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신·보도전문채널 모니터_
YTN에서도 과도한 ‘안희정 재판 보도’ 나왔다
등록 2018.07.26 19:25
조회 678

안희정 성폭력 재판 과정에 대한 언론의 과열 경쟁 속에서 부적절한 언론 보도 사례는 계속 추가되고 있습니다. 이번 재판은 김지은 씨 측의 증언은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안희정 씨 측 증언은 공개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애초 비대칭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7월 2일 첫 공판부터 7월 21일까지 언론은 재판에서 나온 내용들을 미주알고주알 보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민은 본인이 재판 관련 모든 정보를 받았다고 착각하고 국민 모두 ‘재판관 놀이’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유명 정치인의 사건이라 하더라도 민감하고 내밀한 내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 성폭력 재판과정을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전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빙자하여 성폭력 보도로 상업적 이익만을 취한 것은 아닌지, 법원도 피해자 보호에 너무 둔감했던 것은 아닌지, 모두가 성찰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지난 13일 YTN이 안희정 재판 관련한 방송을 하면서 공판 내용을 전하는 수준을 넘어서 공판이 이뤄지기 전에 증언 내용을 예측하고 증언에 대한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진단한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증언이 나오기도 전에 오늘 어떤 증언이 나올지 추측해보는 YTN
YTN <뉴스타워>은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에 하는 방송입니다. 문제가 된 방송은 7월 13일입니다. 이날 10시부터 피고 안희정 씨의 배우자 민주원 씨가 재판에서 법정 증언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피고 변호인 측에서는 이미 민주원 씨가 어떤 증언을 할지 조금씩 흘려준 것으로 보입니다. YTN <뉴스타워>(7/13)도 그 정보를 토대로 방송을 한 것이겠죠.


먼저 나연수 앵커는 “사모의 얘기를 듣고 뭔가 찜찜해서 수행비서에서 제외를 하려고 했다 뭐 이런 증언들도 나왔었는데”, “또 어떤 진술이 추가로 나올 거라고 예상을 하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공판에서 나온 이야기를 세세히 전하는 것도 적절치 않은 형국에 앵커는 공판을 추측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이에 노영희 변호사는 “지금 핵심은 검찰 측 증인이라고 불리는 구 씨라고 하는 사람이 김지은 씨의 말을 뒷받침해 주는 식으로 그 쪽 말을 하고 있는 건데요. 안 전 지사의 아들이 자기에게 전화를 해서 김지은 씨의 행실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다고 말을 했고 본인(구 모 씨)이 부인, 즉 민주원 씨를 바꿔 주어서 직접 통화를 했는데 그 통화 내용이 지금 말씀하신 작년 8월에 있었던 상화원 리조트 사건이란 말이에요”라며 지금까지도 언론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른바 ‘리조트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이어서 노 씨는 “‘상화원에서 부부가 잠을 자고 있는데 새벽 4시에 자기네 부부가 자고 있는 걸 보고 있더라’, 그런 얘기를 자기(구 모 씨)가 들었다는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찰 측 증인이 결국엔 피고 측에 유리한 증언했다?
노영희 씨가 언급한 이야기는 지난 9일 3차 공판에서 나온 것입니다. 실제 김지은 씨 측 증인 구 모 씨가 △지난 3월 김지은 씨의 최초 폭로 직후 안 전 지사 배우자 민주원 씨가 김지은 씨의 사생활 정보를 요구했다 △김지은 씨가 지난해 11월부터 고통스러운 심경을 털어놨다 등의 내용을 증언했습니다. 


당시 구 모 씨는 김지은 씨 측의 피해 정황들을 증언하던 중 “(안 전 지사의 부인)민 씨가 ‘김지은이 처음부터 이상했다. 새벽 4시에 우리 방에 들어오려고 한 적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노영희 씨의 해석은 적절치 않았습니다. 노영희 씨는 “그러면 중요한 건 뭐냐 하면 구 씨라고 하는 사람은 검찰 측 증인이고 김지은 씨를 옹호하는 측의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인데 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나온 얘기가 바로 김지은 씨가 새벽에 남의 부부 침실에 들어갔다는 거잖아요. 그건 사실 수직적 관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또 하나 이건 나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뭔가 질투하는 여성의 모습처럼 보여질 수 있는 거거든요”라고 주장했습니다. 


