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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10시도 안돼 막차가 끊겼다고?동아일보, 근로시간 단축의 역풍으로 10시도 안돼 막차 끊겼다?
동아일보 <근로 단축 역풍…10시도 안돼 막차가 끊겼다>(7/30 강성휘 기자, 최영권 인턴기자 https://bitly.kr/F79N)는 ‘버스 운전 기사 노동 시간 단축’으로 발생한 일부 시민들의 불편 사례를 나열하며 이를 ‘근로 시간 단축의 역풍’으로 규정했습니다. 제도가 도입된 근본적 원인을 은폐하면서 ‘노동 시간 단축’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보도입니다.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노동시간 단축제를 시행합니다. 특히, 지난해 7월 졸음운전으로 18명의 사상자를 낸 경부고속도로 M버스 사고 이후 논란이 된 ‘장시간 버스운전 노동’이 법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7월부터는 주 68시간 근로를 해야 하고, 내년 7월 1일부터는 52시간을 넘길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해당 보도에서 최근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삭감을 우려한 버스 노동자들이 처우가 나은 서울 및 광역시로 이동하자, 지역 버스회사들이 인력난 탓에 노선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조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역풍’의 사례로 강원도로 휴가온 대학생 김 모 씨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김 모 씨가 강릉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평소 하루 37회였던 강릉행 시회버스 운행 횟수가 이달 들어 21회로 줄어, 결국 “강릉 유명 맛집에서 점심을 먹으려던 계획을 포기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달 전 계획한 모처럼 휴가가 삐걱거린 건 시외버스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아산에서 서울 노량진 학원가를 오가는 윤 씨가 “막차를 놓쳐 택시를 타는 날이 많아 부모님 눈치가 보인다”고 한 사례도 제시했습니다. 요컨대, 근로시간 단축으로 버스운행이 줄었고, 이 때문에 ‘휴가가 망가지고’ ‘공시생들이 부모님 눈치를 보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일부 시민의 망가진 휴가와 공시생들의 ‘막차 시간’이 과연 ‘근로 시간 단축의 역풍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동아일보의 시각은 본질을 한참 벗어난 것입니다. 버스 노동 시간 단축은 ‘하루 17시간씩 이틀 일하고 다음날 하루 쉬는’ 살인적인 버스 노동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된 것입니다. 버스 준공영제 확대, 고용 확대를 통한 인력 확보로 일부 늘어난 시민들의 불편 등 부작용을 보완하자고 제안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시민의 불편만을 나열하고는 이를 ‘역풍’이라 규정했습니다. 노동 시간 단축을 오로지 부정적으로 묘사하기만 한 셈인데 이는 사실상 ‘살인적 노동의 과거로 돌아가자’는 의미와 다를 바 없습니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노선버스 운행을 줄이지 않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운행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며 공포를 조장하고는 보도를 끝냈습니다. 사태의 해결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 동아일보 7월 30일 보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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