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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하자 TV조선‧채널A는 ‘북한 두발 단속’을 보도했다
등록 2018.08.2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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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 금강산 호텔에서 21차 이산가족상봉이 이루어졌습니다. 65년 만에 가족을 만나는 사람들의 감격적인 소식을 전하는 순간에도 TV조선‧채널A는 북한을 조롱했습니다. 늘 그렇듯 시시콜콜한 북한 사회의 일상을 선정적인 ‘가십’으로 소비한 겁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오로지 북한을 웃음거리로 묘사하는 데만 몰두했습니다. 

 

시작은 ‘이산가족’, 보도는 ‘미니스커트‧두발 단속’?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8/20)에서 진행자 김진 씨는 “언제든지 이산가족들이 수시로 만날 수 있게 그게 진짜 가족 아니겠습니까? 원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게 가족이라는 의미. 상설 상봉이 빨리 속도를 내줬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짐짓 이산가족 상봉의 의미를 되짚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한편 북한에서 9.9절, 즉 정권 수립 기념일을 앞두고 대대적인 복장 단속, 대대적인 헤어 단속, 머리 단속, 머리 스타일 단속에 나섰다고 합니다. 이거 여성들 미니스커트도 길거리에서 단속 대상이고 특히 남녀 할 것 없이 ‘당신 헤어스타일이 좀 이상해’, 바로 단속 대상이라고 합니다”라며 북한의 두발‧복장 단속 소식으로 넘어갔습니다. 

 

‘파도형 바람직하다’ 이게 보도인가 장난인가
이어서 진행자 김진 씨는 “북한에서 추천하는 6가지 헤어스타일 가이드라인을 저희가 한번 입수해서 출력을 해 봤습니다. 함께 보시죠”라며 <북한서 권장되는 헤어스타일>이라는 제목의 판넬을 소개했습니다. 여기에는 ‘파도형’, ‘단발형’, ‘구름형’, ‘채양형’, ‘축포형’, ‘날개형’이라는 6가지 ‘헤어스타일’을 한 북한 모델 사진이 붙어있었습니다. 


먼저 북한 여성의 헤어스타일을 소개하는 첫 멘트부터 상당히 조롱조입니다. 김진 씨가 “북한에서 권장되는 헤어스타일. 이런 게 국가주의 아니겠어요?”라고 말하자 패널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어서 김진 씨는 “국가가 헤어스타일까지 규정하는 거. 첫 번째 여성들의 헤어스타일 3종 세트와 남성들의 헤어스타일 3종 세트를 북한 당국이 추천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파도형, 어~ 바람직하다. 파도형. 쉽게 말하면 웨이브 머리 아니겠어요. 우리 남한에서도 우리 어머님들이 사실 자주 하는 머리가 이 웨이브 머리예요, 파도형”이라며 과장된 몸짓과 추임새를 섞어 ‘파도형 머리’를 설명했습니다. “파마머리죠. 두 번째 단발형, 숏커트, 단발형. 세 번째는 구름형입니다, 구름형. 그러니까 윗머리를 뽕을 좀 띄워서 마치뭉개구름처럼 뭉개뭉개하는. 굉장히 얼굴이 작아 보이는 효과가 있죠. 왜냐하면 머리가 크니까. 머리카락이 커지니까 얼굴이 작아 보이고. 구름형 이건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라며 나머지 헤어스타일도 묘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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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8/20) 화면 갈무리

 

또 결론은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니다’
김진 씨의 장난기 가득한 ‘북한 헤어스타일’ 설명이 끝나자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는 “정부가 북한 정부가 이런 걸 규정한다 라고 얘기하고 있는데”라면서 본격적으로 북한의 ‘두발‧복장 제한 실태’를 언급했습니다. 
김 씨의 장황한 설명은 다음과 같은데, 이 하나마나한 말을 굳이 다 들려드리는 이유는 횡설수설하다말고 결론은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니다’로 나는 화법을 직접 느껴보시라는 것입니다.  


“저는 사실 채양형이고 축포형이고 구분이 잘 안 되거든요. 오로지 구분되는 건 단 하나 김정은 위원장의 ‘패기머리’ 이거 하나만큼은 구별될 수 있을 것 같은데 ‘9월 9일 북한의 정권 수립 기념일을 맞아서 반사회주의적인 요소들을 차단하겠다’ 이런 시도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 그래서 대한민국에 있는 여러 문화들이 들어가고 있는 것들도 제동을 건다고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가 4월 평양 공연에서 ‘봄이 온다’라고 하는 공연에 레드벨벳의 ‘빨간 맛’ 공연하면서 여러 가지 머리도 다 봤잖아요. 그리고 평창 동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에도 널리 알려진 현송월 단장 같은 경우도 굉장히 좀 화려한 머리 그리고 미니스커트 이런 부분들을 착용하고 다니는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이렇게 북한에 있는 많은 인민들을 대상으로는 헤어스타일도 딱 규정이 돼 있고 그리고 미니스커트 등을 단속한다고 하는 측면들이 과연 국제사회에서는 정상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어떤 인식을 갖게 될지 좀 굉장히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북한에서 15가지 헤어스타일만 허용된다고?

