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세금 폭탄론’ 넘어 ‘종부세 징벌론’까지 나왔다
등록 2018.09.18 21:01
조회 893

정부가 최근 불붙은 부동산 투기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여덟 번 째 부동산 대책으로서 지난 8․2 대책보다 강력한 규제책입니다. 특히 초고가‧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증가시키고 추가적인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을 막는 조치들이 눈에 띕니다. 2주택 이상자의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금지, 임대사업자의 양도세‧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등 세제 혜택 축소 및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대표적인 내용입니다. 


특히 언론의 이목은 종부세에 집중되었습니다. △3주택 이상,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 추가 과세(최고 세율 2.0%에서 3.2%로 상향) △과표 최하단을 ‘6억 원 이하’에서 ‘3억 이하’ 및 ‘3억 원 초과 6억 원 이하’로 분리 등 종부세를 강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인데요. 이러한 대책이 발표되자 일부 언론에서 ‘세금 폭탄론’이 부활했습니다. 


종부세 과세 구간 신설과 최고 세율 인상으로 은퇴자 및 중산층의 세 부담이 폭증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종부세 자체가 애초 초고가 부동산 소유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애초 과세 대상이 많지 않고 이번 대책으로 증가하는 세 부담 역시 집값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에 비해 너무 적은 금액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TV조선에서는 ‘세금폭탄’을 넘어 종부세가 ‘위헌’이고 ‘나쁜 세금’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나왔습니다. 과연 합당한 비판일까요?

 

‘종부세는 전 국민에 해당되는 세금’? 팩트가 아니다 
9․13 대책이 나온 바로 다음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9/14)는 <반드시 잡는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골자>라는 제목으로 20분 간 ‘종부세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이날 출연자는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여상원 변호사,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 유창선 평론가입니다. 유창선 씨를 제외한 패널들은 그간 종편에서 ‘보수 일색’으로 평가받아 온 인물들입니다. 이처럼 패널 자체가 보수 3명에 진보 1명으로 편향적으로 구성된데다가 진행하는 앵커까지 명백하게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다보니 방송 내용은 편향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정치적 편향성, 패널의 균형성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출연자들이 종부세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 다시 말해서 객관성을 상실한 내용들이 계속 등장한다는 것이죠. 


먼저 윤정호 앵커는 “특정 지역에 대해서 세금을 더 물리는 이런 부분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부분도 일부에서 나오던데. 그 부분이 합리적인 이야기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여상원 씨는 백보 양보한다는 태도로 “특정 지역 집값이 어떤 투기 세력의 유입으로 엄청나게 올랐다면 이런 거는 여기에 대해서는 뭔가 정부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죠”라고 답했습니다. 특정 지역에 대해서 세금을 더 물리는 것이 위헌 아니냐는 윤 앵커의 질문에 그건 아니라 답한 것인데요. 


이어서 곧바로 여 씨는 “그런데 종부세 지금 이런 문제는요. 이게 일반적인 전 국민에게 해당되는 문제지. 어떤 특정 지역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떤 특정 지역에 대해서 특별하게 경제 구조가 완전히 왜곡돼서 어떠한 경제 질서가 완전히 무너졌다, 이게 아니고. 지금 종부세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이상 과열 현상을 잡기 위해서 이런 게 나왔기 때문에 과연 그 이게 헌법에 맞는지 안 맞는지 이거는 뭐 정부나 그 다음 법학자들이 검토를 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K-002.jpg

△ ‘종부세는 나쁜 세금’ 주장한 TV조선 여상원 변호사

 

종부세는 원래부터 ‘초고가‧다주택자 대상’, 왜 기본적인 것마저 왜곡하나
윤정호 앵커의 “특정 지역에 대해서 세금을 더 물리는 이런 부분이 위헌의 소지가 있지 않냐”는 질문과 여상원 씨의 ‘종부세는 특정 지역의 투기 세력에 대한 세금이 아니라 전 국민에 해당되는 세금이므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답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저 ‘종부세는 위헌이다’ 라고 주장하고 싶은데 근거만 살짝 다를 뿐입니다. 


