 첫 보도 직후 원자력안전위원회 1차 발표에서 보도와 좀 다른 부분이 있어 타 매체로부터 공격도 받고 잘못된 보도로 중소기업을 죽인다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다행히 추후 추가 조사결과에서 다시 다 밝혀졌고 상도 받게 됐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쓰레기 만두 파동을 항상 떠올리며 그렇게 되지 않게 취재를 꼼꼼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의 가장 큰 무기는 탄탄한 취재와 명확한 문제의식이라는 생각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피해를 호소하시고 업체는 사실상 폐업 위기에 몰렸고 우체국 직원들도 많이 동원돼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아요. 이후에도 해야할 일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늘 챙겨봅니다. 굉장히 묵직하게 지적해주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언론이 감시견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언론은 감시받지 않는 경우가 많죠. 항상 날카롭게 봐주시고 잘하면 평가를 해주시니 우리 사회를 위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좋은 보도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첫 보도 이후에 조선일보에서 기자가 과욕을 부린 것 아니냐, 원안위의 조사 결과와 다르다고 비판했다. 추후 다시 SBS 보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때 심경이 어떠셨나. 지금 피해자들이 소송을 준비 중인데 후속 보도들도 준비가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SBS 강청완 저희가 5월 3일날 첫 보도를 하고, 10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서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애매하게 발표가 나왔고요. 10일 조선일보가 기사를 썼는데, 저는 자다가 데스크한테 “조선일보 봤냐?”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조선일보 제목이 ‘SBS가 보도한 라돈침대, 원안위 기준치 이하’였어요. 그런데 가판을 보니까 ‘SBS가 법석 떤’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더라구요. 그 전날 이미 1차 조사로 인해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나오는구나” 싶어서 사실 힘들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안정을 되찾고 조선일보 기사를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굉장히 허술하게 썼더라고요. 타사 기자를 폄훼하는 의도는 아니고 ‘왜 이렇게 썼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허술하고 악의적으로 쓴 기사였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방송으로도 지적을 했고, ‘취재파일’이라는 인터넷 보도로도 반박을 했습니다. 기사가 너무 허술해서 반론하기는 굉장히 좋았어요.(관객 웃음) 전문 지식이 좀 필요한 이슈인데 전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쓴 기사로 보였습니다. 그 이후 원안위에서 2차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이론의 여지가 없었습니다.(관객 웃음)
이 일로 느낀 점이 많습니다. 같은 기자라면 최소한 상호 신뢰가 있어서 ‘설마 이렇게 취재해서 보도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정도의 믿음이 있거든요. 그런데 조선일보 보도는 그런 신뢰를 무너뜨렸습니다. 두 가지 경우라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조선일보가 저희의 저널리즘 수준을 굉장히 낮게 봤거나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 생각을 해요. 취재를 하면서 대진침대 관계자분이 ‘모 매체들에서 와서 자꾸 피해를 진술해달라고 한다’고 말하신 적도 있습니다. ‘언론 때문에 문 닫게 생겼다’라는 얘기를 좀 해달라는 것이죠.
흔히들 말하는 ‘기레기’라는 용어의 의미가 사실 이렇게 언론 상호 간에 무너진 신뢰에서도 비롯된다고 느꼈습니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사실은 저희도 그런 우를 범하게 되는 일이 있거든요. 타사의 단독이 나오면 꼬투리 잡을 거 없나 이렇게 보기도 하죠. 특히 이번 보도는 과학적 전문 지식이 필요한 보도라 취재 기간이 오래 걸렸고 공부를 많이 했거든요. 타사 입장에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 1차 결과 발표 이후 그런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기사를 쓰다 보니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나도 그런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꼼꼼히 취재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후속 보도는 당연히 계속 준비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분들의 알려지지 않은 사연들이 굉장히 많은데,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장기 추적연구도 해야 된다는 얘기도 나오거든요. 저희가 그 부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체 피해를 입증하는 게 중요하고 소송도 다 이 부분에 관련이 되거든요. 가습기 살균제 사례와 연결해서 어떻게 인체 피해를 입증할지, 장기적인 사회적 영향은 무엇인지, 저희가 벌인 일이니 책임진다는 자세로 추적해서 보도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