이에 북한학을 전공한 패널 이승원 칼럼니스트도 “여성들에게는 제약이 훨씬 많죠.”라고 운을 떼더니 “지금 9월 9일 정권수립일 70주년을 기념해서 소위 말하는 기강잡기에 나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남북관계가 조금 화해적인 어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뭔가 기강을 잡는 그런 차원에서 머리 단속도 하고 옷 단속도 하고 다 하는데 검은색 한복을 입은 여성 단속원들이 주민들의 두발하고 복장 단속을 다 하고 보통 규정에 어긋나면 벌금형인데 심할 경우 구금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때 화면에는 북한 미용실 사진과 함께 <평양에서 허락된 15가지 헤어스타일>이라는 자막이 떴습니다. 북한에서는 채널A가 보여준 사진을 포함, 15가지 머리 모양만 허용된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이 복장 단속을 통해 ‘구금’까지 한다는 것은 17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만 보도된 ‘추정’으로서 확인된 바 없으며 타 매체에서는 대부분 ‘단속은 하지만 벌금형에 처한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이 15가지 헤어스타일만 허용한다’는 주장 역시 일각의 추정일 뿐 확인된 바 전혀 없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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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8/20) 화면 갈무리

 

진행자 김진 씨는 이승원 씨의 발언 도중에 “단속원은 또 한복을 입었다?”, “검은색이라 저승사자처럼 보일 것 같은데 무서울 것 같지 않아요?”라며 반복적으로 조롱과 조소를 섞었습니다. 이렇게 ‘북한 두발‧복장 사회상’을 가십으로 소비한 끝에 김진 씨는 “이산가족은 북으로 떠났고 잠시 후에 금강산에서 감격의 재회를 하게 됩니다. 마침 또 북한의 소식이 있어서 저희가 첫 번째 뉴스로 전해 드렸습니다”라며 대담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다루겠다는 것인지, 북한 사회를 비웃겠다는 것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방송입니다. 

 

TV조선도 ‘바지 입은 리설주’ ‘북한 권장 헤어스타일’
같은 날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8/20) 역시 ‘북한 두발‧복장 단속’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TV조선은 <“미니스커트 입지 말라”…북, 복장 단속>이라는 제목으로 <바지입고 나타난 리설주>, <리설주의 H라인 스커트 사랑>, <북에서 권장하는 헤어스타일> 등의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TV조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현장 시찰에 동행한 리설주 여사가 바지를 입었다는 소식에 상당히 공을 들였습니다. 대담에 앞서 자체 제작한 영상으로 ‘바지 입은 리설주’를 상당히 자세히 보여준 겁니다. 영상엔 과거 치마를 입었던 리설주 여사 사진을 모아놓은 장면과 최근 시찰에 바지를 입은 장면이 차례로 등장했고 <북한 최고의 패션피플 리설주> <과거부터 이어져온 그녀의 H라인 스커트 사랑> <그런데 그녀가 바지를?> <이례적인 바지정장에 눈길> <북한은 지금 대대적인 복장단속 중이라는데>라는 자막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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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8/20)

 

이어서 진행자 김광일 씨는 “북한이 정권 수립 70주년 9.9절을 앞두고 대대적인 복장 단속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러면 북한에서 어떻게 입으면 이런 단속에 걸리는지 하나씩 좀 보겠습니다”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채널A와 비슷합니다. 장예찬 평론가는 “북한에서 미니스커트나 속이 비치는 옷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엄격하게 단속이 되고 있습니다. 두발 규제도 상당한데 우리 같은 경우는 중학교, 고등학교의 두발 규제 같은 경우에도 점점 풀리는 쪽으로 사회 분위기가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는 반면 북한은 여전히 남성과 여성들에게 권장하는 헤어스타일이 있다고 합니다. 일각에 따르면 남성이나 여성들에게 15가지, 북한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의 헤어스타일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 15가지 헤어스타일을 따르지 않고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할 경우 강하게는 구금까지도 될 수 있다고 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김광일 씨는 대형 화면에 <북에서 권장하는 헤어스타일> 사진을 띄워놓고 전지현 변호사와 함께 “축포형. 이름이 재미있네요”, “축포를 터뜨릴 때 발사대 같은 모양” 등 헤어스타일을 하나하나 묘사했고 “이 중 가장 유행은 당연히 김정은 위원장의 선패기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리설주가 바지 입은 게 처음’이라는 TV조선
헤어스타일 이야기가 끝나자 김광일 씨는 다시 ‘바지입은 리설주’로 돌아와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 자락에 삼지연군을 40일 만에 다시 찾았는데요. 여기서 같이 따라간 부인 리설주, 바지 정장을 입었더군요. 그간 투피스나 원피스를 주로 입었는데. 바지를 입은 모습 이번이 처음. 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해요?”라고 물었고 장예찬 씨가 “북한에서 여성이 바지를 입는 것은 상당히 엄격히 금지했다고 해요”라고 부연했습니다. 다만 장 씨는 “김정일 위원장이 이때는 좀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그러니까 조금 여자들이 일하는데 편할 수 있다고 하면 바지를 입어도 좋다. 그래서 그 규정이 풀리기는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지 입는 거를 많이 꺼렸는데 지금 리설주 여사가 바지를 입음으로써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바지를 입는 사람이 늘어난 게 아닐까”라는 추측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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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8/20)