노영희 씨 주장은 피해자를 옹호하기 위해 나온 증인마저 안희정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다는 것입니다. 노영희 씨는 “그런 상황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안 전 지사 측이 주장하고 있는 우리는 애정관계였다, 이런 것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가 사실은 상대방 측에서 나온 거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라고 결론지었습니다. 

 

YTN의 무리한 재판 해석
그러나 구 모 씨의 증언이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구 모 씨는 지난 3월 5일 김지은 씨의 최초 폭로 이후 ‘김지은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구성해 안희정 캠프 내 다른 성범죄 및 비민주적 운영 의혹을 제기해 온 인물 중 한 명입니다. 또한 9일 3차 공판에서 그는 “당시(지난해 11월) 김 씨가 ‘그림자 같다’, ‘나는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욕이 계속 나오고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안희정은 캠프 내에서 우리의 희망이자 왕 같은 존재” 등 피해자 주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피고 측을 공격하는 다른 증언들도 내놨습니다. 안 전 지사 측이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해 보도를 막으려했다고 진술했다가 안 전 지사 측으로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죠. 이런 맥락을 제거한 채 민주원 씨가 13일 공판에서 비슷하게 진술한 ‘리조트 사건’ 하나 만으로 구 모 씨가 피고 측을 옹호하게 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민주원 씨가 증언하면…” 안희정 재판 컨설팅해주나
이렇게 진행 중인 재판의 내용을 주관적으로 해석한 YTN <뉴스타워>(7/13)는 당일 재판에 나올 피고 측 증인 민주원 씨에게 일종의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노영희 씨는 “그렇기 때문에 민주원 씨, 부인 입장에서 왜냐하면 그분이 침실에 있던 당사자니까 ‘실제 그분이 맞습니다, 그날 내가 이 여성분이 들어와서 쳐다보고 있는 게 너무 이상해서 좀 오싹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 여성분을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옮기라고 했습니다’ 이런 말이 만약에 증언을 통해서 나오게 된 다면 안 전 지사 측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수평적 관계 내지는 애정관계라고 하는 게 드러나는 거죠”라고 주장했습니다. 


노 씨는 “어쨌든 불륜이든 부정이든 간에 부인 입장에서 보자면 둘 다 마음에 안 들고 둘 다 기분이 나쁜 상황이 될 수가 있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안 전 지사 측에서는 그런 진술을 해 준다고 한다면 본인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것들을 뒷받침 해 주는 그런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보는 것”이라며 재차 민주원 씨의 증언이 피고 측에 ‘강력한 증거’가 될 것처럼 예견했습니다. 

 

