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방송심의위원회_
“국민의 알권리 가장하여 기자들의 사욕을 채우지 말라”5월 23일 발족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 방송심의위원회(이하 시민 방심위)는 8월 1일 오후 6시 30분에 11차 안건을 상정했다. 시민 방심위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해 각종 왜곡‧오보‧막말‧편파를 일삼는 방송사들을 규제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출범했다. 시민 방심위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 새로운 안건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시민들이 직접 제재 수위 및 적용 조항을 제안하도록 하고 있다. 아래는 7월 25일 오후 6시 30분부터 8월 1일 오후 1시 30분까지 집계한 10차 심의 결과와 8월 1일 오후 6시 30분에 상정한 11차 안건이다.
시민 방심위 10차 안건 1,506명 심의
시청자 충격에 빠뜨린 TV조선의 ‘노회찬 의원 후송 생중계’
시민 방송심의위 10차 안건은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 <노회찬 투신 사망> 보도 및 대담이었다. 7월 23일,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별세하자 대부분의 방송사가 이를 긴급 속보로 보도한 가운데, TV조선은 4차례 6분 30여 초 간 노회찬 의원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을 생중계해 물의를 빚었다. 오후 1시 방송되는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은 방송 시작 6분 만에 ‘시신 후송 생중계’를 시작해 무의미한 ‘구급차 추격’ 화면을 내보냈고 구급차 내부를 클로즈업하며 선정성을 더했다. 만약 내부가 보였다면 실제로 시신을 보여주려는 작정이었던 것인지, 논란이 클 수밖에 없는 보도 구성이다. 이 과정에서 엄성섭 앵커는 “저게 현장 라이브입니다”, “본인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 “저희도 충격적이라서 쉽사리 뭐라 표현하기 어려워서 저도 입을 떼기가 어렵다”,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저희가 보여드린다” 등 역시 아무 의미가 없는 발언들로 오디오를 채우는데 급급했다. 노회찬 의원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 만큼 이것이 과연 속보로 생중계를 할 정도로 필요한 보도였는지 각계에서 비판이 일었다.
또한 TV조선은 이 방송에서 “노회찬 의원의 어머니 집에서 이런 극단적인 상황”(엄성섭 앵커), “진보 정치인 중 3선에 성공한 것은 심상정‧노회찬 의원뿐인데 노회찬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곳이 모친의 아파트”(김대현 기자) 등 납득할 수 없는 말로 ‘모친 집에서의 극단적 선택’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자막 역시 <“그 돈은 받았지만” 노회찬의 비극적 최후> 등 매우 선정적으로 처리되어 총체적 난국을 보였다. 사상 최악의 보도이자 고인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국민의 알권리 가장하여 기자들의 사욕을 채우지 말라”
해당 안건에 총 1,506명의 시민들이 심의 의견을 제출했다. 재승인 심사에 벌점이 있는 ‘법정제재’가 1,492명으로 99%를 차지했고, 벌점이 없는 ‘행정지도’ 및 ‘문제없음’은 총 14명으로 1%에 머물렀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 | 관계자 징계 | 경고 | 주의 | 권고 | 의견제시 | 문제없음 | 계 |
1,089명 | 322명 | 57명 | 24명 | 5명 | 2명 | 7명 | 1,506명 |
72% | 21% | 4% | 2% | 1% | 100 |
△ 시민 방송심의위 10차 안건(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 심의 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들은 종전 안건에 비해 중징계에 더 큰 비중을 두면서 TV조선에 철퇴를 가했다. ‘법정제재’ 중에서도 가장 수위가 높은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이 1,089명(72%)이었다. 이는 지난 9차 안건(채널A <정치데스크>(7/11)) 61%보다 10% 이상 상승한 수치이다. 꾸준히 50~60% 수준을 유지하던 최고 수위 제재가 이번 안건에 대해서만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외에 ‘관계자 징계’ 322명(21%), ‘경고’ 157명(4%), ‘주의’ 24명(2%)로 나타났고 ‘행정지도’ 중 ‘권고’가 5명, ‘의견제시’가 2명, ‘문제없음’이 7명이다.