사실은 무엇일까요? 종부세는 2003년에 만들어질 때부터 초고가‧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가격 안정을 도모해 균형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실제로 2016년 기준 종부세 대상자는 주택 보유자 1331만 1319명 중 27만3555명, 2.05%에 불과합니다. 이번 9․13대책에서 상향한 종부세 최고세율인 3.2%의 대상 역시 시세 합산으로 176억 원이 넘는 3주택자·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최고세율 대상자는 2016년 기준 84명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종부세는 전 국민에 해당되는 세금’이라는 여상원 씨가 주장은 억지에 가깝습니다. 세간에 나도 종부세 폭탄 한번 맞아보면 좋겠다는 농담이 유행한다는 것을 들어는 봤는지 묻고 싶습니다. 


한편 윤정호 앵커의 질문은 적절일까요? 일단 종부세 납부 대상자들이 특정 지역에 있는 집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점에서 반은 맞습니다. 그러나 종부세는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또한 억지입니다. 결국 종부세는 위헌이라는 억지주장을 하기 위해서 이런 트집 저런 트집을 잡아봤지만, 둘 다 엇박자만 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대담 말미에 종부세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얼버무려야 했습니다. 윤정호 앵커가 “지난번에도 종부세를 가지고 법적 조치를 해봤는데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라 말하자 여상원 씨가 “위헌 소송 냈는데 전부 다 패소했죠”라 답했습니다. 윤 앵커는 “종부세 자체는 법적으로 여지가 없다”라 정리했고 여 씨는 “하여튼 내용적으로 봤을 때 그런 소지는 있다는 거죠”라고 마무리했습니다. 법적 논란의 여지가 없음을 이미 알면서도 장시간 위헌이라 비판한 셈인데요. 슬쩍 사실관계를 일부 수정한다고 해서 종부세를 모든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인 것처럼 왜곡한 사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집값 떨어지면 종부세 낸 거 돌려줘라’?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집값이 떨어지면 과거에 냈던 종부세도 돌려줘야 한다’는 더 일차원적인 비판을 가했습니다. 최 씨는 “종부세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이게 미실현 이익이라는 것”이라 운을 띄우고는 “2006년 데자뷔 이야기를 자꾸 하는데 2006년에 종합부동산세를 냈어요. 그러니까 2007년에도 냈어요. 많이 냈어요. 거의 1000만 원 가까이 냈는데. 이명박 정부 때, 박근혜 정부 때 집값이 좀 안정됐잖아요. 떨어졌다고 해서 종부세를 반환해 주느냐, 그거 없거든요. 그냥 노무현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를 몇 천 만 원 낸 게 어찌 보면 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그냥 나라에 세금을 낸 것이예요. 그리고 이 사람이 집을 안 팔았어요. 그러면 그때 노무현 정부 때 낸 종합부동산세는 그냥 없어지는 돈, 나라에 그냥 낸 거에 불과한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이, 집값 떨어지면 그러면 종합부동산세 낸 거 다시 반환해 주냐, 이런 이야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실현되지 않은 일종의 거품인데 그 거품에 대해서 세금을 물리는 것이 합당하냐”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부동산 투기가 ‘거품’인 걸 알면서도…
이 역시 종부세의 도입 취지 및 의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주장입니다. 종부세는 추가적으로 특정 가격이 넘는 부동산을 가지고 있을 경우, 또 해당 추가 소유 부동산의 가격이 급등한 경우에만 과세하는 누진세입니다. 


누진세의 대표적 사례는 소득세입니다. 소득세는 소득 수준에 따라 산정되는 세금으로서 소득이 높으면 세금을 많이 내고 낮으면 적게 내는 겁니다. 소득이 떨어지면 그만큼 세금을 덜 낼 뿐, 그 누구도 떨어진 소득만큼 냈던 세금을 돌려달라고 하진 않습니다. TV조선의 주장대로라면 그 누구든 세금을 아까워하는 사람은 전부 정부에게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야 하는데 이는 당연히 상식 밖의 일입니다. 

 

종부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종부세는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가 아닌 초고가‧다주택자의 ‘불로소득’을 타깃으로 한 세금으로서 그 대상은 전체 주택 보유자 중 2.05%(2016년 기준)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이번에 종부세를 더 강화한 것은 TV조선이 말한 대로 종부세 낸 것이 부담스럽다면 실거주 외에 다른 목적으로 구매한 주택을 팔아 종부세를 내지 말라는 신호입니다. 그렇게 매물이 나와야 주택 가격이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죠. TV조선 스스로도 인정한 것처럼 부동산 가격 폭등은 투기로 인한 ‘거품’이므로 세금을 물기 싫으면 그 거품 대열에서 빠지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TV조선은 이를 거꾸로 해석해 ‘자산 증식을 위해 추가적으로 산 집을 팔지 않고 계속 불로소득을 노리는 사람’의 세 부담만 걱정해준 겁니다.

