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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몸매 인증’ 따라하는 TV조선
등록 2018.08.17 18:53
조회 1112

매일 아침 9시 방송되는 TV조선 시사 프로그램 <김광일의 신통방통>(이하 신통방통)은 당일 조간신문의 보도들을 읽으며 이슈 분석 및 대담을 진행합니다. 즉 보통 보도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종편의 시사 프로그램 중에서도 보도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TV조선 <신통방통>은 날마다 ‘보도’는커녕, ‘시사’ 또는 ‘교양’이라고 보기 어려운 ‘가십’을 과도하게 방송하고 있습니다. 


특히 17일 방송은 그 정도가 심각했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8/17)은 무려 3년 전에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몸매 인증’을 직접 시연하는 한편, 15분 간 가수 태진아 씨 근황을 조명하며 곧바로 이어질 자사 프로그램을 광고하는 등 비상식적인 방송으로 일관했습니다. 

 

‘중국발 몸매 인증’ 시연하는 ‘시사 프로그램 출연자들’

TV조선 <신통방통>에는 “사건 사고의 이면을 알아본다”고 진행자 김광일 씨가 늘 강조하는 <왜 그랬을까?>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8월 17일, 이 코너에 <쇄골에 물고기가? 기괴한 몸매 자랑>이라는 황당한 소제목이 등장했습니다. 5분 간 이어진 이 대담은 ‘중국에서 몸매를 자랑하기 위해 쇄골에 물을 채우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영상으로 인증하는 게 인기’라는 내용입니다. TV조선은 실제로 화제가 됐던 ‘쇄골에 물고기나 동전을 올리는 여성들의 셀프 카메라 영상’을 반복해서 계속 보여줬습니다. 심지어 패널들은 한술 더 떠 그런 행동을 직접 따라하며 ‘시연’했습니다.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얇은 허리를 강조하기 위해 A4 용지로 허리를 가리는 유행”이 있다고 설명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A4 용지를 들고 포즈를 취했습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얇은 다리를 인증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무릎을 가리는 행동’을 따라했고, 진행자 김광일 씨는 “물잔 때문에 잘 안 보였어요. 다시 한 번 보여주시죠”라며 이 재연에 ‘앵콜’도 요청했습니다. 이쯤 되면 시청자는 대체 무슨 방송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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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얇은 허리를 A4용지로 가리기’ 따라하는 TV조선(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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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얇은 다리를 휴대폰으로 가리기’ 따라하는 TV조선(8/17)

 

이같은 내용과 출연자들의 시연은 ‘보도 프로그램’은 물론, TV조선 스스로 <신통방통>을 분류한 ‘시사‧교양 프로그램’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물며 연예 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중국 인터넷 유행’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대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보도 가치 때문에 이런 방송을 하고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오로지 시간을 떼우면서 시청률을 보장하기 위해 아무 ‘선정적 가십’을 채택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가십 전문 인터넷 매체’ 보도 받아쓴 TV조선
심지어 이날 TV조선 <신통방통>(8/17)이 방송한 ‘중국에서 유행인 쇄골 몸매 인증’은 최근의 ‘인터넷 이슈’도 아닙니다. 패널 최진봉 교수도 “2015년부터 중국에서 유행했던 인증놀이”라 말했습니다. 최병묵 씨가 따라한 ‘A4용지로 허리 가리기’ 역시 이미 2016년부터 우리 언론에도 ‘마른 몸에 대한 강박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보도된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TV조선은 2~3년 전에 중국에서 유행했던 이슈를 왜 이제와 방송한 걸까요? 최근 한 매체에서 이를 다시 기사로 썼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 인터넷 매체 ‘인사이트’는 <‘움푹 팬’ 쇄골 어항 삼아 헤엄치는 물고기 인증하는 ‘쇄골 챌린지’>(8/8 https://bit.ly/2OJH6eE )라는 보도에서 “얇은 허리를 자랑하는 A4 챌린지, 날씬함과 유연함을 가늠하는 가슴잡기 챌린지 등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인사이트’ 역시 보도한 내용이 “지난 2015년에 시작도 현재까지 큰 관심”인 것이라 명시하기는 했습니다. 


3년 전 ‘중국 인터넷 유행’을 느닷없이 최근 보도한 ‘인사이트’는 최근 SNS를 중심으로 지나친 가십 보도와 어뷰징 기사로 클릭수를 유도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매체입니다. 이 보도 역시 아무런 보도 가치가 없음에도 무려 3년 전 ‘중국발 가십’을 갑자기 보도하며 클릭을 유도한 ‘어뷰징’ 성격이 강합니다. TV조선은 이런 보도가 나오자 곧바로 방송으로 편성한 셈입니다. TV조선 역시 여느 ‘어뷰징 매체’와 다를 바 없음을 자인한 꼴입니다. 

 

‘14분 간 가수 근황 보도’, 패널은 ‘삼행시’까지
TV조선 <신통방통>(8/17)의 ‘파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신통 PICK>이라는 코너가 이어졌고 여기서는 갑자기 가수 태진아 씨 근황을 무려 14분이나 조명했습니다. <“악보 못 봐요” …‘트로트 황제’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대담은 태진아 씨의 인터뷰를 먼저 보여주고 패널들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최영일 씨는 “악보를 보지 못하고 구술로 작곡을 한다”는 태진아 씨의 인터뷰가 끝나자 “용감한 고백”이라는 치켜세웠고 전지현 변호사는 “‘태진아’라는 필명이 당대 유명 가수들의 이름에서 차용한 것”이라면서 “‘태’, ‘진’, ‘아’로 운을 띄워달라”고 ‘삼행시’를 자청하기까지 했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대체 이들이 뭘 하고 있는지 의아해질 정돕니다.

 

곧바로 방송되는 자사 프로그램 선전, ‘홈쇼핑 연계 판매’의 변종
TV조선 <신통방통>(8/17)의 이러한 방송 구성에 이미 충격을 받았을 시청자들은 방송 직후 한 번 더 놀라야 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한 TV조선 <신통방통>이 끝난 직후, 10시 30분부터는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8/17)의 <태진아 편>이 방송됐기 때문입니다.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8/17)의 방송 내용은 직전에 방송된 TV조선 <신통방통>(8/17)에 나온 그대로였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8/17)의 태진아 씨 인터뷰 화면에는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라는 출처가 표기되기도 했죠. 그러나 TV조선 출연자 그 누구도 이 인터뷰 출처가 곧바로 방송될 자사 프로그램임을 시청자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8/17)이 곧바로 방송될 자사 프로그램의 일부 내용을 미리 보여주며 일종의 예고편, 즉 홍보를 해준 겁니다. 최근 종편에서 논란이 된 ‘홈쇼핑 연계 판매’와 비슷한 구성입니다. 심지어 <신통PICK>, 즉 TV조선 제작진이 ‘PICK한 이슈’라는 취지로 편성된 코너에서 자사 프로그램을 선전했습니다. TV조선은 보도할 주요 이슈를 선택할 때 자사 프로그램 홍보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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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 프로그램 미리 홍보해준 TV조선<신통방통>(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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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8/17)

 

보도할 게 없으면 폐지해야
17일 TV조선 <신통방통>이 총 20여 분을 할애한 ‘중국의 몸매 인증 열풍’과 ‘곧 방송될 자사 프로그램 홍보’는 ‘그날의 이슈’라 보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이런 자격 미달의 방송을 하는 이유는 순전히 ‘시간 떼우기’이자 ‘시청률 장사’에 불과합니다. 이런 식의 방송이 이어진다면 TV조선은 시청자들의 폐지 요구를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8월 17일(금) TV조선<신통방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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