 

팩트체크 ① ‘리설주 바지’ 처음 아니다
역사적인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20일, TV조선‧채널A는 ‘북한의 두발‧복장 단속’이 대단한 이슈인양 앞세워 ‘이산가족 상봉’의 의미를 덮어버렸습니다. 출연자들 스스로도 말했듯 북한이 두발‧복장 단속을 하고 있다면 이는 불과 30년 전까지 남한에서도 일상이었던 군부 독재의 억압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사회상입니다. 굳이 긴 시간을 할애해 보도하고 분석할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TV조선‧채널A는 시종일관 ‘북한 정부가 지침을 내린 헤어스타일’에 집착하여 북한 모델이 등장한 사진들을 장난스럽게 묘사했으며 이는 이들이 ‘북한의 사회상’이라는 의미보다 ‘선정적 가십 보도’에 열중했음을 방증합니다. 


심지어 TV조선‧채널A의 방송 내용 중 일부는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확인되지 않은 것입니다. TV조선 김광일 앵커는 “리설주 여사가 바지를 입고 공식성상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으나 이미 2012년에도 바지를 입은 모습이 표착됐고 연합뉴스 <北 리설주, 이번엔 바지 입고 남편 동행>(2012/9/2 https://bit.ly/2LbVFp9 ) 등 많은 언론이 보도도 했습니다. 

 

 팩트체크 ② ‘북한 정부 헤어스타일 지침’?은 1년도 더 지난 SNS 이슈일 뿐
TV조선‧채널A가 일제히 ‘북한 정부가 권장하는 헤어스타일’ 또는 ‘지침을 내린 헤어스타일’이라고 전한 ‘헤어스타일 모음 사진’의 경우 출처가 ‘트위터’입니다. 해당 사진이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해 4월로, 취재차 평양에 방문한 핀란드 언론인이 북한 미용실에서 직접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고, 이를 영국의 데일리메일이 인용해 2017년 4월에 보도한 겁니다. 2017년 4월 당시에 우리 언론도 이를 보도했습니다. 세계일보 <포토/“선패기형으로 해주세요” 평양 최신 헤어 스타일 30가지>(2017/4/18 https://bit.ly/2Bv4Gdh )는 “그는(사진을 올린 핀란드 언론인) 또 이 30종이 평양 주민에게 유일하게 ‘허가된’ 머리 모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과 달리 이는 단순히 머리 스타일 소개라는 설명이 유력하다”라고 전했습니다. 즉 ‘북한 정부가 지침을 내린 헤어스타일’이라는 것은 1년 4개월 전에 SNS에 사진을 올린 핀란드 언론인 개인의 생각이고, 실제로는 단지 미용실에서 걸어 놓은 ‘북한에서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대체 왜 ‘이산가족 상봉’에 ‘북한 헤어스타일’을 보도하는 걸까
TV조선‧채널A는 ‘북한이 9‧9절을 앞두고 두발‧복장 단속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내세워 ‘리설주 최초 바지 복장’, ‘북한 정부가 지침을 내리거나 권장하는 헤어스타일’까지 가십 보도를 이어갔으나 사실상 그 내용은 모두 거짓인 셈입니다. 설령 ‘북한은 헤어스타일까지 지침을 내린다’는 추정이 사실이라고 해도 TV조선‧채널A가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무려 1년 4개월 전에 이미 보도됐던 ‘SNS 사진’을 굳이 이제와 보도하는 의도는 ‘조롱’과 ‘가십’ 외에 없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TV조선‧채널A는 이산가족 상봉이 열린 날에도 이러한 ‘북한 조롱 가십’을 보도하며 ‘훼방꾼’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8월 20일(월) TV조선<신통방통>‧채널A<김진의 돌직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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