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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지지자들을 향한 반감을 숨기지 못한 TV조선
등록 2018.08.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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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새벽 허익범 특검이 청구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습니다. 서울 중앙지방법원은 “김 지사가 공모 관계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고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김 지사의 주거, 직업 등을 보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특검 측의 ‘범죄 소명’까지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김 지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25일 1차 수사 기간 종료를 앞둔 특검이 ‘빈손’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 지사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있었던 17일에는 오전부터 김 지사의 지지자들과 극우단체가 모두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지지자들은 ‘영장 기각’을, 극우단체는 ‘영장 발부’를 촉구한 겁니다. 17일 이 집회를 1건의 리포트로 구성한 유일한 방송사가 있습니다. 바로 TV조선입니다. ‘드루킹 특검’의 수사가 시작된 6월 말부터 꾸준히 이어졌던 집회를 TV조선이 굳이 조명한 이유는 뭘까요? 보도 내용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보였습니다.

 

질서 있던 집회를 ‘한데 엉킨 논쟁’으로 만든 TV조선

TV조선 <‘구속’↔‘결백’ 법원 밖 시끌…여야, 거친 공방>(8/17 백연상 기자 https://bit.ly/2vU9CTK)에서 신동욱 앵커는 “김 지사는 오늘 오전 영장 실질 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나왔습니다. 법원 앞에서는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한데 엉켜 팽팽한 장외 논쟁이 벌어졌고, 정치권의 논쟁도 치열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도 시작부터 지지자와 보수단체가 “한데 엉켜 팽팽한 논쟁”을 벌였다고 강조한 것인데요. 사실이었을까요? 두 집회가 당일 근거리에서 열린 것은 사실이지만 양측 집회는 각자의 구호를 외치며 진행됐을 뿐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한데 엉켜 팽팽한 논쟁이 벌어진’ 물리적인 충돌이나 언쟁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TV조선의 보도에서도 앵커는 “한데 엉켜 팽팽한 장외 논쟁이 벌어졌”다고 해놓고 정작 리포트에서는 폴리스 라인 안쪽에서 질서 있게 진행된 지지자들 집회와 보수단체 집회를 따로 비추고 양측의 인터뷰를 1명씩 보여주는 데 그쳤습니다. TV조선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갈등’을 부각하는 이유는 김경수 지사 관련 이슈를 무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은 욕심은 아닐까요.

 

‘김경수 지지자’는 부정적으로, ‘보수단체’는 논리적으로

TV조선의 왜곡은 기자의 리포트에서도 이어졌는데요. 지지자 측, 그리고 보수단체 측 입장을 각 1명씩의 인터뷰로 보여주면서 유독 김 지사 지지자 측의 입장만 대단히 자의적인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반면 보수단체 측 입장은 그들이 내세우는 근거를 기자가 대신 논리적으로 설명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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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수 지지자들의 ‘선플 운동’ 부각한 TV조선(8/17)

 

백연상 기자는 “김경수 경남지사 팬클럽 회원 100여 명이 파란색 바람개비를 흔들며 법원 앞에 길게 늘어섰”다면서 “특검을 맹비난하며 김 지사의 무죄를 주장”한다고 지지자의 입장을 요약했습니다. 기자의 설명만 보면 김 지사 지지자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특검을 맹비난하며 무죄를 주장하는 것처럼 이해됩니다. 그러나 곧바로 보여준 인터뷰에서 김 지사 팬클럽 ‘미소천사’ 회원은 “영장은 기각되어야 됩니다. 우리 수많은 팬들이 김경수를 지켜 드릴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어디에도 ‘특검 맹비난, 김경수 무죄’는 없습니다. TV조선 기자가 인터뷰 내용을 부정적인 측면으로 과장한 겁니다.