이러한 심의 결과는 시민들의 분노가 컸음을 방증한다. 시민들의 중징계 의결 사유는 대부분 TV조선 방송이 “고인에 대한 모욕”이라는 점에 모아졌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을 의결한 한 시민은 “국민의 알권리를 가장하여 기자들의 사욕을 채우지 말라”는 뼈아픈 지적을 남겼다. 사회적 파급이 큰 사건이 터지면 아무리 선정적이고 부도덕한 장면이라도 일단 찍어 보도하고 보는 언론의 관행, 그러한 보도들에 비판이 가해지면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고 보는 변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 의결한 한 시민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BS와 MBC를 향했던 잣대의 절반이라도 적용한다면 TV조선은 이미 재승인이 취소됐을 것”이라 일갈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종편에 가벼운 제재를 준 사실을 질타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방통심의위의 법정제재 내역을 보면 MBC가 7건으로 가장 많았고 MBN이 6건, SBS 5건, KBS 4건 순이었다. ‘막말‧왜곡‧편파’의 대명사였던 TV조선은 1건에 그쳤고 채널A 역시 2건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방통심의위가 지나치게 종편에 관대한 심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 점수를 받아 ‘조건부 재승인’에 처해있는 TV조선이 최근 여야 패널의 수를 맞추고 막말성 발언이 나오면 곧바로 사과를 하는 경향을 보이자 방통심의위는 허위사실이 아닌 이상 제재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심의를 했다. MBC 예능 <전지적참견시점>이 세월호 희화화 논란을 일으키자 이례적으로 최고 수위 징계인 ‘프로그램 중지 및 관계자징계’를 내리고 SBS 시사 프로그램 <블랙하우스>가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논란 당시 정 전 의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사진들을 보도하자 ‘관계자 징계’를 의결한 것과 확연이 대조적이다. 해당 시민은 이런 차이점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한 시민들은 “시신 이송을 추격하며 생중계한 것은 불필요하나 중징계까지 내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문제없음’을 선택한 시민 7명 중 3명은 오기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없음’ 중 3명의 시민은 “이 방송을 만든 사람은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 “고인에 대한 예의가 없다” 등 법정제재를 내린 시민들과 유사한 의결 사유를 남겼다.
TV조선 보도, ‘고인 향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시민 방심위원회는 10차 안건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을 제19조(사생활 보호), 제21조(인권 보호), 제27조(품위 유지), 제38조의2(자살묘사)로 제안했다. ‘없음’과 ‘기타 적용 조항 의견’도 택할 수 있도록 명시했고, 시민들은 적용 조항을 중복 선택할 수 있다.
그간 안건들이 오보 또는 왜곡보도의 성격을 지녀 제14조(객관성),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과 같은 조항이 주로 제시됐으나 10차 안건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의 경우 ‘선정적 자살 보도’라는 특성상 적용할 수 있는 조항도 달랐다.
심의 결과 시민들 대부분이 4가지 조항을 모두 선택했다. 제19조(사생활보호) 1,243명(83%), 제21조(인권보호) 1,260명(84%), 제27조(품위유지) 1,120명(74%), 제38조의2(자살묘사) 1,163명(77%)였다.
제19조(사생활 보호) | 제21조(인권 보호) | 제27조(품위 유지) | 제38조의2(자살묘사) | 없음 |
1,243 | 1,260 | 1,120 | 1,163 | 4 |
83% | 84% | 74% | 77% | - |
△ 시민방송심의위 10차 안건(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 적용 조항 Ⓒ민주언론시민연합
제19조(사생활보호)는 1항은 “방송은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되며, 사적인 전화나 통신 등의 내용을 당사자의 동의없이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1조(인권보호) 1항은 “방송은 부당하게 인권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모두 고인을 무리하게 화면에 담고 ‘모친 집’을 수차례 강조한 TV조선의 행태와 관련이 있다. 제27조(품위유지)는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금하고 있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시민들의 불쾌감과 연결된다. 제38조의2(자살묘사) 1항은 “방송은 자살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자살의 수단․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 되며,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구급차 추격 장면을 그대로 내보낸 안건의 핵심적 문제점을 짚은 조항이다.
일부 시민들은 제20조(명예훼손 금지) 2항 “방송은 사자(死者)의 명예도 존중하여야 한다”를 적용하기도 했다.
10차 심의에 참여한 시민 구성
이번 심의에 참여한 시민은 총 1,506명 중 남성 1,002명(66.5%) 여성 503명(33.5%) 기타 1명/ 10대 5명(0.3%), 20대 50명(3.3%), 30대 323명(21.5%), 40대 740명(49.1%), 50대 319명(21.2%) 60대 이상 69명(4.6%)이었다.