 

K-001.jpg

△ ‘부동산 거품에 세금 물리지 말라’는 TV조선

 

‘종부세 돌려달라’는 TV조선, 2% 부동산 부자 편 ‘인증’
심지어 TV조선은 ‘집값이 떨어지면 종부세를 돌려달라’고 했죠. 그러나 집을 가지고 있어도 종부세를 내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종부세 납부 기준이 1주택자 기준으로는 공시가격 9억원, 다주택자는 공시가격 6억 원으로서, 실거래가가 17억 원에 형성되는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1채를 가지고 있어도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 강남의 경우 집값이 뛰어 지난해 말에 비해 9개월 만에 최소 2~3억 원의 불로소득이 발생했는데 그래도 종부세을 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많은 겁니다. 이들은 불로소득을 취했는데도 종부세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종부세 대상이 된다고 해도 그 부담은 다주택자가 취한 불로소득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TV조선이 사례로 제시한 ‘1000만원을 종부세로 낸 사람’을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보다 훨씬 더 강화된 이번 9․13대책의 종부세 과세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경향신문 <‘세금 폭탄론’은 허상…시세 17억 종부세 74만8800원→79만5600원, 5만원도 안 올라>(9/17 https://bit.ly/2D6IU09)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에 따라 종부세를 1000만 원 정도 내는 사람은 최소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실거래가 34억 원(올해 1~9월 기준) 상당의 주택을 1채 가지고 있거나 강남 ‧강북의 실거래가 총 30억 원(올해 1~9월 기준) 상당의 주택 2채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들의 늘어난 종부세 세부담은 강남 압구정동 1주택자의 경우 357만 원, 강남‧강북 2주택자의 경우 717만 원으로서 집값 상승분 각각 4억, 8억 원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만약 TV조선 주장대로 집값이 안정되어 사례자의 추가 부동산 값이 종부세 과세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세금을 안 내면 그만입니다. 

 

‘종부세는 징벌’? 세상에 피할 선택권을 주는 징벌이 어딨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9/14)의 하이라이트는 종부세를 아예 나쁜 세금으로 낙인찍은 대목입니다. 여상원 변호사는 앞서 ‘종부세는 전국민에 해당되는 세금’이라는 취지로 주장을 하더니 “종부세를 저는 징벌적 세금이다. 아까 말한 대로 이익이 있어서 낸 것도 아니고 순전히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당신은 내야 한다, 이거는 결국 부동산이 가만히 있는데 오른 거에 대해서 징벌적 세금이 돼서 세금 중에서 사실은 제일 나쁜 세금이 징벌적 세금입니다”,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을 때 징벌을 받으면 전부 수긍을 합니다. 그런데 이 종부세는 자기 잘못이 없는데 징벌을 받기 때문에 많은 1주택 소유자라든가, 은퇴자. 이런 분들이 수용을 못 하면 이런 세금은 조금 안 좋은 세금이다”라며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살펴봤듯이 종부세는 다른 누진세와 마찬가지로 조세 형평성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세제로서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 중 하나입니다. 바로 ‘납세의 의무’죠. 부동산을 주거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매입하여 아무런 노력이나 노동을 가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는 채로 큰 편익을 얻었다면, 그 불로소득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상당한 편익 중 극히 일부를 사회에 반환하자는 것이지, 벌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종부세가 부담스럽다면 거주 목적 외의 주택을 팔아 상당한 수준의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종부세를 안 내면 됩니다. 


이번 종부세 강화 대책은 그러한 신호로서 제시된 겁니다. 한 마디로 ‘징벌’을 받지 않을 선택권이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고 심지어 정부가 ‘징벌을 피할 것’을 권고하는 셈이죠. 세상에 그 어떤 징벌도 이런 선택권을 주지 않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원칙이 어째서 공중의 전파를 타는 방송에서 무시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평소 ‘국방의 의무’를 상당히 강조하며 대북 강경책에 목소리를 높인 TV조선이 유독 납세의 의무는 방기하고 있는 겁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9월 17일(금)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monitor_20180918_271.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