YTN의 자의적 해석, 타 매체 보도로 ‘일파만파’
이렇게 검찰 측 증인의 진술을 ‘피고 측에 유리하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YTN의 보도 내용은 타 매체 보도로 인용되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 <검찰 측 증인이 안희정 부인 말 뒷받침? 변호사 “‘수평 관계’ 강력증거 될수도”>(7/13 https://bit.ly/2AcmvgD )는 YTN <뉴스타워>(7/13)가 방송된 지 1시간 여 만에 노영희 씨 주장을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동아일보는 이미 제목에서 “검찰 측 증인이 안희정 부인 말 뒷받침”했다고 명시했죠. 동아일보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성폭행 의혹 사건의 검찰 측(김지은 씨 측) 증인이 안희정 전 지사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면서 노영희 변호사의 주장을 모두 전했습니다. YTN <뉴스타워>(7/13)의 해석이 사실인 것처럼 유포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적절한 보도 하나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자칫 왜곡된 여론 재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구 모 씨가 “침실에 들어왔다”고 증언? 사실관계도 엇갈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또 하나 있습니다. 노영희 씨는 “‘상화원에서 부부가 잠을 자고 있는데 새벽 4시에 자기네 부부가 자고 있는 걸 보고 있더라’, 그런 얘기를 자기(구 모 씨)가 들었다는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이 말을 토대로 “김지은 씨가 새벽에 남의 부부 침실에 들어갔다는 거잖아요”라고 단언하기까지 했습니다. 함께 출연한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 역시 “구 모 씨 증언”을 거론하며 “작년 8월 달에 충남의 한 리조트에 두 부부가 잠을 자고 있는데 새벽 4시경에 김지은 씨가 그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자기를 쳐다봤다. 그리고 밑에 그림같이 그리면서 약간 좀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하는 그런 것들에 대한 얘기들이 지금 솔솔 흘러나오고 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YTN만 봐서는 김지은 씨는 부부 침실에 들어간 것이 맞고, 구 모씨가 그런 증언을 한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김지은 씨와 검찰은 부부 침실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침실 앞에서 대기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노영희 씨 주장을 보도한 동아일보 <검찰 측 증인이 안희정 부인 말 뒷받침? 변호사 “‘수평 관계’ 강력증거 될수도”>(7/13 https://bit.ly/2AcmvgD )에서도 “구 모 씨는 9일 비서 성폭행 의혹 사건 3회 공판에서 ‘민 여사가 ‘김지은이 처음부터 이상했다. (지난해 8월에 있었던 충남 보령시 죽도 상화원리조트에서) 새벽 4시에 우리 방에 들어오려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MBN <안희정 부인 민주원 씨 “김지은 위험하다 생각…새벽 4시, 우리 침실로 들어오려 했다”>(7/13 https://bit.ly/2Ojg5PM )도 “구 씨는 ‘민 씨가 김지은이 처음부터 이상했다. 새벽 4시에 우리 방에 들어오려고 한 적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동아일보와 MBN은 ‘김지은 씨가 침실에 들어왔다’가 아닌 ‘침실에 들어오려고 한 적도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각 매체가 보도한 진술 내용이 다르다면 당연히 크로스 체크 및 사실관계 확인을 한 뒤 정확하게 보도해야 합니다. 실제 민언련이 확인해 본 결과, 당일 재판을 취재한 기자의 메모와 참관한 이들은 구 모 씨가 “들어오려고 한”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구 모 씨가 피고 측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는 YTN의 주장은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기반으로 한 부적절한 전망을 한 것입니다. 

 

YTN 예상대로 흘러간 재판, 언론의 역할 아니다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이렇게 세부적인 내용까지, 심지어 피고 측에 유리한 증언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 자체가 보도 프로그램에서는 나와서는 안 될 편파적 요소입니다. 방송심의규정 제11조(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은 “재판의 결과를 단정하거나 객관적 근거 없이 미리 판단하는 내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날(13일) 공판에서 민주원 씨는 “(지난해 8월 상화원 리조트에서)우리 부부가 2층에서 숙박을 했다. 내가 잠귀가 참 밝은데 새벽에 복도 나무 계단이 삐걱삐걱거리는 소리에 깼다. 그런데 누군가 문을 슬그머니 열더니 발끝으로 걷는 소리가 났고 실눈을 뜨고 보니까 침대 발치에서 김지은 씨가 내려다보고 있었다”라고 말해 노영희 변호사의 조언대로 증언이 이뤄졌고 이는 여러 논란은 물론, 선정적인 보도들을 야기했습니다. 


이 사건은 엄연히 피해자가 있는 범죄 사건입니다. 전략 전술을 분석하고 흥미진진하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누구의 예측이 맞을지 내기하며 보는 스포츠 게임이 아닙니다. 대본에 따라 극이 마무리되면 아무런 피해자 없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면 되는 아침드라마가 아닙니다. 언론의 무분별한 말들 속에 상처받을 피해자를 생각하기 바랍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7월 13일 (금) YTN <뉴스타워>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 (02-392-0181)

 

monitor_20180726_188.hwp