민언련이 이처럼 의견을 남겨주신 시민의 연령대와 성별을 취합해 공개하는 이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이 보다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인물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지난 3기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에는 9명 전원이 남성이었고, 고연령층이었다. 이 같은 구성에서 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민언련의 시민 방송심의위원회는 의견을 취합하면서 계속 성별과 연령대를 함께 취합하고자 한다.
11차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안건 상정
MBN <뉴스8>(7/24) <타살설로 시끌>(길기범 기자) 보도
11차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안건으로 MBN 저녁종합뉴스 <뉴스8>의 <타살설로 시끌>(7/24 길기범 기자 https://bit.ly/2v4RlSr) 보도가 상정됐다. 10차 안건과 마찬가지로 7월 23일 별세한 고 노회찬 의원 관련 보도이다. 10차 안건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과 차이점이 있다면 MBN은 메인뉴스인 <뉴스8>에서 전혀 사실과 다른 낭설을 1건의 리포트로 만들어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것이다.
비상식적인 ‘음모론’, 검증도 반론도 없이 보도한 MBN
MBN <뉴스8>(7/24)은 일부 극우단체가 주장하는 ‘노회찬 의원 타살설’을 보도했다.
길기범 기자는 “보수 단체 일부 회원들이 특검 사무실을 찾아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부검을 주장”했다면서, “드루킹 관련 의혹을 숨기기 위해 노 의원이 희생당한 것”이라는 극우단체 주장을 전했고 “드루킹 사건 대충 마무리 지으려고 여론화 작업하고 있는 것 중의 일환이라고 보이는데 그렇다고 보이지 않으십니까!”라고 외치는 김상진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의 발언을 보여줬다.
심지어 이용식 건국대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해 “(투신할 때) 창틀을 발로 차면서 공중으로 붕 나는 사람은 없고… 그렇게 날더라도 바로 그 앞에 있는 현관 지붕 위나 그 앞에 있는 자동차 위로 떨어지지”라며 타살 의혹을 제기한 내용까지 그대로 전파를 탔는데, 이 교수는 MBN 스스로도 보도했듯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물대포가 아니라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런 인물에게 전화 인터뷰까지 직접 시도하여 ‘타살설 주장’을 받아쓴 MBN의 열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게 극우단체의 타살설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전한 MBN은 검증과 반론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 보도가 나온 날 타 매체에서는 이와 같은 극우단체의 타살설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팩트체크’ 보도들이 나온 상황이었다. 굳이 보도할 이유도, 가치도 없는 소수 극단적 사람들의 음모론을 검증도 없이 보도한 것이다.
시민들도 ‘갑론을박’? 단 1명 인터뷰로 여론까지 왜곡한 MBN
MBN의 이 보도에는 더 황당한 대목이 있다. 극우단체의 음모론을 상세히 전한 후 MBN은 “시민들도 노 의원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고 주장했고 “자필로 쓴 유서가 발견됐고 경찰 쪽에서도 확인됐다고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라고 말한 시민 1명, “무조건 자살을 했다 이런 (증거가) 없는데 부검을 안 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다고 보고”라며 부검을 주장한 시민 1명의 인터뷰를 보여줬다. 마치 시민들도 극우단체 발 타살설에 여론이 분분한 것처럼 묘사하고는 이 무리한 주장의 근거로 단 2명의 시민 인터뷰를 제시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상식적인 음모론도 마치 상당한 여론의 동의를 얻고 있는 것처럼 왜곡될 여지가 크다. 심지어 MBN은 부검을 주장한 시민의 인터뷰에서 “무조건 자살을 했다 이런 (증거가) 없는데 부검을 안 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다고 보고”라는 발언만 잘라 보도했기 때문에 MBN 기자가 대체 질문을 어떻게 했는지, 시민의 발언이 전반적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알 수도 없다. MBN이 선정적인 보도를 위해 여론까지 악용한 사례다.
민원 제기 취지
MBN의 이러한 ‘타살설 보도’는 사실상 음모론에 불과하며, 사실관계 확인 및 검증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마저 무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보도할 내용의 합리성, 개연성 등을 판단할 시스템이 과연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보도가 고인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는 점에서 악의적인 보도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시민 방송심의위원회가 제안하는 적용 가능한 조항은 아래와 같다.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27조(품위 유지)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
제38조의2(자살묘사) ③방송은 객관적 근거 없이 자살 동기를 판단하거나 단정하는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시민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참여 바로가기 https://www.ccdm.or.kr/xe/simin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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