 

심지어 TV조선은 “김지사 지지자들은 SNS 상에서 김 지사에 우호적인 기사에 ‘선플’ 달기를 촉구하기도 했”다며 “죄다 악플이네요. 아래 내려가면 선플 있어요. 다들 들러서 악플 없애요”라는 대화 내용이 있는 지지자들의 SNS 대화방까지 보여줬습니다. 김 지사 지지자들이 구속영장 기각을 주장하는 근거 대신, 김 지사가 받고 있는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떠올리게 할 만한 지지자들의 ‘선플 운동’을 보여준 겁니다. 다분히 시청자의 오해를 유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TV조선은 ‘보수단체 대변인’?

이어서 소개된 ‘보수단체 측 인터뷰’에서 기자는 태도를 바꿨습니다. 기자는 극우단체의 주장을 “김 지사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 수사와 특검 연장을 요구”, “경찰 수사 초기부터 증거가 조직적으로 없어졌고,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 지사의 진술도 번복되고 있다”라며 상당히 논리적으로,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했습니다. 앞서 김 지사 지지자들 입장을 ‘특검 맹비난’으로 도매금 처리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그런데 TV조선이 이어서 보여준 보수단체 회원의 인터뷰는 “전 국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이 여론조작 이보다 더 큰 범죄는 없다”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실제로는 해당 시민이 말하지도 않은 내용을 TV조선이 매우 친절하게 포장해준 것입니다. 역시 김 지사 지지자를 대하는 태도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사실상 김 지사 지지자와 보수단체를 차별적으로 보도한 셈인데요. 이 자체만으로도 객관성을 잃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야 대립에 ‘김정숙 여사 경인선 가자 발언’ 끼워 넣은 TV조선

TV조선이 시민들의 입장을 대립시킨 후 전한 ‘정치권 대립’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TV조선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사자성어까지 동원하며 특검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비난했”다면서 홍 원내대표가 인용한 ‘귀배괄모’라는 사자성어의 뜻(불가능한 일을 무리하게 하려고 함)을 자막으로 보여줬습니다. 이어서 야당의 입장으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SNS을 글을 제시하며 “김경수 다음은 송인배 청와대비서관, 그 다음은 ‘경인선 가자’ 김정숙 여사다”라는 김 의원의 주장을 인용했습니다. “김경수 구속영장 반드시 발부해야”, “김경수 다음은 송인배 청와대 비서관, 그 다음은 경인선 가자 김정숙 여사”라는 내용은 직접 자막으로 크게 확대해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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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일방적 주장 인용한 TV조선 <뉴스9>(8/17)

 

자사 보도로 ‘법정제재’ 받아 놓고 또?

언뜻 보기에 ‘구속 영장 발부’를 두고 갈린 여야 입장을 나열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김진태 의원의 SNS 글을 언론이 인용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김 지사의 구속영장 발부는 입장이 갈릴 수 있으나 “경인선 가자 김정숙 여사도 구속”이라는 대목은 ‘드루킹 특검’과는 관련이 없는 김정숙 여사를 사실상 범죄자로 낙인찍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 의원이 말한 ‘경인선 가자’는 TV조선 등 많은 매체가 지난 4월, 김정숙 여사가 대선 경선 당시 ‘경인선으로 가자’라고 말한 장면을 빌미로 ‘김 여사도 드루킹 일당 혐의와 관련이 있다’고 무리하게 보도했던 걸 의미합니다. 그러나 당시에 이미 수많은 지지 그룹을 찾아가는 것은 경선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는 반론이 제기됐고 ‘경인선 가자’라는 말 한 마디로 ‘댓글 조작 공모’를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비판도 있었죠. 심지어 TV조선은 4월 17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김경수 지사가 김정숙 여사 옆에 있었던 광주 경선장 영상과 김 여사가 ‘경인선에도 가자’라고 말한 고척돔 서울 경선장을 마치 하나의 공간인 것처럼 왜곡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자사가 이미 법정제재를 받을 만큼 왜곡임이 명백한 주장을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TV조선이 또 받아쓴 겁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8월 1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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